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한다고 말해줘
작가 : 문양
작품등록일 : 2018.5.5

 
Episode 9. 신경 쓰이는 그(3).
작성일 : 18-06-06 23:36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42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쨍그랑!

 

  “!”

 

  순간의 감정에 당황한 주란이 복도에 놓인 장식물을 건드려 결국 깨뜨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도준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리고 주란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 하나.

 

  망했다.

 

  “영훈이 얘긴 있다가 다시 하자. 일이 생겨서. 끊어.”

 

  역시 영훈이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룹홈을 나갈 때도, 늘 걱정이었는데 상태는 여전히 좋지 못한 것 같았다.

 

  평화롭게 이어가던 전화를 끊고, 도준이 주란의 앞으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지옥의 카운트다운을 외치는 것만 같았다.

 

  꽤 멀리 있던 도준이 가까이 다가오자 주란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이건 뭐...”

 

  “마, 말씀만 하세요! 비슷한 것으로라도 가져다 놓을 게요!”

 

  저번처럼 따가운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대비해 미리 쉴드를 치고자 한 말이었는데, 긴장한 탓에 큰 소리가 먼저 나왔다.

 

  마치 ‘장식품 깼는데 뭐, 그게 어쨌다고?’ 같은 식의 말투로 들렸을 것 같은 생각에 주란의 심장은 더 쿵쾅거렸다.

 

  나 진짜 바보인가 봐...

 

  그렇게 자신을 책망하며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린 주란은 지금껏 보지 못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 상황이 무척 흥미로웠는지, 입꼬리가 살짝 말아 올라간 채 주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

 

  웃었다.

 

  얼음처럼 차갑고, 무뚝뚝하고, 무엇보다 쓴 소리 대마왕인 차도준이 웃었다.

 

  주란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변한 그의 표정을 보고 빠져들고야 말았다.

 

  사람은 웃음 하나로 이미지가 변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나 보다. 살짝 웃었을 뿐인데, 처음에 봤던 그 완벽한 황금비율 이미지와 함께, 좋은 성향의 사람일 것 같은 착각까지 불러 일으켰다.

 

  이 사람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그렇게 되면 다음 달 월급 못 받게 될 텐데, 그래도 된다면 그렇게 할까요?”

 

  “네. 괜찮아요.”

 

  눈을 반짝이며, 주란은 당차게 말했다.

 

  “웃음은 돈으로 살 수 없으니까요.”

 

  워낙 능동적으로 말을 꺼낸 주란이었기에, 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이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렸다.

 

  “...무슨, 말이죠?”

 

  다시 원래의 포커페이스로 돌아온 도준의 말은 마치 자명종처럼 주란을 흔들었다. 정신을 차린 주란이 바로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정신이 돌았나 봐요.”

 

  “아니까 다행입니다. 그래서 깨진 장식품을 위해, 한 달을 희생하겠다는 말인가요?”

 

  도준이 원래의 요점을 찾아 되물었다.

 

  아니까 다행이라니, 아주 사람 괴롭히는데 일가견이 있다.

 

  끝까지 장식품 깼다고 물고 늘어진다 이거지? 나도 질 수 없어!

 

  “같은 제품은 아니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선에서 다음 달까지 마련해 놓겠습니다. 월급 희생은 억울하고 부당합니다.”

 

  “계속 억울하다는 말과 부당하다는 말이 공존하는데, 이제부터 그 수법은 안 통합니다. 같은 물건으로 저는 원하는데요.”

 

  나름 기분 상하지 않게 조곤조곤 말한 것이었는데, 그에겐 통하지 않았다.

 

  하긴, 단 돈 몇 만원도 아니고, 고가의 장식품이 산산조각이 났으니, 그냥 넘어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상대방이 납득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딜을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주란은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더니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럼, 장식물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만족은 어떤가요?”

 

  제법 솔깃한 제안으로 들릴 만 했지만, 도준은 그런 감정 따위에 치우치지 않았다.

 

  “일단 말씀하세요.”

 

  “진혁 상무님의 홍보 제안을 받아드렸는데요.”

 

  워낙 칼 같은 사람이라 주란은 말을 하는데 있어서도 숨이 막혔다.

 

  안 돼, 이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야 해!

 

  “그 부분, 진짜로 성사시켜 보겠습니다.”

 

  미쳤다, 윤주란.

 

  드디어 미쳤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판에 장담해 버렸다.

 

  ‘그냥 나갈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주영이를 위해서라도 버텨야만 했다.

 

  “그 말은, 다른 분들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주란 씨가 하겠다는 건가요?”

 

  “상무님의 제안으로 무조건 저만 할 수는 없지만, 전무님이 원하는 선까지 도달할 수 있도록 제가 노력하겠습니다.”

 

  “오백.”

 

  “예?”

 

  자신은 차마 벌어들일 수 없는 숫자가 귓가에 맴돌았다.

 

  “후우~ 전 책임질 수도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이 제일 싫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매출 오백을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세요.”

 

  “.......”

 

  어안이 벙벙한 채 답이 없는 주란을 도준은 지긋이 내려다보았다.

 

  긴장한 주란이 자신이 무슨 말을 할까 두려워 큰 소리를 낸 것을 도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본래 꺼내려던 말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는 그녀의 표정은 조금은 귀엽게 봐 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주저하는 모습이 뻔히 보이는데, 애써 감추며 의욕만 앞서는 모습이 도준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격은 말 안 했지만, 이깟 500만원의 장식품. 얼마 되지도 않는 한 달 월급으로 퉁 치면 그만인 것을 걷어 차 버린 것은 이 여자였다.

 

  ‘조금 심했나?’ 싶기도 했지만, 앞뒤 분간 못하고 황소마냥 들이대는 주란을 도준은 곱게 봐 줄 수가 없었다.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필요 없다.

 

  자신이 사람을 고용하는데 있어서 내세운 철칙이었다.

 

  “바로 답이 없는 것은 기권의 의미로 받아드려도 됩니까? 확실히 직원도 아니고... 알바생이 매출까지 짊어지기에는 과분한 문제죠. 늦지 않았습니다. 못한다면 포기하세요.”

 

  제발 포기한다고 말해줘.

 

  당찬 윤주란을 나쁘게 보지 않은 도준은 그녀가 이 선을 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역시 주란은 그녀다운 말로 도준의 제안까지 받아드렸다.

 

  “과, 과분하다고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다 똑같이 돈 받고 일하는 건데, 자신이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기어이 건너겠다는데, 구지 말릴 필요는 없었다.

 

  “그래요? 그럼, 무운을 빕니다.”

 

  도준은 감정 없는 말을 내뱉고는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

 .

 .

 

 

 

 

  “하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주란은 개운하게 샤워를 마쳤음에도 찜찜했다.

 

  ‘보기에만 비싸 보이는 거지, 실제론 껌 값이었던 거 아니야? 하아... 아닌가? 아, 그냥 한 달만 돈 없다 치고 끝낼 걸 그랬나? 아니야, 그럴 수 없어. 주영이는 어떻게 하고! 그럼 무슨 수로 오백을 찍지?’

 

  감당 못하는 것을 받아드린 것 같은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러나 그런 주란의 머릿속으로 자신을 훤히 내려다보던 도준이 떠올랐다. 자신을 얕잡아 보는 그의 말이 귓가에 울리는 것은 덤이었다.

 

  ‘확실히 직원도 아니고... 알바생이 매출까지 짊어지기에는 과분한 과제죠. 늦지 않았습니다. 못한다면 포기하세요.’

 

  인물은 훤하면서 말 하는 모양은 왜 그 모양인지...

 

  포기? 포기라고?

 

  이제까지 쉴 세 없이 많이 해 본 것이 포기였다. 그런 삶은 이제 진절머리가 났다.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 포기는 배추 셀 때나 하는 거지, 안 그래? 오백? 그까짓 거, 하면 그만이야! 두려워 할 것 없다고!”

 

  도준의 말을 다시 곱씹으며, 주란은 마음을 다잡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냐는 것인데, 지금의 주란으로서는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홍보를 통해 대박을 노리는 것이라면, 뭔가 확! 분산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sns로는 지금은 한계가 있고, 블로그도 마찬가지고, 별다른 비용 없이 홍보를 하는 것은 무리였다.

 

 -까똑!

 

  지끈거리는 머리를 풀어주듯 상쾌한 메신저 소리가 들렸다.

 

 -주란 쌤, 저 한솔 쌤이에요~^^

 

 -어? 한솔 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고 계세요?

 

 -그럼요~ 주란 쌤이 계약 봉사로 있는 동안 애들이 정이 많이 들었나 봐요. 다들 보고 싶다고 난리도 아녜요.

 

 -그래요? 맘 같아서는 진짜 가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아휴~ 당연하겠지! 주란 쌤도 일자리 알아봐야 할 나이이고, 신경 쓸 게 많잖아~ 이해하지.

 

 -헤헤, 가끔씩 봉사하러 갈게요. 저도 다른 애들 보고 싶네요.

 

 -그래, 주란 쌤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젊은 사람이 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데, 주란 씨는 열심히 했잖아? 내가 진짜 기회 있으면, 꼭 보답할게.

 

 -오오~ 한솔 쌤 언제 한 번 크게 쏴 주시는 거? 그럼 감사히 받겠슴돠~!

 

 -역시 주란 쌤은 재밌어! 내가 이 나이에 주란 씨 덕분에 웃어. 시간도 늦었는데, 굳밤해요~^^

 

 -네~ zzz

 

  오랜만에 그룹홈 선생님과 대화하니 턱턱 막힌 숨이 ‘쏴아아’ 하고 내려가는 느낌에 주란은 한결 포근해 졌다.

 

  그룹홈 봉사는 정말 좋았는데, 어쩌다 이런 곳에 들어와서 생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차도준.

 

  오늘 보았던 그 웃음은 어떤 웃음이었을까?

 

  그 웃음 후에 나온 말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까지 골머리 앓지는 않았을 텐데...

 

  걱정되는 마음과 할 수 있다는 의지의 소용돌이 속에서 주란은 꿈뻑꿈뻑 잠을 청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9 Episode 9. 신경 쓰이는 그(3). 2018 / 6 / 6 222 0 4256   
8 Episode 8. 신경 쓰이는 그(2). 2018 / 5 / 20 200 0 5217   
7 Episode 7. 신경 쓰이는 그(1) 2018 / 5 / 16 238 0 4208   
6 Episode 6. 억울합니다! 2018 / 5 / 15 225 0 5660   
5 Episode 5. 왜, 여기 앉아 있어요? 2018 / 5 / 13 231 0 4489   
4 Episode 4. .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 2018 / 5 / 13 217 0 4938   
3 Episode 3. 어때? 이제 시작이야. 2018 / 5 / 7 223 0 3972   
2 Episode 2. 사고라고 생각합시다. 2018 / 5 / 6 215 0 4211   
1 Episode 1. 주란과 주변인들. 2018 / 5 / 5 362 0 447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