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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한다고 말해줘
작가 : 문양
작품등록일 : 2018.5.5

 
Episode 6. 억울합니다!
작성일 : 18-05-15 22:02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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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난 분명, 여기 일과 맞지 않아서 안 뽑은 거였는데, 왜 여기 앉아있냐는 말이죠.”

 

  부드럽지만, 기분 나쁜 시선으로 그는 계속 주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날 뽑은 건 아니겠지? 그런 더러운 새끼는 아니겠지?

 

  주란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얽히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끝으로 파티룸은 더욱 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도준이 이마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후우~ 진혁아. 이렇게 되면 아이스 브레이킹이 아니잖아. 그건 그렇고, 손 팀장. 어떻게 된 거야?”

 

  “아, 아무래도 뭔가 전달이 잘못된 모양이에요. 그 서류에, 보내면 안 되는 것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됐어. 어차피 기왕 이렇게 벌어진 거, 끝을 보자. 윤주란 씨는 처음부터 교육의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이잖아?”

 

  손 팀장의 말을 끊으며, 도준이 짜증 섞인 말로 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도준은 의외로 윤주란의 해고를 손쉽게 끝낼 수 있어서 안도했다.

 

  “여기서 부터 나머지 셋은 해당 사항이 없으니까 나가보세요. 그리고 윤주란 씨?”

 

  “.......”

 

  도준의 말에 주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주란은 지금의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부터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는 것.

 

  다른 일자리야 널리고 널렸지만, 여기만큼 급여를 지급해 주는 곳은 매우 드물었기에, 내일부터 나오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었다.

 

  그러나 지금, 한 순간에 자리를 잃게 생겼다. 그런 자신의 모습이 창피했다.

 

  푹 숙인 주란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누나!’

 

  약해진 마음에 연고를 발라주듯 주란의 머릿속에 주영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7살의 어린 나이에 몹쓸 병에 시달려도 웃는 내 동생.

 

  누나가 그 때, 좀 더 빨리 알아챘다면, 지금 이렇게 고생하지 않고, 맘껏 뛰어 놀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에 한 없이 땅굴을 파고 있었을 때도, 주영이는 웃으며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동생 앞에서 더는 고개 숙이고 있을 수 없었다. 그 때부터 주란은 주영이의 병을 고쳐주기 위해 많은 실패 속에서 필사적으로 달려왔다.

 

  여러 병원과의 연락 두절은 수많은 실패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주란은 계속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어려움이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앉아있을 수 없었다.

 

 “윤주란 씨?”

 

  도준이 몇 번이고 되물은 모양이었는지 옆에 앉아있던 셋은 나가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였다. 불안한 마음은 손 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을 원했는지 진혁의 한 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

 

  그래, 이 상태로 그냥 말을 하지 말아줘. 그리고 이 상황은 끝나는 거야.

 

  도준은 저주의 주문을 속으로 계속 외우며 위협적으로 말했다.

 

  “한 번 말하면 듣질 않는 사람인가 봐요, 주란 씨는. 됐습니다. 이제부터 나오지...”

 

  “억울합니다!”

 

  냉동고 마냥 살벌한 파티룸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주란은 도준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었다.

 

  주란의 말에 모두들 그대로 굳어졌다. 놀란 기색이 모두의 표정에 드러났다.

 

  “주, 주란 씨.”

 

  당황한 손 팀장이 제지하려고 작게 말했지만, 주란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작게 흔들리면서 도준의 눈을 그대로 응시했다. 도준은 당찬 주란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마지막이니 만큼, 실컷 떠들게 해야겠단 생각으로 답했다.

 

  “억울하시다? 말씀하세요.”

 

  “네, 첫째, 분명 서류상에 문제가 생긴 건 맞지만, 제가 없는 자리에 들어온 것은 아닙니다! 둘 째, 고작 입술 한번 부딪힌 것뿐인데...”

 

  “자, 잠깐!”

 

  이 여자가...!

 

  예상치 못한 말에 당황한 도준이 주란의 말을 끊었다.

 

  “두 번째 사항은 억울한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만?”

 

  한 번 숨을 고른 도준이 되묻자, 주란은 또 거침없이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국어는 끝까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둘째, 고작 입술 한번 부딪힌 것뿐인데, 사람을 사람처럼 보지 않는 것은 너무 합니다! 셋째, 아직 교육 커리큘럼의 실전 연습 상황인데도, 모든 것을 숙지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 차도준 전무님과의 일로 인해,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아세우는 이 상황에 대해 억울함을 표시합니다!”

 

  “.......”

 

  한순간에 살벌했던 파티룸 안은 주란의 말에 마치 갑자기 조용해진 것 마냥 정적이 흘렀다.

 

  도준은 주란의 말이 끝났음에도 뭐라 반박할 수 없었다.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과 일전에 있었던 사건도 그렇고, 흠잡을 대 많은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실수로 인해 잘못 들어온 사람임이 밝혀져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바로 전까지는 쓴소리를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나가게 하려고 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오히려 한 방 먹은 꼴이 되었다.

 

  그것도 벼랑 끝에 내몰린 알바생한테 말이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여자란 말이지?

 

  “도준아?”

 

  진혁이 주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어떨떨한 표정으로 불렀으나, 도준은 들고 있던 펜을 툭 내려놓으며, 말했다.

 

  “하아~ 원하는 게 뭡니까?”

 

  손 팀장은 도준의 말을 벌써 눈치 챈 것인지 뒤에서 쿡쿡거리며 웃고 있었다.

 

  도준은 더 이상, 이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지금껏 자신의 말에 반발하며 이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는 없었다. 그것도 요점만 콕 집어서 할 말 다하는 여자라니...

 

  어쩌면 자신이 기회라고 생각한 시점부터가 섣부른 판단이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았다.

 

  무거운 공기가 한 결 가벼워짐을 느낀 주란이 화색이 돌아 답했다.

 

  “제 동생, 아픈데, 동생 치료비만이라도 벌게,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당당한 그녀의 말에 도준은 멈칫했다. 그 밝은 눈동자와 대조되는 누군가의 모습이 떠올랐다.

 

  주란의 부탁에 다시 조용해진 파티룸 안에서 그는 천천히 자리를 정리하며 일어섰다. 뒤돌아보지 않고 나가려는 전무의 모습에 주란은 철렁했다.

 

  하지만 도준은 문을 열며 조용히 말했다.

 

 

 .

 .

 .

 

 

  붉은 포장마차 안은 화기애애했다.

 

  “앞으로의 삶과 우정을!”

 

  “위하여!”

 

  신나는 건배 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한 잔한 명일이 다시 술을 부으며 통쾌하게 말했다.

 

  “캬하~!비록, 월급 받은 게 없어서 협소하지만! 새롭게 태어난 주란을 축하해 주기 안성맞춤이지!”

 

  “와~ 진짜, 난 간이 쪼막만해서 그렇게 못해. 진심 개못해.”

 

  수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진짜 두 번 다시 못 볼까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은영아, ‘두 번 다시 못 볼까봐’가 뭐냐? 좋은 말을 해야지, 좋은 말을.”

 

  명일이 은영의 말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틱틱거렸다.

 

  “말이 그렇다는 거죠! 오빠는 왜 이렇게 사람 말을 걸고 넘어져요?”

 

  “야야, 그만들 좀 해~ 오늘은 주란이 새로 태어난 날이야, 어? 그럼 더 축하해 줘야지. 싸움질 하고 있어?”

 

  수진이 두 사람을 중재하며 주란에게 술을 부어주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같이 일 할 수 있어서. 우리 같은 알바생들은 잘리는 걸 각오해야하는데, 용기가 대단하네? 솔직히 좀 멋졌다.”

 

  “아냐, 오히려 미안하지. 괜히 나 때문에 더 무거워졌었잖아.”

 

  “뭘 또 그렇게 생각하냐? 그래도 그 전문지 뭔지는 사람이긴 한 것 같더라. 네 말 듣고 일하라고 그 자리에서 답해줬잖아. 그 덕분에 분위기도 다시 좋아졌고.”

 

  솔직히 주란 스스로도 놀랐다. 필사적으로 매달리기 위해 눈 꼭 감고 내뱉은 말이었는데,

 

  '그럼, 이번 건은 없었던 일로 하죠. 정상 근무 하세요.'

 

  그렇게 차도준 전무의 한 마디에 자신이 서류상의 실수로 들어온 일은 없던 걸로 마무리 되었고, 다행히 주영이의 치료비도 벌수 있게 되었다.

 

  좋게 끝이 난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래도 그와 있었던 일들을 나열한 건 좀 오바였나?

 

  괜히 차도준 전무가 신경이 쓰였다.

 

  에라 모르겠다! 좋은 건 좋은 거지 뭐!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 주란은 골치 아픈 생각을 접고 흥겨운 술자리에 다시 빠져들었다.

 

 

 .

 .

 .

 

 

  ‘퓨어림보’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진혁이 진한 연기를 내뱉었다. 손 지호에게 분명하게 해야 할 말이 오늘 중에 생겨버렸다.

 

  교묘하게 영훈이의 치료와 연관된 지원자를 배제한 그였다. 그 이전에도 진혁은 연관된 자들을 비밀리에 철저하게 방해해 왔다.

 

  그런데 오늘. 결국, 윤주란이라는 ‘흠’이 생긴 것이다.

 

  “망할 손 지호 새끼.”

 

  가슴부터 치고 올라오는 분노를 누르며 진혁이 중얼거렸다.

 

  지호는 '그 일'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았지만, 미리 입막음을 해 놓지 않으면 잘못하다 자신이 불리할 수 있었다.

 

  곧 가게에서 지호가 나오자 진혁은 천천히 다가며 물었다.

 

  “지금 퇴근하는 건가?”

 

  자연스럽게 말을 걸어온 진혁이었지만, 지호는 놀란 모양이었다.

 

  “아, 놀래라. 나야 그렇지 뭐. 넌, 왜 안 갔어?”

 

  “.......”

 

  답이 없던 진혁이 물고 있던 담배를 버리고는 비웃으며 되물었다.

 

  “왜, 안 갔을 것 같아?”

 

  “.......”

 

  좀 전의 웃음과 다른 진혁의 모습에 지호는 입을 다물었다. 굳어진 지호의 표정에 진혁이 비릿한 웃음을 짓더니, 지호의 옆을 지나가며 속삭였다.

 

  “있잖아, 손 팀장.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는 게 살 길이야. 안 그래?”

 

  “.......”

 

  진혁은 자신의 말에 굳어진 지호를 지나치며 멀어졌다.

 

  진혁의 모습이 사라지자, 지호는 힘이 풀렸는지 벽에 기대어 떨리는 몸과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분명 진혁에게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 일이 제발 궂은 일이 아니길 바랄 뿐이었다.

 

  차가운 벽에 머리를 기댄 채, 지호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일은 비가 오려는지 밤에도 구름이 많이 끼었다.

 

 

 .

 .

 .

 

 

  한편, 일을 마치고 돌아온 도준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뉘었다.

 

  ‘제 동생, 아픈데, 동생 치료비만이라도 벌게, 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윤주란의 목소리가 뇌리에 울렸다.

 

  섣부른 판단으로 괜한 사람 억울하게 만들 뻔한 자신의 행동에 도준은 찜찜함을 느꼈다.

 

  그렇게 간절할 줄은 몰랐다.

 

  자신은 아버지와 다른 방향으로 늘 갑으로서 다른 사업체도 경영해 보았지만 을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자기들 밖에 모르는 인성 제로의 인물들이 많았다. 그런데 자신의 동생을 위해 창피함을 감내하는 을을 도준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일단, 위험인물은 아닌 것으로 할까?

 

  그건 그렇고 왜 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지막 말에 조카 영훈이 떠올랐다.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내쫓을 수 없었던 걸까? 망설였지만, 결국 허락했다.

 

  그렇게 열을 올리며 동생의 아픔을 어떻게든 덜어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도준의 마음에 생생하게 박혔다. 또 그런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대단한 여자네.”

 

  도준이 낮게 중얼거렸다.

 

  자신의 동생을 위해 그렇게 까지 하는 누나가 있다면, 그 누나의 동생은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

 

  도준은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키고는 영훈의 방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영훈이는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윤주란이 동생을 아끼는 것처럼 자신도 영훈을 무척 아낀다. 그런데 윤주란은 스스로가 동생을 얼마나 아끼는지 눈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그렇다면 난, 영훈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 거지?

 

  스스로의 물음에 도준은 답하기가 어려웠다. 영훈이는 예나 지금이나 호전적이지 못했다.

 

  “!”

 

  순간의 절망에 도준이 흠칫 놀랐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아 떨어졌다. 순간의 판단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도준은 천사같은 얼굴로 잠이 든 영훈의 방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는 그 역시 방으로 돌아와 쓰러지듯 잠들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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