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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년. 죽음을 이해하기도 사랑을 경험하기도 이른 소년에게 다가온 사건들과 소녀들.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소년은 계속 나아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란과 함께.

 
35장 내가 놓지 않을 이 손
작성일 : 18-01-20 07:41     조회 : 330     추천 : 0     분량 : 7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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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느때처럼 햇살이 화사한 6월 21일 아침.

 “네, 선생님 그럼 내일 뵐게요.”

 담임 선생에게 전화로 오늘 하루 결석할 것임을 알리고 휴대전화를 내려 놓는다.

 “담임이 별말 안해?”

 “응. 네 이름 대니까, 확실히 아무 말도 안하던데. 우리 반이야, 뭐. 네 친구들처럼 너랑 나랑 가까운건 아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증언은 해주겠지. 오히려 승아나 하 현이가 우리 같이 살았던거 까발리지만 않으면 딱히 문제 없어.”

 “그렇겠지? 뭐, 다 말해버리면 공개적으로 동거하면 되는 건가?”

 “그건 안 돼. 나중에 졸업 할때, 서프라이즈로 공개하고 갈까?”

 내 말에 그녀도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아, 그럼 다 들 어떤 표정일까? 어안이 벙벙한 선생들 표정이 눈에 훤하다.”

 우린 장난스럽게,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을 당연하게 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세정은 이번주 내내, 결석할 예정이었고, 나는 가까운 친구로 알려진 세정을 핑계로 이미 그저께와 어제를 결석한 상태다. 원래는 수요일 인 오늘부터는 갈 예정이었지만, 처리해야할 일을 돕겠다고 말한 뒤, 오늘도 결석할 예정이다.

 “굳이 말하면 처리해야 될 일, 돕는 건 사실이잖아.”

 “그건 그렇지.”

 오늘은 어제 약속한 대로, 세정의 아버지의 집을 방문할 예정이다. 그의 집에 가서, 그동안 세정과 가연을 보살펴준 그녀들의 할머니께 인사를 들일 거다.

 “할머니는 우리의 은인이셨으니까.”

 분명 세정은 그렇게 말했다. 새정과 가연의 은인이신 분이라면, 나 역시 감사를 표현하고 싶다. 게다가, 그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의 집에 가면, 세정의 어머니의 사진을 볼 수있을거라고. 그녀의 사진은 한 번 나도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이번 일을 완전히 끝내는 의미로 그녀의 사진을 확인하고 싶다. 이제 이 일을 끝내고, 이 일에서 벗어나서 살아가야하니까. 물론 이 일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준비 됐어? 그럼 갈까?”

 “난 언제나 준비 되어있어. 걱정마.”

 나의 물음에 그녀는 밝게 답해주었다.

 세정의 가족이 살던 집은 우리 집에서 지하철만 두 번 갈아타야 할 정도로 거리가 제법 있었다.

 “이거 꽤나 멀리 있네.”

 오늘은 지난 토요일과 달리, 열차 안에 사람이 없고 제법 한산하다. 지금 마침 한강의 다리를 지나고 있어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살이 열차의 흔들림에 맞춰 그림자를 계속 바꾼다.

 “그러게 말이야. 뭐, 그래도.”

 그녀는 의자에 앉은 채로, 팔 다리를 한 번, 쭉 피더니 말한다. 짧은 치마를 입고 있는 터라, 그녀의 다리가 잘 보인다. 뭐라고 할까, 예전보다 ‘여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랑 같이 있으니까 좋제?”

 이거, 이거. 요즘 들어, 세정이 부쩍 애교가 늘었다.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따지자면, 가연이 죽은 척 하기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그렇다. 이것이 본래의 그녀의 성격이다. 이게, 원래의 세정이다.

 “괜히 사투리 쓰지마. 안 어울려.”

 “쳇.”

 내 말에 세정은 가볍게 혀를 찬다. 그런 행동에도 잔잔한 앙탈이 섞여 있다. 이제는 그녀가 그럴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나 밖에 존재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받아 주는 수 밖에.

 역에서 나와 이 십분 정도, 걸어가자, 어떤 집 앞에서 세정의 발이 멈췄다.

 “여기야.”

 “으흠.”

 하늘을 보자, 해가 중천이다. 분명 아침에 출발했는데, 도착한건 점심 때다. 괜히 식사 중에 방해하는 것은 아닐까?

 “들어가자. 이번엔 약속은 없지만, 이 시간에 집에 있는건 할머니랑 고용인 한 명이다야.”

 “고용인?”

 “가정부 비슷한 거라고 보면 돼.”

 이야, 확실히 있는 집은 다르구나. 세정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 이었는 지가 다시금 생각났다. 확실히 주변에 있는 집들도 상당히 고급져 보인다. 길가에 주차되있는 차가 한 대도 없는걸 보니, 주택가 임에도, 다들 집에 주차장이 있는 거겠지. 특히 이 집은 주변의 그런 집들 중에서도 상당히 커보인다.

 세정이 대문으로 가까이 가더니, 인터폰에 대고 말한다.

 “나야, 문 좀 열어줘.”

 예의 없는건 지적해주고 싶지만, 그 집안 사람에게 존댓말을 쓰고 싶지 않은 감정은 이해가 되니, 넘어가자. 세정이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흰 색의 현관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나온 건, 지난 주 토요일에 만난 세정의 아버지의 비서였다.

 “김비서씨가 왜 여기있어?”

 나는 비서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그녀에게 물었다.

 “어제 장례식이 끝났으니, 오늘은 이사님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 마침 묻고 싶던 것도 있는데, 잘 됬네.”

 “무슨 뜻이죠?”

 “별거 아니야.”

 신발을 벗고, 앞에 구비되어있는 슬리퍼를 신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나이가 드신 할머님 한 분이 나오셨다. 어디에서나 볼 법한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였다. 세정은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달려갔다.

 “아이고, 우리 세정이 왔네. 이게 얼마만이야. 키도 많이 컷네. 이제 할미보다 더 크고.”

 “할머니도 참. 옛날부터 할머니보다 훨씬 컸어.”

 세정은 할머니를 살짝 안더니 내 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한다.

 “저 애가, 아빠가 말한 하 준이야. 권 하 준.”

 “오, 우리 손녀 남자친구네.”

 이젠 어딜가나 저 소리다. 예전에 이 명수 선생 앞에서 세정이 저 얘기를 했을때는 조금 꺼려짐이 없잖아 있었는데, 지금은 듣기 좋기만 하다.

 “안녕하십니까? 권 하 준이라고 합니다.”

 “오야. 자네도 안녕하신가? 권 서방?”

 “네?”

 내 반응에 할머니는 껄껄 웃으신다. 세정도 따라 웃고, 뒤에 서있던 김비서도 입을 가리고 웃음을 참는다. 이것 참, 재미있는 농담도 할 줄 아시는 할머님이다. 세정이 따를 만도 하다. 할머니는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두 손으로 내 양손을 잡으시더니, 말씀하신다.

 “우리, 세정이가 신세 많이 졌네. 참으로 고마우이. 그라고, 앞으로 우리 세정이 잘 부탁한다. 네가 부탁 좀 함쎄. 우리 세정이가 엄마도 없이 이리도 잘 커줘서, 내가 참말로 고마워. 이런 손녀딸, 시집 보내는 마음으로 자네한테 부탁하는 걸세. 우리 세정이 힘들때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우리 아들, 지 어미보다 먼저간 그 불효자놈, 그 놈 갈때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우이. 우리 가연이도 자네 얘기 많이 했어. 그 애가 친구 얘기 그렇게 많이 하는 건, 그 애 태어나고 처음이여. 그러니께, 우리 세정이, 우리 가연이 잘 부탁하네. 이 할미가 이렇게 부탁 한 번 함쎄.”

 그렇게 말 하시는 할머니의 눈가가 촉촉히 졌어온다. 나는 그런 할머니의 손을 잡고, 마음을 담아 답한다.

 “걱정 마세요. 세정이도 가연이도, 제가 앞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할게요.”

 할머니 뒤 쪽에 서 있던 세정도 말한다.

 “가연이는 걱정 안해도 돼. 걔도 괜찮은 놈 하나 잡았으니까. 박 승우라고.”

 “오마야, 걔도 남자 잡았어? 인자 니들 시집가는 것만 보면 되는데, 우짜냐, 둘다 애비들이 같이 식장도 못들어가주는데.”

 아, 그렇구나. 세정과 가연, 두 사람은 결혼식을 할 때 함께 입장할 아버지가 없다. 가연의 아버지도 정신병원에 있는 상태이니.

 “괜찮아. 아빠 대신 해줄만한 사람 있어.”

 할머니와 나와 비서 셋이 모두 세정을 바라본다. 그녀는 눈을 한 번 찡긋하더니, 말한다.

 “국어 선생.”

 아, 그 사람. 세정도 나도, 학교에 가지 않아, 듣기만 한 이야기인데. 국어 교사는 월요일에 모든 피해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다. 그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하며 고개 숙여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이 동정심을 유발했던 걸까? 피해 학생들 전원이 그에게 선처를 보였고. 그는 결국 우리 학교의 교사로 남을 수 있었다.

 현준의 말에 의하면 그 중한 선배의 말이 제일 대단했다고 한다.

 “선생님 수업, 사실 조금 재밌으니까.”

 사실, 성추행이라고는 했지만, 그 수위가 높은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그런 행동이 범죄이고 잘못된 행동이건 맞다. 국어 선생도 그 부분은 확실히 반성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로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자는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그 안에는 하현도 있었고, 수학 교사도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피해자들도 딱히 처벌을 강하게 원하는게 아니였기에, 그에게는 기회가 내려졌다.

 좋은 소식이라면 더 있다.

 지 윤이 우리 학교로 전학 올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학교가 의외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복지가 좋은 학교라고 한다. 가족을 잃은 지 윤이 빨리 보통 학생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교육청 측의 배려라고 한다.

 반대로 가연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 학교에서는 죽은 사람이니까. 앞으로는 이 학교 학생들이나 교사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노력도 해야겠지.”

 그렇게 조금 오랫동안 학교를 쉰 그녀도 다음 주에는 한 달 반만에 다시 학교에 다닌다.

 “사진을 보고 싶다고 하셨죠? 따라 오시죠. 사진들은 이 층에 있습니다.”

 김비서가 우리를 안내했다.

 “이봐, 비서씨. 아까 묻고 싶은 게 있다고 했잖아.”

 “네, 기억합니다. 뭐죠?”

 “전에 말했던, 이사님의 마지막 지시는 뭐야? 그 사람이 죽어야만 실행할 수 있다던.”

 “아, 그건 말이죠.”

 그녀가 계단 중간에서 우리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세 가지 였습니다. 첫 째. 세정아가씨와 가연아가씨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려가서 도울것. 둘째, 가끔 식 이 집에 와서 할머님의 체크할 것. 그리고, 마지막.”

 그녀는 숨을 들이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는 김비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여자로써 살것. 그것도 행복하게.”

 “죽으면서 자유를 준 건가? 그런데 어차피 자신이 죽으면 당신은 더 이상 비서가 아닌게 원래 맞는데?”

 “그 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저에게 작은 집을 하나 주셨습니다. 아파트 한 칸이지만. 혼자 살기에는 크고 좋습니다.”

 “이제 얼마 안가 누군가랑 결혼해서 같이 살라는 뜻인가?”

 세정이 이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글쎄요? 뭐, 저는 그 옛날 고아원에서 같이 나온 그런 남자가 나타지 않는 한 결혼은 안 할겁니다. 저는 아직 이 십대 중반이기도 하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자, 다 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이 층의 어떤 방문을 열었다.

 “이게 옛 사모님의 앨범입니다. 현 사모님이 처리 하려고 하신 것을 할머님과 이사님이 겨우 말리셨지요.”

 김비서는 나가고, 나와 세정은 앨범을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앨범 첫 페이지에는 세정의 어머니의 사진이 한 장 붙어있었다. 배가 불러있을 때다. 아마, 이 배안에 있는게 세정이겠지. 세정의 어머니 사진을 처음보고 처음 든 생각은,

 “닮았다, 둘이 엄청.”

 세정과 너무도 닮았다는 거다.

 앨범을 한 장, 한 장, 넘겨 갈때마다, 젊은 시절의 그녀가 나타났다. 혼자 서있는 모습. 젊은 시절의 세정의 아버지와 둘이 찍은 사진. 그러다가 네 사람이 나오는, 두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이 마지막 페이지에 나타났다. 남자 두 명과 여자 두명, 세정의 어머니와 어떤 남자가 한 명 씩 아이를 안고있다. 사진의 아래 쪽에는 ‘우리 딸과 우리 조카.’라고 적혀있었다. 글씨체도 세정과 비슷하게 반듯하다.

 “아, 너랑 가연이 인가 보다.”

 이렇게 말하면서 세정을 돌아보자, 그녀가 울고 있었다.

 “아, 또 울어버렸다. 나, 왜 이렇게 울보가 되어버렸을까.”

 나는 전에는 하지 못한 행동을 이제는 할 수 있었다. 조용히 그녀의 머리를 당겨 내 어깨에 기대게 했다. 조용히 그렇게 안아 주었다. 세정의 어린 시절이 있는 앨범도 찾아서, 두 개의 앨범을 가지고 방에서 나올 때 즈음에는, 내 옷의 어깨 부분이 흠뻑 젖어있었다.

 “뭐, 어릴때 사진보니까, 어릴때도 울보였는데, 뭐.”

 “정말, 내 어릴때 사진보고 드는 생각이 그거 밖에 없어?”

 “아니야, 장난이야. 귀엽고 예쁜데.”

 “그렇지?”

 “아, 물론.”

 나는 이번엔 웃는 그녀를 보며 이렇게 말해준다.

 “지금이 더 귀엽고 예뻐.”

 아, 괜히 말했다. 이제 반대로 놀림 받겠지.

 “오, 뭐야. 너 권 하 준 아니지? 이 녀석이 이런 말도 할 줄 알아? 너도 참 많이 변했다.”

 “이게 누구 때문인데.”

 내 옆에서 걷고 있는 그녀는 앞을 보며 ‘헤헤’하고 웃는다.

 “그런데 여긴?”

 “그때 오자고 했잖아.”

 토요일에 미처 오지 못했던, 역과 이어진 쇼핑 센터다. 평일임에도 사람도 많고 소란스럽다.

 “확실히, 이 녀석, 약속 하나는 잘 지켜.”

 “그거라도 잘 지키는 게 어디야?”

 “그렇지. 그런데, 이제부터는 나도 잘 지켜야 된다.”

 “알았어, 알았어.”

 확실히 사람도 많다보니, 구경할 거리가 많긴 했다. 독특한 옷들, 신기한 물건들, 게다가 제법 큰 서점도 있었다. 세정이 특이한 모자를 발견하더니, 나한테 씌워보며 웃어댄다. 쇼핑 센터 안에 있는 작은 커피 전문점에서 음료도 사오더니, 나눠 먹었다. 확실히 아직은 지갑이 얇은 학생이니.

 “어? 저거?”

 세정이 이번에는 정면에 있는 왠 정체불명의 도구를 보더 말한다.

 “저걸로 한 번 찍고 가자. 안에서 찍는 건가?”

 아무래도 공중전화 박스처럼 안에 들어가서 사진을 찍는 것인 듯하다. 사진들을 보고 난 뒤라 사진을 찍고 싶은 모양이다.

 “우리도 사진 좀 남겨놔야지. 적어도 우리 자식들 보여주려면.”

 “야, 잠깐. 사진까지는 좋은데, 그건 너무 멀리 갔어.”

 “아무튼 찍고 가자.”

 그녀에게 이끌려 안에 들어가자. 왠 카메라 렌즈가 있었다. 적당히 조작해서, 즉석으로 세 장 뽑았다.

 “이거 좀 후회되네. 휴대폰에도 카메라 기능은 분명있고, 디지털 카메라도 있는데.”

 사진을 받아든, 세정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뭐, 추억 삼는거니까.”

 “그렇지?”

 다시 그녀는 웃으며 답한다.

 집에 돌아오는 열차 안. 쇼핑 센터에서 오래 있었는지, 이번엔 퇴근 시간에 겹쳐져, 열차에 자리가 없었다. 겨우난 자리에 세정과 나란히 앉자, 금방 졸음이 몰려왔다. 세정은 이미 잠들었다. 어깨에 살짝 기댄 그녀를 보자,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피곤하겠네.’

 나도 많이 피곤하다. 그녀는 훨씬 많이 피곤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둘 다, 너무 힘들었다. 입학을 하고, 네 달이 채 되지 않는 동안,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이었다. 이러면, 여름방학에는 너무 따분할 것 같다.

 ‘이제 우리 둘 다 조금만 쉬자.’

 아직도 시간은 많다. 우리 둘다, 이제 겨우 중학교 일 학년생이니까, 말이다. 자, 이제 다왔다. 이제 열차에서 내려야한다. 아직도 내 어깨에 기대어,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세정을 깨운다.

 “잘 잤어?”

 “응, 너무 기분 좋게 잘잤어.”

 “이제, 그만 내려야해.”

 “응.”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내 왼 손은 세정의 오른 손을 강하게 잡은 상태다.

 “자, 가자.”

 열차에서 내려서도, 역에서 나와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우리는 여전히 손을 꼭 잡은 상태다. 이불 안에 들어와, 그녀가 말한다.

 “끝 내니까, 속 시원하고 좋다. 그렇지? 오늘은 아까 자고도, 잘 잘것 같아. 기분 좋은 꿈 꾸면서.”

 “물론. 하지만, 그래도, 이 일에 감사해. 많은 경험을 하고, 많은 성장을 했어. 그리고.”

 세정과 맞잡은 손을 얼굴 가까이로 올리면서 말을 잇는다.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고.”

 “정말로, 말은 잘한다니까.”

 세정은 웃어보인다. 나 역시 웃어보인다. 여전히 우리는 손을 꼭 맞잡고 있다.

 이 손을, 나는 절대로 놓지 않을 거다. 설령 그녀가 나를 잊어버린다고 해도. 설령 내가 그녀를 잊어버린다고 해도. 설령 다시 아픈 기억의 시간이 온다고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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