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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년. 죽음을 이해하기도 사랑을 경험하기도 이른 소년에게 다가온 사건들과 소녀들.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소년은 계속 나아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란과 함께.

 
34장 나는 너를 정말로 깊이 좋아하니까
작성일 : 18-01-18 04:58     조회 : 336     추천 : 0     분량 : 8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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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은 그 사람 스스로 자살 했다는 거지?”

 승우가 나와 세정을 번갈아가며 보면서 물었다.

 “응. 뭐, 결국은 본의 아니게 원래 목표를 달성해버렸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의 말에 대답한다. 오후 네 시를 막 지나가고 있는 오늘은, 6월 20일 화요일, 우리가 그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지 사흘이 지났으며, 그 사람의 장례식 마지막 날이다.

 그날, 그가 스스로 자신의 팔에 주사를 놓고 정신을 잃자, 세정은 그의 몸을 끌어안고 한 없이 울었다. 나는 비서가 잡지 않은 손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구급차를 부르려고 하였으나, 곧 휴대전화마저 비서에게 빼았겼다.

 “십 분 뒤, 제가 부르겠습니다.”

 “십 분이라니, 그러면.”

 “이사님의 생명은 위태로워 지겠죠. 이사님이 미리 내려놓으신 지시였습니다. 자신이 약을 먹고 주사를 놓으면, 십 분 뒤에 구급대를 부르라고요. 약효가 완전히 돌아서, 숨이 끊어지는 데는, 이 십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부른다면 이사님의 생명은 건질 수있겠지만.”

 “그럼 왜 안불러? 지시고 자시고 일단 사람부터 살리는 게 맞는거 아니야?”

 “이건, 이사님의 마지막 지시나 다름 없습니다. 그리고 진짜 ‘마지막 지시’는 그 분의 숨이 끊어져야, 달성할 수 있는 것. 비서는 끝까지 고용인의 지시를 따릅니다.”

 “정말로 답답한 사람이네.”

 어떻게든 해보고 싶지만, 이 사람 힘이 장난 아니게 강하고, 세정이는 도저히 뭘 할만한 상황이 아니고. 그냥 이대로 저 사람이 죽는 걸, 보고 있어야 하나.

 “괜찮습니다. 십 분 뒤, 구급대를 불러, 문제없이 도착한다면 어쩌면 살릴 수도 있습니다.”

 “뭐?”

 “아까 말했지요, 이 십분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큰 대학병원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곳의 세 층 위인, 옥상에는 헬리콥터가 이 착륙 할 수있도록 헬리포트가 설치 되어있습니다. 층수가 높으니, 그쪽이 빠르겠지요. 그곳 응급실에서 바로 출발한다면, 오 분안에 이 방에 구조 요원들이 도착합니다. 즉시 구조 헬기로 옴겨져서, 응급처치를 받는다면, 살 수 있습니다. 아니, 아마도 살겁니다.”

 “저건 독약 아닌가?”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더니, 창 밖의 도심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 분은 그 약이 효과를 낼 때까지 이 십분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걸, 모르고 계세요. 그 약은 제가 구해다 드린 것 이 거든요. 제가 그 걸 말하지 않았어요. 약을 먹고 잠시 기다린 뒤, 주사를 해야, 제대로 효과가 있다는 것도, 숨기고 있답니다. 그걸 모르는 이사님은 약을 드시고 바로 주사를 놓으셨지요? 그러니, 아마 쉽게 돌아기시지는 않을 겁니다.”

 “당신, 이 사람 지시를 지켜야 한다면서? 자신을 죽게 내버려 두라는 것이 지시 아닌가?”

 “분명 맞습니다. 다만, 저도.”

 그녀는 나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더니, 세정에게 다가갔다.

 “저도, 막내 아가씨처럼, 이사님이 돌아가시기를 바라지 않거든요.”

 그녀의 말에 세정이 그녀를 돌아 보았다.

 “저는 이 분에게 너무나도 큰 구원을 받았거든요.”

 비서의 눈도 촉촉히 젖어오기 시작했다.

 “저는 아주 어릴적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고아원에서 자랐어요. 그러다가 열 다섯 살이 되던 해에, 동갑이던 남자아이와 함께 고아원에서 쫒겨났죠. 원래 고아원은 나이가 차면 나가야하는 곳이에요. 하지만, 형편이 어려워진 고아원은 저희를 조금 일찍 내보냈죠. 원래부터 취직을 할때까지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열 다섯살은 너무도 어린 나이였어요. 세상에 내팽개쳐지기에는.”

 우리보다 고작 한 살 더 많은 나이였을 때잖아.

 “저희 둘은 한 없이 거리를 떠돌았어요. 하지만, 이 넓은 세상에 저희 둘의 작은 몸을 뉘 일 곳은 없더군요. 그러던 어느날, 어떤 아저씨들을 만났어요. 먹고 살게 해주겠다고 하고 우리를 부추긴 아저씨들은 우리를 어느 창고같은 곳으로 데리고 갔어요. 그곳에서 짜장면을 주는데, 며칠만에 먹는 음식이라, 저희 둘은 앞 뒤 안가리고 먹었죠. 짜장면에 밥도 몇 그릇이나 먹고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창고 자제들에 몸을 기대고 잠들었어요.”

 거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손목 시계를 확인했다.

 “오 분 정도 남았군요. 이야기를 서두르겠습니다. 그렇게 잠든 저를 깨운 것은 누군가가 제 이름을 조용히 부르는 소리였어요. 눈을 뜨자 그 창고 안 이었고, 저는 그 아저씨들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 이름을 부른건, 당연히 같이 고아원에서 쫒겨 난 남자애였죠. 그곳에서 제 이름을 아는 사람은 그 애가 유일했으니까요. 그 애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는 도망쳐야한다고.”

 그녀는 다시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마 그 시절을 떠올리는 듯 했다. 나도 가연도 그런 그녀를 기다렸다. 바로 옆에서 사람이 죽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어쨌든 살릴 수 있다고 했으니.

 “저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물었습니다. 왜 도망을 쳐야 하느냐고. 그 아이는 대답했습니다. 아까 잠결에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고. 우리를 중국에 인신매매 범들에게 팔거라는 거였습니다. 저는 믿지 못했습니다. 중국에 대해 아는 것도 없던 저였고, 인신매매가 뭔지, 제대로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저희를 살려준 아저씨들이 범죄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계속 같이 가자고 했죠. 여기에 있으면 안된다면서. 그럼에도 저는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가고 싶으면 혼자가라고. 하지만, 그 아이는 죽어도 혼자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저의 머리를 치는 느낌을 받았고 그 아이의 목소리가 멀어 졌습니다. 그대로 정신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들으며 시계를 계속 보았다. 정확히 몇 분에 주사를 놓았는지 기억나지 않아, 그녀의 말을 끊을 수 없었다.

 “그 다음 정신을 차린 것은 제 몸에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눈을 떠보니, 제 눈 앞에서 그 아이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아저씨들에게 얻어 맞고 있었습니다. 아까 먹은 것들은, 이미 전부 토해 온 몸에 묻어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그토록 맞고 있던 이유는 저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떠나지를 않았기에 그런 겁니다.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그런데, 그제서야 제 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옷들이 전부 벗겨진 채, 한 아저씨에게 곳곳이 만져지고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말했습니다. ‘이렇게된 이상, 저 놈은 죽이고 네 년은 쓸고 버릴 거’라고. 아저씨들은 한참을 그 아이를 때리더니 제 앞으로 끌고 왔습니다. 죽기전에 하고 싶은 말있으면 하라고. 어처구니 없는 배려심을 보였습니다. 그 애는 이가 부서진 입으로 말했습니다. ‘이런 놈들 한테 지지말고, 살라고. 자기 몫까지 살으라고. 살아서 남부럽지 않게 도시 한가운데서 살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 애는 머리를 방망이로 맞더니, 그대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아저씨들에게 몇 번이나 겁탈당하고, 길가에 버려졌습니다. 그리고 버려진 저를 데려와 길러주신 분이 바로 이사님이에요. 아직 사모님이 살아계실 시절. 십 년 밖에 안된 이야기니까, 막내 아가씨도 계실 때네요.”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손목시계를 한 번 더 보더니, 휴대전화를 꺼냈다. 십 분이 된 모양이다.

 “마침 십 분이 되었군요. 뭐, 저는 어쨌든 그 아이의 말대로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에서 살고 있어요. 하지만 그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죠. 저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그녀는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조작하더니, 귀에 가져다 댔다.

 “그러니까 이사님이 죽도록 하지는 않을 게요.”

 얼마가지 않아, 상대가 전화를 받고, 비서가 말을 시작했다. 이제 한시름 놓겠다. 나머지는 비서가 알아서 할것이다.

 “네? 지금 헬기가 전부 사고 현장에 지원을 갔다고요? 알았어요. 빨리 구급차라도 보내주세요.”

 그녀가 전화를 끊더니 우리를 보며 말했다.

 “들었죠? 아무래도 상황이 안 좋아요. 우리끼리라도 응급처치를 하는게.”

 “젠장 십 분이라는 지시는 도대체 왜 내린거야?”

 “아마.”

 세정이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너무 많이 울은 모양이다. 이거 요즘 세정이 우는 걸 너무 많이 봤다.

 “아마, 십 분이면 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겠지. 약에 이 십분이란 시간이 필요한건 몰랐고, 신고를 아주 안하면, 자살 방조가 되니까. 이런 곳에 감시 카메라가 없을리도 없고.”

 나는 세정의 말에 납득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 보인 뒤, 비서를 향해, 말했다.

 “가서 물이라도 가져와요. 주사는 진즉에 압박을 했어야 하지만 이미 늦었고. 먹은 약이라도 약간이라도 희석시키려면.”

 “안 될거예요.”

 “왜?”

 “그게, 먹은 약은 사실 독이 아니라 촉매제 역할만 하는 약이고, 실제로는 주사한게 진짜 효과 있는 독이라.”

 “그럼 진즉에 압박이라도 했어야지.”

 “헬기가 오면 제 시간에 병원에 도착했을 거예요.”

 젠장, 제대로 된 비서가 아니라, 거두어준 사람이라 일처리에 보험이 없군.

 “이러면 어쩔 수 없어.”

 나는 차마 이 말을 세정에게 할 수가 없었다.

 “이제부터 기도하는 수 밖에.”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대원들이 들어오고, 숨이 약해진 그를 밖에서 대기하던 구급차로 옴겼다. 세정이 보호자 대신으로 동행했고 나 역시 함께 구급차에 올랐다. 다행이 어린 학생들이라 둘 다 태워주었다.

 병원으로가는 그 짧은 시간이 마치 영원처럼 느껴졌다. 옆에 앉은 세정은 누군지 모를 이에게 계속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다급히 달려가는 차안에서 구급대원은 계속 그의 호흡을 되돌리려고 노력했다.

 “결국 병원에 도착해서 치료를 하려했지만, 도착 직후에 죽었다.”

 “어. 의사는 우리나 비서에게 죄책감가지지 말라고 하더군. 그런 약이면 아마, 일찍 와도 살리기 힘들었을 거라고. 뭐, 비서를 원망하지는 않아. 그건 세정이도 마찬가지고.”

 내 말에 세정이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 사람들이나 회사 사람들, 친척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딸인 세정은 장례식도 첫날만 잠깐 참가하고, 그 이후에는 평소처럼 우리 집에서, 나와 지내고 있다. 장례식에는 나 역시 함께 갔는데, 그 사람의 자식으로 보이는 여자와 남자가 나에게 누구인지 묻는 일이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와 대학생인 것 같은 여자에게, 나는 이렇게 답했다.

 “댁들 아버지가 남긴 녹음에 등장하는 권 하 준이라는 사람. 댁들이 아버지가 죽을때 옆에 있던 사람이지.”

 그들에게 악감정이 있던건 아니지만, 세정 역시 두 사람을 꺼린 다는 것을 떠올리고 말을 함부로 했다.

 당연히 그들은 나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따져들려고 했는데, 그걸 옆에서 세정이 제지했다.

 “언니도 오빠도, 그만들하지? 조금 있으면 조문객들도 들이 닥칠 건데, 그 사람들 맞아야지. 그래도 오빠는 상주인데.”

 그러고 보니 상복에 두 줄짜리 완장이 있네, 고등학생정도긴 해도, 장남인 이 녀석이 상주겠군. 나는 그 녀석의 어깨를 한 번 툭치고 ‘수고하게나.’라고 말하고 그 녀석을 지나쳤다.

 “야, 저 녀석이 건방지게. 이리와서 얘기좀 해.”

 그 녀석의 말은 그냥 무시해버렸다. 본인이 올 줄은 모르는 건가.

 “야, 저 녀석은 신경 쓰지도 마. 그건 그렇고 최 세정, 너. 옷이 왜 그래. 그게 뭐야?”

 이번엔 세정의 배다른 언니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세정이 입고 온것은 우리 학교의 교복이었다. 나 역시 교복 차림이었고. 정장이 없는 학생이라, 조금 덥지만 겨울에 입는 교복을 제대로 갖춰입고 왔다.

 “분명 너 한테도 상복이 이었을 텐데?”

 “새엄마가 준 그 옷, 입고 싶지 않아.”

 “너 끝까지 엄마를 그렇게 부르는 거야? 네 원래 엄마는 얼마나 잘난 사람인데?”

 아, 저 녀석은 사내 녀석이 말하는게, 참 속이 좁다. 저런 놈은 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나 한테 가족은 아빠랑 할머니 뿐 이었어. 이제 할머니 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제 만나 주실 것 같지도 않고. 그럼 이제 나 한테는 이 녀석이 다야. 너희는 가족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

 “그 놈은 뭔데?”

 남자가 고함을 친다.

 “적어도 너 같은 놈보다는 훨씬 멋있는 사람.”

 여자가 계속 세정이를 부른다.

 “야, 최 세정. 야. 너 진짜 그럴 거야? 좀 대답해봐. 야, 최 세정.”

 “최 세정이 아니야.”

 세정은 그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 모습을 보니, 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내 이름은 구 세정이야. 아빠가 사랑한 그 이름. 너희는 평생을 가도 이해 못할 거야. 아빠가 진짜로 사랑한 사람이 누구인지. 새엄마한테 전해줘. 당신 몫으로 남은 아빠 재산은 단 한푼도 없다는 걸.”

 실제로 자식들에게 조금 씩 남기고, 전부 사회에 돌려주겠다는 유언이 있으니. 이미, 처리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유산이라면 변호사 나와야겠지만, 이건 기부니까 상관없을 거다. 우리는 그대로 간단히 절을 하고 장례식장을 나왔다. 집에 오는 내내, 세정은 개운한 듯이 웃었다. 이제는 울지 않았다.

 “뭐, 장례식도 오늘로 끝나고. 이제 다 끝난건가?”

 현준이 누구인지 딱히 지목하지 않고 물었다.

 “아니, 아직. 소영 언니도 돌아오지 않았고, 가연이와 해야할 이야기도 있어.”

 세정이 이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가연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려 했다는 것에서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 순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두 사람이 나타났다. 소영 선배와 가연이었다.

 “선배? 어떻게 된 거예요?”

 “나? 잠깐 이 애 집에 숨어있었는데?”

 “네?”

 이 애는 가연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우리 모두 당황을 금치 못했다.

 “왜 그런짓을?”

 “내가 없어야, 세정이가 자기 아빠랑 편하게 대화를 하겠구나, 싶어서. 또, 그래야 너랑 둘이 갈 수있고.”

 “그런 이유로 주위 사람들 다 걱정시키고, 사라진 거예요?”

 “응? 문자 남겼는데?”

 “그림은 또 뭐에요?”

 “이거 말하는 거야.”

 가연이 손에 들고 있던 말린 종이를 펼쳤다. 그 안에는, 나와 세정과 가연과 현준과 승우가 그려져있었다.

 “이건 뭐야?”

 “숨어만 있으면, 지루하잖아. 그래서 그렸어. 얘네 집, 원래 세정이도 같이 살았다면서? 살기 좋더만. 가연아, 가끔 가도 되지?”

 “물론이죠.”

 그 사이 꽤 둘은 친해진 모양이다.

 “미안해. 선배 숨겨주고 있던거 말 안해서. 비밀로 해달라고 하셔서.”

 “넌 거짓말 더있잖아.”

 세정이 가연에게 말했다.

 “왜, 우리 아빠를 죽이려고 했어? 살인자가 아닌거 알면서도.”

 가연은 한숨을 한번 쉬더니 답했다.

 “삼촌이 부탁을 하셨거든. 자기를 죽여달라고. 얼마안가 그 사람이 죽을 거라는 것 정도는 나도 알 수 있었어. 그래서 그 사람이 죽고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을 모은 거고. 그게 바로 ‘시험’이라고 부른 거였어. 미안해, 세정아. 이제야 말해서. 정말로 미안해. 네가 힘들거라는 건, 생각 못하고.”

 가연의 말에 세정은 이제야 이해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이해가 갔다. 가연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런 거였구나. 아니야. 내가 오히려 미안해, 가연아. 힘든 일은 전부 너에게 떠넘기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두 사람을 돌아보며 현준이 말했다.

 “이제 정말 끝난 건가?”

 “어. 그래. 이제 끝이야.”

 나는 그의 물음에 답했다. 그리고 세정을 향해 말했다.

 “세정아, 내일은 학교가지 말고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

 “네 아버지 댁. 그곳에 있는 사진들도 가져오고. 네 할머니도 계신다며. 인사는 드리고 나와야지? 이제 아빠라는 연결 점이 없어서, 만나기 어려울텐데. 그리고,”

 나는 웃음을 한 번 짓고, 말을 잇는다.

 “구경가기로 한 곳, 있잖아. 그 날 못갔으니까, 내일가자.”

 내 말에 세정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다시 어린 아이처럼.

 “응.”

 이라고 답한다.

 “뭐야, 둘이서만 가기야? 거기가 어딘데?”

 승우가 의문을 던진다. 하지만, 나도, 세정도 웃음으로만 답한다.

 “너는 좀 빠져라. 내일은 쟤네 둘이 데이트하게. 그 대신.”

 가연이 승우에게 눈을 찡긋하며, 말한다.

 “그 대신 너는 나랑 놀자.”

 가연의 말에 승우도 기분 좋게 웃는다.

 “참나, 이 놈들이. 세정아, 언니보다 먼저 연애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미안해요.”

 내가 대신 사과한다.

 “안 되겠다. 난 너라도 잡아야겠다. 현준아 누나 한테 와라.”

 선배의 말에, 모두가 웃는다. 그렇다. 이제 다 끝났다. 정말로 끝났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였다.

 세정의 아버지가 주신 이 반지를 언젠가, 세정에게 끼워주는 일만 남았다. 내가 세정의 곁을 떠나지 않게 다짐한 후에 주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그건 그리 먼 미래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지금 내 옆에서 밝게 웃고 있는 이 소녀를 정말로 깊이 좋아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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