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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5부 애착관계의 형성(1)
작성일 : 16-09-06 16:22     조회 : 549     추천 : 0     분량 : 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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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와도 참된 사랑을 나눌 수 없다.

  사랑은 본능이지만 냉철한 이성에 의해서 비로소 고결하게 완성된다.”

 

 

  승희는 준우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선임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선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메시지가 왔다.

  //죄송해요. 지금 회의 중이라서요. 제가 퇴근하면서 연락드릴게요.//

  승희도 메시지로 대답했다.

  //응. 그래//

  승희는 머뭇거리다가 메시지를 추가로 보냈다. 고민하다가 하트 이모티콘도 함께 보냈다.

  //저녁 같이 하자.//

 

  승희는 집으로 돌아와서 준우의 방을 둘러봤다. 준우가 챙겨간 것은 옷 몇 벌과 칫솔 뿐이어서 지금이라도 준우가 들어와 침대에 누울 것만 같이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준우가 아끼던 책들과 프라모델도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승희는 주방에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거실로 갔다. 준우가 사랑마을학교를 고집하지 않았다면 봉구를 만나는 일도 절대 없었을 것이다. 지인들을 통해 승희가 들은 마지막 소식은 십년 전, 봉구가 교육부에 사표를 내고 홀연히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소수 야당에 입당해 정치인을 준비한다는 등,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서 거기에 정착했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있었지만 확실한 것은 없었다. 준우가 말한 학교를 알아보던 중에 봉구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몇 달 전의 일이었다. 봉구는 승희의 대학 선배였고 사람들이 승희와 캠퍼스 커플이라고 오해할 만큼 이년을 붙어 다녔던 사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봉구의 모든 것이 좋아 보였던 시절이 있었던 자신이 신기할 지경이다. 승희는 내일 사무실로 돌아가면 처리해야할 업무가 꽤 되었지만 오늘은 일단 잊기로 했다. 오후 시간은 간만에 휴식을 취하고 저녁에는 주선임을 만날 것이다.

  주선임과 승희는 연인 사이였다. 주선임은 승희의 직장이 A시로 내려오면서 경력직으로 채용된 선임연구원이었다. 승희의 팀으로 발령이 나서 가까워지게 되었고 얼마지 않아 그들은 연인이 되었다. 연인이 되자 같은 팀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해진 승희가 주선임에게 작년 전반기 인사이동 때 다른 팀으로 인사이동을 신청할 것을 권유했고 주선임은 두말없이 이를 수용했다.

 

  - 공부하다보니까 서른이 다 되었더라구요. 워낙 취업이 안된다고 하니까 석사학위 따고 여기저기 지원서를 냈는데 제가 너무 눈이 높았는지 다 떨어졌어요. 정말 어쩔 수 없이 박사과정에 들어갔었죠.

  - 흠, 그런가. 취업이 그렇게 힘든가요? 저는 잘 몰랐네요.

  - 팀장님은 S대 출신이시잖아요. 아마 잘 모르실 수도 있어요. 박사과정을 서울에서 해도 결국 저는 지방대 출신 꼬리표가 따라다녀요. 그나마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되서 제가 합격한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저는 지금 요새 너무 행복해요.

  주선임이 갓 들어왔을 때 팀 회식 후, 승희와 2차를 가게 되었고 그때 주선임이 들려준 얘기였다. 승희가 A시로 내려온지도 이년이 지났다. 정부의 ‘혁신도시’ 플랜 때문에 지난 몇 년간 20% 이상의 직원들이 이직 및 퇴직을 했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토박이로 자라온 직원들 중에서 부양가족이 딸리지 않은 젊은 층의 직원들이 대부분 퇴사를 결정했다. 그들에게 서울을 떠나는 것은 마치 후진국으로의 이민쯤으로 생각되는 모양이었다. 승희도 많은 고민을 했다. 승희의 스펙이면 원하는 어떤 곳으로든 이직이 가능했다. A시는 승희의 고향이었다. 승희가 대학 입학전까지 태어나 고등학교 마친 곳이 A시였고, 승희의 부모님이 살고 계셨다. 결정적으로 승희는 준우를 위해 지방을 선택했다. 승희는 준우를 위해 서울에 남고 싶었지만 준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서울에서의 삶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했다. 준우는 아이답지 않게 시골에서의 전원생활을 종종 얘기했다. 승희도 많은 고민을 하며 결국 직장을 따라 내려왔고 A시로 내려온 공공기관들이 대게 그렇듯이 직원의 구성에 불균형이 왔다. 실제 지방으로 이전하자 2.30대의 명문대 출신의 직원들은 대거 이직을 했다. 이를 신규 및 경력 채용으로 메웠는데 그 때 주선임이 채용되었던 터였다.

 

  - 일할 때도 집에서 놀 때도 팀장님이 생각나요. 좋아요. 저랑 만나보실래요?

  - 알고 있어요. 팀장님께 아픔이 있다는 거. 우리 함께 잘 헤쳐나가요. 저는 할 수 있을거 같아요.

  주선임은 승희보다 일곱 살 연하였으며 그가 지나갈 때 마다 여직원들의 수근거림은 승희에게도 들려왔다.

  - 정말 우리 회사에 보물이야. 저런 외모가 박사라니. 어떻게 공부만 하고 있었을까.

  - 그래, 학부가 지방대라도 외모는 서울 방송국 아나운서급이잖아. 아니다, 연예인급이랄까.

  그런 주선임이 승희에게 고백을 했을 때 승희는 큰 고민 없이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경호와 이혼 후 십년을 넘게 준우를 키우면서도 남자친구가 없었던 적은 거의 없었다. 승희는 A시로 내려오게 되면서 서울에서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이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별하고 싶던 차에 직장을 핑계로 정리한 것이 더 진실에 가깝다. 방송국 PD였던 전 남자친구는 이혼남에 아이가 두 명이었다. 그는 승희에게 집요하게 자신의 아이들과 친해지기를 요구했고 그 일로 승희는 내심 짜증이 났던 차였다. 그 남자와의 연애 덕분에 다시 연인을 만들게 되면 이혼남이든 총각이든 아이 없는 싱글인 사람을 만나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차였다. 내 자식인 준우를 키우는 것도 힘이 드는데 남의 자식까지 보듬을 여유가 승희에겐 없었다.

 

  주선임과의 연애는 승희를 행복하게 했다. 주선임은 사회생활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승희의 눈에 어린 아이처럼 순수하게 보였다. 늘상 승희와 함께 미래를 그리고 있었고 그럴수록 승희는 약간의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연애는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흘러갔다. 주선임은 승희를 존중했고, 배려했다. 어느 새 승희도 주선임과의 연애가 일상으로 익숙해지고 있었다.

 

  - 팀장님, 설마 놀라신 건 아니죠?

  - ...... 아, 조금 갑작스럽긴 하다. 이런 얘기 전혀 없었잖아?

  승희는 정성을 들여 화장을 하고 캐쥬얼한 수트를 골라입고 주선임과의 약속장소로 나갔다. 저녁 식사를 마칠 때 즈음, 주선임은 승희에게 자신의 청첩장을 내밀었다.

  - ... 그럼, 팀장님은 저랑 어떻게 되실 거라고 생각하셨어요? 저랑 결혼하실 마음은 있으셨어요? 제가 팀장님만 바라보면서 주변에서 계속 있어주기를 바라셨어요?

  승희는 어쩌면 그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차마 그걸 표현할 수 없었음은 자신의 마지막 양심이었을 것이다.

  - 제가 항상 당신 옆에 있어요. 저는 오직 당신만 바라보고 있어요. 당신한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그냥 저와 평생 연애해요.... 이런 말이 팀장님이 원하는 얘기인가요?

  - 빈정대지는 마.

  - 주변에서 저를 미쳤다고 욕해도 괜찮았어요. 팀장님이 곁을 내어주면 저는 팀장님이랑 평생을 함께 할 마음도 있었어요. 저도 남들처럼 아이의 아빠가 되고 싶고, 팀장님의 아들도 제가 품으면서 제 아이를 낳아서 함께 기르고 싶었어요. 그렇게 함께 하고 싶었지만 팀장님은 늘 아이를 키우는데 무언가 한이 있는 사람처럼 굴었어요. 누군가 그랬어요. 여자가 남자를 정말 사랑하면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그 남자의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싶은 것은 본능이라고.

  - 나랑 그런 얘기를 해 본적도 없잖아.

  - 이런 대화를 꺼내기도 전에 아이 키우는게 힘들고 다시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저한테 하소연 하셨잖아요.

  주선임도 그동안 많이 힘들어 했던 것이 역력한 눈치였다.

 

  -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제 결혼식 오셔서 축하해주시면 좋겠어요. 어차피 팀장님 맘이시겠지만, 그래도 저 지난 이년간 정말 팀장님 사랑했습니다. 단지 인연이 여기까지인 걸로 생각해주세요. 그리고 미안해요. 제가 팀장님을 변화시킬 수 있을만큼까지 팀장님을 위하지 못한 것...

  승희는 주선임의 말을 잘랐다.

  - ......얘기는 모두 잘 알아들었어. 나, 먼저 일어나도 될까.

  승희는 주선임의 대답을 듣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별하는 연인들은 언제나 슬프다. 주선임은 승희를 정말 사랑했고, 그녀가 아이가 하나 딸린 이혼녀인 것은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승희는 주선임에게 장밋빛 미래를 주지는 못했다. 사랑과 연애, 결혼, 아이, 가족은 참 묘한 것이었다.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니면서 또 하나였다.

  승희는 집으로 돌아와서 냉장고에 있던 소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이 소주를 다 먹고 정신이 몽롱해지면 잠들고 그렇게 내일 일어났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주선임의 결혼식은 한달 후 치러졌으나 승희는 팀원을 통해 축의금을 보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그나마 주선임과 같은 팀이 아니어서 매일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이 다행이라고 승희는 감사했다. 후에 승희는 주선임과 결혼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만 부질없는 생각임을 승희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주선임 앞에서 태연한 척하려 애썼지만 실제로는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것이며 마음 역시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는 남녀노소를 떠나서 언제나 비슷하다. 상처주고, 상처받는 것은 그 경험이 많다고 해서 고통이 덜하거나 더 하지 않다. 어머니는 대체로 자신이 통제하는 관계를 가져왔다. 주선임과의 관계는 예외였다. 어떻게 포장하더라도 그와의 관계는 어머니가 통제할 수 없음이 명백했다. 어머니의 성격상 주선임을 믿고 마냥 따라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의 시작은 아름다웠으나 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세속적이었다. 진정한 사랑을 간절히 원했지만 이기적이었던 어머니에게 그는 상처를 주었고 그렇게 그들의 사랑도 종지부를 찍었다. 주선임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를 기다리기에 시간은 부족했고 그의 욕망도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주선임과의 연애는 궁극적으로 어머니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었다. 때마침 나도 학교에 있어 어머니의 곁에 내가 없었으며, 2년 동안 만난 남자친구는 이별을 고했다. 아버지와의 이혼 후 줄곧 남자친구가 존재했던 어머니로서는 외로움을 견디기 힘들었고,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어머니로서는 아무 남자나 만날 수도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뜻하지 않게 나로 인해 첫사랑과 조우했고, 주변에 자신을 보듬어 줄 이성이 부재한 상태에서 차근차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 동안 자신이 몰랐던 삶의 가치들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그때 ‘주는만큼 받는다’는 아주 소박하고 보편적인 진리에 대해서 처음으로 생각했다. 나는 주선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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