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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빌런이 너무 약해서 내가 빌런이 되기로 했다.
작가 : 하얀유령
작품등록일 : 2017.10.31

히어로와 빌런,초능력자란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게된 근미래.

'최강의 빌런'이 목표인 글러먹은 소년 '임태성'은 부친의 추천으로 히어로 전문육성학교 '개벽'에 입학하게 되는데...

 
Chapter 5.역경의 셔틀소녀(8)
작성일 : 17-12-17 17:30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1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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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지나고 또다시 해가 서산 너머로 저물었다.

 

 완전히 어둠에 물든 밤거리를 즉시 네온사인 불빛이 밝혔고 아직 잠들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이 즐길거리를 찾아 거리 여기저기를 누볐다.

 

 - 철컹.

 

 중심가에서 비교적 떨어진 한 대형 건물의 철문이 서서히 열려나갔다.

 

 원래는 어느 이름모를 대기업의 자재창고로 쓰이던 곳이었으나 해당 기업의 부도로 급히 매각 처분을 했던 곳이었고 아직도 내부엔 미처 처분하지 못한 여러 자재들이 상당량 남아있었다.

 

 "꽤 늦었는데? 기다리다 지쳐서 잠들 뻔했다고.이하생략."

 

 곧장 문 안으로 들어선 남학생,아니 '임태성'에게 난데없이 껄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껏 멋을 낸 붉은머리에 반쯤 풀어헤친 흰 블라우스 상의,타인을 얕잡아보는 자만에 찬 눈매가 단박에 태성의 눈동자로 파고 들어왔다.

 

 "할 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장소 선정이 참 뭣같구만? 이게 요즘 너희 일진들 트렌드냐?"

 

 빈정대는 태성에게 붉은머리의 남자,아니 남학생은 키득대며 웃었다.

 

 "키킥.트렌드는 무슨..그보다 진짜로 찾아올줄은 몰랐는데?"

 

 "뭐, 원래같았으면 귀찮아서 그냥 니 연락이고 뭐고 다 씹었겠지.단 둘이 조용히 만나자고 하길래 특별히 인심써준거다.홍규혁."

 

 "하핫.그거 열라 고마운데? 뭐 좋아.그럼 어디 얘기나 좀 해보자고."

 

 이어지는 규혁의 말에 태성은 즉시 앞으로 걸어나왔다.

 

 태성이 다가오자 규혁은 슬쩍 담배를 한개비 꺼내더니 이내 불을 붙혔고 곧 서로 마주보고 선 둘 사이로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딱 잘라서 얘기하지.난 니가 마음에 들었다.성질도 그렇고 교내를 은근히 주름잡는 니 명성,그리고 싸움실력까지 전부 다 말이야."

 

 "저번에도 한번 말했을텐데? 난 너같은 새끼 꼬붕되는 것 따윈 하나도 관심없다고."

 

 "아, 물론 그랬었지.확실히 그때는 내가 너무 서두른 것 같더군.그래서 이번엔 방식을 좀 바꿔보기로 했지."

 

 "그래봐야 뻔할텐데? 뭐, 어디 한번 지껄여보던가 그럼."

 

 여전히 빈정대는 태성의 태도에 규혁의 미간이 아주 약간 구부러졌다.

 

 애써 짜증을 참아낸 규혁은 곧장 상의 주머니를 뒤지더니 종이 쪼가리 한장을 꺼냈고 곧장 태성에게 종이 쪼가리를 바짝 내밀었다.

 

 "이건 뭐냐? 400만? 대체 뭘 적어놓은거야?"

 

 "크큭.뭐긴 뭐야? 니 녀석이 내게 가담해준다면 매달마다 받게될 포인트 액수지.일단 한번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들어주도록 하지."

 

 "하아..이젠 하다하다 포인트로 꼬셔보겠다? 웃기고 자빠졌네.기왕 부를거면 액수나 좀더 크게 부르던가."

 

 "하핫.역시 그렇게 나오는거냐? 좋아.그럼 500만 포인트는 어떠냐?"

 

 "글쎄..애초에 매달 학교에서 받는 돈이 그거보단 많은 걸로 기억하는데?"

 

 "추가소득이라 생각하라고.뭣보다도 내 부하가 되면 니가 이 학원 부지에서 저지른 죄는 거의 다 무마할수 있어.나랑 날 따르는 놈들 뒤엔 학생회 부회장 '백기용'이 철저히 봐주고 있거든."

 

 이어지는 규혁의 말에 태성은 짐짓 피식하며 웃어보였다.

 

 "흐음~그래? 그거 대단하네..근데 미안해서 어쩌나? 난 이미 평소에도 내가 하고싶은대로 다 하면서 살고있거든."

 

 "크큭.그러지말고 좀더 잘 생각해봐.넌 다른 녀석들보다는 여러모로 우월한 존재다.그런 니가 다른 녀석들이랑 굳이 똑같은 대우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겠어? 좀더 좋은 대우,니 멋대로 할수있는 그런 권력을 가져야하는게 당연하잖아?"

 

 "우월 좋아하네.죽빵 맞으면 강냉이 나가고 총맞으면 뒤지는건 다 똑같거든? 아, 물론 둘다 피하면 장땡이긴 하다만…."

 

 반쯤 농담 조로 대꾸하는 태성에게 규혁은 곧 뭐가 그리 우스웠는지 크큭거리다가 이내 대소를 터뜨렸다.

 

 "후훗..으하하핫! 이거 장난아니게 꼴통인데? 아, 좋아좋아.뭐 정 그렇게까지 나온다면야 더이상 포섭을 해봐야 별로 소용이 없겠군."

 

 "그야 당연하지.애초에 날 만족시키려면 적어도 교장 정도는 쌈싸먹을 정도의 권력을 보장해야할걸? 일진 두목 밖에 안되는 놈한텐 당연히 무리수지."

 

 재차 빈정대던 태성은 이내 코웃음을 치며 규혁을 빤히 바라보았다.

 

 잠시 제 이마를 부여잡고 웃던 규혁은 갑자기 훅하며 두 손이 불길에 휩사였고 이에 뒤로 슬쩍 물러선 태성에게 규혁이 다시금 고개를 들어올렸다.

 

 "크크큭..뭐 좋아.그렇게까지 나온다면 나도 더이상은 참지않겠다! 무슨 수를 써서든 널 이 자리에서 조져놓는 수밖에!"

 

 "흐음..뭐 그것도 좋지.꼴에 너도 셀렉션인 모양인데..그래봤자 날 조지는건 무리일걸?"

 

 "글쎄.과연 그럴까?"

 

 문득 태성에게 반문한 규혁의 뒤로 온갖 무기를 든 남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한눈에 봐도 5반 학생들이란걸 알수있었던 그들은 하나같이 쇠파이프나 각목,또는 자재 더미 사이에서 찾아낸 각종 공구들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딴 걸로 날 조져놓겠다고? 니들 진짜 빡대가리 아니냐? 저번에 그렇게 쳐맞았으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네?"

 

 "크크큭.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다! 죄다 쳐버려!"

 

 곧바로 터져나온 규혁의 외침에 남학생들이 모두 우왁하며 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들이 달려듦과 동시에 태성은 재빨리 모션아이를 가동했고 덕분에 쇠파이프와 온갖 흉기들은 애꿏은 허공을 내리갈랐다.

 

 - 투곽! 퍽!

 

 짐짓 공격을 피하기만 하던 태성이 헛스윙을 휘두른 몇몇 학생들을 대차게 후려찼다.

 

 나름 질겁을 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악에 받친 학생들은 더욱 거세게 태성에게 달려들었고 이에 슬쩍 뒤로 크게 물러난 태성은 사방으로 학생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으하핫! 천하의 이하생략도 별거 아니었는데? 이젠 좀 내 부하가 될 마음이 생겼냐?"

 

 "그럴리가..있겠냐? 뭔가 착각하나본데..지금 니네가 날 포위하고 있는 것 같지?"

 

 "뭐..뭔 개소리야 갑자기?"

 

 슬쩍 규혁이 당황하던 찰나 권총을 뽑아든 태성이 머리 위로 방아쇠를 한번 당겼다.

 

 거침없이 울려퍼진 총소리에 태성을 포위하고 있던 학생들도 움찔하며 물러섰고 그 순간 창고의 우측 벽 가운데가 X자로 갈라지더니 쌍검을 빼어든 명희가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여어.이거 벌써 한바탕하고 있었네? 나도 좀 끼워달라고!"

 

 "으헉?! 마..말도 안돼! 검귀가 어째서 여기에?!"

 

 "그 녀석만 여기 온게 아니라고? 다 튀어나와!"

 

 곧바로 이어진 태성의 외침에 창고의 정문으로 나현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좌측으로 난 비상문과 뒷문에선 각각 명호와 유사범이 동시에 안으로 뛰어들어왔고 이내 창고 안에는 아비규환의 현장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크악!!"

 

 "으아악!!"

 

 "아악!!"

 

 저마다 다채로운(?) 비명소리를 내뿜은 남학생들이 흡사 추풍낙엽처럼 우수수 허공을 날았다가 이내 쓰러져갔다.

 

 가장 먼저 학생들 사이로 파고든 명희가 쌍검을 휘두르며 남학생들을 단숨에 벌거숭이로 만들었고 좌측으로 파고든 명호가 그런 학생들을 업어치고 집어던지며 흡사 탱크마냥 앞으로 전진했다.

 

 뒤쪽으로 접근한 유사범은 기공력이 실린 발차기와 손날치기만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을 일격에 때려눕혔고 정중앙에 서있던 태성과 나현은 그야말로 환상의 콤비를 자랑했다.

 

 - 빡! 우지끈! 와장창!!

 

 나현의 괴력 펀치와 킥에 적중당한 학생들이 야구공마냥 허공을 슝슝 날아갔다.

 

 미처 숨통이 끊어지지 않은(?) 학생들은 태성이 친히 이마와 등에 테이져탄을 박아주었고 불과 십여분 남짓도 지나지않아 홍규혁을 제외한 모든 학생들은 깡그리 전멸해버렸다.

 

 "이..이건 말도 안돼.니 녀석 이곳에 혼자왔던게 아니었냐?!"

 

 "응? 내가 언제 그랬어? 애초에 니가 보낸 문자엔 '혼자'란 단어는 없었지 않았냐?"

 

 "이..이 빌어먹을 놈이..! 그래 좋아! 이렇게 된 이상 그럼 나도 이판사판이다!!"

 

 순간 사방으로 포위된 홍규혁의 온몸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전신은 물론이고 머리칼마저 화염이 되어 불타오르기 시작한 그는 사방에 불길을 퍼뜨리며 무섭게 태성에게 달려들었다.

 

 - 후와악! 화르륵!!!

 

 불길로 이글거리는 규혁의 양손 공격을 태성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규혁의 주변으로 계속해서 불길이 옮겨붙는 탓에 나현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섣불리 규혁을 공격할수 없었고 이내 조소를 짓던 규혁이 곧장 태성에게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크하하핫1 어떻게 된거냐 임태성! 기껏 부하들까지 불렀는데도 고작 피하는게 다냐?!"

 

 "지랄하고 자빠졌네.공격이나 좀 똑바로 맞추고 나서 그딴 소릴 지껄이지 그래?"

 

 단숨에 반박하는 태성의 말에 규혁은 더욱 열이 올랐는지 아예 태성을 향해 거대한 화염덩어리를 내던졌다.

 

 하지만 이미 진행방향을 꿰뚫어보고 있던 태성은 화염덩어리를 측면으로 피한 뒤 그대로 규혁에게 쌍권총을 들어 집중 사격을 퍼부었다.

 

 - 투타타타타탕!!!

 

 "으하하핫! 간지럽지도 않다! 이 화염 갑주에 그딴 장난감이 통할거라 생각했냐?!"

 

 태성이 난사한 탄환들은 하나같이 규혁의 몸에 닿기도 전에 모조리 불타없어졌다.

 

 잠시 칫하고 혀를 차던 태성은 곧장 주변을 두리번대기 시작했고 이내 뭔가를 발견한 태성이 즉시 나현을 돌아보며 빠르게 입을 열었다.

 

 "나현아! 거기있는 소화기 좀 저놈한테 던져!"

 

 "네? 소..소화기는 갑자기 왜요?"

 

 "일단 해! 최대한 정확히 던져!"

 

 태성의 외침에 나현이 곧바로 등뒤에 걸려있던 자기 키만한 산업용 소화기를 들어올렸다.

 

 나현은 최대한 힘껏 규혁을 향해 소화기를 집어던졌고 그 순간 명희를 돌아본 태성이 다급히 명희에게 소리쳤다.

 

 "어이 명희! 소화기를 잘라! 최대한 깔끔하게!"

 

 "오케이!"

 

 태성의 외침에 순식간에 자세를 잡은 명희가 나현이 내던진 소화기를 일도양단해버렸다.

 

 바로 눈앞에서 갈라진 소화기 속 분말이 순식간에 규혁의 온몸을 뒤덮었고 이내 온통 흰색 분말 범벅이 된 규혁에게 태성이 철컥 소리나게 총을 겨누었다.

 

 "자, 어디 그 상태에서도 한번 불타보시지? 이 인간 토치 새꺄."

 

 "쿨럭! 커헉! 무슨 개같은 짓을..! 어..어라? 뭐야?! 어째서 불이..?!"

 

 희한하게도 규혁의 몸에선 더이상 불길이 솟구치지 않았다.

 

 전혀 뜻밖의 상황에 규혁은 어떻게든 불타오르려(?) 용을 썼지만 불은 한번 확 타오르려다가 이내 푸쉭하고 맥없이 사그라들었다.

 

 "대..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이 망할 새꺄!!"

 

 "뭐긴.산업용 소화기 분말을 직통으로 쳐맞았는데 당연히 불이 안나지.그걸 깨끗히 씻어내기 전에는 타오르긴 커녕 성냥불도 하나 제대로 못 킬꺼다."

 

 "뭐..뭐야?!"

 

 "능력자가 능력을 못쓰면 일반인이랑 다를 게 없겠지? 니가 자랑하던 화염 갑주도 이젠 못 쓰게 됐으니 남은 건..X나 쳐맞는 거다!"

 

 순식간에 씨익 조소지은 태성이 무자비할 정도로 규혁에게 탄환을 퍼부었다.

 

 수십발의 충격탄과 테이져탄이 연달아 규혁의 온몸을 강타했고 이내 비틀대기 시작한 규혁의 정면으로 나현이 순식간에 파고들었다.

 

 - 뻑!!

 

 단 한방의 펀치에 규혁의 허리가 가로로 확 접혀졌다.

 

 대포알처럼 날아간 규혁은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처참하게 날아갔다가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고 이내 그의 앞으로 다가온 나현이 주먹을 부릅 움켜쥐며 당당히 일갈했다.

 

 "수아를 괴롭힌 벌이에요! 누워서 바짝 반성하라구요!"

 

 거칠게 한마디 내뱉는 나현의 모습에 태성과 다른 이들은 피식 가볍게 웃음지었다.

 

 대충 상황이 정리되자 태성은 무릎을 툭툭 털고는 기지개를 쭉 폈고 그 순간 느닷없이 터져나온 삐익하는 소리가 태성의 귓속을 파고들었다.

 

 "문제학생들에게 알린다! 지금 이 건물은 개벽의 학생회 집행부 임원들이 포위하고 있다! 순순히 나와서 학교의 심판을 받아라!"

 

 "엑? 무..문제학생이라니? 혹시 우리 말하는 거에요?!"

 

 갑작스런 확성기 음성에 놀란 나현이 곧장 당황하며 태성을 돌아보았다.

 

 명희와 명호,유사범 또한 적잖이 의아한 얼굴로 태성을 돌아보았고 이에 어쩐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있던 태성이 모두를 인솔해 창고 정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네네.여기 문제학생들 대령했습니다요.체포담당자 분 얼른 나오시죠?"

 

 "핫! 말 안해도 이미 기다리고있었다! 임태성! 니 녀석이 무고한 5반 학생들을 이곳으로 불러내 무자비하게 폭행하고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순순히 학교의 심판을 받아라!"

 

 단숨에 태성의 앞으로 걸어나온 이는 지난번 비스마르크에서 한번 보았던 매우 낯익은 얼굴의 사내였다.

 

 훤칠한 키에 깎아내린듯한 각진 얼굴,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는 흰 학생회 제복이 흡사 양복과도 같이 보였다.

 

 잘 정돈된 올빽머리에 날카로운 눈매를 지니고있던 그는 오른팔에 학생회 소속을 나타내는 완장과 함께 은색의 다이아 배찌를 달고있었고 가슴팍에 달린 명찰에는 '백기용'이란 세 글자가 정자로 고스란히 새겨져있었다.

 

 "난 학생회의 부회장인 '백기용'이다! 임태성! 현 시간부로 너를 무차별 폭행의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자율처벌권을 발동해 니놈의 죄에 대한 선고를 이 자리에서 내리도록 하겠다!"

 

 "아, 역시 그렇게 나오는건가? 뭐 좋아.체포하라면 체포하라지.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게 맞는 거잖아?"

 

 "후훗.이해력이 빠른 녀석이로군.좋다.집행부 임원들! 당장 이 자를 체포해라!"

 

 이어지는 기용의 외침에 곧장 그의 좌우에 늘어서있던 검은 제복의 집행부 임원들이 태성의 주변을 에워쌌다.

 

 나현을 비롯한 태성의 급우(?)들은 어쩐 이유에선지 순순히 임원들의 뒤로 물러났고 이내 씨익 조소를 짓던 백기용의 뒤로 문득 철컥하는 외마디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뭐..뭐야? 이게 무슨 짓이냐?! 내가 아니라 임태성 저놈을..!"

 

 "거 범죄자 주제에 조용히 하시죠 부회장? 지금부터 당신을 무고죄 및 학생 간의 폭력 및 금품갈취 방조죄,뇌물수수 혐의로 전격 구속하겠습니다."

 

 곧바로 부회장 뒤로 나타난 집행부 제복 차림의 유정이 부회장의 팔을 꺾으며 양팔에 수갑을 채웠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에 백기용은 어버버한 얼굴로 유정을 노려봤고 이에 피식 조소를 지은 태성이 팔짱을 낀채 부회장에게 빈정거리기 시작했다.

 

 "어이구..그러게 좀 착하게 사셔야지.왜 비리같은걸 저질러서 그렇게 험한 꼴을 당하십니까? 그것도 부.회.장씩이나 되시는 분이?"

 

 "대..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냐?! 유정..이러고도 니놈이 무사할줄 아느냐?! 이건 상관모독죄다!!"

 

 "어차피 이젠 상관도 아니잖습니까? 학생회 임원 수칙 그 3번째.소속 임원은 누구를 막론하고 범죄 행위를 벌이거나 이에 동조,혹은 방조할 시 모든 지위를 박탈하고 학생회에서도 영구 제명한다.혹시 잊은 건 아니겠죠?"

 

 칼같이 대꾸하는 유정의 말에 부회장은 더욱 어이가 없었는지 동공이 보름달 사이즈로 크게 확장되었다.

 

 "뭐가 어떻게 됐는지 X나게 궁금하지? 댁은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고 난 그걸 덥썩 낚아챈거야.낄낄낄."

 

 "이..임태성!! 대체 니놈 집행부에 무슨 수작을 부린거냐! 감히 현행범 주제에 부회장인 나를 이 꼴로 만들다니..!!"

 

 "아, 거참 시끄럽네 진짜.현행범은 내가 아니라 그쪽이라고요.뭣하면 증거 보여줄까?"

 

 이어지는 태성의 말에 백기용은 뭣도 모르고 단숨에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뒤를 돌아본 태성은 큰 소리로 "다희야!!"하며 창고를 향해 외쳤고 그러자 반쯤 열려있던 정문의 틈새로 연보라색 반곱슬머리를 한 작은 여자애가 쪼르르 태성의 옆으로 달려나왔다.

 

 "그..그 여자애는..분명 학생회의 이다희..?"

 

 "그래 맞아.이 애의 능력은 바로 전신투명화지.애초에 내가 5반 반장한테도 힌트를 던져줬는데 전혀 이 애가 있는지 눈치를 못채더라고? 지금 이 애가 뭘 가지고있게?"

 

 곧바로 물음을 던진 태성이 다희를 돌아보며 찡긋 눈치를 주었다.

 

 다희는 옆으로 매고있던 사이드백 안에서 최신형 캠코더 하나를 꺼내들었고 이내 캠코더를 몇번 조작한 다희가 자신이 촬영한 내용을 부반장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이..이건 니가 처음 창고에 들어섰을때 아니냐?! 홍규혁도 찍혀있고 이게 대체..?"

 

 "영상을 끝까지 잘 보라고.영상 속에서 난 분명 아무런 짓도 하고있지 않지? 근데 홍규혁인지 하는 놈 봐봐.다짜고짜 사람을 매수하려들질 않나.지 뒤 봐주는 놈이 누군지도 말해주지.거기다 다짜고짜 능력까지 써서 날 공격하려고 드네?"

 

 "이..이건 말도 안돼! 난 저놈이랑 아무 관계도 없어! 그저 요주의 인물로 마킹해두고 있을 뿐이라고!"

 

 "요주의 인물이라..그래.확실히 주의할만한 놈 맞지.니 명령에 죽어라 따르면서 매달 꼬박꼬박 애들한테 뜯은 돈 상납해 바쳐주니까.내 말이 틀려?"

 

 "어..억지부리지마라! 이놈이 내 명령을 따른다는 증거라도 있단 말이냐?!"

 

 "왜 없어? 다희야.꺼내온거 좀 줘봐라."

 

 또다시 돌아보는 태성의 말에 다희는 곧바로 사이드백을 뒤지더니 두번 접힌 종이쪽지를 태성에게 건네주었다.

 

 쪽지의 내부에는 정갈하고 반듯한 필체로 태성을 어떻게 누명씌워 퇴학시킬 것인지에 대한 소상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거 분명히 댁 필체 맞지? 나름 멋부린답시고 끝에 사인까지 곁들여놨네? 아주 가관이구만?"

 

 "마..말도 안돼.이..이 종이는 분명 일치르기 전에 찢어버리거나 태우라고 말했었는데?!"

 

 잔뜩 당황하는 부회장에게 태성은 혀를 차며 곧바로 말을 이었다.

 

 "그 반장 놈이라고 대가리가 없었겠어? 당장 이 지령서는 말이야.어떻게 보면 댁을 역으로 신고먹여서 부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리게 만들수 있는 거거든? 다시말해 홍규혁은 니가 지금처럼 발뺌할때 내세우려고 이걸 일부러 없애지 않았다는거다!"

 

 "이..일부러 지니고 있었다고?!"

 

 "그래.그 새끼라고 너한테 맨날 돈 갖다바치는게 솔직히 아까웠을테니까.그러던 참에 이놈은 니 사인과 필체가 담긴 지령서를 건네받았어.넌 분명 태우거나 찢으라고 했겠지만 이놈이 미쳤다고 그러겠어? 잘만 이용하면 니놈한테 이제껏 뜯긴 돈을 죄다 돌려받을수도 있는데!"

 

 "그..그럴수가..! 그 등신같은 놈이 설마 그것까지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냐!"

 

 절규하는 부회장에게 태성은 한숨을 쉬며 마지막 일격(?)을 꽂아넣었다.

 

 "니가 아랫사람을 밥먹듯이 깔보는걸 놈은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었겠지.만약 걸리면 이 지령서를 통해 자기는 무죄방면되게 만들고 되려 널 역고소해서 학교에서 쫒아낼수 있게 되는거다!"

 

 예리하기 짝이 없는 태성의 반론에 백기용은 뭐라 할말이 없었는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심히 난감한 표정이 되었다.

 

 모든 진상을 알아차린 집행부 임원들도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거렸고 이내 그런 임원들의 사이로 난데없이 맑고도 청량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과연.그렇게 된 거였군요.실망했습니다 백기용 부회장.이런 식으로 아무 죄없는 학생들을 지금껏 강제 퇴학시켜왔다니…."

 

 "이..이 목소린..이청호(李淸湖) 학생회장?!"

 

 곧바로 고개를 치켜올리는 부회장의 앞으로 눈이 부시도록 푸른 생머리와 맑은 눈동자를 가진 제복 차림의 미소녀가 걸어나왔다.

 

 순백의 제복을 입고있던 그녀는 잡티 하나없는 피부에 명희나 채윤에 비겨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바디라인을 지니고 있었고 뭣보다 박하와도 같은 맑고 청량한 기운이 전신에 흘러넘치고 있었다.

 

 "당신이 이곳으로 향하기 하루 전에 유정에게서 당신과 5반의 반장 홍규혁이 나눈 얘기의 녹취록을 건네받았습니다.원래 이 음성파일을 녹음한건 다름아닌 당신이 퇴학시키려했던 임태성 군이었죠."

 

 "노..녹취록이라고? 그렇다면 설마 비스마르크에서..?!"

 

 곧바로 자신을 돌아보는 부회장에게 태성은 진한 썩소를 날려주었다.

 

 "현 시간 부로 백기용 당신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고 학생회에서 추방하겠습니다! 당신이 그동안 부당하게 벌어들인 포인트는 전액 회수할 것이며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최고형인 퇴학을 선고합니다!"

 

 "이..이럴순 없어.나의..나의 완벽한 미래가..!"

 

 "더이상 변명은 듣고싶지 않습니다.유정! 그 자를 교장실로 연행해 보고하고 퇴학수속을 밟게하세요.전 잠시 임태성 군과 얘기한뒤 5반 반장과 가담자들을 연행해서 바로 뒤따라가겠습니다."

 

 이어지는 청호의 말에 곧장 거수경례를 한 유정이 부회장을 이끌고 곧바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유정이 자리를 비우자 청호는 곧장 남아있던 집행부 임원들에게 홍규혁과 가담학생들을 모조리 체포하게끔 명령했고 잠시 후 줄줄이 묶여나온 5반의 반장과 그 동조자들은 처참한 몰골로 모두 바닥에 주저앉게 되었다.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군요.모든 학생회 임원들을 대표해 제가 사죄를 드리겠습니다.모쪼록 용서해주십시오.임태성 군."

 

 정중히 고개를 숙이는 청호에게 태성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손사래를 쳤다.

 

 "됐어요 됐어.어쨌든 간에 진범은 잡았으니까 그걸로 된겁니다.회장 선배가 직접 사과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런..가요? 그치만 이번 일로 당신도 심적으로 많이 괴로웠을텐데요?"

 

 "괴로웠달까..그냥 귀찮았죠 뭐.것보다 유정이 놈 통해서 요청했던 그 애는 데려온 겁니까?"

 

 "그 애라뇨? 아, 혹시 연수아 양 말하는건가요?"

 

 이어지는 청호의 반문에 태성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곧바로 미소지은 청호는 그때까지 자신의 뒤에 숨어있던 수아에게 자리를 비켜줬고 이내 우물쭈물하던 수아가 태성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아, 태..태성 오빠? 대체 어떻게 된거에요? 왜 부회장이랑 저희 반 반장이..?"

 

 "다 들었잖아? 부회장이랑 너희 반 반장은 지금껏 서로 협력하던 관계였다고.난 그놈들 뒤만 좀 밝혀줬을 뿐이고."

 

 "그..그랬군요.정말 고마워요.절 쓰레기장에서 구해주신 것도 모자라서 이렇게까지 해주시다니..정말 뭐라고 감사를 해야할지…."

 

 감동에 찬 얼굴이 된 수아는 이내 울먹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보다못한 나현이 수아의 앞으로 다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었고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태성은 옆에 서있던 회장에게 슬쩍 귓속말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어이, 회장 선배.피해보상이라기엔 뭐하다만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줄수 있어요?"

 

 "네? 뭐, 내용에 따라 다릅니다만..어떤 부탁인가요?"

 

 잠시 숙덕대기 시작한 태성은 이내 번개같은 속도로 회장에게 요청을 전했다.

 

 태성의 말을 귀담아듣던 청호는 곧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덩달아 피식 웃은 태성은 때마침 울음을 거의 그친 수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자, 수아야.너한테 지금부터 기회를 하나 줄께.널 여태껏 모질게 괴롭혔던 반장 놈한테 니 방식대로 복수하는 기회를 말이야."

 

 "보..복수라뇨? 제가 그런 걸 어떻게…."

 

 "어렵게 생각할 필요없어.회장한테 허락은 미리 구해뒀다.능력을 사용하든 싸대기를 후려갈기든 니가 좋을대로 해.반장 놈은 지금 보다시피 묶여있고 어차피 저항도 못할테니까."

 

 이어지는 태성의 설득에 수아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반장의 앞에 선 수아는 그의 머리에 양손을 홱 휘저었고 이에 반장의 머리 위로 때아닌 물벼락이 쏟아져내렸다.

 

 - 촤악!!

 

 "그헉?! 어푸어푸! 뭐..뭐야? 갑자기 왠 물이..?!"

 

 찬물세례에 정신이 번쩍 든 반장이 곧바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를 지그시 노려보던 수아는 이내 무슨 생각이었는지 커다란 물방울을 생성했고 그 속에 반장을 통째로 가둬버렸다.

 

 "뿌그륵?! 끄윽?! 뭐..뭐야 이게..?! 사..살려..!"

 

 반장이 빠져나가려 용을 써보았지만 물방울은 움찔거리며 흔들리기만 할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점점 숨이 막혀오자 반장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려버렸고 이내 반장이 의식을 놓기 일보직전에 수아는 손가락을 휘저어 방울을 터뜨렸다.

 

 "주..죽이진 않겠어요.살아서 평생을 벌받으며 살라구요."

 

 이제까지 들었던 것 중 가장 단호한 수아의 한마디에 지켜보던 태성과 나현은 거의 동시에 흐뭇하게 미소지었다.

 

 - 다음 편에 계속 -

 
작가의 말
 

 컨디션이 영 좋지 않습니다.하지만 앓는 소리만 하는 건 여러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죠.자, 아무튼 이제 5챕터도 다음 편이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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