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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소년소녀
작가 : 레슨
작품등록일 : 2017.12.1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년. 죽음을 이해하기도 사랑을 경험하기도 이른 소년에게 다가온 사건들과 소녀들.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소년은 계속 나아간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혼란과 함께.

 
17장 햇빛 한줌 없이
작성일 : 17-12-16 00:18     조회 : 298     추천 : 0     분량 : 3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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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장 리 스타트

 

 “하 준아, 일어나렴.”

 오랜만 들어보는 누군가가 깨워주는 목소리에 눈을 뜨자, 몇 달 만에 보는 부모님이 보였다. 그렇다. 5월 13일 토요일이다. 내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집에 오신 건가. 엄청 일찍도 오셨네.

 그 사실에 살짝 감동 할 뻔 했지만 시계를 보니 이미 오후 1시였다. 대단한 늦잠이었다.

 “아파서 학교도 못 갔다며. 괜찮니?”

 아아, 맞다. 나는 이틀 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감기라고 둘러 댔지만 담임교사도 정신이 없었던 상태여서 별 문제 없었다. 아마 수요일 이후로 결석하는 학생은 상당했을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우리 학급은 학생의 반 이상이 결석해, 수업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아마, 전학을 가려고 하는 학생들과 전학 보내려는 학부모들도 제법 있을 지도 모른다. 사유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 그래, 그렇다. 아무리 간절히 바란다고 해도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가연이 죽었다. 가연이 죽어버렸다. 그녀가 죽어버렸다. 학교에서, 교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 되었다고 한다. 누구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그녀가, 저번 주 연휴 때 개천에 데려가자 어린 아이처럼 들떠 신나했던 그녀가, 그날 내 옆에 누워 나에게 속삭였던 그녀가, 죽어버렸다. 스스로 목을 매 자신의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완전히 끊어 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면 다른 생각보다 그 생각부터가 머리를 덮쳐 와, 이부자리에 앉아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통스러워한다. 고작 일주일 남짓 함께 했다. 그런데, 미칠 듯이 고통스럽다.

 수요일에는 어차피 학생들을 모아 상황만 설명하고 1학년은 그대로 보내고 2, 3학년만 짧게 단축해서 수업하고 하교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상황을 듣고 하지도 못한 채 세정에게 이야기를 듣고 담임을 만나지도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부터 먹은 음식은 거의 없다. 아마 영양실조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 준아, 그런데 이 아이는?”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내 옆에 누워있는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묻는 다.

 “아, 이 애요.”

 내 목소리가 상당히 갈라졌다. 도대체 며칠 만에 말을 하는 거지?

 아버지가 가리킨 것은 세정이었다. 내 옆에서 나와 같은 이불 위에서 같은 이불을 덮고 자고 있다. 아직 깨지 않은 듯 했다.

 나는 수요일에 세정에게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서 두 가지 일을 했다. 한 가지는 기절하기 직전의 세정을 꽉 끌어안아 지탱한 것이다. 사흘간의 기억은 거의 없지만 그때 세정에게 했던 말은 기억난다. “가자, 같이.”

 그리고 한 나머지 한 가지 일은 슬프게도, 본의 아니게도 실려 나오는 가연의 시신을 본 것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못 보도록 하려 했지만, 억지로 보려던 학생들을 막지 못했고 본의 아니게 나도 보고 만 것 이다. 물론 하얀 천이 덮여 있었지만, 밖으로 팔 하나가 나와 있었다. 나는 여전히 세정을 안은 상태여서 그녀가 그것을 못 보도록 거의 본능에 가깝게 그녀의 눈을 어깨로 가렸다. 덕분에 그녀는 그것을 보지 못했지만 나의 각막에는 그 팔이 선명히 새겨졌다.

 어쨌든 나는 세정과 우리 집으로 왔고 사흘째 같이 있다. 하지만, 서로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 식음을 전패하고 망연자실해 있는 모습이다. 우리가 사흘 동안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모르고 우리 서로조차 모른다.

 어쩌면 내가 미쳐서 세정마저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고 한들 나는 내가 한 일을 전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 애 말이죠. 그러니까, 어.”

 내가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어물쩡 거리고 있자, 어머니가 말하였다.

 “그 애가 세정이니?”

 “네?”

 뭐?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라고 생각 하는 순간, 어머니께서 나를 끌어 안으셨다.

 “자세한 이야긴 좀 있다 하자. 그건 그렇고, 보고 싶었다. 혼자 지낼 만하니?”

 “네. 뭐, 벌써 1년째인데요.”

 “벌써 그렇게 됐나? 그건 그렇고,”

 그 뒤를 이어 계속 말씀 하셨다.

 “학교에서 그 애 이야기는 들었단다. 담임선생님께 말이야. 많이 놀랐겠구나.”

 아마 가연을 말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뒤, 나를 어머니가 나를 놓자 아버지는 어머니를 데리고 방을 나가셨다. 아버지는 어머니에 뒤에 나가시면서 나에게 말하셨다.

 “그 아이는 일단 깨우렴. 내가 그런 짓을 할 만한 녀석이 아니란 걸 우리가 가장 잘 알아서 별말 안하는 거다. 만약 네가 자살한 그 아이일도 그렇고, 학교에서 있었을 일들 때문에 힘들어 한다면 지금 저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가장 좋아 보이니까. 너를 믿는 것도 같고 말이지. 아빠 말 알아듣지?”

 “네, 그럼요. 그리고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그러니. 좀 있다 그 애 데리고 나오렴.”

 “네.”

 아버지가 나가시고 나는 말했다.

 “일어나 있지?”

 “어.”

 그녀가 대답하며 몸을 일으킨다. 나는 세정을 데리고 부모님이 기다리시는 거실로 나갔다. 거실로 나가자 부모님 외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버지랑 나이차가 거의 없어 보이는 사십대 정도의 중년 남자였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넘치고 지치거나 피곤함이나 무기력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람이다. 그는 우리 앞으로 오더니 말을 걸었다.

 “네가 하 준이구나. 역시 세정이도 같이 있었구나.”

 “누구신지?”

 “가연이 아버지 셔.”

 상대에게 의문을 던진 나에게 세정이 대신 대답했다. 가연의 아버지라는 사람은 뭐라 말을 우리에게 하였지만 내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가연과 관련된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몇 달 만에 만나는 부모님도 전혀 반갑지 않다.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무언가 사고를 하려하면 몸 안엔 무거운 공허감과 허무감만이 가득 차올랐다.

 “그러니까, 잠깐만, 야 너 제대로 듣고 있냐?”영문 모를 딴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가연 아버지의 말에 억지로 사고 밖으로 끄집어져 나왔다.

 “야, 어른이 말하면 좀 제대로 들어야 할 것 아니냐.”

 순간 짜증과는 약간 다른 분노가 밀려 왔다. 강하게 따져 묻고 싶어졌다. 가연이 죽은 뒤 우린 이렇게나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데 아버지라는 사람은 전혀 문제없어 보인다. 자기 딸 시체가 발견된 지 이제 겨우 나흘 째 아닌가. 그런데 왜 저리 멀쩡해 보이지? 장례식장에서 본 진형의 어머니나, 부모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지 윤이 보였던 모습과 너무도 다르다.

 이래선 마치 한 없이 슬퍼한 우리, 나와 세정이 어리석고 바보 같이 느껴진다.

 “야. 너 괜찮아?”

 옆에서 세정이 걱정스레 묻는 다. 혹시 나에게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걱정 된 것이다. 난 그런 세정을 한 번 보지도 않은 채 내 정면에 있는 사람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사라져 주세요. 부탁이니까.”

 그대로 세정의 손목을 잡아끌고 다시 방으로 돌아 왔다. 뒤에서 나를 말리는 어른들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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