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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3. 졸업 그리고 경성 - 1
작성일 : 17-12-09 19:21     조회 : 362     추천 : 0     분량 : 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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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졸업 그리고 경성

 

 1.

 

 

 “지소윤, 그게 무슨 임무인지 이해하고 하는 말인가? 총독부 기밀을 빼내서 독립군에 넘기라는 소리다. 독립군에, 나라에 필요하면 베갯밑송사라도 하라는 거야!”

 “압니다.”

 “야, 지소윤!”

 

 진우가 소리쳤다. 소윤의 표정엔 감정 같은 거 없다는 듯 새카만 눈빛이 시커멓게 물들어있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정말, 자신 있나?”

 “저, 만주로 올 때 다짐했습니다.”

 

 가끔씩 쇄골 밑이 시큰 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도 그렇다. 시큰시큰. 화상자국이 의지라도 가진 듯 그렇게 울어대는 것이다.

 

 “대장! 제가 그걸 옆에서 말없이 봐야 한단 말입니까?”

 “싫으면 그만 두던가!”

 

 그만 두라는 말에 진우는 입을 다물었다. 자신 말고 누가 소윤의 심정을 알아서 호흡을 맞출까. 다른 놈에게 맡기느니 더럽지만 자신이 하는 게 나았다.

 

 “아닙니다!”

 “후우……. 좋다. 정확한건 퀸의 마담이 알려주겠지만, 우리의 작전은 이렇다. 지소윤, 너는 위장 권번에 들어가 기생으로 총독부 무관 하세가와에게 접근한다. 성진우 너는 그 전에 통역관으로 들어가 입지를 다져놓는 거다.”

 “네.”

 

 권혁은 작전에 대해 간략한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이미 심장은 넝마가 돼서 싸늘하게 식어갔지만, 독립군대장으로써 일을 안 할 수도 없었다.

 

 “경성에는 성재가 같이 갈 거다. 질문 없으면 둘이 이만 나가봐!”

 “네, 알겠습니다!”

 

 둘은 경례를 하고 교무실을 나왔다. 얼마 걸었을까 진우가 소윤의 손을 잡았다.

 

 “지소윤.”

 “왜?”

 “그렇게 까지 해서 이루고 싶은 게 독립이야? 몸 팔아서까지?”

 

 소윤의 눈매가 싸늘해졌다.

 

 “아니, 독립? 그런 거 나는 몰라. 난 그저 복수하고 싶을 뿐이야.”

 

 진우에게 잡힌 손을 세게 뿌리쳤다. 그리고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길이 왜 이리 먼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텅 빈 숙소에 들어오자 소윤은 벽에 기대 주저앉아 소리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눈물도 메말라 나오질 않았다. 삼패기생이나 하는 창녀짓하곤 거리가 먼 콧대 높은 일패기생 지소윤이 죽었다.

 

 “헉헉헉…….”

 

 부적처럼 목에 건 십자가목걸이를 쥐었다. 이제 눈물도 메말랐고, 준수의 얼굴조차 흐릿해졌다. 남은 건 짙은 화상자국. 그리고 차가운 십자가목걸이.

 

 “큭큭큭. 큭큭. 아하하하하!”

 

 귀기어린 웃음을 터뜨리며 가슴팍을 내리쳤다. 아니, 정확히는 화상자국을 내리쳤다. 뼈에 사무치는 그날의 감정이 다시 올라왔다.

 

 

 

 권혁은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책상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

 

 “아아악! 젠장!”

 

 무능력하다. 자신은 무능력할 뿐이다. 친구 준수를 지키지 못했고, 독립운동이랍시고 좋아하는 여자를 일본 놈 잠자리에 들이미는 새끼일 뿐이었다.

 

 “큭큭큭, 준수야. 내가 이런 놈이다! 니 여자를 탐하는 것도 모자라, 이런 쓰레기 짓이나 하는 개자식이다! 하하하하.”

 

 권혁의 눈에 슬며시 눈물이 맺혔다. 떠내려가라 웃어재끼고 있었지만, 슬며시 뺨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금세 밤이 찾아왔다. 영선은 불침번을 서러 가 소윤 홀로 있었다. 창문으로 희미한 달빛이 비집고 들어왔다.

 

 며칠 전 불침번 설 때 좋아 한다 고백한 게 이런 명령을 내리려고 했던 말인지 소윤은 기분이 더러웠다.

 

 “큭큭큭.”

 

 그때 숙소 문을 벌컥 열고 권혁이 들어왔다.

 

 “지소윤.”

 “왜, 오셨습니까?”

 

 놀란 소윤이 차갑게 물어봤다. 술을 잔뜩 들이켰는지 권혁에게서 술냄새가 났다.

 

 “하지 마.”

 “네?”

 “너 말고 다른 애로 보낸다.”

 “저 말고 누가 더 적임자가 있습니까? 기생으로 접근할 거라면서요?”

 “지소윤!”

 

 권혁이 소윤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새카만 그녀의 눈동자엔 어둠이 잔뜩 물들었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잔혹했다.

 

 

 “왜요? 죽은 준수 오라버니에게 미안해서요? 아니면, 지난번 저에게 고백하셨듯, 절 좋아하셔서요?”

 “…….”

 “여기가 죽은지 오래에요. 준수 오라버니 그렇게 죽고 여기가 텅빈 채로 살아왔어요!”

 

 소윤은 왼쪽가슴을 내리치며 웃었다.

 

 “이런 제가 좋다고요? 이런 제가 여자로 보여요? 아하하하하! 하하. 큭큭큭…….”

 “지소윤.”

 “죄책감? 연민? 동정? 아니면, 정말로 사랑? 큭큭, 준수 오라버니 여자로써 말하자면, 다 필요 없어요. 당신에게선 그 무엇도 받지 않을 거예요.”

 

 차가웠다. 모든 것은 죄 얼려버릴 듯 날선 말을 내뱉고 소윤은 숙소를 나왔다.

 

 

 

 세상은 어둠이다. 줄곧, 시린 어둠이었다. 분명 해가 뜨고 훤히 보이지만 보이지 않았다. 소윤은 졸업식인대도 아무 감흥조차 없었다. 아니, 감흥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죽은 것이다.

 

 “……그동안 여러분들 모두 훌륭하게 훈련에 임해주어 고맙다! 각자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여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워주길 바란다!”

 

 길고 긴 연설이 끝났는지 단상에서 권혁이 내려갔다. 특별히 졸업장이나 그런 것 따위 없는 군사학교 졸업식은 이렇게 끝이 났다. 멀리서 자신을 바라보는 권혁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소윤은 안색하나 바뀌지 않았다.

 

 “지소윤.”

 

 멀리서 진우가 달려왔다.

 

 “너도 졸업을 하고 대단하다.”

 

 옆에 있던 영선이 진우를 보고 한마디 했다.

 

 “이 몸이 수석으로 졸업 못하면 누가 하는데?”

 “입만 산 놈이 수석이라는 게 통탄할 노릇이야. 그치, 소윤아?”

 “입만 산 건 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우린 오늘 바로 경성행 열차 타야해서 지금 간다.”

 “벌써부터 임무야?”

 

 영선의 말에 소윤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넌, 아직 아니야?”

 “임무야 받았는데 만주에서 하는 거라. 성진우랑 파트너라니 소윤이 니 고생이 보인다. 이제, 가면 보기 힘들겠네…….”

 

 영선의 말끝엔 물기가 서려있었다.

 

 “그래도 소식은 들리겠지. 몸 건강히 잘 해.”

 

 소윤은 영선을 안아주었다. 진우는 두 여자의 포옹을 객쩍은지 우물쭈물하며 서있었다.

 

 “가자.”

 

 영선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소윤이 숙소로 향했다. 진우도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졸업이다. 훈련생 신분도 더는 아니었다. 독립군이었다.

 

 

 

 경성 혼마치 퀸에는 마담이 쪽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하아……. 대장, 독하다고 해야하나. 어?”

 “마담.”

 “이게 사실이야? 만주에서 온다는 게 소윤이, 그 아가씨냐고 준수 애인.”

 “…….”

 

 마담은 속이 답답한지 담배를 찾았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폐부를 훑으니 겨우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지금쯤이면 오고 있겠네. 후우…….”

 

 담배연기를 내뿜었다. 한숨 쉬듯 그렇게 내뱉었다.

 

 

 

 마담이 짐작하듯 소윤이 탄 열차는 경성역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경성에는 왜 가시는 거에요?”

 

 소윤이 옆자리에 탄 에들린에게 묻자 에들린은 싱긋 웃었다.

 

 “엄마 그림 찾으러 가요.”

 “네?”

 “조선의 그림을 지키려고요.”

 

 소윤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리자 에들린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경성에 도착하면 바로 퀸으로 가라하는데 어디야?”

 “내가 알아.”

 

 소윤의 대답에 진우가 놀라 바라봤다.

 

 “구락부라는데 안다고?”

 “응, 알아.”

 

 더는 설명해주지 않고 그저 열차창문 너머 밖을 바라보았다. 흔들리는 풍경이 익숙했다. 마치 그날처럼…….

 

 

 

 

 열차는 몇시간을 더 달리자 경성역에 도착했다.

 

 “어디로 가세요?”

 “아, 걱정 마세요. 만날 사람이 있어요.”

 

 에들린은 손을 흔들며 경성역 앞에 즐비한 인력거를 잡아탔다.

 

 “고마웠어요. God bless!"

 

 에들린이 인력거를 타고 멀어지자 진우는 소윤을 바라봤다.

 

 “우린 어디로 가?”

 “우리도 인력거 타고 가자.”

 

 소윤은 경성역의 공기가 따가웠다. 다시금 떠오르는 권번의 기억과 준수 오라버니의 일들이 자꾸만 뇌를 스쳤다.

 

 “혼마치로 갑시다.”

 

 분홍빛 한복치맛자락을 휘감고 올라탄 소윤 옆에 진우가 탔다. 인력거꾼은 고개를 끄덕이며 힘껏 혼마치로 내달렸다.

 

 

 

 

 

 인력거는 퀸 앞에 멈춰 섰다. 익숙하게 소윤이 계산을 하고 퀸의 문을 두들겼다. 그날도 이렇게 문을 한참 두들겼었다. 그때 문을 빼꼼히 열고 한 사내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다름 아닌 교관 박성재였다.

 

 “잘 찾아 왔네?”

 

 문을 열어 소윤과 진우를 들이고 주변을 살펴보더니 문을 닫았다.

 

 “교관님은 언제 오신 겁니까?”

 

 진우의 말에 성재는 씨익 웃었다.

 

 “니들 졸업 전에 미리 왔지. 와서 해야 할 일도 있었고……. 밖에선 이제 교관이라 부르지 말고.”

 “여기가 무슨 동문모임도 아니고, 왜 이리 시끄러워?”

 

 카운터에서 마담이 소리치자 진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이 아줌마는 뭐야? 하는 식이었다.

 

 “어쭈? 어린게 눈을 새파랗게 뜨고 내가 누군 줄 알고? 큭큭큭, 얘가 그 대단하신 도련님 성진우냐?”

 “네, 마담.”

 “잘 부탁해. 난 그냥 마담이라 부르면 되고, 아가씨는 많이 달라졌네.”

 

 소윤을 보는 마담의 눈꼬리가 서글서글해졌다.

 

 “그 다짐이라는 게 헛소리는 아니었는가봐? 큭큭큭. 아직 가야할 길이 더 가시밭길인 걸.”

 

 마담은 소윤의 손을 잡았다. 소윤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저 토닥여줄 뿐이었다.

 

 “얘기는 대장에게 들어서 알아. 권번으로 내가 소개시켜 줄 거고, 진우 자네는 총독부였지. 그건 동훈이가 빠삭해. 동훈아!”

 

 마담이 부름에 카운터 뒤쪽에서 사내가 나왔다.

 

 “네, 마담.”

 “이 친구가 통역관으로 갈 녀석이니까. 니가 잘 설명해줘.”

 “네.”

 “아가씨는 나 따라 오고.”

 

 소윤은 마담을 따라 퀸을 나갔다.

 

 

 

 

 마담은 소윤의 손을 잡았다. 소윤이 놀라 마담을 보자 그녀는 온화하게 웃었다.

 

 “그간, 힘들었을 텐데…….”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앞으로 더 힘든 일 있을 텐데…….”

 

 마담은 그저 소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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