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1. 조선권번 - 3
작성일 : 17-12-09 19:05     조회 : 364     추천 : 0     분량 : 514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3.

 

 준수는 요 며칠 더욱 감시가 심해져 집밖으로 나오질 못하다가 감시가 느슨해진 오늘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주변 경계를 풀 수는 없었다. 골목길에 버리다시피 한 차 생각도 나고 도저히 이 감시 속에서 토요일 날 약속을 지킬 수가 없어 나온 길이었다.

 

 서점 뒷문에 도착해 문을 열려고 하자 서점 안에서 우당탕 책장 넘어지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다.

 

 준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뒷문 불투명한 유리너머로 붉은 커튼이 쳐졌다.

 

 “젠장!”

 

 거칠게 내뱉고 그는 미친 듯이 달려 서점 뒷문에서 멀어졌다. 분명 처음 보는 붉은 커튼이었지만, 위기상황을 알리는 신호용으로 쓰는 것이라고 똑똑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건만, 후회한들 소용없었다. 퀸에 직접 알려야만 했다. 준수는 혼마치를 향해 내달렸다.

 

 

 

 “헉헉…….”

 

 겨우 숨을 돌렸다. 혼마치 입구였다. 준수는 중절모를 푹 눌러쓰고 혼마치 안쪽에 위치한 구락부 퀸을 향해 걸어갔다. 얼마 걷지 않아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혼마치 안을 산책하라는 명령 미친 것 같지 않아?”

 “우리 같은 새끼가 까라면 까는 거지.”

 

 혼마치 안쪽 곳곳에는 2인 1조씩 형사들이 깔려 있었다. 멀리 보이는 퀸 앞에서도 사람이 있었다.

 

 “…….”

 

 이대로 계속 걸어갔다간 목숨 내놓는 일이었다. 준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혼마치 밖으로 나왔다. 그는 지나가던 인력거꾼을 불러 세워 조선권번으로 향했다.

 

 

 

 인력거는 권번 대문 앞에 멈춰 섰다. 준수는 주변을 살피고 재빨리 내려와 권번 안으로 들어섰다.

 

 “준수야! 어쩐 일이야?”

 

 마당에 서있던 교하가 권번 안으로 뛰어 들어오는 그를 보고 소리쳤다.

 

 “쉿! 조용히…….”

 

 준수는 손가락을 세워 교하를 조용히 시켰다.

 

 “무슨 일이니?”

 “빈 방 있어요?”

 

 초조한 그의 눈빛에 교하는 더 물어보지 않고 권번 깊은 곳 작은 방을 내주었다. 준수는 방에 들어와 숨을 돌렸다.

 

 “소윤이를 불러주세요.”

 “소윤이는 왜? 난희언니가 너 걱정 엄청 하는 거 몰라서 그래?”

 “빨리요.”

 “에휴, 알았다.”

 

 교하는 혀를 쯧쯧 차며 소윤을 부르러 나갔다. 준수는 빈 방안에서 홀로 앉아 재킷 속에 넣어둔 편지봉투를 꺼내 쥐었다. 봉투를 쥔 손에 힘이 점점 들어갔다.

 

 

 

 교하가 소윤의 방에 도착했다.

 

 “어머니, 무슨 일이세요?”

 “준수가 너 찾는다. 건넛방에 있어.”

 “네? 오라버니가 권번에는 무슨 일이래요?”

 “그러게. 나도 잘 모르겠다. 기다리니까 가봐.”

 

 소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을 나섰다. 신을 신는 그녀의 손이 빨라졌다. 그간 연락이 없던 준수가 직접 찾아온 것만으로도 심장이 요동쳤다. 두근두근. 소윤은 준수를 향해 달렸다. 붉은 치맛자락이 휘날렸다.

 

 

 

 건넛방 앞에 도착한 소윤은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치마를 정리하고 두근대는 가슴을 안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안에는 심각한 표정의 준수가 있었다.

 

 “오라버니?”

 

 소윤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어? 왔어?”

 “무슨 일이세요? 권번에 다 오시고.”

 “……부탁이 있어서.”

 

 그는 바싹 타들어간 입술로 힘겹게 뱉었다. 그의 어두운 목소리에 소윤마저 긴장했다.

 

 “무슨 부탁이세요?”

 “후우……. 내가, 사정이 있어서 갈 수가 없어서. 혼마치에 있는 구락부 퀸의 마담에게 이것 좀 전해줄 수 있을까?”

 

 준수는 비장한 눈빛으로 손에 쥔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엄중히 붉은 인장으로 봉인된 편지를 받아든 소윤은 불안했다.

 

 “이게 무엇인데요?”

 “묻지 마.”

 

 단호한 목소리였다.

 

 “어, 언제까지 전해드려야 하는데요?”

 “지금 좀 부탁할게.”

 “네?”

 

 준수는 소윤의 손을 덥석 잡았다. 소윤은 당혹스러웠지만 싫지만은 않았는지 하얀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꼭, 좀 부탁할게.”

 “오라버니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지금 바로 갈게요. 오라버니는 계속 권번에 있으실 거예요?”

 “아무래도, 사정이 있어서. 교하이모에게 말해서 좀 더 머무를 수 있으면 그렇게 해야겠어.”

 “무슨 사정인지 물으면 안 되겠죠?”

 “……묻지 말아줘.”

 

 침울한 준수의 말에 소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지금 갈게요.”

 

 소윤은 편지봉투를 굳게 쥔 채 방을 나섰다. 방 밖에는 교하가 서있었다.

 

 “무슨 일이야? 왜 온 거래?”

 “……그건 직접 물어 보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좀 혼마치에 다녀올게요.”

 

 소윤은 교하를 지나쳐 권번 밖으로 나갔다. 권번 앞 대기하고 있는 여러 인력거중 하나를 잡아 타 혼마치로 향했다.

 

 

 

 혼마치 입구에 인력거가 들어섰다. 곳곳에 흩어져있는 경찰 인력에 소윤은 괜히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인력거꾼은 아랑곳하지 않고 구락부 퀸 앞에 인력거를 세웠다.

 

 “다 왔습니다.”

 “고마워요.”

 

 소윤은 인력거에서 내려 컴컴한 퀸의 문을 열었다. 역시 문을 굳게 닫혀있었다. 초조해진 소윤은 쾅쾅 문을 두들겼다. 한참을 두들기자 안에서 누가 문을 살짝 열었다.

 

 “영업시간 아닙니다.”

 “저, 저기 저는 준수 오라버니가 부탁해서…….”

 “김준수?”

 “네.”

 

 김준수라는 말에 사는 벌컥 문을 열어 재빠르게 소윤의 손목을 잡아 안으로 들였다. 밖을 살펴보더니 순식간에 문을 닫은 남자는 인상을 쓰고 소윤을 바라보았다.

 

 “당신 누구야?”

 “네? 저, 저는 준수 오라버니가 부탁해서 이것을…….”

 

 소란스런 소리에 안에 있던 마담이 나왔다.

 

 “무슨 일이야? 원호.”

 “처음 보는 여잔데 준수가 보냈다고 하지 않습니까?”

 

 마담은 소윤은 바라봤다.

 

 “차림을 보아하니 기생?”

 “조선권번의 지소윤입니다.”

 “준수에게서 가끔 들었어. 당신 얘기……. 많이 아끼는 사람이라고. 걱정 마, 그 편지 나에게 주면 돼.”

 

 소윤은 머뭇거리면서도 마담에게 다가가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마담은 그 자리에서 편지를 꺼내 읽었다. 읽어 내려가는 마담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대장 불러! 소윤이라고 했나? 조금 앉아서 기다려줘. 5분정도면 돼.”

 

 마담의 말에 소윤은 어색하게 구석 테이블에 앉았다. 처음 와보는 구락부 안은 너무 신기하게 생겨서 괜히 여기저기 시선이 닿았다.

 

 마담은 물 잔을 소윤이 앉은 테이블 위에 놓았다.

 

 “뭐, 딱히 대접할 것은 없어서 미안해요.”

 “아, 아닙니다.”

 “소윤씨는 준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게 없는 듯한데…….”

 “그게 무슨 말이죠?”

 

 소윤이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마담은 하얀 담배꽁초를 입에 물었다. 성냥갑에서 성냥을 꺼내 불을 붙였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자욱하게 흩날렸다.

 

 “후우……. 준수가 말하지 않은 걸 내가 말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마담은 그렇게 말하고 계속 담배만 태웠다. 소윤은 알 수 없는 남자들 몇몇이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분위기는 어두웠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불편한 침묵 속에서 얼마나 지났는지 구락부 뒤편에서 차가운 인상의 사내가 나타났다.

 

 소윤과 사내는 눈이 마주쳤다. 사내는 소윤을 흘기며 마담에게 시선을 옮겼다.

 

 “준수에게 연락이 왔다니?”

 “자, 읽어봐.”

 

 마담은 편지를 권혁에게 내밀었다. 그는 빠르게 편지를 낚아채 훑어 내려갔다. 차가운 그의 표정은 더더욱 냉랭해져갔다. 괜히 소윤은 어깨가 시려 몸을 둥글게 말았다.

 

 “준수는 지금 어딨지?”

 “이 아가씨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 편지를 들고 온 것도 이 아가씨니까.”

 

 권혁은 소윤에게 시선을 던졌다. 차가운 시선에 소윤은 치마를 세게 쥐었다.

 

 “지금 준수 어딨습니까?”

 “……궈, 권번에 있어요.”

 “원호! 준수를 경성에서 빼낸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윤이 벌떡 일어나 권혁에게 소리치자 권혁은 차갑게 흘길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 오라버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데요? 네?”

 “만주급행열차표는 내가 매수해 놓을 테니 너는 안전하게 준수를 역까지 데리고 가! 모레 첫차로 내가 수배해놓겠다.”

 “네, 대장!”

 

 철저하게 소윤을 무시한 권혁은 소윤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준수가 술잔을 기울이며 그에게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한 번 얘기한 적 있었다. 권번에 있다는 여자. 여리여리한 선이 매력이었지만 권혁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인 거예요? 네?”

 “당신, 준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좋아한다고 할 수 있어? 내가 준수 친구로써 충고 하나 하지. 당신, 준수한테 방해물이야. 준수 연락 전해줘서 고맙지만 여기까지야. 이만 돌아가.”

 

 권혁은 차갑게 내뱉고 카운터 뒤로 사라졌다. 소윤은 그저 그 자리에 멍하니 한참 서있었다.

 

 

 

 

 소윤은 터덜터덜 걸으며 권번으로 돌아왔다. 그녀만을 기다렸는지 교하가 냉큼 달려왔다.

 

 “소윤아!”

 “……어머니.”

 “대체 무슨 일이야. 준수 저 녀석은 입도 뻥긋 안하고, 어딜 갔다 너는 이제 오고.”

 “……저, 피곤해요. 들어가 볼게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불안감. 퀸에서 본 차가운 인상의 남자가 한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교하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와 소윤은 무릎을 세워 팔로 끌어안았다. 생각할수록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준수에게 확인해보면 되는 일인데도 선뜻 할 용기가 없었다.

 

 “후우…….”

 

 뭐라고 물어볼 수 있단 말이냐. 내가 방해물이 되나요? 오라버니는 독립군인가요?

 

 소윤은 축음기 앞에 다가갔다. 유영이 얼마 전에 사온 선우일선의 음반을 꺼냈다.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노랫소리가 울렸다.

 

 소윤은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어두컴컴한 총독부 지하취조실에는 잡혀온 서점주인 윤길원이 다 죽어가는 몰골로 있었다.

 

 “김준수 어딨어. 응?”

 

 노기훈이 길원의 머리채를 쥐어 잡고 물었다. 하지만 모진 고문에 정신이 반 나간 그가 말을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정신 차려. 니가 이런다고 독립이 될 것 같애?”

 

 툭툭 뺨을 몇 번 치자 길원이 힘겹게 눈을 떴다. 기훈은 비릿하게 웃었다.

 

 “재밌는 거 알려줄까? 나도 처음부터 변절자가 돼야지 해서 변절자가 된 게 아니야. 이 고문이 일본놈 새끼들 고문이 견딜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됐어. 니도 이거 한번 당해보면 줄줄 불게 될 거야. 큭큭큭……. 잡아!”

 

 기훈은 멀찍이 서있던 사내들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우악스럽게 달려와 길원의 손을 책상에 꽉 눌렀다.

 

 “나는 이런 게 취향이 아니야. 같은 조선인으로써 충고하나 해줄까? 서점 주인양반, 현실을 봐. 아무리 안에서 지지고 볶고 독립이고 뭐고 한들, 세계를 봐. 우리 조선이 어떻게 나라를 잃었어? 전쟁 한번 제대로 해본적도 없이 매국노가 나라를 팔아서 이렇게 된 거야. 전쟁도 못해보고 나라를 뺏긴 이 나라가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자생력이 있다고 생각해?”

 

 기훈은 담뱃불을 붙여 푸르스름한 담배연기를 길원에게 내뿜었다.

 

 “시작해.”

 

 기훈의 명령에 사내는 길원의 손톱 밑에 대나무를 찔러 넣었다.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졌다.

 

 “내가 말했잖아. 이만 불어. 손 영영 못쓰게 되기 전에…….”

 

 기훈은 씁쓸하게 웃으며 담배를 피웠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4. 얽혀버린 붉은 실 - 3 2017 / 12 / 9 368 0 4038   
20 4. 얽혀버린 붉은 실 - 2 2017 / 12 / 9 366 0 4471   
19 4. 얽혀버린 붉은 실 - 1 2017 / 12 / 9 365 0 5373   
18 3. 졸업 그리고 경성 - 5 2017 / 12 / 9 362 0 4294   
17 3. 졸업 그리고 경성 - 4 2017 / 12 / 9 348 0 5478   
16 3. 졸업 그리고 경성 - 3 2017 / 12 / 9 388 0 4755   
15 3. 졸업 그리고 경성 - 2 2017 / 12 / 9 367 0 4793   
14 3. 졸업 그리고 경성 - 1 2017 / 12 / 9 366 0 4515   
13 2. 만주 군사학교 - 6 2017 / 12 / 9 362 0 5577   
12 2. 만주 군사학교 - 5 2017 / 12 / 9 376 0 4402   
11 2. 만주 군사학교 - 4 2017 / 12 / 9 358 0 5210   
10 2. 만주 군사학교 - 3 2017 / 12 / 9 367 0 5117   
9 2. 만주 군사학교 - 2 2017 / 12 / 9 357 0 5326   
8 2. 만주 군사학교 - 1 2017 / 12 / 9 370 0 5044   
7 1. 조선권번 - 6 2017 / 12 / 9 363 0 5286   
6 1. 조선권번 - 5 2017 / 12 / 9 357 0 4522   
5 1. 조선권번 - 4 (1) 2017 / 12 / 9 422 1 4249   
4 1. 조선권번 - 3 2017 / 12 / 9 365 0 5148   
3 1. 조선권번 - 2 2017 / 12 / 9 341 0 5826   
2 1. 조선권번 - 1 2017 / 12 / 9 376 0 6834   
1 프롤로그 - 암살 2017 / 12 / 9 565 0 66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조선 여류화가
은비랑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