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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2. 만주 군사학교 - 5
작성일 : 17-12-09 19:17     조회 : 372     추천 : 0     분량 : 4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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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경성 대명권번에선 유단이 적은 명단을 혜란이 훑어보았다.

 

 “그날, 참석한 자들의 명단이 이게 전부?”

 “네, 어머니.”

 “니가 보기엔 하세가와 무관은 어떻든?”

 “차가운 사람이었습니다.”

 

 단적으로 평가한 말에 혜란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거 외로는?”

 “예술을 아는 사람으로 보이더군요. 도리가 뭔지는 알 것입니다.”

 “큭큭큭, 왜놈이 도리라? 해가 서쪽에서 뜨는 소리를 다 듣는군.”

 

 혜란은 명단을 잘 접어 편지봉투에 넣고 붉은 인장으로 봉했다.

 

 “자, 전해드리고 와.”

 “네, 어머니.”

 

 유단은 봉투를 접어 작은 핸드백에 넣고 양산을 챙겨 권번을 나섰다.

 

 

 혼마치에 자리 잡은 어느 사진관 앞에 유단은 인력거에서 내렸다. 쇼윈도에 걸린 여러 사진을 바라보던 유단은 파란꽃 장식을 보고 슬쩍 웃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사진관 주인의 인사에 유단은 핸드백을 열며 말했다.

 

 “사진 찾으러 왔어요.”

 

 오른손으로 백에서 꺼낸 편지봉투를 카운터에 내밀었다. 주인은 봉투를 받아들었다.

 

 “얼마 안 걸립니다.”

 

 유단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는 유유히 사진관을 나섰다. 그녀가 사라지자 사진관 주인은 주변을 살핀 후 사진관 깊은 안쪽으로 향했다.

 

 

 

 총독부에서는 총독이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일을 이딴 식으로 밖에 처리를 못해? 어? 어떻게 잡은 자금책이었는데, 배후를 아무것도 못 밝혀놓고 죽였어? 그 서점으로 위장했다는 것도 모른다는 게 병신 같아서! 고노 빠가야로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던 총독은 경무국장을 노려봤다. 그런 총독 옆에 있던 하세가와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각하.”

 “새로 내려온 간도총영사관 공문이다.”

 

 종이를 내던지듯 국장에게 내밀자 낮은 자세로 국장은 받아들었다.

 

 “이번엔 실수하면 자네, 옷 벗는 줄 알게.”

 “네!”

 

 하세가와는 국장을 바라봤다. 국장에게 내려간 공문 내용이 무엇인지 그 또한 잘 알고 있었다.

 

 

 

 퀸에는 연락책 이원준이 전해 준 편지봉투가 마담의 손에 들려있었다. 붉은 인장을 거침없이 뜯어낸 마담은 내용물인 명단을 보더니 인상이 구겨졌다.

 

 “대단들 하시구만.”

 “마담?”

 “일본 군인주제 예술을 알아? 엘리트군.”

 

 명단을 봉투에 다시 집어넣은 마담은 원준을 바라보았다.

 

 “수고했어. 내가 이건 대장께 전하지.”

 

 하얀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훈이 성냥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이 연락이 도착하고 나면, 만주에서 새로 사람이 오겠지. 누가 오려나.”

 

 희뿌연 담배연기가 퀸을 물들여갔다.

 

 

 

 

 

 경성의 마담이 보낸 연락은 권혁의 손에 잘 전달되었다. 그만큼 소윤이 군사학교 입학한지도 꽤 되었다.

 

 사격술에서 훈련생중 어느새 진우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소윤이 성장했다. 지금 사격장에서 나란히 표적 앞에 서서 사격을 하던 진우와 소윤은 백발백중의 사격실력을 자랑했다.

 

 사격을 마치고 표적을 살피던 교관이 모두 명중이라는 표시를 하자 진우가 소윤을 보고 씩 웃었다. 소윤은 진우를 보며 마지못해 웃어주었다.

 

 “제법인데, 지소윤. 큭큭.”

 “이 악물고 하면 누구나 이 정돈 해.”

 

 어느새 어리버리한 모습을 벗어던진 소윤이었다.

 

 

 

 언제 사격장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권혁은 소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태권도를 하다가 다치는 일도 없었고, 말도 안 되는 사격자세로 총구를 겨누지도 않았다.

 

 “여자 훈련생 중에선 제일 으뜸입니다.”

 “졸업이 이제 얼마 안 남았지?”

 “네, 마지막 졸업시험하나만 남았습니다.”

 

 교관의 말에 권혁의 눈썹을 꿈틀댔다.

 

 “차질 없이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권혁은 소윤을 한참 바라보다 교무실로 돌아갔다.

 

 소윤을 생각하면 가슴 언저리가 콱 막혀 숨이 쉬어지질 않았다. 곧 졸업이다. 이제, 실전으로 투입될 일만 남았다. 그 실전이란 것을 시켜야 하는 자신이 싫었다.

 

 교무실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책상 앞에 앉아 마담이 보낸 명단을 다시금 훑어보았다. 천운이라고 하며 감사해야하는 것인가. 하세가와 류. 예술에 조예가 깊다는 그 문장이 뇌리를 흔들었다.

 

 권혁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젠장, 술이 미친 듯이 고팠다.

 

 

 

 훈련을 마치자 진우와 소윤을 따로 교관이 불렀다. 불려서 도착한 작은 교무실에는 교관이 소윤과 진우를 번갈아 봤다.

 

 “왜 부르셨습니까?”

 

 진우가 싱글 웃으며 교관을 보자 낮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곧 졸업이다. 졸업시험이 있다.”

 “졸업시험이요? 무슨 시험 같은 걸 봅니까?”

 “……누구나 다 보는 것이다. 시험은 2인 1조고 졸업해서 임무도 2인 1조로 한다.”

 “누구랑 합니까?”

 

 진우가 교관을 한참 바라보다 옆에 있던 소윤을 보았다.

 

 “소윤이랑 합니까?”

 “크흠! 뭐, 파트너를 하려면 실력이 비슷해야지. 남자 수석인 널 따라가려면 수석급이어야지.”

 “아니, 무슨 일을 여자랑 합니까?”

 “왜냐고? 니가 생각이랑 안하고 나불대니, 소윤이 같은 묵직한 애가 파트너가 되면 딱이지! 실력도 수준급이고.”

 

 진우는 입술을 뾰루퉁 내밀었다.

 

 “성진우!”

 “네!”

 “그렇게 알고 불만 갖지 마! 생사고락을 같이할 파트너다!”

 

 진우는 소윤을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소윤은 어이가 없어서 항의할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잘 부탁한다. 지소윤.”

 

 손을 내민 진우를 흘깃 보더니 소윤은 지나쳐 밖으로 나가버렸다. 진우는 악수를 청한 손이 머쓱해서 머리를 긁적였다.

 

 

 

 만주에도 밤이 내려왔다. 사방이 온통 어두워지자 권혁은 군사학교 근처에 있는 작은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 안에는 권혁을 아는 독립군들이 몇몇 모여 있었다.

 

 “왔냐?”

 “벌써 와 있었군.”

 

 권혁은 같이 자리하며 술을 한잔 했다. 계속 술을 들이켰다. 소윤을 생각하면 심장이 버석버석거렸다.

 

 “얘는 뭐 이리 마시냐. 이번 작전 어찌 됐어?”

 “마담 통해서 전해 받았다. 차질 없구…….”

 “누구 보내려고?”

 “후우……. 생각해 놓은 애는 있어.”

 

 권혁이 힘겹게 대답하자 독립군 동료는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야야, 적당히 마셔!”

 

 권혁은 계속 술을 들이켰다. 지독한 중독이다. 소윤만 생각하면 입이 바싹바싹 타들어갔다. 심장이 먹먹해졌다. 당장이라도 작전을 바꾸고 싶었다. 아니, 적어도 소윤이를 보낼 순 없었다.

 

 “차권혁!”

 “뭔 문제라고 술을 들이부어? 어?”

 

 주변 사람들이 뭐라 말을 해도 손사래를 칠뿐이었다.

 

 “너 왜 그러냐? 어? 평소 안마시던 술을 퍼마시고.”

 “며칠 전에 독립군 자금도 무탈하게 전해졌는데 왜 그래? 보낼 애 때문에 그래?”

 “후우…….”

 

 권혁이 한숨을 내쉬자 다들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런가 보네. 만주로 오면서 그 정도 각오는 했겠지. 뭘 그래.”

 “…….”

 

 권혁이 아무 말 않자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동료는 얼굴이 싸늘해졌다.

 

 “뭐야, 그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설마, 그 여자 좋아해?”

 “…….”

 “진짠가 보네. 차권혁! 지금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

 

 소리치는 사내를 권혁은 흘겨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용히 술을 마시고 싶었지만 그것도 되질 않았다. 술잔에 담긴 술에 소윤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고, 그걸 들이키는 순간 권혁의 안으로 소윤이 새겨졌다.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었다.

 

 “어이, 차권혁! 어디 가?”

 “학교로 돌아간다.”

 

 버석버석 대는 심장을 안고 발걸음을 내딛었다. 잊을 수 없다면 지독한 감정을 직시할 수밖에 없다. 도망가는 건 결코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불침번 서는 훈련생들만 있는 심야였다. 오늘 불침번은 소윤이었기에 서슴없이 그녀를 향해 권혁은 갔다. 소윤과 같이 불침번 서는 훈련생을 강제로 멀리 보내고 자신이 대신 섰다. 소윤은 그런 그가 어이없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소윤.”

 “네!”

 “……대꾸하지 말고 듣기만 해.”

 

 한숨을 푹 쉬고 다시 이어 말했다.

 

 “처음엔 그저 준수에 대한 죄책감인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너가 여자로 보인다.”

 

 놀란 소윤이 뭐라 말하려 했지만 권혁이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 말 하지 마. 좋아한들 사지로 보내야 하는 건 매한가지니까.”

 

 어딘가 침통한 말을 내뱉고는 멀찌감치 쫓은 훈련생을 다시 불러 교대하고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고 같이 불침번 서던 훈련생이 와 다시 같이 경계를 하는데, 소윤의 머릿속엔 온통 권혁이 떠나질 않았다. 사고가 정지된 듯 그저 멀뚱히 서서 눈만 껌뻑이는 게 다였다.

 

 

 

 며칠 후 졸업시험이 시작되었다. 싸늘한 교관이 소윤과 진우를 불러놓고 임무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만주에 있는 Ms.에들린을 호텔까지 무사히 모실 것, 그 방법은 자율에 맡긴다.”

 “에들린이 누굽니까?”

 

 진우의 날선 질문에 교관은 씩 웃었다.

 

 “독립자금 대주시는 아가씨지.”

 “외국인이 대준단 말입니까?”

 “굳이 국적을 따지자면 영국인이지만, 나름 사연이 있으신 분이다. 사진은 여기.”

 

 교관이 사진을 내밀자 소윤은 진우와 같이 사진을 살폈다. 곱게 머리를 올린 채 서양 모자를 쓰고 있는 조선여자였다.

 

 “영국인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영국인이다. 시간과 장소는 여기 봉투에 적어놓았고, 만에 하나의 문제를 위해 교관이 비밀리에 따라 간다.”

 “무슨 문제가 있길래 그러십니까?”

 “훈련생 안전문제로 가는 것이니 크게 생각할 것 없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총기는 가져가고. 나가봐도 좋다.”

 

 교관의 말에 소윤과 진우는 경례를 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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