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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빛나는 시간
작성일 : 17-11-06 14:34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5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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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배고파!”

 

 뒤에 앉은 동생이 짜증난다는 식으로 소리친다.

 

 노란색 가면을 쓰고 동생을 바라본다.

 

 예의 없는 것들은 싫어하지만 지금 저 꼬마가 무슨 소릴 해도 나의 노란색 가면은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

 

 “인사드려. 언니 연기 선생님이셔.”

 

 하서희가 옆에서 경계하는 어린 여자아이에게 말하자 꾸벅 하고 인사를 한 후 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어제 본 앳된 여자아이는 하서희와 그렇게 많이 닮진 않은 모양이다.

 

 외모도 성격도.

 

 “인사하세요. 얘는 하주희. 고등학교 2학년이에요.”

 

 한숨을 쉰 그녀가 나를 보며 웃으며 이야기를 한다.

 

 “반가워요. 정지환 이라고 합니다.”

 

 나의 노란색 가면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가 내게 더 환한 미소를 준다.

 

 칭찬이 담겨있는 웃음이었다.

 

 가끔 내가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수업을 했을 때나 어린 시절 노란색 가면을 쓰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할 때 지연이가 내게 주던 웃음만큼 빛이 난다.

 

 **********

 

 “그럼 동생분이 배고프니깐 식사부터 할까요?”

 

 점심을 늦게 먹어 그다지 배고픈 건 아니지만 짜증이 난 어린 여자애를 달래는 것이 먼저다.

 

 “동생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룸미러를 통해 뒤를 본 팔짱을 끼고 있는 하주희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아무 거나요.”

 

 아마 술에 취한 언니를 잡아먹으려 했던 늑대라고 생각된 이미지가 박혀 있나보다.

 

 그런 건 알아서 하라는 듯 당신의 호의는 관심 없다는 표정이다.

 

 나도 질 수 없다.

 

 “그럼 주는 대로 먹어요.”

 

 노란색 가면을 쓰고 차를 돌린 나의 옆에서 하서희의 시선이 보인다.

 

 입으로 잡아당긴 화분이 넘어진 것을 본 강아지가 어찌할 바를 모르는 표정이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에 노란색 가면이 더욱 힘을 얻는다.

 

 **********

 

 Y호텔 앞에 잠깐 차를 세운다.

 

 “잠깐만 있어요.”

 

 차에서 내려 전화기를 들어 유진주에게 전화를 건다.

 

 - “지환아!”

 

 왜 이제야 전화를 했냐는 듯한 목소리가 들린다.

 

 - “오랜만이야. Y호텔 왔는데 디너 세 명 지금 들어갈게.”

 

 - “뭐?”

 

 전화를 끊고 차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앞자리 쪽으로 기대어 있던 동생이 후다닥 뒷좌석 시트로 등을 기댄다.

 

 “여기 식당이 있어요?”

 

 하서희가 눈꼬리가 내려간 채 말을 한다.

 

 “친구가 하는 식당이에요.”

 

 노란색 가면을 쓰고 대답을 한 후 호텔 정문에 차를 멈춘다.

 

 한 남자가 와서 차의 뒷문을 열어주니 하서희의 동생이 먼저 내린다.

 

 “내리시죠.”

 

 노란색 가면을 쓴 나의 말에 하주희는 천천히 차 문을 밀어 열었고 나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차에서 내린다.

 

 열쇠를 받은 직원이 내 차에 올라탄다.

 

 **********

 “저는 분홍색 솜사탕을 참 좋아했어요. 왜냐면 그 여자아이가 분홍색 솜사탕을 좋아했거든요. 분명 처음은 그 아이를 좋아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 솜사탕도 분홍색도 좋아져 버렸어요.”

 - ‘신촌의 솜사탕’ 중

 

 

 

 오랜만에 오는 Y호텔은 변한 것이 없었다.

 

 쓸데없이 커다란 문과 그 문을 열고 노란색 가면으로 인사를 하는 사람들.

 

 그렇게 밝진 않고 그렇다고 어둡지도 않은 조명.

 

 쓸데없이 화려한 조각들이 붙어있는 높은 천장.

 

 4년만이다.

 

 걸음을 앞으로 내딛다가 옆을 바라본다.

 

 하서희와 동생은 마치 갑자기 해외에 떨어진 듯 주변을 둘러보며 걷는다.

 

 식당 문 앞에 서니 내 뒤로 강아지와 고양이가 숨는다.

 

 “예약하셨나요?”

 

 머리를 단정히 묶은 검정색 옷을 입은 여자가 노란색 가면을 쓰고 묻는다.

 

 “정지환입니다.”

 

 여자는 종이를 뒤져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무전기를 통해 작게 이야기를 하곤 나를 본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문이 열리고 길게 늘어선 흰 천이 덮인 테이블위에 음식들이 올려있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이 가득 차 있었다.

 

 안내하는 여자와 거의 같은 걸음으로 나의 자리를 찾아간다.

 

 뒤에 음식에 정신이 팔린 듯 많은 사람들에게 기가 죽은 듯 강아지와 고양이가 나의 뒤를 열심히 따라온다.

 

 **********

 

 커다란 테이블이 있는 방에 도착하자 옆에 있던 여자는 인사를 하고 문을 닫고 나간다.

 

 “여긴 뭐에요?”

 

 하서희의 눈엔 걱정이 가득하다.

 

 “아무거나 파는 곳이요?”

 

 노란색 가면을 쓰고 설명을 끝낸다.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듯 고양이가 자리에 앉으며 말한다.

 

 “아저씨 우리 이제 뭐 먹어요?”

 

 이 자매들은 남자만 보면 아저씨라고 하나보다.

 

 “여기 있는 거 다 먹으면 되죠. 아무거나.”

 

 테이블의 주변엔 음식들이 놓여있고 사람 수에 비해 너무나 많은 접시가 올려져 있다.

 

 고양이는 냉큼 접시를 들고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이동했고, 하서희는 생각에 빠진 모양이다.

 

 “친구가 하는 밥집이에요. 편하게 먹으면 돼요.”

 

 하서희의 두 어깨를 잡고 접시가 쌓여있는 곳으로 이동해 접시를 하나 들어 건넨다.

 

 “여기 비쌀 텐데...”

 

 작은 중얼거림을 듣고 연어초밥 하나를 집어 하서희의 접시 위에 올린다.

 

 그녀의 눈이 나를 바라보자 나의 노란색 가면을 보인다.

 

 그러자 그녀가 지연이의 표정을 보인다.

 

 “언니! 여기 이것 봐봐!”

 

 동생의 목소리에 대답한 하서희는 접시를 들고 음식들을 보기 시작한다.

 

 **********

 

 “아저씨 여기 안에 있는 거랑 밖에 있는 거랑 달라요?”

 

 하주희가 음식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몇 개 다른 것이 있긴 해요. 밖의 음식은 바뀌는데 이 방의 음식들은 바뀌지 않거든요.”

 

 이 방에 들어와 이 음식들로 식사를 한 사람들은 총 네 명이다.

 

 나와 지연이, 진주와 승민이형이 전부다.

 

 지연이가 살아있을 때는 넷이 자주 모여 식사를 했지만 지금은 내가 굳이 와서 먹을 이유가 없었다.

 

 이제 이 테이블이 기억하는 사람이 여섯으로 늘었다.

 

 음식을 먹고 있는데 쾅 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 시간에 이 곳 문을 저렇게 열고 들어올 사람이 단 한명 있긴 하지.

 

 “스톱환씨! 캬캬캬캬”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건만. 저 웃음소리도 일부러 저렇게 내는 것이다.

 

 웨이브된 올림머리. 와인색 원피스드레스를 입은 그녀의 강렬함은 아직 어린 아이들이 보기엔 백해무익해 보인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참 조용했던 것 같은데.’

 

 죄라도 짓다가 걸린 듯 강아지와 고양이가 얼어붙는다.

 

 “어. 왔어.”

 

 문 쪽을 바라보고 가볍게 인사를 한다. 진주를 볼 땐 굳이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하다.

 

 “어머 손님들이 계셨네요.”

 

 하서희와 하주희를 본 진주는 당황한 듯 아주 티 나는 노란색 가면을 쓴다.

 

 “우리 지환이가 이렇게 어린 여자들을 좋아하는 줄은 몰랐네. 그것도 둘이나.”

 

 유진주가 내 쪽으로 걸어오며 신이 난 듯 말한다.

 

 대꾸할 가치가 없는 말이다. 이 연어를 입에 넣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서희가 나의 얼굴을 볼 테니 노란색 가면을 쓰고 접시를 바라본다.

 

 유진주가 고개를 돌려 하서희를 바라보고 유심히 바라본다.

 

 ‘제발 하지마라. 제발’

 

 진주가 하서희에게 묻는다.

 

 “우리 지환이랑 무슨 사이에요?”

 

 TV 아침드라마에 나오는 목소리 톤으로 유진주가 말을 한다.

 

 “아... 그게...”

 

 아무 잘못이 없지만 유진주의 목소리에 기가 죽은 하서희가 말을 흘린다.

 

 “됐어. 우리 지환이랑 헤어지세요.”

 

 맙소사.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듯 유진주가 까르르하고 웃으며 밥을 먹는 나의 어깨를 친다.

 

 나의 반응이 없자 유진주가 웃음을 지우며 말한다.

 

 “그렇게 놀러오라고 해도 안 오더니 애기들 밥 사주러 온 거야?”

 

 “여기 비싸잖아.”

 

 노란색 가면을 쓰고 유진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고양이가 음식을 입에 넣다가 멈춘다.

 

 “내가 언제 너희들한테 돈 받고 밥 주디?”

 

 원하던 대사가 나왔다. 고맙다 진주야.

 

 진주의 대사가 끝나자마자 하서희를 바라보며 노란색 가면을 보인다.

 

 나를 보던 하서희의 표정이 풀어지고 키득키득 웃는다.

 

 나의 행동을 본 진주가 알겠다는 듯 웃음을 짓는다.

 

 “우리 애기들은 언니가 과자 챙겨줄 테니깐 이따가 인사하고 가.”

 

 세련된 여성을 지향하던 어린 시절의 꿈을 버리지 못한 진주가 자매들을 보고 이야기 한다.

 

 ‘언니는 무슨 언니. 내가 아저씨라고 불리는데 너도 아줌마지.’

 

 “네.”

 

 하서희가 밝은 노란빛 웃음을 보인다.

 

 진주가 문을 닫고 나간다.

 

 다시 조용히 식사를 할 기회다.

 

 왼쪽의 고양이가 키득거리며 웃는다.

 

 “스톱환.”

 

 그 말을 들은 강아지가 얼굴에 퍼져버린 웃음을 참으며 고양이를 툭툭 친다.

 

 평화롭다.

 

 ‘연어초밥이나 더 먹을까.’

 

 **********

 

 호텔 문 앞에서 혼자 서 있다.

 

 유진주에게 간다고 인사를 하러 갔더니 여자들끼리 할 이야기가 있다고 내려가 있으라고 쫓겨났다.

 

 “기껏해야 과자나 좀 보낼 거면서.”

 

 커다란 문이 열리고 하서희와 하주희가 나온다.

 

 커다란 Y호텔 종이가방을 세 개나 들고 있다.

 

 “이건 뭐에요?”

 

 종이 가방을 보고 묻는다.

 

 하서희가 쑥스러운 듯 대답한다.

 

 “진주언니가 뇌물이라고...”

 

 두 가지의 의문이 머릿속을 스친다.

 

 첫 번째. 왜 유진주는 언니라고 부르는가.

 

 두 번째. 왜 유진주는 하서희에게 뇌물을 줬는가.

 

 얼핏 쇼핑백 안쪽을 보니 여기서 포장해서 판매하는 과자류들이 들어있었다.

 

 “배도 채웠으니 쇼핑가야죠. 어디로 가세요?”

 

 “홍대요!”

 

 고양이가 언니의 옆에 달라붙어서 웃음을 보이며 말한다.

 

 배가 부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걸까.

 

 직원이 몰고 온 나의 차가 앞에서고 열쇠를 돌려받는다.

 

 **********

 

 저녁의 홍대는 사람이 너무도 많아 불쾌함이 앞선다.

 

 자매들은 아까 전 뷔페에 사람들보다 비교도 안될 만큼 많은 이 길은 무섭지 않나보다.

 

 이번엔 하서희와 하주희가 앞에 서고 나는 뒤에서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 피해서 따라간다.

 

 작은 여자들이 옷가게 하나로 들어간다.

 

 여자 옷을 파는 가게는 들어 가본 적이 없다.

 

 유리창 너머로 서로 옷을 대보곤 웃는 여자들이 보인다.

 

 하서희의 웃음이 옷가게의 밝은 조명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한참을 웃으며 돌아다니는 작은 여자들은 아까 먹은 음식의 칼로리를 아마도 오늘 다 써버릴 생각인가 보다.

 

 가게 앞을 지나다가 시계들이 가득 올려있는 것을 본다.

 

 ‘시계 가게인가?’

 

 금속 시계부터 조잡한 만화주인공들이 그려진 플라스틱 시계까지 다양한 시계들이 올려있다.

 

 “아저씨 뭐 봐요?”

 

 뒤 따라오던 내가 없어진 것을 알고 나를 찾으러 하서희가 왔다.

 

 “아. 시계요. 감사합니다.”

 

 노란색 가면을 쓰고 가게안쪽 사장님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그녀가 돌아왔던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어요?”

 

 하서희가 나를 바라보고 환하게 웃는다.

 

 “아니요. 그냥 구경만 했어요.”

 

 그녀의 눈을 보며 나 역시 노란색을 보인다.

 

 그러자 갑자기 하서희가 나의 왼팔을 잡아 안고 자신을 향해 끌어당긴다.

 

 좁은 길을 사이로 차가 서서히 지나간다.

 

 왼팔이 따뜻하다.

 

 이번엔 이 열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어 심장으로 가는 듯하다.

 

 또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아...고마워요.”

 

 찬란한 금요일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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