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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연극의 발자국
작성일 : 17-11-03 11:51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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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대체 이 꼬맹이가 어디가 마음에 드는거야?”

 

 어느 날 지연이가 배우로 키우겠다며 중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한명을 데리고 왔다.

 

 내 앞에 서 있을 때 눈을 아래로 내리고 손을 꼼지락 거리는 아이는 동화책속 악당의 앞에 잡혀온 인질들보다 긴장해 있는 상태다.

 

 “웃을 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아이야. 언젠간 오빠에게 도움이 될 거야.”

 

 고아원에 봉사활동을 다니는 지연이는 어린 아이들을 좋아했다.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어린이집 교사나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의 눈은 아이에게 향한다.

 

 “야. 너 웃어봐.”

 

 아이는 지연이의 뒤로 숨어 악당을 바라보듯 나를 본다.

 

 **********

 

 “안녕하십니까. 31번 배우지망생 진영태 입니다.”

 

 설치된 카메라 앞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말을 한다.

 

 아역배우 출신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프로필이 눈에 띈다.

 

 “준비해온 연기가 숙주의 오빠 역할이네요? 보여주세요.”

 

 나의 왼쪽에 앉은 준영이가 서류를 보며 말한다.

 

 앞에 있는 사람의 눈을 응시하다가 배우의 뒤에 카메라로 띄워지는 TV영상을 본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면을 쓰는 듯 멈춘 남자는 눈빛에서 긴장이 보인다.

 

 커다란 늑대의 앞에 놓인 작은 강아지의 으르렁 거리는 눈빛.

 

 “제 동생을 살려주세요. 제발요 선생님.”

 

 “네. 좋아요.”

 

 대사를 끊고 서류의 아래쪽 평가지 쪽을 본다.

 

 다른 강사들은 말없이 서류를 바라볼 뿐이다.

 

 “이제 웃어보세요.”

 

 “네?”

 

 나에게 연기의 흐름을 끊겨 흔들리던 눈동자가 이번엔 꿀꺽 침을 삼키더니 얼굴을 앞으로 내밀고 말을 한다.

 

 남자의 증명사진을 보는듯한 가면이 그의 얼굴을 감싼다.

 

 대부분이 이런 반응이다.

 

 “고생하셨습니다.”

 

 저 웃음이 아니다. 다음 순서가 하서희다.

 

 “감사합니다.”

 

 남자가 꾸벅 인사를 하고 나간다.

 

 “네. 다음 차례 들어오세요.”

 

 준영이가 밖을 향해 소리치자 진아씨가 32번을 찾아 부른다.

 

 문이 열리고 한걸음씩 내딛으며 여자가 들어온다.

 

 주먹엔 아침에 봤던 대본이 꽉 쥐여져 있고 너무나 세게 쥔 탓인지 종이의 구겨짐이 여기까지 보일 정도다.

 

 **********

 

 “안녕하세요! 32번 배우지망생 하서희 입니다!”

 

 꾸벅 인사를 하는 모습이 나무로 만들어진 오토마타 장난감을 보는듯하다.

 

 인사를 한 하서희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놀랐나?’

 

 왼쪽에서 준영이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 종이는 컨닝페이퍼 인가요?”

 

 준영이의 말에 그녀가 당황한다. 허둥지둥 종이를 바닥에 내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본다.

 

 그녀의 손이 불안한지 분홍색 맨투맨을 아래로 잡아 내린다.

 

 “네. 준비하신 연기는...신촌의 솜사탕이네요. 보여주세요.”

 

 준영이가 말을 끝내고 웃음을 짓는다.

 

 아마도 저건 가장 최근 본 연극이기에 고른 것이겠지만, 자신의 연극에 대한 기대를 하는 모습이다.

 

 나의 눈이 다시 그녀에게 향한다.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작은 입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당신은 너무 부드럽고 달아요.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어요. 지나친 달콤함이란 언제나 끝 맛이 좋지 않아요. 당신은...당신은...”

 

 그녀가 웃는다.

 

 그러나 카페에서 봤던 웃음이 아니다.

 

 웃는 표정이지만 왼쪽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대사를 잊은 것인가? 당황했나?’

 

 등에선 갑자기 땀이 나기 시작했다.

 

 기회를 줬는데... 어서 연기를 이어 했으면 좋겠다.

 

 “네. 좋습니다.”

 

 준영이가 내가 기다리는 대사를 꺼내기 전 그녀의 연기를 멈췄다.

 

 나의 미간이 움찔하고 반응한 후 고개가 왼쪽으로 돌아간다.

 

 아직 나는 더 듣고 싶었고 더 보고 싶었다.

 

 내가 기다려 왔던 TV의 프로그램을 방금 이 녀석이 다른 채널로 바꿔버린 것이다.

 

 준영이의 볼펜이 움직이며 점수를 체크한다.

 

 ‘A’

 

 준영이가 나와 눈이 마주친다.

 

 시험지 답안지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학생처럼 점수표를 가린다.

 

 뭐 아무렴 어떤가. 지금 하서희는 자신의 연기의 여자 주인공으로써 상대배우에게 인정을 받았다.

 

 나의 펜이 점수표에 세로줄을 긋는다.

 

 잠깐.

 

 나의 이성이 내게 말을 한다.

 

 나는 저 연극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저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저 연기가 좋았다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다.

 

 NG가 없어야 하는 연극에서 대사를 잊은 배우는 그 작품 전체를 망가트리는 행위를 한 것이다.

 

 ‘D’

 

 내가 그녀에게 줘야만 하는 점수다. 왠지 모르게 가슴 속을 누군가가 잡은 듯 답답한 느낌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자. 이제 웃어보세요.”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듯 똑같이 가면을 쓰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요구한다.

 

 나의 목소리를 들은 그녀가 망설임도 없이 환하게 웃는다.

 

 가장 밝은 시간에 찾아간 카페 comfort에서 바라본 웃음과 같은 그 얼굴.

 

 노란색의 가면이 아닌 반짝이는 황금색 웃음이었다.

 

 “네?”

 

 “아...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서류를 바라보고 맨 아래 점수표에 알파벳을 써 넣는다.

 

 ‘A’

 

 **********

 

 수많은 사람들이 저 문을 통해 들어왔다 나갔다.

 

 오래전 유명세를 탄 아역배우들도 있었고 C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습생도 있었다.

 

 그러나 나의 채점 기준은 하서희가 기준이 됐다.

 

 가장 마지막 항목에 대한 채점은 여기 앉은 모든 이들이 그렇게 여길 것이다.

 

 지치는 오디션이 끝나간다.

 

 “들어오세요.”

 

 준영이가 호명하는 마지막 순서다.

 

 “98번 배우지망생 이진아 입니다!”

 

 준영이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나도 노란색 가면을 쓰고 그녀를 바라본다.

 

 진아씨의 표정이 그녀답지 않게 굳어있다.

 

 왼쪽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이진아씨 한번 웃어 봐요.”

 

 두 번째 순서를 앞으로 당긴 건 준영이였다.

 

 아마도 긴장한 그녀를 보기 쉽진 않았을 것이다.

 

 “아! 뭐야.”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진아씨가 어리광을 부린다.

 

 그 모습을 보는 강사들이 전부 웃는다.

 

 나의 노란 가면도 계속 진아씨를 바라보고 있다.

 

 **********

 

 복잡한 생각은 내일하기로 하고 오늘은 간만에 일을 많이 했으니 일찍 퇴근을 했다.

 

 진아씨와 강사들은 총 점을 계산해 합격자를 골라낸 후 고생한 진아씨를 위해 고기를 먹으러 간다고 하길래 카드를 넘겨줬다.

 

 계단을 내려와 학원 밖을 나서자. 분홍색 맨투맨과 청바지. 흰 운동화에 머리를 묶은 뒷모습이 보였다.

 

 하서희였다.

 

 “어? 왜 여기 있어요?”

 

 그녀가 나를 돌아본다.

 

 이번엔 역할이 바뀌었다.

 

 그녀의 공간에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나의 공간 근처에 있다.

 

 “아저씨 이 학원에서 일해요?”

 

 하서희가 신기하다는 듯 나를 올려다본다.

 

 “아..네. 그때 명함을 안줬나보네요.”

 

 가방에서 지갑을 열어 명함을 꺼낸다.

 

 ‘J엑터스 아카데미 원장. 정지환’

 

 언제나 가득 찬 명함지갑에서 명함 하나가 그녀에게 간다.

 

 매듭이 완성된 것이다.

 

 “아저씨가 그. 그...”

 

 하서희가 말을 이어가질 못한다.

 

 엄청나게 놀란 모양이다.

 

 나의 노란색 가면이 그녀를 바라본다.

 

 “일단 배고픈데 저녁은 먹었어요?”

 

 하서희가 잠깐 고개를 휘저은 후 영혼이 빠진 듯 힘없이 대답한다.

 

 “아니요.”

 

 “갑시다.”

 

 **********

 

 나는 지금 며칠째.

 

 김치찌개를 먹었다.

 

 그것도 같은 가게에서.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하서희가 내 앞에서 소주를 먹고 있다는 것 정도.

 

 나의 노란색 가면이 그녀를 향한다.

 

 “김치찌개 말고 다른 음식도 괜찮았는데.”

 

 나의 말을 듣고 숟가락을 사탕 먹듯 입에 넣고 있던 그녀가 깜짝 놀라더니 웃으며 말한다.

 

 “아니요. 김치찌개 좋아해요.”

 

 “계란말이라도 더 시켜줄까요?”

 

 “아니요. 괜찮아요!”

 

 또 멍하니 있던 하서희가 반사적으로 대답한다.

 

 “아깐 많이 긴장했나 봐요? 대사도 중간에 잊고.”

 

 다 먹은 김치찌개를 휘저으며 노란색 가면을 쓰고 가볍게 물어봤다. 하서희의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네? 무슨 소리예요? 대사를 잊다니요?”

 

 두 손으로 꼭 잡은 숟가락을 입에서 떼어낸 후 하서희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중간에 대사 잊어서 웃어넘긴 거 아니에요?”

 

 김치찌개 국자를 멈추어 세우고 하서희를 보며 물었다.

 

 하서희의 표정을 보니 대충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그 모든 것이 연기의 일부였다.

 

 그 망할 ‘신촌의 솜사탕’의 장면 그대로를 하서희의 느낌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준영이가 중간을 끊어낸 것이 아니라 그녀가 완벽히 연기를 마친 것이었다.

 

 ‘점수를 다시 줘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강사들이 채점결과를 확인하는 중이고 갑자기 나타나 점수를 바꾼다고 하면 곤란하다.

 

 하서희와 처음으로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내는 중인데 이것을 버리고 일어나기엔 지금이 너무나 아깝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준영이에게 전화가 왔다.

 

 “저.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잠깐만 여기 있어요.”

 

 **********

 

 가게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는다.

 

 “어 준영아”

 

 “형 나 부탁이 있는데.”

 

 준영이의 목소리가 작다. 무엇인가를 숨기려 몰래 통화를 하는 것 같다.

 

 “뭔데?”

 

 “점수를 총합해 봤는데. 진아 누나가 합격을 못했어.”

 

 우려했던 복잡한 일이 발생했다.

 

 요번 오디션은 꽤 경험 있는 배우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진아씨도 알아?”

 

 “아니...그래서 어떻게 진아 누나만 내가 가르치는 방법으로 어떻게 안 될까?”

 

 복잡한 일은 가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풀리곤 한다.

 

 이 은혜를 갚는 제비는 자신이 나의 고민을 대신 해서 풀어주기 위해 해결책을 물고 왔다.

 

 “그럴래? 그럼 진아씨니깐 그렇게 하도록 하자.”

 

 “형 진짜 고마워.”

 

 내가 오히려 더 고맙지. 복잡해질 뻔한 상황이 준영이 너의 희생으로 단순해졌는데.

 

 “그래 준영아. 그럼 수석은 누구야?”

 

 오디션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보인 보석을 발굴했을 때.

 

 1년짜리 커리큘럼부터 헤어, 의상까지 배우로써 필요한 전부를 학원에서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가장 높은 점수와 심사위원 모두에게 A를 하나씩 받아야 한다.

 

 “음...그게 하서희라고. 형이 D 하나 준 것 말고는 전부 A였어. 형 마음에 안 들면 올해는 수석 없이 가고.”

 

 그녀가 수석이다.

 

 나의 D가 내 실수에서 발생한 헤프닝 이라고 가정한다면 심사를 맡은 모두의 의견으로 그녀가 수석이다.

 

 “아니야. 그대로 진행해.”

 

 나를 보는 시선이 하나도 없었지만 노란색 가면을 쓴다.

 

 **********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하서희가 고개를 떨어트리고 땅을 바라보고 있다.

 

 ‘두 잔에 저렇게 되면서 무슨 자신감으로 김치찌개엔 소주라고 한 거지?’

 

 아마도 전화를 받는 사이 내가 없어 긴장이 풀어진 듯 하다.

 

 “하서희씨 정신 차리세요.”

 

 “히히”

 

 그녀가 아이처럼 웃음을 지으며 입맛을 다신다.

 

 “하서희씨?”

 

 다시 고개가 땅을 향한다.

 

 위이이잉

 위이이잉

 

 이번엔 내 전화가 아니다.

 

 **********

 

 “당신은 너무 부드럽고 달아요.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어요. 지나친 달콤함이란 언제나 끝 맛이 좋지 않아요. 당신은...”

 - ‘신촌의 솜사탕’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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