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해야만 하는 일
작성일 : 17-11-01 21:45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529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뭐라고요?”

 

 “그거 나 좋아하는 거라니깐요?”

 

 여자가 밝은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웃는다.

 

 잠깐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이 여자를 좋아하는 거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면 좋아하는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이유는 김치찌개의 특유의 맛 때문이다.

 

 와사비의 향과 간을 한 밥 때문에 초밥을 좋아한다.

 

 그러나 이 사람은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죠?”

 

 정말로 궁금해서 물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아저씨 사랑 안 해봤어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놀라움은 너무도 당연한 것을 묻는 아이에게 물어보는 떨림이었다.

 

 마치 물이 담긴 컵을 뒤집으면 들어있는 물이 쏟아진다는 것과 같을 정도로 그녀는 그녀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나요?”

 

 나의 머릿속은 더 이상 이 주제에 대해 어떤 가면을 쓰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가장 많이 사용되는 노란색 가면을 쓰고 말을 한다.

 

 사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말로 모르겠지만 이 내용을 말할 사람이 없다.

 

 “글쎄요. 어쩌죠?”

 

 나의 가면보다 더 빛나는 노란색을 뿜으며 싱긋싱긋 웃는 그녀가 말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또 머릿속이 사고를 멈춘다.

 

 심장이 또 밖으로 꺼내달라고 항의를 하듯 뛰기 시작한다.

 

 저 여자의 얼굴이 나의 사고를 방해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일단은 혼자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렇군요. 일단 알겠습니다. 하서희씨.”

 

 노란색 가면을 쓰고 가방을 챙겨 일어난다.

 

 일회용 종이컵에 가득 담겨있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일어나 도망치듯 카페의 문을 나선다.

 

 **********

 

 “한번은 내 친구에게 솜사탕을 설명해 주다가 포기한 적 있어요. 말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직접 보지 못한 음식이니 상상을 못 하더군요. 실제로 솜사탕을 입에 넣어보기 전까지 말이죠.”

 - ‘신촌의 솜사탕’ 중

 

 **********

 

 집에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놀랍도록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니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단 한마디

 

 “그거 나 좋아하는 건데.”

 

 이 한마디가 계속해서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른다.

 

 그 목소리.

 

 그 얼굴.

 

 그 공간.

 

 ‘별...이상한 여자네.’

 

 잠시 생각을 위해 눈을 감는다.

 

 자. 객관적으로 내가 아는 그녀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보자.

 

 ‘카페에서 일을 하는 여자.’

 ‘하서희.’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문화생활을 좋아하는지 공연을 자주 봄.’

 ‘노트에 집착함.’

 ‘웃는 모습이 밝음.’

 

 ‘그 웃음이 너무나 따뜻해서 커피가 식어가는 사실도 잊게 만듬.’

 

 아니다. 이건 객관적인 내용이 아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위이이잉

 

 전화가 울린다.

 

 바로 전화를 열어 확인한다.

 

 - 김준영 ‘형 아까 무슨 일 있었어?’

 

 전원 버튼을 누르고 휴대 전화를 다시 침대 위에 둔다.

 

 가슴 속까지 숨이 들어갔다가 나온다.

 

 “하아”

 

 **********

 

 아침 7시.

 

 평소엔 잠을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당연히 일어나야 한다는 듯 몸이 가볍다.

 

 정신조차 아주 맑게 일어난 아침이다.

 

 머릿속에 하루를 그리는 것조차 잊은 채 욕실로 가서 거울을 보고 노란색 가면을 쓴다.

 

 오늘은 확실히 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에 매듭이 지어져 있고. 그 매듭이 내게 자신이 소중한 매듭이라고 한다.

 

 당신은 나의 매듭이 되면 안 된다.

 

 하늘색 셔츠를 입고 머리를 만진다. 남색 코트를 하나 걸치고 거울을 본다.

 

 머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코트를 벗고 다시 머리를 감는다.

 

 11시.

 

 평소보다 일찍 준비를 했지만 11시가 돼서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지금도 머리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늘 하던 머리대로 이마가 보이게 세웠지만 어제보다 오늘 더 머리카락의 길이가 길어진 탓인지 아홉 번이나 샴푸를 하고 머리를 만졌다.

 

 그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늘 입던 옷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옷을 꺼내 입어보고 코디해보고 결국엔 하늘색 셔츠에 남색 코트를 선택했다.

 

 ‘출근하기 전에 카페먼저 봐야겠다.’

 

 **********

 

 comfort 카페를 지나가는 길에 유리문 안쪽을 본다,

 

 카페의 안쪽에서 하서희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뒤를 돌아 휴대폰을 만진다.

 

 “어? 아저씨! 또 아메리카노 사러 왔어요?”

 

 반갑다는 듯 웃음을 보이며 돌아서 있는 나의 팔을 친다.

 

 “네? 아...네! 안녕하세요.”

 

 노란색 가면을 쓰고 인사를 건넨다.

 

 하서희가 웃는다.

 

 이 웃음이었다.

 

 이 웃음이 지난밤 눈을 감으면 떠올라 나의 잠을 방해했다.

 

 아무리 부정을 해도 이 웃음이 나의 인생에 매듭이 돼 올려져있다.

 

 눈을 마주볼 수 없다.

 

 “그럼. 연락 주세요.”

 

 마땅한 인사가 떠오르지 않아 재빠르게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학원까지 5분정도 직진이다.

 

 뒤에서 계속 시선이 느껴지는 듯하지만 지금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

 

 학원에 들어오니 안내데스크에 진아씨가 고대의 문지기라도 되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오셨군요.”

 

 “아. 진아씨 반가워요.”

 

 진아씨를 보니 나의 가면이 안정을 찾는 느낌이다.

 

 그러나 진아씨가 음흉한 표정을 한다. 무엇인가 불편하다.

 

 “왜요?”

 

 불안함을 떨치기 위해 묻는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빠도 다 컸구나 해서.”

 

 진아씨의 웃음에서 불길함을 느낀다.

 

 “우리 진아씨는 더 커야겠네요.”

 

 내 방에 들어가기 전 데스크를 지날 때 진아씨의 머리를 살짝 누르고 지나간다.

 

 **********

 

 의자에 앉아 내일 새로 들어올 학생들의 오디션 명단을 본다.

 

 이 명단에서 90%는 탈락한다.

 

 아무나 내 동생의 학원을 다녔다는 자랑을 하는 것이 싫었던 나의 선택이었다.

 

 대신 소수에게 더 많은 지원과 강의를 하여 재능을 찾아 그 재능을 빛나게 만들어준다.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이 인정하는 학원.

 

 거기에 지연이의 이름.

 

 지연이의 이름은 아직도 배우를 꿈꾸는 많은 이들의 목표다.

 

 그렇게 소수의 학생들이 오디션을 보고 학원에 들어오지만 오디션 이외에 나와 마주치는 학생은 없다.

 

 나는 더 이상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았고, 그저 어떤 학생들이 다니는 구나 정도만 알면 된다.

 

 프린트 된 서류를 넘겨서 보다가 한 장의 지원서와 포트폴리오에서 손이 자동으로 멈춘다.

 

 ‘하서희. 21세.’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부에 저장해둔 하서희의 전화번호와 비교한다.

 

 같은 전화번호다.

 

 맙소사.

 

 배우 지망생이었나. 그래서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는 것인가?

 

 내가 이 학원의 원장인 것을 알고 그런 말을 한 것인가?

 

 머릿속이 또 과부하에 걸려 멈추기 직전이었다.

 

 생각이 많아져 복잡한 순간에도 이 여자는 프로필 사진에서 조차 환하게 웃고 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가장 밝은 노란색으로 웃고 있는 사진하나를 고른다.

 

 휴대전화를 들고 카메라를 켜서 사진 하나를 찍는다.

 

 찰칵

 

 똑똑

 

 당황스럽다. 지금 이 모습을 걸린다면 오해하기 좋은 상황이라 생각되는데.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나 걱정이다. 다행히 문은 열리지 않고 목소리만 들린다.

 

 “원장님 식사하세요.”

 

 “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지환 오빠.”

 

 “원장님.”

 

 식사를 하는 도중에 진아씨가 나를 부른다. 다른 강사들은 늘 겪는 이 상황이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는다.

 

 “원장 아저씨. 요번 오디션 때는 사람 좀 많이 뽑으면 안돼요?”

 

 오디션을 할 때 마다 하는 소리다.

 

 “네. 너무 많이 뽑으면 가르치기 힘들어요.”

 

 밥을 먹는 것을 멈추고 노란색 가면을 쓰고 대꾸한다.

 

 진아씨나 준영이가 아니면 내게 이런 제안을 하는 사람이 없다보니 이런 의견이 소중한 편이다.

 

 “맨날 내가 죄송하다고 다음기회에 보자고 연락하기 얼마나 미안한데요. 오전반 오후반이라도 나눠서 좀 더 많이 뽑아요.”

 

 “에이 그게 진아 언니 일인걸요. 그러려고 있는 사람인데. 가르치는 건 우리일. 상담하는 건 언니일”

 

 옆에서 막내강사가 끼어든다.

 

 순간의 정적.

 

 아마도 이 정적은 저 막내강사의 한마디가 아니라 내가 막내강사를 보는 눈빛 때문임을 알았다.

 

 모두가 날 보고 굳었으니.

 

 며칠째 가면을 써도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 머릿속이 다른 무엇인가로 가득 차 있다.

 

 이럴 때엔 괜히 억지로 분위기를 푸는 것보단 그대로 분위기를 두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도 노란색 가면을 쓰고 말한다.

 

 “같은 가족끼리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에요.”

 

 “네. 죄송합니다.”

 

 막내 강사가 고개를 떨어트리고 대답한다.

 

 진아씨가 이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다시 내게 말한다.

 

 “아아. 그러니깐 결론은 내가 안 미안하게 좀 많이 뽑자니깐.”

 

 “배우가 한명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요. 진아씨도 알잖아요. 많은 사람이 다니는 학원보단 진짜 배우가 태어나는 장소가 더 좋다는 것을. 그리고 학생이란 선생님들의 스케쥴에 맞춰서 배우는 게 맞는 겁니다.”

 

 “모르겠는데요!”

 

 아무래도 진아씨가 삐친 모양이다.

 

 그보다 하서희가 내 학원에 들어오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나는 속이 안 좋아서 먼저 일어날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카드를 하나 꺼내 준영이에게 주고 진아씨를 보면서 말한다.

 

 “이 카드로 다른데 뭐 쓰면 진아씨 월급에서 깎을 거야.”

 

 **********

 

 이제 조금씩 카페로 가는 것이 익숙하다.

 

 문을 열고 들어가 카운터에 마주 선다.

 

 하서희가 아니다.

 

 요 전번에 봤던 그 직원이다.

 

 “주문하시겠어요?”

 

 직원이 웃으며 내게 말한다. 가면이다. 나와 같은.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진동벨을 받고 자리에 앉았더니 하서희가 칫솔을 들고 문을 들어온다.

 

 왠지 찡그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어? 아저씨 또 왔어요?”

 

 눈이 동그랗게 커진 후 밝게 웃으며 내게 말을 한다. 있을 줄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커피를 안 사가서요.”

 

 진동벨을 보여주며 말했다.

 

 “아까 찡그리고 있던데, 무슨 안 좋은 일 있어요?”

 

 찡그리고 대사를 읊는 모습을 보았지만 배우에겐 연기가 연기인 느낌을 안준다는 것이 가장 큰 칭찬이므로 돌려서 말을 한다.

 

 “아. 아니요. 그냥 뭐.”

 

 들키고 싶지 않은 것을 들켰는지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긁는다.

 

 “그냥 내일 학원 면접 같은걸 봐야 하거든요. 걱정이 돼서.”

 

 “중요한 일인가 보네요.”

 

 늘 그렇듯 노란색 가면을 쓰고 대화를 한다.

 

 “네... 그런데 면접을 잘 봐도 그 후가 걱정이라.”

 

 오디션을 잘 봐도 그 후가 걱정이라고? 그냥 우리 학원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닌가? 우리 학원을 못 믿는 것인가?

 

 “왜요?”

 

 “거기 학원비가 조금 걱정이에요.”

 

 그녀가 멋쩍게 웃는다. 평소의 밝은 표정의 웃음이 아니라 약간 푸른색이 섞여있는 듯한 그런 웃음이다. 나의 노란색 가면이 더 밝아 보일 정도로.

 

 “지금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잖아요? 이걸로는 부족해요?”

 

 “아니요. 그건 아닌데. 학원을 다닐 때는 일을 할 시간이 없어서...아! 저 일하러 갈게요.”

 

 방금의 대화에서도 하서희의 얼굴은 웃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은 괜찮다는 듯 웃음을 지어보이는 느낌이 드는 가면이었다.

 

 하서희의 밝은 웃음이 내 학원 때문에 사라져간다.

 

 그 멋쩍게 웃는 모습도 괜찮다는 듯 웃는 가면도 다른 사람의 것에 비하면 밝았지만 그건 중요한 사실이 아니다.

 

 나도 서둘러 일어나 커피를 들고 학원 쪽으로 간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0 빛나는 시간 2017 / 11 / 6 207 0 5034   
9 물병에 채워진 2017 / 11 / 5 196 0 5141   
8 시작 2017 / 11 / 4 206 0 5204   
7 연극의 발자국 2017 / 11 / 3 211 0 5002   
6 보석보다 빛나는 2017 / 11 / 2 207 0 5119   
5 해야만 하는 일 2017 / 11 / 1 222 0 5290   
4 커피의 부작용 2017 / 10 / 31 201 0 5218   
3 기억의 걸음 2017 / 10 / 30 229 0 5116   
2 노트에는 2017 / 10 / 30 194 0 5243   
1 가면을 쓴다. 2017 / 10 / 30 372 0 572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