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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커피의 부작용
작성일 : 17-10-31 21:41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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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와! 커피다!”

 진아씨가 안내 데스크에서 일어나 외친다.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메신저 화면이 켜져 있다.

 

 그 모습을 본 준영이가 한숨을 쉰다.

 

 한숨 소리에 얼굴을 보니 웃음이 묻어있다.

 

 순간 뇌의 생각들이 하나의 단어를 떠올린다.

 

 지연이.

 

 지연이의 표정이 준영이의 얼굴에서 나왔다.

 

 “누나. 우리를 반겨주면 안돼? 내가 반가운거야. 커피가 반가운거야?”

 

 “응. 너도 반가워.”

 

 아랑곳 하지 않고 진아씨가 커피를 본다.

 

 커피의 위 하얀 뚜껑에 다른 글씨가 없고, 하나의 뚜껑을 열어보자 아메리카노가 나온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

 

 진아씨가 커피의 뚜껑들을 전부 열고 있다.

 

 “누나...전부 아메리카노야.”

 

 준영이가 오른손으로 이마를 감싸며 말했다.

 

 진아씨가 가만히 커피들을 응시하더니 나를 노려본다.

 

 “지환오빠. 내 귀여운 카푸치노는 어디 있어요?”

 

 방금 전 지연이의 표정이 떠오른 나에겐 혼란이 가득하다.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진아씨와 놀아주는 번거로운 일은 준영이에게 맡긴다.

 

 “아...그거 우유가 없어 보여서 아메리카노로 샀어요.”

 

 진아씨가 내 말을 듣고 준영이의 컵 안을 바라본다.

 

 “여기 라떼 있잖아! 우유 들어간 커피!”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목소리로 진아씨가 투정을 부린다.

 

 “아 준영이 라떼가 마지막이었어요.”

 

 노란색 가면을 써 주고 나는 원장실에 들어간다.

 

 생각할 내용들이 너무도 많아 머리가 복잡하다.

 

 “그거라도 내놔! 내 카푸치노의 원수!”

 

 “아! 누나! 지환이형! 누나좀! 안돼! 누나 안돼!”

 

 **********

 

 “솜사탕은 여러 색깔이 있잖아요. 분홍색이 가장 많지만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도 있어요. 색깔은 모두 달라도 맛은 모두 달콤해요. 색이 달라도 결국 같은 솜사탕인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거죠.”

 - ‘신촌의 솜사탕’ 中

 

 **********

 

 자리에 앉아 가만히 책상 중앙을 바라본다.

 

 첫째로 왜 준영이의 모습을 보고 답답한 느낌이 다시 들었는지 모르겠다.

 

 지도를 해도 고쳐지지 않는 어린 꼬맹이의 답답한 연기를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답답함이었다.

 

 무엇인가 가슴을 억누르고 있는 느낌이 가득했다.

 

 준영이의 모습에서 지연이가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준영이가 진아씨에게 지었던 그 표정은 가끔 지연이가 나를 향해 보이던 표정과 같았다.

 

 기쁨인지 슬픔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

 

 그 표정의 가면을 만들어 보려고 해도 어떤 상황에서 사용되는 가면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 감정을 사용할 수 없다.

 

 그 순간 휴대폰이 울린다.

 

 위이이잉

 

 - 하서희 ‘아저씨 왜 인사도 없이 가요? 주민찬씨랑 무슨 사이에요?’

 

 주민찬씨?

 나랑 같이 있던 사람을 말하는 것이 분명하다.

 

 - ‘준영이를 말하는 건가요?’

 

 - 하서희 ‘그분 이름이 준영씨였구나. 싸인 받으려고 했는데...’

 

 - ‘주민찬씨는 누군가요?’

 

 - 하서희 ‘연극에 나온 배역이에요. 대학로 연극에 ‘신촌의 솜사탕’이라고 있어요. 사인 좀 받아다 주시면 안돼요?’

 

 지금 나더러 내 제자 사인을 받아다가 가져다 달라는 소린가?

 

 쓰레기통에 들어있던 봉투를 열어 티켓들을 꺼낸다.

 

 하나하나 넘겨 가던 중 한 티켓이 눈에 보인다.

 

 ‘신촌의 솜사탕’ 성인 1명

 

 하... 이 수많은 사람들이 나오는 공연들 중 준영이를 기억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티켓들을 봉투 안에 집어넣고 서랍 안에 던지듯 넣는다.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그려 본다.

 

 만약 사인을 받는다면 지금 나가야 한다.

 

 지금 나가서 진아씨와 함께 있는 준영이의 사인을 받는다.

 

 사인을 받으면 그 카페에 다시 가야한다.

 

 아까 전엔 너무 경황이 없어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그림이 완성됐고 결론이 나왔다.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 ‘어렵겠는데요...’

 

 **********

 

 “준영아.”

 

 문을 열고 나와 테이블에서 아까와는 다른 색의 커피 잔을 들고 있는 준영이를 본다.

 

 아마도 옆에 웃고 있는 진아씨 에게 라떼는 빼앗긴 것 같다.

 

 “저...이 종이에”

 

 어렵게 한 마디 한 마디 꺼낸다.

 

 “지환이 오빠는 거짓말쟁이야! 나빠!”

 

 옆에서 진아씨가 기가 막힌 타이밍에 끼어든다.

 

 아... 이럴 시간 없는데...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서 진아씨의 머리에 손을 올려 준다.

 

 “다 진아씨를 위한 선택이었어요.”

 

 “네? 아메리카노가요?”

 

 진아씨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응. 살쪄.”

 

 진아씨가 눈을 올리며 째려본다.

 

 “죽여 버리겠어!”

 

 으르렁 대는 진아씨 머리를 손으로 누른 채 준영이를 보며 다시 대화를 이어간다.

 

 “이... 종이에 사인 좀 해봐.”

 

 나와 진아씨를 보며 웃고 있던 준영이의 눈이 커진다.

 

 “엥? 갑자기 사인?”

 

 네임펜을 받은 준영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슥슥 사인을 해 간다.

 

 A4 용지의 가운데에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올려 그린 듯한 사인이 완성됐다.

 

 “누나 내가 이런 사람이라고. 지환이 형에게 사인해주는.”

 

 준영이가 웃으며 진아씨에게 이야기를 한다.

 

 “어. 그리고 밑에는 하서희 라고 적어줄래?”

 

 둘이 깜짝 놀란다.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없으니 놀랄만 하지만 이 반응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서희가 누군데요?”

 

 진아씨가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묻는다.

 

 “그냥 아는 사람.”

 

 사실이다. 나와 그 카페의 여자와는 관계를 정의할 단어가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실물 습득자와 물건의 주인.

 

 용의자와 형사.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정리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정리다.

 

 “자. 여기!”

 

 준영이가 사인을 완성해 내게 넘겨준다.

 

 둘의 음흉한 얼굴을 보니 느껴본 적 없는 느낌이 다시 불쾌한 감정을 만든다.

 

 가슴 속이 간질간질 거리고 귀가 뜨거운 느낌.

 

 사인을 받아 원장실 안으로 들어온다.

 

 **********

 

 “큰일이다.”

 

 사인을 서류 화일에 넣다가 사인의 아랫부분에 적힌 글씨를 이제야 봤다.

 

 ‘to 하서희,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다시 사인을 받아야 하나...

 

 감사합니다. 까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사랑합니다. 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 않을까.

 

 검정매직으로 다시 칠해서 줘야 하나.

 

 위에 종이를 얹어서 내가 다시 그릴까.

 

 역시 다시 받아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휴대 전화가 울린다.

 

 위이이잉

 

 - 하서희 ‘아쉽네요... 꼭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

 

 ‘흠...’

 

 시계를 본다. 3시가 안된 시간.

 

 사인을 가방에 넣고 원장실 문을 연다.

 

 “나 급한 일이 생겨서 퇴근할게요.”

 

 학원 문을 열고 나와 카페 쪽으로 달려간다.

 

 혹시나 오늘은 일찍 퇴근해 버린다면 줄 수 없다.

 

 오늘 줘 버리고 매듭을 풀어 버리는 것이 좋겠다.

 

 카페에 도착하기 몇 걸음 전 달리는 것을 멈춰 숨을 정리한다.

 

 아직 일을 하고 있을까?

 

 혹시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퇴근한 것이 아닐까?

 

 카페의 안을 바라본다.

 

 밝게 웃는 그녀가 보인다.

 

 ‘다행이다.’

 

 카페의 문을 연다.

 

 딸랑딸랑 종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어째선지 앳된 여자의 사랑노래가 카페에 깔리고 있었다.

 

 아마 종소리가 사랑노래와 잘 어울려서 인 것 같다.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나의 그림자와 오른발이 만나는 순간에 커피향이 나서 인 것 같다.

 

 심장이 앞으로 나가려 발버둥 치는 것을 간신히 버틴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카운터 앞에 서니 그녀의 얼굴이 마주친다.

 

 그녀가 웃는다.

 

 “아저씨 아메리카노 드려요?”

 

 “아...네.”

 

 아마도 오후의 햇살이 따스했기 때문에.

 

 카페의 분위기와 쿠션들이 포근했기 때문에.

 

 그랬기 때문에 그녀의 웃음이 밝게 느껴진 것이 아닐까.

 

 ***********

 

 자리에 앉아 멍하니 컵을 바라본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신 기억이 없기에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이 앞선다.

 

 ‘사람들은 뭘 하고 있지?’

 

 노트북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남자.

 

 책을 보는 여자.

 

 4명의 여성과 5명의 아이들이 있는 테이블도 보인다.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카운터의 그녀를 본다. 전에 봤던 직원과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녀의 고개가 움찔대자 빠르게 커피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혹시 내가 본 것을 느꼈을까?

 

 나는 저 어린여자의 눈치를 보는 것인가?

 

 나는 왜 눈치를 보고 있는가.

 

 눈치를 볼 이유가 전혀 없다.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이고, 나는 심지어 갖고 싶다고 했던 준영이의 사인마저 받아왔다.

 

 나는 당당하다.

 

 고개를 들어 카운터 쪽을 바라본다.

 

 그녀가 손님을 보며 웃고 있다.

 

 그녀의 어깨가 살짝 돌아가자 이번엔 갑자기 고개가 숙여진다.

 

 눈이 커피잔과 쟁반을 바라본다.

 

 커피잔 위에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

 

 휴대 전화를 열어 민석이를 찾는다.

 

 민석이는 지연이가 활동이 많아 정신적으로 힘들 때 상담치료를 했던 정신과 의사다.

 

 아마 커피를 너무 마셔서 혹은 무리하게 뛰어온 것이 심장에 무리가 간 것일지 모르지만 정확히 모르는 분야이기에 일단 전화를 걸어본다.

 

 - “여보세요.”

 

 - “나 바빠. 주말에 얘기해”

 

 - “나 지금 죽나봐.”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갑작스런 운동 후 과도한 카페인의 복용은 건강에 치명적이지 않을까.

 

 - “뭐? 지환아 무슨 일이야.”

 

 -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어.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고 있을 수 없어.”

 

 - “뭐라고 하는 거야. 야. 장난할거면 끊어.”

 

 - “이게 커피를 많이 마신건지. 밤에 잠을 잘 못자서 이런건가? 여보세요?”

 

 전화가 끊겼다.

 

 나는 지금 너무도 무섭다.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증상들이 몸에서 연쇄적으로 반응한다.

 

 ***********

 

 “아저씨 혼자 뭐해요?”

 

 그녀의 목소리다.

 

 커피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천천히 올린다.

 

 흰색과 푸른색이 엮여 만들어진 청바지를 지나 배에 주머니가 있는 쥐인지 곰인지 알 수 없는 그림이 그려진 핑크색 맨투맨.

 

 그리고 웃음기가 묻어있는 얼굴

 

 “아...그게 뭐 좀 주려고 왔는데 몸이 좀 이상해서요.”

 

 눈은 마주칠 수 없어 눈을 다시 커피 쪽으로 옮긴다.

 

 “아저씨 아직도 줄게 남았어요?”

 

 그녀가 맞은편에 주황색 노트와 휴대폰을 잡은 채 웃으며 앉았다.

 

 가방에서 준영이의 사인을 꺼내 내민다.

 

 그녀의 목소리가 커진다.

 

 “우와! 아저씨 그 배우랑 친해요? 대박! 사랑한대!”

 

 눈을 그녀의 얼굴로 옮긴다.

 

 “뭐 그냥 저냥 아는 사이에요.”

 

 보물지도를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사인이 그려진 종이를 바라보는 눈동자가 보인다.

 

 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자. 나는 다시 커피를 바라본다.

 

 “아저씨 무슨 일 있어요?”

 

 “아뇨. 그냥 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이 여자도. 지연이의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의 나를 볼 때 보이던 그 표정이 지금 내 앞에 있다.

 

 “아저씨?”

 

 그녀가 나를 다시 부른다.

 

 “아니요. 아까부터 계속 몸이 좀 이상해서요. 이런 적 없었는데. 그쪽이 움직일 때마다 심장이 자꾸 뛰고 눈이 마주치면 눈을 피할 수밖에 없게 되네요.”

 

 그녀가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지금 웃을 상황인가? 갑작스레 찾아온 나의 위기에 맞서 싸워야 하는 내 운명이 즐거운가?

 

 “나 보면 그래요?”

 

 “네. 방금 전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러네요.”

 

 “나한테 잘못한 것 있어요?”

 

 “아니요.”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을 하고 다시 서서히 고개가 내려간다.

 

 너무도 갑작스레 연락도 없이 닥쳐온 이 시련이 죽을 맛이다.

 

 한참을 웃더니 이 여자가 웃음을 감출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그거 나 좋아하는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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