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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노란빛 가면
작가 : 글잠
작품등록일 : 2017.10.30

노란색은 기쁨. 남색은 슬픔. 붉은색은 적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 부족한 정지환은 어린시절 모두에게 사랑받던 천재 배우였던 동생에게 배운 색들로 감정을 구분한다.

상대에게 자신을 숨기는 것이 익숙하고 거리를 두는 이 남자는 J 엑터스 아카데미의 원장.

그의 앞에 가장 밝은 웃음을 가진 하서희가 나타난다.

황금빛 웃음에 회색의 얼굴을 꿰뚫린 한 남자의 첫 사랑 이야기.

 
기억의 걸음
작성일 : 17-10-30 19:37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5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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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난 저거 마음에 안 들어.”

 

 동생이 주워온 저 어리바리한 꼬맹이 때문에 가슴이 막힌다.

 

 들고 갔던 강의계획서를 책상에 던지며 자리에 앉는다.

 

 “왜? 또 준영이랑 싸웠어?”

 

 자리에서 일어난 지연이가 한쪽 눈썹을 내리고 나를 본다.

 

 미간에는 약한 주름이 잡혀있고 살짝 입 꼬리가 올라간 채 입을 벌리고 있다.

 

 얼굴엔 도저히 알 수 없는 표정이 그려있다. 웃는 것도 아니고 슬픈 것도 아니다.

 

 그러나 웃고 있고 슬퍼한다.

 

 “자유연기로 사랑을 연기해 보라고 시켰는데, 저 꼬맹이가 하는 연기는 아무리 봐도 슬픔이야. 무슨 사랑을 표현하는데 눈물을 흘려.”

 

 지연이가 팔짱을 끼고 한숨을 내쉰 후 말한다.

 

 “난 준영이가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뭐라고?

 

 또 지연이가 준영이를 감싸준다. 오빠인 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애초에 저런 꼬맹이가 사랑이 뭔지 어떻게 알아. 좀 더 대중적인 연기를 해야 사람들이 찾는 배우로 키울 수 있는데 저 꼬맹이는 알려준 대로 하질 않잖아.”

 

 사실이다.

 

 ‘어떤 존재나 사물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

 

 사랑이란 지연이가 가르쳐 준 대로라면 노란빛 감정이다.

 

 다른 사람에게 밝은 색이 옮겨가고 매일이 기다려지는 감정.

 

 사전적 정의 역시 아까 그것의 연기와는 거리가 멀다.

 

 지연이가 한숨을 쉬며 머리를 긁는다.

 

 ‘또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인가?’

 

 지연이의 방금 표정은 내게 기쁨과 슬픔 등의 감정의 색상을 가르쳐 줄 때 지었던 표정이다.

 

 그러나 나는 지연이에게 사랑을 배운 적이 있다.

 

 고등학생 시절 학교가 끝나고 지연이의 영화 종연 파티에 갔을 때.

 

 **********

 

 “무슨 이런 옷 까지 입어야해?”

 

 교복이 아닌 은색 단추가 달린 검정색 정장은 나의 몸에서 자유를 빼앗았다.

 

 “나도 이 드레스 불편하지만 참는 거야. 자꾸 불평하면 다음에도 그 옷 입고 데려간다?”

 

 반짝이는 검정색에 몸의 실루엣이 전부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지연이가 말했다.

 

 앞에서 운전을 하는 지연이의 매니저인 승민이 형이 키득 거리며 웃는다.

 

 밥 먹으러 가자더니 밥은 안주고 옷을 사 입히더니 차에 태워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고파 죽겠는데 옷도 마음에 안 든다.

 

 운전을 하는 승민이형은 후드티를 입은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다.

 

 ‘집에 갈 때 옷을 바꿔 입자고 해야겠다.’

 

 “넌 인어 같아.”

 

 “인어 공주겠지.”

 

 “생선 인간”

 

 **********

 

 도착한 호텔은 산 위에 있는 Y호텔이었다.

 

 호텔의 유리문은 나의 키보다 3배는 높아 보였고,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직원으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문을 열어 주었다.

 

 만약 저 유리문이 깨진다면 문을 밀어서 열어야 하는 저 아저씨들의 책임일까 이 문을 이렇게 위험하게 만든 설계자들의 책임일까.

 

 “정지연씨 안녕하세요. 이쪽입니다.”

 

 아저씨들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동생만을 바라보며 인사를 한 후 앞장선다.

 

 몇 분 정도 걸어간 후 나무로 된 커다란 문이 있는 방 앞에 도착했다.

 

 문 옆에는 금색의 작은 판에 글자들이 각인 돼 있었다.

 

 ‘그랜드 홀’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현악기의 음악이 잔잔하게 연주되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가장 먼저 본 것은 뷔페가 깔려있는 테이블과 꽤 커다란 케이크.

 

 호텔의 그랜드 홀은 굉장히 넓어 보였지만 사람들은 모두 불편한 옷을 입고 웃고 있었다.

 

 “나 밥 먹을래.”

 

 나의 말에 지연이가 살짝 웃는다.

 

 승민이 형도 지연이의 눈치를 살짝 본 후 내 옆에 선다.

 

 지연이는 걸음을 사람들 쪽으로 옮겼고 나는 접시를 찾아 음식들을 담기 시작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 고기들과 불 냄새가 나는 새우꼬치, 기다란 연어회가 올라가 있는 초밥

 

 접시에 가득 채우고 승민이 형이 앉아야 한다는 자리를 바라본다.

 

 원형 테이블에 남색의 천이 바닥까지 내려와 있고 먹을 수 없어 보이는 과일들이 놓여있다.

 

 정 중앙에는 ‘정지연 님’ 이라는 글자가 가운데 꽂혀있고 의자가 세 개만 놓여 있었다.

 

 음식이 가득 담긴 접시와 오렌지 주스를 하나 집어 들고 테이블에 가서 앉는다.

 

 **********

 

 지연이는 여러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 다닌다.

 

 배우들도 있고 배우로는 안 보이는 아저씨들도 있다. 친근하게 인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몇몇 여자들에겐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쟤는 밥 안 먹었는데.’

 

 그러나 나도 밥을 안 먹었다.

 

 알아서 배고프면 먹으러 다니겠지?

 

 잠깐의 생각을 끝내고 다시 접시를 보며 음식을 먹는다.

 

 “어머. 승민 오빠 안녕하세요.”

 

 왼쪽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나는 지금 오른쪽에서 연어초밥의 마지막 목소리를 듣고 있다.

 

 “오! 진주도 와 있었구나. 밥은 먹었어?”

 

 승민이형의 한껏 올라간 목소리다.

 

 둘은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반갑게 인사를 한다.

 

 이야기에 끼게 된다면 밥을 먹지 못한다.

 

 조용히 일어나 새 접시를 가지고 음식을 담는다.

 

 연어초밥과 이름 모를 고기들을 가득 담아 자리에 와 보니 아까 그 여자가 지연이의 자리에 앉아 있다.

 

 **********

 

 원형테이블의 의자를 잡아 빼고 접시를 먼저 놓고 앉는다.

 

 앉자마자 반대편에 앉아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친다.

 

 나를 보며 가끔 사람들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표정을 하고 입 꼬리를 올린다.

 

 ‘거기 앉아 있는 자리 주인이 있으니 음식을 먹지도 않으면서 남의 자리에 앉아 있지 말고 내 동생이 오면 바로 식사를 할 수 있게 일어나 달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또 아무에게나 예의 없게 굴었다고 화를 낼 지연이의 모습이 보여 잠깐 참는다.

 

 눈은 접시로 내려가고 새우를 하나 집어 들고 말했다.

 

 “거기 자리 있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공손한 말이었다.

 

 여자의 얼굴이 굳어지며 웃음이 옅어진다.

 

 “어머! 언니!”

 

 멀리서 지연이가 빠른 걸음으로 달려온다.

 

 나는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데 어째서 언니라고 부르는 것인가.

 

 아 이 여자를 알고 있는 건가?

 

 “지연아!”

 

 여자 둘이서 만나서 서로의 팔을 잡는다. 엉엉 하는 소리로 들릴 정도로 반가워하고 있다.

 

 뭐가 저렇게 반가울까. 하는 의문이 든다.

 

 승민이 형이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유진주 라고 Y그룹 손녀야. 지연이 작품에 아무 조건 없이 후원해 주는.”

 

 유진주 라는 저 여자와 이야기를 하느라 밥을 못 먹었다는 듯 입에 음식을 넣으며 말을 한다.

 

 지연이 아는 사람이라는 소린데. Y그룹은 알지만 내 동생에게서 이 여자 이야기는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그러나 둘이서 나를 보며 속닥거린다.

 

 지연이가 씨익 하고 웃는다.

 

 “노력해볼게!”

 

 그리고 나선 둘이서 또 까르르 하고 웃는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연어 초밥은 한 번 더 먹어야겠다.

 

 **********

 

 “그 언니 어때? 오빠랑 나이도 같아.”

 

 지연이의 눈에서 빛이 난다.

 

 “너한테 후원해주는 돈 많은 여자라며.”

 

 배가 너무나 부른 상태다. 그 누구와도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수많은 연어의 저주에 걸린 것일까? 하는 생각에 움직임을 포기하고 차에 눕듯 앉아있다.

 

 “소개 시켜줄까?”

 

 ‘너의 후원자를 내가 알고 지내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다. 동생아. 너의 유희를 위해 이 여린 오빠를 희생시키지 말거라.’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으로 들어온 것이 너무 많아 말하기 쉽지 않다. 정확히 말한다면 모든 내용이 귀찮다.

 

 “별로.”

 

 지연이가 운전을 하는 승민이 형의 눈치를 본 후 휴대전화에 메시지를 쓴다.

 

 위이이잉

 

 내게 문자를 보낸 것인가? 바로 옆에 있으면서?

 

 - 오빠는 사랑을 모르잖아. 연애를 해봐야 사랑을 알지.

 - ㄴ. 귀찮. 메리트가 없다.

 - 사랑은 노란색이 노란색을 물들이는 거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해져.

 - 나는 불행하지 않아.

 - 오빠 번호 진주 언니한테 방금 보냄. 유진주. 동갑임.

 - ?

 - 친하게 지내. 010-****-2838 진주언니

 - ?

 

 고개를 돌려 지연이를 본다. 매우 흡족한 미소.

 

 이게 뭐하는 짓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르쳤던 노란색 감정에 눈물을 흘리며 결국 대성통곡을 하는 바보가 우리의 학원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가슴을 막히게 만든다.

 

 “에구... 우리 오빠가 그랬어?”

 

 지연이가 내게 다가와 나의 머리에 살짝 손을 얹고 쓰다듬는다.

 

 한숨을 쉰 지연이가 말을 이어 나간다.

 

 “사랑을 하면 언제나 행복한건 아니야. 작은 일에도 웃기도 하고 사소한 것에도 울기도 하고. 질투 때문에 화가 나기도하는 그런 거야. 가끔 외롭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그게 전부 사랑이야.”

 

 살짝 지연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려본다.

 

 나의 표정을 본 그녀가 말을 이어간다.

 

 “음... 그러니깐 가장 밝은 노란색은 물기가 묻어 밝게 빛이 나는 그런 노란색이야.”

 

 얼굴엔 웃음이 있지만 눈은 슬픔에 가깝다.

 

 지연이가 크게 한 번 더 숨을 쉰다.

 

 **********

 

 “그러니깐 배우 하길 잘했다니깐?”

 

 어느새 옆에 서서 준영이가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왼손엔 커피 캐리어를 들고 오른손에 있는 라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급하게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최근에 대학로에서 내 작품을 봤는데 너무 멋져서 팬이 됐데. 진심을 담은 연기에 너무나 감동을 했다고 하더라.”

 

 얼굴엔 감출 수 없는 웃음이 가득하다.

 

 자신을 알아보는 관객을 갑자기 만났다는 사실이 너무도 신이 나는 모습이다.

 

 지연이가 어렸을 때 하던 자랑을 성인이 된 남성이 하고 있다.

 

 “그 연극에서 배역이 미치광이 살인범이었나?”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준영이 풉 하고 컵에서 입을 뗀다.

 

 “무슨 연극제목이 ‘신촌의 솜사탕’인데 살인범이 나와. 내 연극 좀 보러 오라니깐 한번을 안와요.”

 

 즐거운 듯 준영이 키득키득 웃는다.

 

 갑자기 마음에 안 들던 어린 시절 꼬맹이의 모습이 보인다.

 

 “솜사탕으로도 사람정도는 죽일 수 있어.”

 

 이 녀석의 가면을 쓰고 말을 한다. 마치 거울처럼.

 

 “뭐? 어떻게? 혈당을 높여서?”

 

 눈동자에는 흥미가 있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내게 말을 한다.

 

 “아니 때려서.”

 

 왼손에 들고 있는 아메리카노 종이컵 위에 솜사탕이 달려 있는 듯 흔든다.

 

 웃음이 터진 준영이는 키득키득 거리며 고개를 가로 젓는다.

 

 “어쨌든 주말에 내 연극 보러 와! 티켓도 없이 이름만 대고 들어오면 되는 사람이 한번을 안와?”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지연이가 있을 땐 자주 가줬지만 지금은 한 번도 다른 사람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없다.

 

 어떤 연기를 하려나 궁금하지도 않다.

 

 “주말에 친구와 약속이 있어.”

 

 “무슨 약속!”

 

 웃음을 짓던 준영이가 발끈한다. 대체 또 무슨 약속이냐는 표정이다.

 

 “솜사탕 먹으러가. 신촌에.”

 

 **********

 

 “사람의 감정은요. 마치 얇은 실들이 얽히고 엮여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마치 이 솜사탕처럼 말이죠! 가볍게 본다면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지만 사실 자세히 보면 그 속엔 여러 가지가 들어 있는 거죠. 지금 내 앞에 나타난 당신을 보며 웃음과 눈물이 함께 나오는 것 처럼요.”

 - 연극 ‘신촌의 솜사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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