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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이벤트 호라이즌
작가 : 서린
작품등록일 : 20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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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곳곳이 쓰레기장처럼 보였다.
길거리는 너무나 고요했다.
이동하는 동안 들리는 거라곤 연규의 발걸음 소리뿐이었고, 보이는 건 무너진 건물과 크레이터로 인해 중간중간 끊겨있는 도로뿐이었다.
하늘은 여전히 붉은색이다. 모든 게 어색했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이곳을 오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변해버렸다.
이 모든 게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었다.


- 본문 중 발췌

 
4. 마녀 (7)
작성일 : 17-07-28 21:04     조회 : 45     추천 : 0     분량 : 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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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녀 (7)

 

 "능력을 가진지 얼마 안 된 능력자는 능력을 쓰면 꿈을 꿔요. 여태껏 꿈을 꾸지 않은 능력자는 없었어요. 영구는 오늘 꿈을 꾸게 될 거예요. 지독한 악몽이 되겠죠."

 에스더는 자신의 악몽이 생각났는지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사실 앞에 말한 육체라든지, 이능이라는 건 별 의미가 없어요. 중요한 건 능력자는 평생 두 가지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죠."

 "두 가지 능력?"

 "네. 하나는 발현하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항시 지속되는 능력이에요. 이를테면 저 같은 경우 죽은 자가 남긴 스칼렛쿼츠로 그 사람을 부활시키는 발현 능력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되살아난 사람의 기억과 현재 그들이 보고 느끼는 걸 같이 느낄 수 있는 지속 능력이 있어요."

 "에스더는 두 가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네?"

 "네. 모든 능력자는 발현, 지속. 두 가지 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능력자가 지속 능력을 각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에스더가 어깨를 으쓱거린다.

 본인이 일반적인 능력자가 아니란 것을 과시하고 싶은 걸까? 그렇다고 해서 거리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미 수준 높은 전투 능력과 이따금 보여주는 미친년 같은 모습은 이미 일반적이지 않다는 걸 알려줬기 때문이다.

 며칠 안 됐지만, 그동안 봐왔던 반전 있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 그대로다.

 연규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에스더의 입술이 뿌루퉁하게 나왔다.

 "이어 말하자면 발현 능력이든, 지속 능력이든 쓰고 나면 꿈을 꾸죠. 문제는 지속 능력을 각성했을 때 발생해요."

 "문제라니?"

 이제 곧 악몽을 꾸게 될 사람에게 악몽보다 더한 문제가 뭘까.

 "일단, 발현 능력의 경우 악몽에 대비할 여유가 있어요. 너무 고된 악몽에 심적으로 지칠 땐 능력을 쓰지 않으면 꿈을 꾸지 않으니까요."

 연규의 미간이 좁아진다. 에스더의 말은 지속 능력은 악몽에 대비할 여유가 없다는 말과 같았다.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어간다.

 "지속 능력을 각성하는 날엔 매일 같이 악몽을 꾸게 될 거에요. 시도 때도 없이 꾸죠. 잠자리에 들 때만 꾸는 것도 아니에요. 잠깐 졸아도 나타나요. 이게 사람을 미치게 만들죠. 변이체가 된 능력자들은 대부분 여기서 변하거든요."

 주변에 변이체가 된 능력자가 있던 걸까? 연규가 잠든 1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걸까? 직접 경험하지 못한 연규로서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연규는 당장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에스더는 대부분의 능력자가 지속 능력을 각성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 역시 그 대부분에 포함되어있을 거라 믿었다. 한평생을 평범하게 살아왔기에 가능한 생각이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연규가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주제를 바꿔본다.

 "에스더는 이벤트 호라이즌 전에 어떤 사람이었어?"

 뜬금없는 질문에 에스더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다가온다. 연규가 머쓱함을 느끼고 턱을 긁적였다. 아무 말 없이 바라보던 에스더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다.

 "갑자기 그건 왜요?"

 "아니. 뭐, 그냥. 궁금하기도 하고. 같이 다니는데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 좋을 것 같기도 하고…."

 에스더의 눈이 더욱 가늘어진다.

 "숙녀의 과거를 묻는 건 예의가 아니에요. 그것도 몰라요?"

 "숙녀? 소녀가 아니고?"

 "뭐욧!"

 에스더가 의자에 앉은 채로 발길질을 한다. 연규는 화제 전환에 성공했음을 느꼈다. 무릎을 들어 적당히 막았다.

 "크큭. 보통 숙녀는 다 찢어진 원피스를 입고 돌아다니진 않지."

 에스더의 원피스는 거적때기나 다름이 없다. 찢어지고 구멍 나고. 속으로 보이는 운동복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 완전한 거지꼴이다.

 에스더가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옷차림을 본다. 그대로 들어 올린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물들어있다.

 "그러는 영구는! 아재라서 세미누드로 돌아다니는 거고요!?"

 아재라는 단어에 약간 정신적 타격이 들어온다. 견뎌내야 한다. 더는 에스더의 장난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소년 변이체에게 찢어져 반나체인 자신을 바라본다. 약간 부끄럽다. 큼큼. 마른기침을 하고 배를 억지로 내밀어 볼록하게 만들어 냈다.

 "그… 그럼! 바로 이 세미누드와 볼록한 배는 아재의 상징이자 미덕이라고!"

 "이익!!"

 에스더가 분을 못 이기고 주먹질을 한다. 문득 기왕 오늘 꿈을 꾸는데 능력을 연습해 볼까 생각했다.

 시간이 멈춘 듯 느려졌다. 생각하는 대로 바로 느려지는 시간. 에스더의 주먹이 복부로 날아든다. 아주 천천히.

 손바닥을 펼쳐 막아보려 했다. 이미 혹사한 팔은 연규의 바람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다가 천천히 날아드는 주먹이 보인다. 저렇게 천천히 다가온다면 맞아도 별로 아프진 않을 것 같다.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에스더의 투정을 적당히 받아주기로 생각하고 능력을 풀었다. 시간의 흐름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작은 주먹이 매섭게 날아든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다. 본능적으로 배에 힘을 준다.

 퍽. 맞고 나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그냥 주먹의 느낌이 아니다.

 "커억."

 연규의 허리가 기억자로 굽혀진다. 아련하게 보이는 소녀의 작은 주먹엔 징 달린 너클이 장착되어 있었다.

 "오늘 잘 때 정신 바짝 차리고 자요. 꿈이라는 사실을 절대 잊지 말고. 변이체가 되면 친히 죽여드릴 테니 너무 걱정하진 않으셔도 돼요. 그럼, 잘 자요."

 흐릿해지는 시야로 에스더의 목소리가 아늑하게 들려온다.

 

 **

 

 "허억. 헉. 헉."

 높게 솟아있는 빌딩 숲. 도심 한복판에 연규가 홀로 달리고 있다.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는 모습이 어떤 존재에게 쫓기는 듯 보인다.

 연규의 머릿속엔 어서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도저히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한 시간. 두 시간.

 달리기는 계속됐다. 심장은 터질 듯 뛰고 다리는 후들거린다. 뜀박질에 맞춰 휘두르는 팔도 찢어질 듯 아려온다. 그래도 달리기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세 시간. 네 시간. 막연한 존재가 주는 압박감은 너무나도 거대했다.

 오랜 시간 달리고 나니 두려운 존재로부터 약간의 틈이 생겼다. 그 틈에서 파생된 생각은 의문이다. 정확하진 않지만 벌써 여섯 시간을 내리 달리고 있다.

 지치지 않는 체력. 아니, 이미 지쳤지만 어떻게 계속 달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왜 자신은 달리기를 멈출 수 없는가에 대한 의문. 누구로부터 쫓겨 달리는가에 대한 의문. 이곳은 어딘가. 끝이 없는 도심 속에 자신 혼자뿐인가에 대한 의문.

 이곳은 모든 게 설명이 되지 않는 곳이다.

 그러다 현실을 자각했다. 꿈. 꿈이다. 빌어먹을 악몽이 시작됐다. 달리기를 멈추고 싶었다. 몸은 연규의 통제를 벗어나 하염없이 달린다.

 밝은 하늘이 눈에 거슬린다. 석양이 지듯 붉어야 정상인 하늘인데 너무나 푸르다. 푸른 하늘이 너무나 눈부셔 바라보기 힘들다.

 아늑하게 들려온 에스더가 말이 떠오른다.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모든 게 부자연스럽다. 자신의 존재까지도.

 무채색의 빌딩들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까지 부자연스럽다. 저번 꿈에서도 지나친 빌딩이건만 이곳 역시 어린 시절을 보내왔던 장소다.

 맞을까? 이것도 의문이 든다. 의문이 생긴 순간 빌딩 숲이 사라지고 주택가가 나온다. 순식간에 변한 환경.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다. 본래 빌딩 숲이 갑자기 없어지고 주택가로 바뀌는 게 맞는 것 같다.

 발걸음이 느려졌다. 드디어 자신의 통제에 따르는 몸뚱이다.

 연규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그리고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다리를 두드렸다. 미친 듯이 뛰던 심장이 금세 진정된다.

 고개를 들어 주택가를 살핀다. 익숙한 골목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두 번째 모퉁이를 돈다.

 남색 로벨리아로 가득한 계단이 보인다.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로벨리아 꽃을 하나 따고는 계단을 올랐다. 진한 꽃향기가 느껴진다. 마음이 안정된다.

 익숙한 골목 어귀를 지나친다. 낯익은 건물이 보이자 발걸음을 멈췄다. 세 사람이 서 있다. 가족.

 그리움. 반가움. 서러움.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가슴이 울컥한다.

 발바닥이 지면에서 천천히 떨어진다. 그리고 한 발짝 앞으로 움직인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연규가 달려가 부모님 품에 안겼다. 체온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형체에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깨진 유리창처럼 조각나 쏟아져 내린다.

 "…이게 뭐야?"

 멍하니 조각나 흩어지는 부모님의 잔해를 바라본다.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머리는 이해를 못 하고 있는데 눈가에 눈물이 고여 든다. 세상이 뭉개지듯 뿌옇게 번진다.

 잔해 조각하나를 들어 올렸다. 너무나 잘게 조각나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도 힘들다.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진다. 잔뜩 고인 눈물이 한 방울 떨어지기 시작하자 쉴새 없이 흘러내린다.

 "으아아악!!"

 연규가 오열한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못 하고 가만히 서 있는 연수를 본다. 그는 본래 서 있던 그대로 우두커니 있다. 자신은 이토록 비참하고 슬픈데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서 있는 연수가 원망스럽다.

 "이게 뭐냐고!!!"

 연규가 울부짖는다. 머릿속에 퓨즈가 타버린 것처럼 무언가 끊기는 느낌이 든다.

 실수다. 자신도 모르게 꿈에 녹아들었다. 모든 게 부자연스러운 곳이었다.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조차 만들어진 것 같다.

 어서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찾아야 했다. 지금 느끼는 부자연스러움으로는 부족하다. 흐릿해진 시야에 부모님의 조각난 잔해가 또렷하게 보인다. 이것부터 말이 안 된다. 애초에 사람이 깨진 유리창처럼 쏟아진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 같다. 더…. 더 많은 모순을 찾아야 한다. 이곳의 괴리감을 느껴야 한다.

 연규가 손으로 부모님의 잔해를 쓸어 모았다. 다시 몸이 정신의 통제를 벗어났다. 아니, 애초에 통제를 받지 않던 몸이었다. 이곳에 올라오는 것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다.

 자신이 로벨리아 계단을 보고 미소를 지을 까닭이 없다. 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곳에 발을 들이밀 자신이 아니다.

 지금 흘리는 이 눈물조차도, 감정도. 모두 꿈이 조작한 악몽일 뿐이다.

 등 뒤로 거센 압력이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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