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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피어스
작가 : 레이지아츠
작품등록일 : 2017.7.22

무엇이 옳고 그른가?

운명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내던져진 채 각기 다른 신념을 위해 싸우는 영웅들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처절한 투쟁

 
특별편 : 모닥불 4
작성일 : 17-07-26 12:45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7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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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사르륵

 

 일가족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후드를 벗은 소년에게서 드러난 건 피가 연상되는 붉은 머리칼, 그리고 평범한 인간처럼 광대 뒤편이 아닌 훨씬 위쪽 옆통수에 달려있는, 그가 쓰러트렸던 라이칸들과 모양이 같은 짐승의 귀.

 

 "...라이칸!"

 

 기탈이 딸과 아내를 뒤로 물리며 소년을 경계했다. 그가 아들 같아서 각별히 대했던 소년은 실은 저 괴물들과 한 패였던가?

 

 그 모습에 쓴웃음을 흘린 소년이 말을 이었다.

 

 "봤지? 난... 댁들 빈자리를 채워줄 수 없어.

 그건 댁들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소년은 슬픈 한 마디를 더 남기고 멀리서 다가오는 라이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아니야... 그럴리 없어... 쟤는 판토야... 내가 똑똑히 봤어... 분명히 팔뚝에 판토와 같은 상처가 있었는 걸!?"

 

 딸의 중얼거림에 기탈과 로메나가 그녀를 안고 위로해주었다.

 

 "애초부터 눈 색깔이 달랐잖니..."

 

 "머리색 대신 눈 색깔이 바뀐 걸 수도 있잖아!"

 

 "마거트..."

 

 "왜 그런 얘기가 있잖아...? 라이칸에게 물리면 라이칸이 된다는... 마수가 그렇게 다시 우리곁으로 돌려보낸 걸 수도 있잖아! 그래 여신님의 기적으로!"

 

 "미안하구나... 그동안 네가 더 상처받을까 봐 말 못 했었다만... 들어다오."

 

 "그치만 엄마 아빠도 그랬잖아! 마수는 판토를 죽이지 않고 데려만 갔다고!"

 

 결국 기탈이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제발, 제발, 제발! 정신차려 마거트! 그때 넌 기절해서 모르겠지만 이 아빠 엄마는 눈앞에서 봤어! 마수가 판토를 씹어 삼키는 걸... 판토는 그때... 확실히... 죽었어...! 그러니... 이제 제발 좀 잊어!"

 

 기탈이 마거트의 양어깨를 움켜쥐고 흔들며 진실을 외치자 마거트는 초점 잃은 눈으로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니야... 아니야... 판토는 살아있어... 봐! 저기..."

 

 그녀가 가리킨 쪽에서 짐승귀를 가진 소년이 자신과 같은 귀를 가졌으며 덩치도 한참 큰 라이칸들과 도저히 인간의 힘이라고 설명이 되지 않는 무력으로 치열한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어느새 후드는 벗겨져 나뒹굴고 있었고 소년은 팔뚝 상완뿐만이 아니라 온몸 가득 끔찍한 상처들로 뒤덮여있었다.

 

 "으으으흑."

 

 무너지듯 쓰러진 두 모녀를 두고 기탈은 같이 슬퍼할 새도 없이 무기를 챙겨들고 다른 라이칸이 올까 노심초사 주변을 경계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서 일어나! 이러다간 모두 죽어!"

 

 라이칸 무리가 다가오자 안달이 난 기탈은 두 모녀를 억지로 일으켜세우고 길도 없는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가려했다.

 그들의 바로 앞에서 어둠속 흉흉한 불빛 두개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점점 어둠속에서 커다란 지팡이를 짚고 걸으며 드러나는 이는 검은색에 가까운 어두운 회색 털에, 검은색의 조악한 천을 의복처럼 두르고 보통 인간보다 머리 한두개는 더 큰 거대한 두 발 짐승.

 한 눈에 보아도 여타 동족들과는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라이칸이었다.

 

 [소중한 제물이다. 상하지 않게 잘 다루어라.]

 

 그가 우두머리란 것을 확인시키 듯 그의 명령에 튀어나온 라이칸들이 사냥감을 모는 것처럼 일가족의 주위를 에워쌌다.

 

 "꺄아아악!"

 

 마거트의 비명이 온 숲속에 울려퍼지고 나서야 그쪽을 살피려 몸을 돌린 소년은 빈틈을 노려 뒤에서 입을 벌리고 덮쳐드는 라이칸의 아래턱을 팔꿈치로 올려쳐 이빨들을 박살낸 뒤 욕설을 뱉으며 일가족을 구하기 위해 뛰었으나 우두머리 라이칸이 쏘아낸 마법을 피하느라 바닥을 한참 구르고서야 이를 악물고 다음 공격에 대비하여 고개를 들었다.

 

 "샤먼!"

 

 그의 눈안에 비치는 날아오는 마법 포탄.

 

 소년은 급한 와중에 뜬금없이 세스타스 매듭 끝을 입으로 물어당겨 풀고 중얼거렸다.

 

 "야성 봉인, 한정 해제...!"

 

 하얀 매듭 끝을 입으로 풀어 헐거워진 세스타스 사이가 벌어지며 소년의 팔이 부풀어 올랐다. 하지만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이미 마법이 소년을 덮쳐버리고 말았다.

 흙먼지와 마법의 잔해가 흩날리는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우두머리 라이칸은 만족한 듯이 지팡이를 거두었다.

 

 [...꽤 아까운 놈이었군. 우리편이었더라면 좋은 전력이 되었을 것을...음?]

 

 흙먼지와 마법의 기운이 조금씩 걷히자 소년의 모습이 드러났다.

 

 [...뭐라고?]

 

 날아오는 마법을 향해 공을 잡듯 손을 펼쳐 우두머리 라이칸이 날린 마법을 손에 쥔 소년의 짐승처럼 변한 손이 마치 먹이를 집어삼키는 맹수가 아가리를 다물듯 날카로운 손톱들을 오므리며 손안에서 거짓말처럼 마법이 사그라들었다. 이윽고 소년이 주먹을 완전히 움켜쥐자 우두머리 라이칸의 마법은 흙으로 덮어버린 불씨처럼 완전히 소멸되어 버렸다.

 헐거워진 세스타스 사이로 삐져나온 털이 북슬북슬하고 날카로운 손톱이 돋아난 짐승의 팔.

 소년의 팔은 딱, 어깨 문신 아래로 붉은 색이라는 걸 제외하고는 적들인 라이칸들과 똑같은 모양으로 변해 있었다.

 

 [...무, 무슨? 술법을 손으로 잡아서 없앤다고!?]

 

 우두머리 라이칸이 놀라서 뒷걸음치자 그의 어깨가 부딪힌 뒤에 있던 라이칸이 보고를 시작했다.

 

 [샤먼이시여. 저놈은 단순한 '사육종'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봐야 동족을 배신한 더러운 혼종인 건 변함 없지. 그두스비! 준비하거라.]

 

 [예.]

 

 그두스비라 불린 라이칸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오자 소년은 세스타스 매듭에 입을 갖다대어 남은 손의 봉인마저 풀고 그들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쿵 쿵

 

 소년과 마주보고 다가가던 그두스비가 소년과 발걸음에 맞춰 걷다가 이내 소년이 뛰자 같이 뛰었고 곧 그 둘은 서로를 향해 돌진하여 몸이 부딪힐 때가 되자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둘 모두 양손을 뻗어 서로의 손을 맞잡고 깍지 낀 힘겨루기 상황.

 

 [크흠!]

 

 분명 덩치를 이용해 내리 누르는 중이었음에도 힘이 딸려 한참을 뒤로 밀리던 그두스비가 안되겠는지 송곳니가 흉흉한 아가리를 벌렸다.

 

 으적

 

 "아아악!"

 

 그두스비가 이빨을 써서 어깨를 깨물자 한 차례 비명을 토해낸 소년은 고통으로 질끈 감았던 눈을 번쩍 떠 분노로 이글거리는 금빛 눈동자로 적을 내려다보며 인간치고 크다 싶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입을 벌려 눈앞에 보이는 그두스비의 두툼한 목 부위중에서도 경동맥이 지날 법한 부위를 물었다.

 

 으적

 

 [캥!]

 

 목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지는 동족의 살점을 입안 가득 한 움큼 뜯어낸 소년은 이어서 '퉷'하고 뱉으며 입가의 피를 대충 팔로 비벼서 닦았다.

 

 "그러게 왜 남자답지 못하게 물어뜯고 난리야?"

 

 [그두스비가 당하다니... 네 이놈 정체가 뭐냐!]

 

 멀리서 우두머리 라이칸의 외침에 소년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뭐라는 거야 이 똥개가? 당최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저 빌어먹을 놈들 개짖는 소리는. 뭐라고 지껄이는진 모르겠다만 뒈질 준비나 하셔. 아차 죽이면 안되지. 얌전히 안따라오면 뒤진다!"

 

 말을 마친 소년이 순식간에 달려오자 표정을 굳힌 우두머리 라이칸이 지팡이를 들었다.

 

 "얼레?!"

 

 우두머리 라이칸이 들었던 지팡이로 땅을 찍자 동시에 소년의 발치에서 나무 뿌리로 보이는 덩굴이 솟아나 발목을 잡아 그만 소년은 그대로 넘어질 수밖에 없었고 곧이어 우두머리 라이칸이 손톱이 흉흉하게 펼친 손을 들자 처음 나올때랑 비교도 되지않는 양의 나무뿌리 덩굴들이 소년의 몸을 옭아매었다.

 

 "크으윽! 이런 씨부랄!"

 

 자신의 계획대로 소년이 무력화되자 우두머리 라이칸은 송곳니가 드러나게 입꼬리를 올리며 펼쳐 들었던 손을 움켜쥐었다.

 

 "커허어어억!"

 

 그의 손짓과 동시에 뱀이 쥐를 휘감아 옥죄듯 덩굴이 소년을 옥죄었다.

 그렇게 라이칸들을 때려잡던 소년이 꽁꽁 묶이자 그동안 뒤에서 숨어 있던 농노들이 하나둘 숲속으로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남아서 끝까지 소년을 걱정하는 건 마거트 일가족뿐.

 

 [이런 버러지같은 원숭이들이 감히 도망을 쳐?]

 

 그 모습에 분노한 우두머리 라이칸이 잠시 소년에게서 시선을 떼고 주문을 외운뒤 사람들이 도망친 숲을 향해 지팡이를 겨누고 허공을 종으로 긋자 그의 지팡이 끝을 따라 숲속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번졌다.

 

 "끄아아아악"

 

 여기저기 들리는 비명소리.

 

 "으으으으!"

 

 소년은 옥죄어 오던 덩굴에서 힘이 빠졌음에도 탈출할 시도조차 못하고 그 아수라장을 금빛 눈에 담으며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그만둬...! 그만둬어어어어!"

 

 소년의 절규는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고 우두머리 라이칸은 만족한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다시 소년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이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표정을 바꾸어 얼굴 가득 긴장을 품었다.

 

 "키키킥킥"

 

 실성한 듯이 울다가 웃는 소년.

 그리고 곧 웃음을 멈춘 소년의 탄식이 고요한 공기를 울렸다.

 

 "...하! 이것들이 정말... 그 '더러운 기분'을 '다시' 맛보게 해주는 군..."

 

 우는지 웃는지 얼굴을 푹 숙인 채 몸을 들썩거리며 흐느끼던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치켜들자 눈물로 범벅된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유난히 송곳니가 돋보였다.

 

 "...답례로 갈기갈기 찢어주마."

 

 [완전 해제.]

 

 헛구역질을 하듯 벌어진 입안의 안그래도 길었던 송곳니가 점점 더 길어지며 눈물을 다 토해낸 금빛 눈동자 안의 동그랗던 검은 동공이 마치 맹수의 그것처럼 세로로 찢어졌다.

 

  본체의 야수화를 막던 양어깨의 문신이 눈부시게 빛나며 하얗게 달아 오르다가 이내 김을 뿜으며 검게 식어버리자 곧바로 소년의 몸 전체가 부풀어 오르며 몸을 옭아매던 덩굴을 모두 끊어버렸다.

 어느새 망토는 사라지고 상처투성이의 온몸에 머리칼 색깔과 같은 붉은 털이 자라나기 시작하였고 곧 거대하게 변한 소년이 언제 돋아났는지 기다란 꼬리를 한 차례 휘두르며 아직 붙어 있던 덩굴을 털고 뒤돌아서자 그곳에는 소년의 곱디 고왔던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두 다리로 선 채 흉측한 송곳니를 보이며 으르렁거리는 한 마리 거대한 '붉은 야수'만이 남아있었다.

 

 그것이 '소년이었다'는 증거는 붉은 털과 맹렬하게 이글거리는 금빛 눈동자뿐.

 

 마치 기지개 켜는 것처럼 양손의 날카로운 손톱으로 허공을 움켜쥐듯 오므린 채 두 팔을 접고 바깥쪽을 향해 벌린 붉은 야수는 넓은 양어깨 사이에 위치한 흉측한 얼굴에서 입술을 벌려 잇몸과 함께 다물고 있음에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송곳니를 드러내었다.

 

 그르르르르

 

 그리고 포효도 아닌 붉은 야수의 굵은 그로울링이 숲속에 지진을 내듯 넓게 울려퍼지자 인간이니 라이칸이니 종족 구분 없이 모두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저 모습은...붉은 칸!? 아니야... 붉은 칸은 북부에서 전쟁중일텐데...?]

 

 이미 전의를 잃은 우두머리 라이칸이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허면 저건...!]

 

 무언가 깨닳은 우두머리 라이칸이 부하들이 뭉쳐있는 곳을 향해 급히 고개를 돌려 입을 벌렸다.

 

 [가! 가라! 가서 반드시 '붉은 칸의 아들'... '재앙의 씨앗'이 돌아왔다고 전해...! 커흑!]

 

 라이칸 마법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뒷덜미부터 목전체가 마치 송곳니가 가득한 포식자가 큰 아가리로 먹잇감을 한입 베어 물듯 붉은 야수의 커다란 손아귀에 쥐여진 채 들어올려졌다.

  붉은 야수는 이어서 반대쪽 빈손으로 라이칸 마법사의 쇄골뼈뭉치를 움켜잡았으며 곧 그 두 손에 의해 우두머리 라이칸의 상반신은 피분수를 뿜으며 산 채 두 쪽으로 찢어지는 가운데 그 틈사이에서 붉은 야수의 금빛 안광이 흉흉하게 빛을 냈고 뒤이어 부들거리는 입술안의 흉측한 송곳니마저 드러났다.

 상반신이 통째 찢어진 채로 아직도 숨이 끊어지지 않았는지 꿈틀대는 우두머리 라이칸의 머리를 발로 밟아 으깨며 불타는 숲을 배경으로 우뚝 서있는 붉은 야수의 모습은 말그대로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 그 자체.

 

 우우우우!

 

 우두머리 라이칸이 붉은 동족에게 끔찍하게 제거당하자 공포에 질린 라이칸들은 허공을 향해 울부짖고 포로들을 놔둔 채 하나 둘 도망가기 시작했다.

 붉은 야수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일가족에게 성큼성큼 달라진 보폭으로 다가갔다.

 

 이를 딱딱거리며 떠는 기탈과 로메나의 손에서 빠져나간 마거트가 실성했는지 붉은 야수에게 뛰어가 그를 때리며 울부짖었다.

 

 "넌 판토가 아닌데... 왜! 판토는 죽었어!"

 

 붉은 야수는 천천히 손을 들어보이며 기탈 부부에게 자신이 그들을 해칠 의사가 없음을 알려 조금이나마 안심시켰다.

 

 "...그래."

 

 소년일 때와 비교조차 안되는 굵은 목소리에 붉은 야수의 허벅지쯤에서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마거트의 머리가 움찔거렸다.

 

 "네 동생은 죽었어. 그래서?"

 

 "그래서라니...?"

 

 "너도 따라 죽을 거야?"

 

 "...뭐?"

 

 "마음대로 해. 대신 네 부모들은 똑같은 아픔을 다시 겪게 되겠지. 그래도 좋다면 저승에 있는 동생하고 못다한 소꿉놀이나 마저하라고."

 

 마거트는 그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부모들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서로를 안은 채 자식을 향해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부부.

 붉은 야수는 불과 몇시간 전까진 올려다보던 마거트를 내려다보며 날카로운 손톱을 숨긴 큼지막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가. 네 자리로."

 

 마거트는 주근깨 가득한 얼굴을 치켜들고 붉은 야수를 올려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부모곁으로 돌아갔다.

 

 "잘해드려라. 네 부모인 이유뿐만이 아니라도 좋은 사람들이니까."

 

 뒤에서 들리는 붉은 야수의 충고를 새겨들으며.

 

 "우두머리가 뒈졌으니 놈들도 뿔뿔히 흩어지겠지. 곧 녹바스 국경수비대가 올테니까 안전한 곳에서 기다려. 그럼 난 이만."

 

 짐승의 얼굴인데도 불구하고 쓸쓸함이 사무치게 느껴지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붉은 야수.

 

 "잠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을 붙잡는 부부의 목소리.

 붉은 야수는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들을 눈에 새겨둘 겸 입꼬리를 쓰게 올리고 뒤돌았다.

 

 "이대로... 떠나는 거니...?"

 

 "...할 일이 있어."

 

 "그럼..."

 

 "무,무슨?"

 

 부부가 허락하지도 않았는데 다가오자 붉은 야수가 당황한 듯 뒷걸음질치며 말을 이었다.

 

 "...아무렇지 않아...? 이런 모습인데도...?"

 

 그들이 자신의 얼굴을 향해 손을 뻗자 붉은 야수의 금빛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솔직히 말해서 무섭구나... 그래도..."

 

 "네가 우리를 구했잖니? 고맙구나..."

 

 부부의 따뜻한 목소리에 이내 마음을 진정시킨 붉은 야수가 살며시 눈을 감고 허리를 숙여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었다.

 붉은 야수, 아니 커다란 강아지가 된 소년은 기분 좋은지 귀까지 뒤로 젖히고 얼굴을 갖다대며 한껏 로메나와 기탈, 그리고 마거트의 손길을 받았다.

 잠시 행복한 시간이 지나고 멀리서 국경 경기대 나팔 소리가 들리자 일가족의 손에 얼굴을 맡기던 붉은 야수의 귀가 쫑긋해지며 반쯤 감고 있던 눈도 떠졌다.

 

 "실컷 퍼붓고서 이런 말하기도 웃기지만... 고마워. 당신들 모닥불, 꽤 따뜻했어."

 

 다시 불러세워도 소용없다는 듯 붉은 야수는 할 말만 남기고 도약 한번으로 멀어졌다.

 

 "잠깐! 기다려 이 멍청아! 그리고보니 아직 통성명도 안했잖아!"

 

 마거트의 지적에 붉은 야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송곳니가 살짝 드러나는 입을 열었다. 굵어진 목소리탓에 으르렁거림을 섞으며.

 

 "내... 이름은..."

 

 말을 마치고 돌아서 그들과 멀어지는 붉은 야수의 모습은 홀가분해 보였다.

 그들이 지펴준 모닥불의 온기가 남은 듯 가슴속이 따뜻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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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아츠 17-07-26 12:47
 
헥헥 죽는줄ㅠ 새벽부터 점심까지 쉬지도 않고 한번에 쓴 회차라 어색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발 지적좀 해주세요ㅠㅠ 그런부분만 제외한다면 스스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여태 제가 썼던 에피소드중 가장 멋진 화였습니다 앞의 특별편 3편은 모두 이번화를 쓰기 위한 밑작업이었달까요?ㅠㅠㅠ

다음화부터 본편입니다 드디어ㅠ 수정전이라도 상관 없으시다면 제 다른 작품목록에 있는 길티 앤더 비스트를 보시면 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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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필름 17-07-30 08:09
 
전 판타지 물을 처음 읽어요. 그런데 재밌네요. 뭔가 제 눈앞에서 내용이 그려져서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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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아츠 17-07-30 09:59
 
재밌게 봐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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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지아츠 17-07-31 13:01
 
마거트를 설득하며 붉은 야수가 꺼낸 "~저승에 있는 '동생'하고 못다한 소꿉놀이나 마저하라고." 부분은 원래 "~저승에 있는 '오빠'하고 못다한 소꿉놀이나 마저하라고." 이며 붉은 야수가 동생과 오빠를 헷갈려하여 마거트가 "오빠가 아니라 동생인데?"라고 딴지를 걸자 붉은 야수가 "오빠고 동생이고 아무튼!" 이라고 짜증을 내는 만담 웃음 포인트였는데 감동이 반감될 것 같아서 과감하게 빼버렸습니다. 빼고보니 또 아쉽네요ㅠ 잘한건지 못한건지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히겠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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