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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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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1 19:48     조회 : 276     추천 : 0     분량 : 7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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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지났다. 젤브로스는 이제 검을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놀란만큼 몸이 회복되어 있는 상태였다.

 

 오전 11시 30분.

 

 연병장에서 들려오는 목검 부딪히는 소리가 주변이들을 숨죽이게 만들고 있었다. 절름발이 네지, 그의 보좌관, 펠리스의 지휘관들, 그리고 그들의 대련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든 무수히 많은 펠리스의 사병들.

 

 "느려!"

 

 딱!

 

 젤브로스가 휘두른 목검이 펠리스의 대위 계급 사병이 쓴 투구에 직격한다.

 

 "아악!"

 

 "검을 왼쪽으로 베며 한 바퀴 돌때 양옆구리에 1초 가량 빈틈이 보인다! 그리고 검을 커다랗게 휘두를 때 비명을 지르는 괴이한 버릇은 고치는게 좋아. 상대가 네 패턴을 알지 못하게 해야해. 네가 상대해야 할 괴물들 중에는 인간들 만큼이나 영리한 녀석들도 많으니까!"

 

 "윽.....가, 감사합니다."

 

 무수히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뒤를 잇는다. 젤브로스는 투구를 벗어던지며 손등으로 이마를 닦았다.

 

 "훌륭해요!"

 

 제일 앞에서 대련을 지켜보고 있던 절름발이 네지가 흥분에 고조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냈다. 순식간에 연병장은 젤브로스의 놀라운 실력에 감탄을 자아내는 관객들의 열렬한 탄성과 박수 소리로 가득 차있었다.

 

 "영광입니다 마스터."

 

 젤브로스를 상대했던 네지의 부하가 그에게 악수를 청했다. 젤브로스는 흔쾌히 그의 성의를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자네는 무거운 롱소드보다는 짧고 가벼운 쇼트 소드에 더 잘맞을 것 같군. 쇼트 소드는 검의 리치가 짧은 만큼 가볍기 때문에 네가 자주 사용하는 회전베기의 빠르기를 극대화 시키면서, 몸을 돌릴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빈틈을 가려주는데 큰 도움을 줄걸세."

 

 "쓰디쓴 가르침, 감사히 받겠습니다 마스터."

 

 젤브로스에게 깎듯이 고개를 숙이며 네지의 부하가 퇴장하자 그를 대신하여 네지가 젤브로스의 앞에 섰다.

 

 "마스터의 싸움을 보니 저도 불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어찌, 제게도 한 수 가르쳐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지....?"

 

 젤브로스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네지의 다리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길이가 다른 네지의 두 다리는 그의 몸을 부자연스럽게 지탱하고 있어 움직일 때 마다 절뚝거리게 만들고있었다.

 

 "절 너무 물로 보시는 군요. 대체 누가 이 훌륭한 부하들을 양성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흐음, 그건 네 보좌관이 아니던가."

 

 "........흠."

 

 네지는 헛기침을 콜록였다. 관람석의 모두가 깔깔 웃자 네지의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이놈의 다리만 아니라면!"

 

 "훗, 자네는 자네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 그걸로 된걸세. 싸움은 머리가 하는게 아니라 수족이 하는거니까."

 

 "으, 으음.....마스터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오늘은 그만두도록하죠."

 

 엣헴.

 

 네지는 화제가 바뀜을 알리는 헛기침을 콜록인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쨌든 곧 출발이시로군요."

 

 "자네 덕분이네."

 

 세 마을과 도시 하나를 총괄하는 펠리스의 시장 절름발이 네지의 수완은 젤브로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정도였다. 그는 젤브로스가 아직 몸져 누워있을 하루 동안 굉장히 많은 정보를 찾아내어 젤브로스에게 귀뜸해주었다.

 

 첫 번째로, 피스킵 마을에서 젤브로스를 쫒던 제국군 3중대 1소대의 행방이다.

 

 디엘노움 지역에는 본디 말을 기르기가 무척 불리했다. 디엘노움 전체를 관통하는 푸스카니 산맥의 영향으로 일대의 지형은 산간 지역과 숲지대가 많아 말을 사육시킬 만한 농장을 만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엘노움 지역에서 말의 배설물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드문일이었다.

 

 네지가 피스킵 마을로 보낸 정보통에 따르면 그곳에는 젤브로스와 제국군의 갈등을 직접적으로 목격한 말 상인이 있었다고 한다. 기묘한 조제법과 놀라운 몸동작, 제국군 간부에게 주먹을 휘두를 정도의 용감무쌍을 열변하던 그 상인의 증언을 통해 정보통은 즉시 그 의문의 남자가 젤브로스란 것을 알아챘다고 한다.

 

 그리고 네지는 즉시 그 말 상인을 매수했다. 병에 걸린 망아지 다섯마리를 건강한 성체 숫말 다섯 마리로 바꿔주었던 것이다. 가난으로 굶어 죽기 직전인 말 상인으로선 이런 솔깃한 제안은 또 따로 없었으리라. 왜냐하면 그 말 상인이 자신의 망아지를 숫말로 바꾸는 대신 해야했던 일은 그저 제국군이 향한 방향을 함께 이동하며 말의 소변과 대변을 찾는 것 뿐이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말을 기르고 팔아온 그에게는 그정도 일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그는 즉시 피스킵 마을 일대를 돌아다니며 제국군 군마의 배설물을 찾았고, 대변의 수분기와 소변의 마름 정도를 통해 그들이 언제 이곳을 지나갔는지 능숙하게 시간대를 유추해내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최종 목적지가 오머바하드 마을에서 북서쪽으로 1km 정도 이동하면 보이는 푸스카니 산맥 밑둥의 어느 작은 숲속이라는 것을 알아챈 네지의 정보통은 이 사실을 즉시 네지에게 전했고, 네지는 젤브로스에게 전했다.

 

 두 번째로 알아낸 사실은 그것보다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이었다.

 

 네지가 보낸 정보통은 단지 제국군 1소대의 주둔지만 파악하고 돌아왔던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말 상인으로 부터 신경쓰이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베르비언 중대장'

 

 그것은 분명 젤브로스를 추격했던 지휘관의 이름은 아니었다. 누구라도 유추해낼 수 있는 사실이겠지만 상관의 이름을 부하들 앞에서 함부로 부르는 녀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확실하게 그 존재를 '중대장'이라고 깎듯이 불렀다. 그 말인 즉슨 그 부대는 그 베르비언이라는 남자가 이끄는 부대의 일개 소대라는 뜻이었고, 말 상인을 통해 알아낸 작은 숲의 주둔지에 머물고 있는 부대원들 중에 베르비언이라는 자는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즉시 숲의 입구 인근에서 보초를 서고있는 제국군에게 접촉해 금괴 하나로 그를 매수했다. 매수된 제국군의 말에 따르면 베르비언 대위가 이끄는 제 3중대는 오머바하드 마을로부터 남쪽에 있는 푸스카니 산맥으로 연결되는 깊은 숲속에 진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해있는 1소대의 임무는 공화국과 왕국이 벌이는 전투가 끝날 때 까지 이 근방에 감도는 전운을 살피는 것이라고 했다.

 

 젤브로스는 그가 아무리 이 일대를 꿰차고 있는 펠리스의 시장이라지만 하루아침에 제국군이 숨어있는 지역의 위치를 알아내 자신에게 들려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그 모든 것은 말 그대로 24시간 안에 이루어졌던 것이다.

 

 네지는 스스로의 능력에 자화자찬하면서도, 내심 자신의 역량을 다시금 확인한 것 같아 기쁜하는 것도 같았다. 어쨌든 젤브로스는 네지 덕분에 향해야할 목적지를 가늠할 수 있게되었던 것이다.

 

 오머바하드 마을로부터 남쪽. 거대한 푸스카니 산맥의 고산지대로 통하는 넓고 깊은 숲속.

 숲은 넓기 때문에 베르비언이라는 남자가 주둔해있는 장소를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거기서 부터는 젤브로스의 과제였다. 그는 전투뿐 아니라 추적술과 연금술의 달인이기도 했다. 용병이 싸움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다. 용병은 때때로 사냥감을 찾기 위해 그것을 추적해야 했고, 언제나 자신의 목숨을 죄어오는 수만가지 위협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독초와 약초를 구분해야하며, 여러가지 약초들을 이용해 약을 조제하는 조제술을 익히고 나서야 제대로 된 용병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전귀라는 이름으로 유명세를 떨쳐왔던 젤브로스의 서바이벌 능력은 그 중에서도 정상급이었다.

 

 게다가 추적해야 할 상대가 영리한 페스트롭이 아닌, 아주 대놓고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국가의 군대라면 난이도는 끝없이 하락하기 마련이었다.

 

 네지가 알려주었던 골든타임.

 

 루브네를 구출하기를 원하는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이틀.

 

 젤브로스는 투구와 보호장비를 해제하고는 연병장을 빠져나오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다려, 루비.'

 

 그는 성공할 것이다.

 

 늘 그랬듯이.

 

 

 

 #

 

 

 

 오후 다섯시가 넘었지만 한여름의 열기는 지울 수 없었다. 정오 시간 동안 태양이 뜨겁게 달궈 놓았던 대지가 지속적으로 그 방대한 열기를 땅 위로 쏘아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젤브로스는 네지가 지원해준 군마에 위에 올라타 있었다. 눈 앞에 오머바하드 마을이 보였다. 피스킵 마을이나 리브던 보다는 규모가 조금 더 커보였다. 멀리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냄새가 물씬 풍겨왔던 것이다.

 

 오머바하드 마을에 도착한 젤브로스는 가장먼저 관청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네지의 정보통이라는 자와 만나기로 돼있었다.

 

 "기다렸습니다."

 

 경갑옷으로 무장하고 망토를 두른 그 남자는 딱보기에도 무척이나 노련해보였다. 온갖 산전수전을 겪지 않고선 그런 눈을 가질 수 없다고,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젤브로스는 그 남자를 따라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네지가 보냈다는 펠리스의 사병들과 잡무를 위해 방문한 마을 주민들로 북적거리는 복도를 지나 제법 한적한 방으로 들어섰다. 회의실 같은 것으로 보이는 그곳은 원형으로 테이블이 둘러져 있었고 테이블 앞마다 깃촉과 잉크가 놓여있었다.

 

 아무래도 그 남자는 젤브로스를 좌석에 앉힐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저 사람들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든 상관 없었던것이다.

 

 "받으십시오."

 

 남자가 건넨 두루마리를 펼치자 오머바하드 인근을 매우 자세하게 표현해놓은 지리도가 나타났다.

 

 남자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중대급 규모의 부대가 진지를 칠 수 있을 정도로 완만하고 넓은 공간이 있는 곳은 여기 이곳과 이곳, 그리고 여기 이곳입니다."

 

 그가 가리킨 곳을 눈으로 쫒는다. 표시된 축척으로 보아 말을 달리면 20분 안으로 도착할것이었다. 게다가 남자가 가리킨 곳을 살펴보면 다른 곳에 비해 고도가 완만하고 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연, 이런곳이라면 부대를 매복시키기에 딱이겠군.

 

 젤브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백야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괜찮네, 그리고 고맙네."

 

 젤브로스가 나가려하는데 남자가 그를 불러세웠다. 남자는 의아해하며 다시 등을 돌렸다.

 

 "공화국 본대의 지원군이 내일 아침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저기 그."

 

 젤브로스는 그것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즉, 왕국과 공화국의 전투는 좋든 싫든 내일 안으로 벌어진다는 뜻이었다. 젤브로스는 아무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젤브로스는 남자에게 간단한 작별인사를 고한 뒤 관청 밖을 나섰다. 그를 신경쓰는 주민은 아무도 없었다.

 

 젤브로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숲에 도착할 때 까지는 그럭저럭 밝은 하늘이 유지될 것이리라 그는 짐작했다.

 

 젤브로스는 지체하지 않고 다시 말 위에 올랐다. 남자가 건네준 지도를 통해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젤브로스는 고삐를 잡았다.

 

 "이랴."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말이 즉시 대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젤브로스의 목적은 단 하나, 내일 아침이 밝기 전에 루브네를 제국군으로 부터 구출하고 그대로 디엘노움 지역을 벗어나는 것.

 

 젤브로스의 계획에 네지 또한 수긍했다. 어쨌든 간에 네지는 이제 정말로 오랫동안은 젤브로스를 만날수 없을터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긴 인연이라고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언젠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만약 네지와 네지의 도시 주민들이 위험에 처해진다면 그는 망설임 없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리라, 젤브로스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약속했다.

 

 숲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젤브로스는 튼튼한 나무에 말을 묶어두고는 관청에서 받았던 지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변과 지도 안을 번갈아보며 이 일대를 확인해나갔다.

 

 '아무래도 맞게 온듯 하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놈들을 찾아볼까.'

 

 젤브로스는 지도를 품에 집어넣고 주변을 살폈다. 만약 제국군이 이곳을 지나갔다면 분명 뭔가의 흔적을 남겼을 것이 뻔했다.

 

 그리고 그 흔적이란 것은 얼마못가 젤브로스의 눈에 띄고 말았다.

 

 뭔가 강한 물리적 힘이 가해진 듯, 역하게 부러져 있는 수풀의 가지들. 숲속에서의 이동이 불리한 군마를 억지로 이끌고 내달렸을 때 남겨지고마는 지울 수 없는 흔적들.

 

 젤브로스는 수풀을 통과해 앞으로 빠져나갔다. 고슬고슬한 흙에 아치형의 자국이 무수하게 찍혀있는 것이 보였다. 말의 편자 자국이었다.

 

 '동쪽으로 이동했군. 일단은.'

 

 젤브로스는 자국을 따라 동쪽으로 이동했다. 중간 중간 말위에 탄 병사의 갑옷에 스쳐 부러진 나뭇가지와 실수로 떨어뜨리고 만 양가죽 수통 등이 흙밭에 난자하게 깔려있었다. 요령이 없는건지, 아니면 자신들이 떠나기 전까진 이 근처에 그 누구도 오지 않을것이리라 확신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베르비언이라는 이름을 가진 지휘관은 자신의 부대가 흔적을 남기던 말던 상관하지 않는 전형적인 엉터리라일 것이라고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흔적은 동쪽으로 100여 미터 이동된 뒤 경사가 진 북쪽으로 급격하게 변경되어 있었다. 젤브로스는 북쪽의 하늘로 시선을 던졌다. 완만한 경사 위로 깎아지를 듯 높은 산맥의 척추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들을 찾을 때 쯤엔 태양이 지고 주변에 암흑이 깔릴 것이라고 젤브로스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젤브로스가 바라던 바였다.

 

 

 

 

 

 

 

 #

 

 

 

 

 

 

 토악질이 밀려온다. 좋지않은 기분이 전신을 휘감는다. 배멀미를 하는 것 같이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눈앞이 캄캄하고 주변의 모든 소리가 물속에서 듣는것 마냥 웅웅거리고 짓뭉개진다. 몸엔 힘이 없고 움직일 수 조차 없으며 호홉은 거칠다.

 

 루브네는 자신이 도대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지 인지하지 못한 채 어두컴컴한 방 안에 구속되어 있었다. 그녀의 두 팔과 두 다리엔 튼튼한 쇠고랑이 채워져 있었고 눈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으며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었다.

 

 '제브......'

 

 정신을 차렸을 때 부터 이런 상태였다. 자신을 둘러싼 가혹한 환경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는 지금도 어째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긴것인지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두렵다.

 

 단지 그러한 감정만이 그녀의 마음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제브라면 분명 지켜주겠지, 분명 그럴거야 그때도 그랬으니까.

 

 올곧은 마음을 갖기위해 어리고 가녀린 루브네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풀어버려.]

 

 그러나 금단의 과실을 따먹도록 유혹하는 사악한 뱀의 속삭임은 계속해서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루브네는 두려웠다.

 

 얼마간은 들려오지 않았던, 앞으로도 들려오지 않으리라 확신했던 사악한 속삭임이 그녀의 희망을 맹렬하게 걷어차며 다시 그녀의 깊은 마음속 한켠에서 거무틱틱한 불을 밝히기 시작했던 것이다.

 

 [풀어버려.]

 

 '싫어.'

 

 루브네는 저항했다. 온몸은 구속돼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고 있었다.

 

 [풀어버려.]

 

 또다시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

 루브네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안대가 축축하게 젖어갔다.

 

 자신은 너무나 약하다.

 

 내면의 괴물을 막아낼 수 조차 없을 만큼 약하다.

 다시는 보고싶지 않았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의 눈앞에 벌어져있는 끔찍한 광경들을.

 살점과 피와 죽음의 냄새가 난무하는 절대지옥의 장을.

 

 [풀어버려.]

 

 속삭임은 멈추지 않았다. 복통이 느껴졌다. 뱃가죽에 새겨져있는 '성흔'이 해방을 고대하며 꿈틀거리고 있었다. 곡선과 최소한의 직선으로만 새겨져있던 그녀의 문자가 분해되고 흩어져 무수히 많은, 마치 지렁이를 연상케하는 꿈틀거리는 무언가로 변해 루브네의 몸 구석구석을 타고다니기 시작했다.

 

 곧 또다시 그것이 나타나고 말것이다.

 

 모든것을 파멸로 이끌어갈 그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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