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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9
작성일 : 17-07-18 21:37     조회 : 311     추천 : 0     분량 : 5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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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젤브로스는 길가에서 벗어나 현재는 숲속에 숨어있는 상태였다.

 

 꼬옥.

 

 루브네가 겁먹은 고양이 처럼 젤브로스의 가슴 옷자락을 작은 손으로 거머쥐자 그는 그녀의 머리결을 한 번 쓸어주었다.

 

 '정혈 마녀'

 

 분명 그들은 루브네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마녀라, 오래간만에 듣는 이름이군.'

 

 그것의 존재를 알고있다는 듯, 아랫입술을 약하게 깨문 젤브로스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마녀.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임과 동시에 인간과 비슷한 성질을 가진 생명체.

 언뜻 보면 그것은 사이먼과 똑같아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둘은 기름과 물 처럼 섞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판이하게 다른 존재들이란 것은 실록을 뒤져봐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사이먼은 원래 인간으로 태어난 존재들이다. 평범한 인간으로 태어난 그들이 어떠한 '계기'로 인해 변이하고, '성흔'을 수여받아 문자의 자손이 되는 지극히 소수의 인물들을 실록에서는 '사이먼'이라는 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그에 비해 마녀의 경우엔 사정이 조금 달랐다.

 

 마녀들은 태어날 때 부터 마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마녀들은 오직 여자들 뿐이기 때문에 인간의 남성과 결혼해 여자 아이를 낳는 수 밖에는 마녀를 낳을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마녀들은 소극적이고, 인간사회와 섞이려 하지 않으며, 소수 공동체로 은둔생활을 하기 때문에 인간과 만남을 가질 일이 거의 없으며, 때문에 지금은 거의 멸종했다고 보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태다. 심지어 기원전 판화들과 기원후 실록들을 다 뒤져보아도 마녀에 대한 서술은 오버로드나 사이먼들 보다도 적게 기록돼 있을 정도니 이들이 얼마나 세상 밖을 나서기 싫어하는지 그 누구라도 예측할 수 있으리라.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슬쩍 내려다보았다. 노랑에 가까운 금발, 포근한 느낌이 드는 밝은 적안. 가이아드 대륙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젤브로스 조차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인종이다. 그런 그녀가 마녀의 혈족이라면 또 그거대로 젤브로스는 납득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루브네는 성흔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그녀의 복부에 직선과 곡선으로 그려져있는 '시엘의 문자'는 그녀가 사이먼임을 증명해주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사이먼이란 본래는 평범한 인간이었던 자다. 태어날 때 부터 마녀로 태어나는 그녀들과 동급일리가 없었다.

 

 그리고 마녀들은 개체수가 많이 없는 만큼 동족을 향한 애정이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게다가 그 마녀가 이제 갓 태어나 세상을 두리번 거리는 어린 마녀라면 더더욱.

 

 루브네가 만약 마녀라면, 그리고 모종의 이유로 루브네가 인간 사회에 섞여 들어간 것이라면.

 세상의 이면에 숨어있는 마녀들이 그녀를 되찾기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올것이 분명했다.

 

 '말도 안되는 소리지.'

 

 젤브로스는 지금도 오돌오돌 떨고있는 그녀를 안심시키며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국은 루비를 마녀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런데 설령 루비가 마녀라고 해도, 왜 제국이 마녀를 노리는거지?'

 

 마녀들은 강하다.

 

 그녀들은 사이먼과 마찬가지로 신체와 정신에 마력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사이먼들이 그 마력을 이용해 '성흔'을 사용하듯이 마녀들은 '마법'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력을 이용한 공격력으로만 따지자면 사이먼들은 마녀들에게 상대도 안될것이다. 그녀들은 신체와 정신에 흐르는 마력 사용의 달인이며 홀로 행동하고 홀로 살아가는 사이먼들과는 다르게 굳건한 동료애로 똘똘 뭉쳐 오랫동안 서로의 협력하에 마력 사용을 연구했고, 그 범위는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을정도로 발달던 것이다.

 

 젤브로스도 이제까지 직접적으로 마녀와 대면한 적은 한 번 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젤브로스 조차 마녀에 대해 아는것들은 별로 없었다. 그저 마녀들이 세상의 이면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과, 그녀들을 화나게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 만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을 뿐.

 

 "루비, 가자."

 

 젤브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직이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집요하군. 떨쳐내기 힘들겠어.'

 

 젤브로스 혼자라면 어떻게든 되겠지만 지금 그의 품에는 루브네가 있었다. 젤브로스는 피스킵 마을에서, 고독 생활이 몸에 베어있던 나머지 한 번 루브네를 잃었던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요령없는 녀셕들에게 걸린 탓에 무사히 그녀를 구출할 수 있었지만 국가 단위의 거대한 적이 루브네를 노리기 시작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제브, 저 사람들은 왜 루비를 잡으려고 하는거야?"

 

 "흠, 글쎄."

 

 젤브로스는 얼버무렸다. 아무리 천진난만하고 어리광부리기 좋아하는 어린 숙녀 루브네라도 이 쯤 되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다다다다.....

 

 중무장한 제국 기병대가 두 사람이 숨어있는 숲의 바로 옆을 달려갔다. 젤브로스는 즉시 루브네를 품에 꼭 껴앉고 몸을 숙여 최대한 인기척을 지웠다.

 

 ".......됐군."

 

 그들이 지나간 것을 확인한 뒤,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안은채로 길가로 나왔다. 바닥에 편자 자국이 난자하게 찍혀있는 것이 보이자 젤브로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규모는 20~30명 단위였다. 물론 이들이 끝은 아닐것이다.

 

 "걸을 수 있니?"

 

 "응."

 

 젤브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루브네의 손을 꼭 잡고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

 

 

 

 

 숲은 산으로 이어져 있었다. 디엘노움 지역은 푸스카니 산맥이 정통으로 뚫고 지나가는 곳에 위치했던 지라 산과 숲이 일반적인 평지보다 많은 자연환경을 띄고 있었다. 때문에 세계 최고의 기병대를 보유한 제르키아 제국이 가장 공략하기 어려워 하는 지역이기도 했다. 가장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세력이 왕국과 공화국인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전력적 우위는 제국이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제국을 격파하려면 좀더 많은 산간 지형을 점거해야 했다.

 

 루브네는 지금 젤브로스의 등에 업혀있었다. 숲으로 접어들고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어느샌가 지형은 산으로 변해있었다. 그 때 쯤엔 이미 루브네는 지쳐있었고 젤브로스는 그녀를 업은채 산행을 계속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산을 넘으면 당분간은 안전할테지.'

 

 젤브로스는 입김을 불어내며 그렇게 생각했다. 산으로 도망치면 대부분의 병과가 기병으로 구성돼 있는 제국군의 추격을 더디게 만들 수 있었다. 제국군들은 항상 무거운 중갑옷을 걸치고 다니기 때문에 이렇게 고도가 높은 산행에는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런 꼴이.....'

 

 젤브로스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됐던 것일까, 펠리스를 방문해 절름발이 네지를 만날 때 부터였을까? 아니면 루브네의 심장에 검을 꼿지 않았던 시점부터?

 

 생각해보자.

 따지고보면 루브네만 없어지면 모든게 해결될 것이 아닌가?

 

 "........"

 

 루브네를 지켜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와 여행을 함께하는 이유는, 물론 그녀가 자신과 똑같은 시엘의 자손이었다는데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젤브로스의 가슴속에 숨어있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과거가 궁금했던게 동기였다. 어째서 이렇게 어린 아이가 '계기'가 생겨 변이됐던 것이며, 또 어떤 이유에서 오버로드의 저주를 받았던 것일까.

 

 단순한 호기심.

 

 하지만 그 호기심 때문에 젤브로스는 여유로웠던 삶을 잃어버릴 판국이었다.

 

 루브네 때문에.

 루브네만 없으면.

 

 ".......우웅."

 

 그 때 등 뒤에 업혀있던 루브네가 젤브로스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큭."

 

 너무 여리고, 너무나 작은 손. 부드럽고 가녀린 그 손.

 천진난만하고 붙임성 많은 주제에 언제나 민폐만 끼쳤던....... 그 손.

 

 젤브로스의 표정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버릴 수 있을리가 없었다.

 

 루브네를 바라보면 언제나 그 아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니, 루브네를 처음 만났을 때 부터 젤브로스는 묘한 위화감에 휩싸였었다.

 

 대체 자신은 낮선 모습을 한 저 소녀를 누구에 빗대어 보는것일까.

 

 알면서도 모르는척.

 신경쓰이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척.

 

 이래선 그 때와 똑같지 않은가.

 

 ".......루비, 일어나렴."

 

 "후에?"

 

 어느샌가 둘은 산 중턱에 도착해 있었다. 경사가 잠시 끝나고 평평한 평지가 반경 60m 정도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시간은 오후 6시 쯤 되었을까.

 이제 곧 어두워질 시간이다.

 

 괴물들의 공격에서 벗어나려면, 그리고 혹시 밤중에 산속의 괴물들과 싸우게 된다면 적어도 불과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오늘은 여기서 하룻밤 보내자. 괜찮지?"

 

 ".......제브?"

 

 그때 루브네는 작은 손으로 젤브로스의 뺨을 어루만지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왜? 젤브로스가 대답했다.

 

 루브네는 그의 땀범벅이된 구렛나루와 귓볼을 훑으며 거친 젤브로스의 피부를 말없이 만졌다.

 

 "어쩐지 슬퍼보여."

 

 ".......그러니."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땅에 내려놓았다. 여러생각을 하고있을 동안 그녀는 깜빡 잠이라도 들었는지 눈이 조금 풀려있었다. 하기사, 그런일이 있었는데 팔팔하다면 그건 또 그거대로 이상하다.

 

 "배가고파 제브."

 

 먹을 것을 달라는 듯 얇디 얇은 두 팔을 젤브로스에게 뻗는다. 나뭇가지 같은 얇은 팔 끝에는 고사리 같은 손이 펼쳐져 있었다.

 

 [젤 오빠, 나 배가고파. 따뜻한 스튜가 먹고싶어.]

 

 "........"

 

 젤브로스는 그녀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귀여운 루브네의 붉은 두 눈이 젤브로스를 바라보며 연신 깜빡이고 있었다.

 

 [그만좀 해! 넌 이 상황이 우스운거니? 그렇게 배가 고프면 근처에서 풀떼기라도 뽑아 먹어!]

 

 "......그래, 내가 먹을 것을 좀 찾아보도록 하마."

 

 루브네의 머리를 쓰다듬자 그녀가 기쁜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루비, 괜찮다면 함께갈까? 아무래도 널 혼자두는건 조금 위험할것 같구나."

 

 "응!"

 

 젤브로스는 루브네를 업었다. 전시 상태라지만 적어도 루브네에 먹일수 있을만한 열매나 나물들은 자라나 있을지도 몰랐다. 운이 좋다면 토끼 한 마리라도 찾을 수 있을테고.

 

 "제브의 등은 무척 따뜻해. 뭔가....그리운 느낌이나."

 

 "......"

 

 젤브로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 수 없는 후회가 물밀듯 몰려와 젤브로스의 마음을 모질게 휩쓸었다. 한숨이 나왔다. 무척이나 떨리고 있었다. 작고 가녀린 그녀의 두 손이 그의 어깨 위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무척이나 따뜻했다. 자신에게 기대고 있는 루브네가 등 뒤에서 느껴졌다.

 

 그 때 그 아이도 그랬을까.

 

 젤브로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랫동안 살아온 젤브로스, 무척이나 강한 젤브로스, 그리고 많은것을 알고 있는 젤브로스.

 

 누구와 싸워도 지지않을 것 같고 그 어떤 상황에 닥쳐도 유도리 있게 빠져나올 것 같은 그였지만 젤브로스 역시 아무리해도 이길 수 없는 것이 딱 한 가지 존재했다.

 

 시간.

 

 한 번 지나가버린 시간을 뒤짚어 엎는 것은 그로서도 불가능했다. 엎질러진 물을 되돌리기 위해 물수건에 적셔 유리컵에 짜도 언제나 양이 부족했다. 완벽하게 돌릴 수가 없었다.

 

 젤브로스의 아랫턱이 부르르 떨렸다.

 

 루브네는 또다시 잠든듯 했다.

 

 그럼에도 꼭 잡은 젤브로스의 옷가지는 절대로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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