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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문자의 아이들
작가 : 뉴레기
작품등록일 : 2017.7.8

첫 번째 암흑기를 주도했던 세 명의 사이먼 중 하나인 젤브로스는 두 번째 암흑기가 도래하려하는 전란의 시기인 300년대에 모든 인과관계를 끊고 가이아드 대륙을 방황한다. 그러던중 우연히 네지라는 자의 부탁을 들어주게된다. 부탁이란 최근 도시 펠리스를 둘러싼 영악한 괴물에 대한 퇴치 의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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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14 19:54     조회 : 310     추천 : 0     분량 : 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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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과식은 좋지 않아.

 

 젤브로스는 말하려했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은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성장기니까 더 먹여줘야 하는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조금 뒤 들었던 것이다.

 

 아무렴 어떤가. 갖고있는 돈은 많다. 네지에게 받은 20만 데릭실 중 루브네의 옷을 사입혀주고도 아직 13만 데릭실이 남아있는 참이었다.

 

 "방도 하나 빌리고 싶은데."

 

 "좋지요. 침대 두 개를 놓고 바닥에 기름칠을 해둔 방은 하루 2만 데릭실, 침대 두 개 좁은 방이 1만 5천 데릭실, 그리고 침대 하나뿐인 방이 1만 데릭실이유."

 

 "기름칠 된 방으로 부탁하지."

 

 "감사하오 나으리."

 

 주인이 카운터에서 열쇠를 꺼내 젤브로스에게 건넸다.

 

 "2층으로 올라가 가장 오른쪽에서 세 번째 방이오.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내려오시구랴. 아무래도 로비엔 술꾼들이 많아 애들 정서에 안좋지. 우리 여관은 음식도 방까지 배달해준다우."

 

 "알아두도록 하지."

 

 젤브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금 뒤, 루브네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오븐에 구운 닭 요리에 방울 토마토가 올려져있는 꿩 스튜, 그리고 바짝 구운 토스트 위에 버터를 바르고 햄을 넣은 샌드위치였다. 젤브로스는 흑맥주 한 잔만을 주문했다. 나온 요리는 전부 루브네의 것이었다.

 

 "제브는 안먹어?"

 

 젤브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별로 식욕은 없었다. 사실 사이먼인 그녀도 딱히 음식을 입에 대지 않고도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체질이 되었을테지만 그 생활에 적응해 완전히 입맛을 버리는데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렇게 맛있는데."

 

 루브네는 스튜 안에 들어있는 꿩 고기를 포크로 집어먹으며 흘리듯 말했다. 젤브로스는 턱을 괴고는 주인이 가져다준 시원한 흑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음유시인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꽃다발을 줬다네, 어리석은 사자가 꽃다발을 들고 좋아했다네. 밑에서 새끼들이 우는데도 사자는 마냥 좋아했다네."

 

 왕국의 영토인 디엘노움 지역이라 그런지 노래 속에 제국에 대한 비판이 강하게 내포돼 있었다. 젤브로스는 슬쩍 잠시 뒤쪽을 바라보았다.

 

 "말세지라. 말세야."

 

 주인 남자가 흑맥주 한 잔을 더 가져다주며 혀를 끌끌 찼다.

 

 "두 번째 잔은 주문한적 없소만."

 

 "서비스요. 이 힘든 시기에 맥주를 찾는 손님은 드물거든."

 

 젤브로스는 가볍게 인사한 뒤 새 맥주잔을 들었다. 주인 남성은 빈 맥주잔을 가져다가 물에 행구고 헝겊으로 닦았다.

 

 "어디서 왔소? 이 근처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뭐, 여러가지."

 

 에엥?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주인 남성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나저나 이런 시기에 여행이라니 당신 참 간도 크군 그래. 이렇게 귀여운 여자애를 데리고 말이야. 한눈팔지 않도록 조심해. 얼굴이 예쁜 여자아이는 병사들이 언제나 군침을 흘리며 노리기 마련이니까."

 

 쿵!

 

 바로 그 때, 젤브로스의 등에 누군가 부딪혔다.

 

 쨍그랑!

 

 "씨벌!"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자 젤브로스는 뒤쪽으로 몸을 돌렸다. 얼마나 마신건지 거나하게 취한 뚱뚱한 중년 남자가 젤브로스에게 부딪혀 들고있던 와인잔을 떨어뜨리고 만것이다.

 

 "이런 씨벌! 너....! 헤끅!"

 

 주인 남성이 카운터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잠시 뒤 그가 빗자루를 찾기 위해 방 안으로 들어갔었단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다친덴 없슴까?"

 

 그건 젤브로스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는 주인 남성에게 괜찮다는 듯 손을 들어보이고는 남은 흑맥주를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그러자 뚱뚱한 남자가 콧방귀를 뀌었다.

 

 "흑맥주라니! 너, 제법 잘 사는 놈인 모양이구만기래. 오, 입고있는 것도 깨나 그럴듯 한데."

 

 너무 독보적으로 시끄러웠던지라 일순간 여관 로비 내의 모든 사람들 시선이 뚱뚱한 남자와 젤브로스에게 꼿혔다.

 

 "잘 사는 놈만 잘 사는 더러운 세상.....헤끅! 시부럴...."

 

 후우....

 

 젤브로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교적 상대하고 싶지 않은 인간 부류 제 1순위였다. 술에 취한 인간들은 겁대기리가 없어지며 자기 중심적으로 변하고 남을 깔보는 것을 좋아하게 된다.

 

 루브네가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젤브로스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러자 뚱뚱한 남자의 타겟이 바뀌었다.

 

 "워 워~! 웬 이쁘장하게 생긴 희긔한게 있네? 너, 이름이 뭐니."

 

 루브네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 때문에 그녀는 코를 틀어막았고 남자는 그녀의 행동이 기분나쁜 듯 역정을 내었다.

 

 "버르장 머리 없는 꼬맹이!"

 

 그리고는 낄낄 웃으며.

 

 "그런데 그런데 이거 꽤....히끅! 팔면 돈이 좀 될것 같은데.....어이 형씨, 이 아이 어디다 팔라고 데려가는거야? 괜찮으면 나한테 오만 데릭실에 히끅! 팔지 않을...히끅!"

 

 "....팔아?"

 

 루브네가 젤브로스를 쳐다본다. 젤브로스는 마지못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많이 취했군. 들어가도록해."

 

 "돈 많은 놈들이 다 해먹는 세상! 시부럴.....떡도 놈들만 치지 돈만 꼿아주면 아무데서나 다리를 히끅! 벌리는 버러지같은 년들..... 히끅!"

 

 젤브로스의 표정이 굳어지자 주인 남성이 그에게 다가왔다.

 

 "저 남자는 독신이우, 아까전에 마음에 두고있던 처녀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참이지. 나이가 50이 다되가는데 새파란 열 아홉 처녀에게 고백을 하다니 주책맞게....쯔쯔."

 

 대충 똥밟았다 생각하고 자리를 피하는게 좋지 않냐고 권유하는 듯 했다.

 

 젤브로스는 그러기로 했다.

 

 "가자 루비. 식사는 마쳤니?"

 

 "어? 으, 으응."

 

 "그래."

 

 젤브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루비의 손을 잡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술에 취한 뚱뚱한 남자는 계속해서 루브네를 향해 음담패설을 지껄였지만 젤브로스는 멈춰서지 않았다.

 

 끼긱. 쾅.

 

 방 안으로 들어온 젤브로스는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꽤나 의연해보였다. 다행스럽게도 루브네는 그 뚱뚱한 남자가 지껄인 이야기를 이해하기엔 아직 너무 어렸다.

 

 "저기 제브."

 

 루브네가 젤브로스의 옷자락을 잡아 끌었다.

 

 "사람이 사람을 팔면 어떻게 돼?"

 

 "알필요 없단다."

 

 뾰루퉁해진 루브네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제브는 날 팔거야?"

 

 "널 팔아서 받는 돈은 도처에 널린 콥서를 열 마리 처리하는 값보다 싸지. 그런 짓은 안해."

 

 젤브로스는 길름칠해 윤기나는 바닥을 바라보며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그래도 네 특이한 눈동자와 머리의 색은 아무래도 주변의 이목을 끄는군. 뭔가 조치를 하면 좋겠는데."

 

 젤브로스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나중에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고보니 루비, 기분은 괜찮니?"

 

 "뭐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루브네의 배꼽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시엘의 문자가 널 괴롭게하거나 그러지 않냐고."

 

 ".....음."

 

 루브네는 잠시 침묵했다.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군."

 

 젤브로스는 그렇게 말하곤 자신의 검, 리블을 허리에서 빼네 침대 옆에 걸쳐 올려놓았다.

 

 "피곤하지 않니?"

 

 "우선 씻고싶은데."

 

 젤브로스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방 안엔 씻을만한 공간이 없군. 바깥에 있나?"

 

 그리고는 방문을 나섰다. 아랫층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조금전 그 뚱뚱한 고주망태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젤브로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연히 복도를 지나가는 여성에게 목욕탕이 어디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1층 로비에 공중 목욕탕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다행이 남탕과 여탕은 따로 분리돼 있는 모양이었다.

 

 젤브로스는 루브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처음엔 젤브로스와 함께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제법 실망스러운 모양이었지만 마음을 고치고 곧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젤브로스는 루브네가 없는 방 안에서 침대에 드러누웠다. 졸리지는 않았다. 식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노련한 사이먼은 잠을 자지 않고도 보름 이상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젤브로스는 자신의 오른쪽 손을 들어올렸다. 많은 곡선과 최소한의 직선으로 그려진 시엘의 문자가 희미하게 새겨져 있는것이 보였다.

 

 사이먼.

 

 젤브로스는 원래 평범한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인간의 탈을 벗고 사이먼으로 각성하게 된 계기.

 

 시엘의 문자를 지긋이 바라보자 그 당시 장면이 살아움직이 듯 머릿속에서 재생되기 시작했다. 불타는 광기, 쫒아오는 추격대, 썩어빠진 권력층, 그리고......

 

 ".....쯧."

 

 두통이 몰려왔다. 되도록이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젤브로스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두통을 달랬다. 악몽을 꾸겠군, 그는 생각했다.

 

 '.........'

 

 눈이 감긴다.

 

 그러고보니 잠을 자지 않은지 벌써 2주일 정도 지났다. 슬슬 수면을 보충해줄 때가 되기는 했다. 게다가 이전에 자신과 루브네의 '성흔' 폭주를 막기 위해 대량의 마나를 소모한 뒤였다.

 

 깜빡 잠이든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오후 11시 3분.

 

 누군가 문을 쾅쾅 두드렸기에 젤브로스는 잠에서 깨어났다.

 

 "큰일입니다요 큰일!"

 

 문은 잠겨있지 않았다. 문을 잠궈놓으면 루브네가 들어올 수 없을테니까. 그런데 바깥에 있는 남자는 얼마나 급한건지 문이 잠겨있지 않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채 문을 마구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루브네가 아직 안돌아왔군. 지금 대체 몇 시지?'

 

 젤브로스는 바깥을 나갔다. 이 여관의 주인 남성이었다.

 

 "무슨 일이오."

 

 젤브로스가 말했다. 그러자 주인 남성은 그의 어깨를 잡아 흔들더니.

 

 "그 꼬마애가 위험해유! 그.....망할 호색한들이 꼬마애가 목욕탕에서 나오자마자 어디론가 끌고갔다구요!"

 

 "뭐?!"

 

 젤브로스는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왜 보고만 있었지?"

 

 "그, 그게.....놈들은 무기를 가지고 있어서.....아, 아니 그보다 지금은 빨리 내려가보라니까요! 그 애를 데리고 나간지 아직 5분도 안됐슈! 여기서 내 멱살을 잡는게 무슨 의미가--"

 

 "제길!"

 

 젤브로스는 붙잡은 남자의 멱을 집어던지듯 놓고는 서둘러 아랫 층으로 달려나갔다.

 

 '멍청한 녀석!'

 

 그것은 자신에게 내뱉은 욕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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