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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내가 나를 죽였다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7.7.9

 
4.하이에나
작성일 : 17-07-13 00:08     조회 : 84     추천 : 0     분량 : 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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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두껍게 널브러져 있던 먹구름들이 맑은 햇살에 말끔하게 청소되어 쓰레기 수거차는 가버리고 없었다.

 

  거리에는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동재는 행여나 누군가 은아를 발견할까 싶어 차를 인도까지 끌어올려 입구에 바짝 차문을 가져다 댔다.

 

  은아가 올라타자 검은 밴은 은밀하게 이동하였다.

 

  “저기 은아야 이제 어디로 가지?”

 

  “지금 내 옷 꼬락서니를 보면 감이 안와?”

 

  “그렇지... 그럼 집으로 갈까?”

 

  “생각이란 게 정말 없는 거야? 지금 이 피투성이인 옷을 입고 집에 들어가면 우리 아빠가 ‘아이구 우리딸 요즘은 패션이 난해해서 아빠는 따라가지도 못하겠다. 아주 트랜드세터야 허허’ 할 사람이야?! 짜증나게 하지 말고 그냥 백화점으로 가!”

 

  “알겠어... 그건 그렇고 정말 대표님한테 아무런 말도 안 할 거야?”

 

  “뭐 어때 어차피 난 이미 죽었는데 모처럼 대놓고 땡땡이 칠 수 있는 기회를 차버리라고?”

 

  “그래도... 대표님이 아시면 난 죽을 텐데... 잘리는 걸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그렇게 되면 병실에 누워계시는 우리 엄마는...”

 

  “내가 왜 죽었는데! 그러기에 내가 입조심 하랬지! 왜 쓸데없이 넘겨짚어서 생자를 망자로 만드는데 이 모든 건 네 탓이야. 내가 날 죽이기 이전에 네가 날 죽인 거라고!”

 

  “그 그건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내가 정말 미안해 하지만...”

 

  “이 진짜 쫑알쫑알 말 많네. 넌 요 입으로 사람 기분 팍 상하게 하는 요상한 재주가 있단 말이야. 요 입 때문에 이 사단이 난건데... 내가 봤을 때 요 입이 너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 요 놈은 그냥 떼 내지? 아님 내가 도와주리?”

 

  은아는 동재의 입을 손가락으로 집게처럼 잡아 흔들었다.

 

  입이 잡혀 아무 말 못하는 동재를 바라보며 은아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난 네가 잘리든 말든 상관 안 해. 우리의 프로패셔널한 관계는 네가 나를 캐어하는 거지 내가 너를 캐어하는 게 아니잖아. 네 사정 따위 한마디로 내 알바가 아니란 거야. 꼽으면 관두면 돼. 너 아니어도 내 매니저 할 사람들로 도미노 할 정도는 있으니까. 기왕 나갈 거면 다음번엔 다연이 고년이랑 함께할 수 있게 빌어줄게.”

 

  불안한 시선으로 곁눈질 하던 동재는 은아가 합장을 하며 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런 게 아...”

 

  동재가 변명을 끝맺기도 전에 은아는 손바닥으로 동재의 마빡을 때려 입을 봉했다.

 

  “시끄러 운전이나 똑바로 해! 너랑은 말 안 할 거야. 음악이나 틀어”

 

  동재는 고개를 돌려 은아가 보이지 않도록 입을 구시렁대며 오디오를 조작했다.

 

  “잠이 오지 않는 날 깨알 재미를 들려주는 라디오. 잠.깨.라 4부까지 함께하셨는데요...”

 

  “뭐하는 거야! 음악 틀라니깐 왜 라디오를 켜!”

 

  “미안 내가 안보고 틀어서 금방 음악 틀게”

 

  “... 아침 운전 조심히 하시구요... 아 네 네 아 방금 들어온 속보가 있네요. 인기 배우 한은아양이 00대교에서 차량과 함께 투신을 했다고 합니다... 제가 참 좋아하던 분이셨는데 아침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려 저도 마음이 많이 무겁습니다...”

 

  “오...빠... 지금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은아는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다.

 

  동재가 황급히 라디오를 꺼버리며 대답했다.

 

  “그 그러게 나도 지금 잘 못 들은 것 같은데...”

 

  “방금...”

 

  “그래 네가 지금 나한테 오빠라 그랬어.”

 

  “넌 지금 그딴게 들려?!”

 

  은아는 힘껏 소리치며 뒤통수를 때렸다.

 

  “미 미안...”

 

  “아직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도 못했는데...”

 

  “은아야 이러면 백화점은 못가겠는데...”

 

  동재가 진심어린 눈빛으로 은아를 바라보았고 은아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차 돌려. 일단 집으로 가”

 

  은아는 집으로 가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한지 한 마디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동재 역시 덩달아 무거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묵묵히 운전만 집중했다.

 

  그렇게 은아네 아파트 단지에 도착하자 평소에 없던 소란스러움이 느껴졌다.

 

  “뭐야?”

 

  긴 침묵 끝에 은아가 입을 열었다.

 

  “글세... 일단 차는 못 들어 갈 것 같은데...”

 

  “그래? 그럼 뭐하고 있어?”

 

  “응?”

 

  “차가 못 들어간다며? 갔다 와”

 

  “내가?”

 

  “그럼 내가?”

 

  동재는 말싸움을 이길 자신이 없었기에 차에서 내렸다.

 

  “하늘이시여 왜 저를 낳고 쟤를 또 낳으셨나이까...”

 

  동재는 불만을 토로하며 양손을 주머니에 꼽고 소란의 장으로 들어섰다.

 

  몰려든 인파에 동재는 중심지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도 충분히 무슨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카메라는 좀 치우시라고요. 이렇게 까지 해야겠어요? 당신네들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 지랄은 안해야 되는 거 아니요!”

 

  은아의 아버지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고함을 치고 있었고 그 옆에서는 은아의 어머니가 목을 놓아 우짖고 있었다.

 

  “아이고 은아야! 은아야! 내 딸 은아야!”

 

  “아버님 지금의 심경에 대해서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취재진들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 대사를 읊어댔다.

 

  “그러니까 몇 번을 말해야겠어요! 아직 찾은 것도 아무것도 없잖아요! 정황만 가지고 왜 우리 딸을 죽이느냔 말입니다!”

 

  은아의 아버지는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며 대응하고 있지만 동재의 눈에는 보였다.

 

  저 시커먼 승냥이들의 날카로운 플래쉬 세례가 곧 그들의 마음을 물어뜯어 모든 것을 헤집어 놓으리란 걸.

 

  단순히 펌프질만 하는 납덩이를 가슴에 장식한 채 권리로 권리를 잡아놓는 이 익숙한 광경을 뒤로 한 채 동재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물러섰다.

 

  “왜 무슨 일이야?”

 

  “사냥중이더라. 기자들 쫙 깔렸더라.”

 

  “아! 더러운 하이에나 놈들 아주 썩은 내만 나면 몰려들지. 싱싱할 땐 거들떠도 안보더니”

 

  “은아야... 여기서 그만하자 쓸데없이 일 더 키우지 말고... 이 이상은 나중에 감당이 안 돼.”

 

  동재는 진지한 표정으로 은아의 양 어깨를 감싸 쥐며 다그쳤다.

 

  은아는 잠시 생각하는 듯 가만히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킥... 킥... 킥... 날 걱정해? 그 사람들이? 킥킥킥 웃기지 말라 그래. 킥킥킥 내가 지금까지 갖다 바친 돈이 얼마인데... 이정도 시달리는 건 아무것도 아냐 킥킥킥”

 

  은아는 실성한 듯 눈이 돌아가 마구 웃어댔고 동재는 놀라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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