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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패왕마검사
작가 : 인기영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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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시엘.
그가 지키지 못했던 플로렐 공작가와의 언약이 오랜 세월을 흘러
그 후손에게 이어지게 되는 순간 잠들어 있떤 패왕의 피가 다시금 들끓는다.

 
제 26 화
작성일 : 16-07-15 14:30     조회 : 510     추천 : 0     분량 : 4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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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병사들이 쓰러뜨린 자이언트 웜의 숫자는 70마리.

 아직도 1백 마리 정도가 남았다는 얘기다.

 크레이타 출신인 그들이 아무리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는 전투 민족이라 해도 결국엔 사람이다.

 사람은 언젠가 지치게 되어 있다.

 난 그들이 얼마나 더 해줄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끈기를 가지고 기다렸다.

 다시 한 시간이 흐르고 자이언트 웜은 50마리 정도만을 남겨 놓게 되었다.

 그러나 병사들의 체력이 이제는 완전히 소모되어 있었다.

 “모두들 대단하구나! 그 많은 녀석들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텨 내다니.”

 “헉헉! 나서지 마십시오, 아르젠 님! 우리가 확실히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젠장, 아직 쓰러지려면 멀었단 말이지요!”

 그들은 내가 팔짱을 풀고 테르제스를 들어올리자 오기를 부리기 시작했다. 실력만큼 자존심도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앞에서만큼은 저 자존심을 부리지 못하도록 확실히 꺾어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제대로 휘어잡을 수 없게 될 테니까.

 난 가디언들에게 명했다.

 “정리해라.”

 카오스 나이트들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세 방향으로 신나게 뛰쳐나갔다.

 은연중에 기뻐하는 바루스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으흐흐’ 하고 웃다니, 기분 나쁘게.

 루스펠은 그 자리에서 7서클의 광범위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나 역시 5서클의 광범위 공격 마법을 시전한 뒤 테르제스를 들고 카오스 나이트들이 남겨 놓은 방위를 점했다.

 “버닝!”

 셀무르의 능력이 활성화되며 마나가 휴먼 마나로 치환되었다. 테르제스에 커다란 휴먼 마나를 쏘아 보내자 강한 오러가 검신에 맺혔다.

 아직 오러 블레이드까지는 형성하지 못하지만 벌레들 상대하는 데는 이 정도도 과분하다.

 난 테르제스를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내 앞에서 입을 쫙 벌리며 경계하던 녀석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 쓰러졌다.

 녀석의 시체를 발로 밟으며 빠르게 움직이자 정면에 3마리의 자이언트 웜이 보였다.

 “부피가 조금 작으면 한 번에 다 베어버릴 텐데, 영 귀찮잖아!”

 우선 가운데 있는 놈을 쓰러뜨릴 생각으로 가까이 다가가 사선으로 테르제스를 놀렸다.

 “흐아압!”

 있는 힘을 다해 세게 휘두르는 그 순간!

 과아아아아아!

 테르제스의 검신에서 생성된 무형의 기운이 발산되며 3마리의 자이언트 웜을 동시에 베어 넘겼다.

 “이건!”

 소드익스퍼트 중에서도 상급에 든 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에어 스매시였다.

 검을 휘둘러서 강하고 날카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그것으로 멀리 떨어진 적을 베어버리는 검법이다.

 마법으로 치자면 윈드 블레이드와 비슷한 기술이었다.

 깔끔하게 몸이 잘려 나간 3마리의 자이언트 웜이 녹색 피를 흘리며 똑같이 쓰러졌다.

 콰콰쾅!

 “기분 죽이는데?”

 난 지금껏 에어 스매시를 눈으로만 봐왔다. 루시와 바루스는 에어 스매시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직 난 그 정도 수준에 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실전 경험을 쌓는 동안 나도 모르게 발전했는지 에어 스매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버린 것이다.

 “더 신나게 싸워보자!”

 나는 완전히 기쁨에 도취되어 자이언트 웜들을 마구잡이로 죽여 나갔다.

 내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거대한 벌레들의 시체가 생겨났다.

 아무도 날 막지 못했고, 막을 수 없었다.

 미친 듯이 에어 스매시를 날리며 검을 휘두르는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자각하지 못했다.

 내가 숨을 고르며 검을 멈췄을 땐 이미 자이언트 웜들의 시체만이 널려 있었다.

 난 테르제스를 거두어들이며 루스펠에게 물었다.

 “정리하는 데 얼마나 걸렸지?”

 “10분 정도입니다.”

 “그 정도면 충분해.”

 병사들의 면면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예상대로 그들은 놀란 낯빛을 감추지 못한 채 나와 가디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의 전투로 완전히 기를 제압한 것이다.

 “여기서 조금 쉬다가 다시 가도록 한다!”

 병사들에게 휴식을 준 뒤 홀로 숲 속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최대한 무게감 있어 보이도록 걸음걸이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

 갑자기 왜 숲 속으로 가는 거냐고 묻는다면… 기껏 기선을 제압해놨는데 웃는 모습 보이면 분위기 깨지겠지.

 지금 나는 에어 스매시를 사용하게 된 기쁨에 입이 귀밑까지 찢어지려 하니까 말이다.

 숲 속에서 한참 동안 소리 없이 웃은 뒤 마음을 진정시키고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나왔다.

 그러자 루스펠이 씩 웃으면서 내게 물어왔다.

 “다 웃으셨습니까?”

 저 자식이 또 기어오르네.

 “역시 주인님은 멋쟁이! 계속해서 멋있어지시네요! 저는 주인님밖에 없어요. 앞으로도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 테니까 시켜만 주세요!”

 쪽쪽쪽!

 이봐, 루시, 어째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 멘트를 날리고서 키스를 하고 그러냐!

 …나쁘진 않다만.

 

 ***

 

 스완 백작은 60명의 사병과 2명의 기사, 그리고 스카우트한 1명의 마법사를 대동한 채 플로렐 영지로 향하고 있었다.

 수도에서 출발한 지도 벌써 일주일이 흘렀다. 그리고 카를로스 남작의 영지를 지나쳐 드디어 플로렐 영지에 다다랐다.

 그런데 베른 백작에게 듣던 대로 영지로 들어서는 경계 지역 부근에 몬스터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역시 이상해. 이 황무지에서 몬스터들이 떠나가지도 않고 한 달 이상을 머물러? 이미 다 굶어 죽었겠다.”

 스완 백작은 파란색 로브를 걸치고 있는 마법사를 바라보았다.

 “에르곤 님, 알아봐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러도록 하지요.”

 에르곤은 브레이브 왕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5서클 마스터 라우터의 다섯 제자 중 한 명이었다.

 한때는 마법 연구를 위해 개인 연구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그였는데, 요즘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중이었다.

 그런데 스완 백작이 마법사를 필요로 하던 그때, 그가 수도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식을 집사로부터 접한 스완 백작은 에르곤에게 큰돈을 쥐여 주고 스카우트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마흔의 나이로 4서클에 다다른 에르곤은 그 재능이나 마법적 성취로 볼 때 라우터를 능가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때문에 아무리 스완 백작이라 해도 그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에르곤이 두 손을 앞으로 뻗어 마나를 흘려 보냈다.

 그러자 그의 마나가 강렬한 힘에 튕겨져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마법진이 펼쳐져 있는 것 같구려.”

 “마, 마법진이요?”

 “그렇소. 어디 보자. 음… 이 마법 공식은… 환상을 보여 주는 마법 일루전이군요. 한데… 이 정도의 환상을 보여 주기 위해선 대단히 커다란 마법진을 만들어야 할 터. 누가 만든 것인지는 몰라도 큰 공을 들였군요. 허허.”

 “그렇다면 이 몬스터들이 다 가짜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가짜라고 해서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사람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가짜인 저 몬스터들에게 맞아도 숨이 끊어질 것입니다. 사실 몸은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머리가 인식하고 숨을 끊어버리는 것이지요.”

 “저기를 지나갈 방법이 없겠습니까?”

 “마법진을 해제하면 가능하오. 한데… 정말 크게 공을 들인 마법진인지라 완전히 해제하는 건 불가능하겠어. 내가 마법진의 일부를 무력화시켜서 잠시 동안의 시간을 벌 테니, 그동안 지나가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에르곤은 두 손을 내민 자세 그대로 다시 한 번 마나를 흘려 보냈다.

 그가 흘려 보낸 마나는 마법진을 이루며 응결되어 있는 마나들을 조금씩 흩어놓았다.

 ‘이거 만만치 않군. 누군지 몰라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마법사가 쳐 놓은 마법진이야. 시간이 제법 걸리겠어.’

 사실 에르곤 정도는 우습게 처리할 수 있는 루스펠의 작품이었지만, 에르곤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브레이브 왕국에서 최고의 마법사는 그의 스승인 라우터고, 그 뒤를 잇는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더불어 그 역시도 시간만 많이 주어진다면 이토록 방대한 마법진을 만들 수 있었다. 반년 정도 걸린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드디어 마법진을 이루고 있던 마나의 일부가 완전히 흩어졌다.

 순간 황무지 위에 가득하던 몬스터들이 일시에 사라져 버렸다.

 “앞으로 10분 정도는 안전할 것이오.”

 “오오, 역시 에르곤 님이십니다! 자, 어서 지나가도록 하자!”

 스완 백작과 에르곤이 마차에 올라탔고, 플로렐 공작 가문을 무너뜨리기 위한 정벌대는 다시 길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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