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공포물
카산드라
작가 : 건망고
작품등록일 : 2017.11.16

앞날을 훤히 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를 믿지 않는다.
카산드라의 저주.
언어 소통의 종말.
극한의 공포심은 고립감에서 온다.
군중의 한가운데 불통의 무력감이 그를 낭떠러지로 내몬다.

 
체스판의 말
작성일 : 24-05-01 19:08     조회 : 14     추천 : 0     분량 : 117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이 작자들이 세계를 운영하고 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나는, 내 몸은, 분명 수배자였다.

 그런데 지금은 혐의를 완벽히 벗었다.

 갑자기 새로운 용의자가 대두되었고 금세 잡혔으며 바로 자백했다.

 모든 것이 너무도 빠른 속도로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마치 누군가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연기만 하듯.

 

 그래서 자유의 몸이 된 나는 다시 마음껏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쉽다.

 뭔가가 너무 쉽다.

 이들은 이토록 쉽게 세계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거다.

 

 어쨌든 나는 딱히 할 일도 없어졌다.

 아직 히틀러는 나에게 카산드라에게 전할 메시지를 알려주지 않았고 나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다.

 그저 할 일 없이 어슬렁거리는 게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할 일이다.

 

 그러다 나는 봐야만 했던 표식을 기어이 마주하게 된다.

 참 웃기는 게 이런 거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보일 때가 있다.

 자전거를 한 대 사야지 마음 먹은 다음에야 늘 다니던 길에 자전거 샵이 있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된다.

 

 지금 내가 선 이 길은 몇 번이고 이미 지나갔던 길이다.

 낮에도 지나간 적이 있고 밤에도 지나간 적이 있다.

 이 건물 앞을 지난 것만 20번은 넘을 거다.

 그런데 이제야 보인다.

 표지가.

 이 건물 오른쪽 벽에 아무런 글자도 없이 검은색과 흰색의 정사각형이 번갈아 놓여있음이.

 

 체스판.

 표지다.

 이 건물은 내게 손짓을 한다.

 들어오라고.

 

 그리고 나는 그에 응한다. 주저 없이.

 어차피 신탁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든 것은 그의 뜻대로 된다.

 신탁은 표지와 상징으로, 때로는 환영으로 우리들을 이끈다.

 나는 42명의 보육원 출신 중 한 명이고 신탁을 전하는 메신저다.

 그로부터 벗어나려면 히틀러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히틀러가 나를 가둔 방에 있던 체스판.

 그게 이 건물의 외벽에 있다.

 이것은 신탁이 내게, 즉 카산드라가 내게 보내는 메시지다.

 히틀러가 내 편인지, 카산드라가 내 편인지 모른다.

 아니 결국 둘 다 내 편은 아니다.

 나는 태생적으로 외로운 자다.

 겨우 찾은 형제는 살해당했고 왕은 행방을 모른다.

 나는 저곳으로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움직이는 자들이다.

 형제도 그렇게 하다 죽었을 거고 왕도 그렇게 하고 있을 거다.

 히틀러는 그것에 저항하려고 하고 카산드라는 그에 대응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응의 한 수가 나라는 말을 움직이는 거라면 나는 따를 수밖에 없다.

 나는 반 정도는 자유의지를 박탈 당한 체스판의 말이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이자카야 농부와 상상 공간 체스 2024 / 5 / 2 16 0 2205   
19 체스판의 말 2024 / 5 / 1 15 0 1170   
18 2024 / 4 / 29 21 0 2515   
17 다시 깨어나다 2024 / 4 / 27 22 0 1419   
16 발신인: 메신저 2024 / 4 / 27 26 0 1588   
15 히틀러의 몸 2024 / 4 / 26 28 0 980   
14 내가 네 형제 노릇을 해줄게 2024 / 4 / 25 27 0 1070   
13 당신, 카산드라를 아시나요? 2024 / 4 / 22 38 0 826   
12 신탁의 뜻은 무엇인가 2024 / 4 / 15 40 0 667   
11 의외의 한 수 2024 / 4 / 3 50 0 1028   
10 신탁은 어차피 모든 것을 안다 2024 / 4 / 1 46 0 1354   
9 섬에서 육지로 2024 / 4 / 1 45 0 2418   
8 가만히 앉아서 신탁을 기다린다 2024 / 3 / 29 51 0 1650   
7 체스 - 나는 무엇인가 2024 / 3 / 29 51 0 860   
6 왕은 말하지 않고 경청한다. 2018 / 2 / 20 366 0 1814   
5 너는 무엇인가? 2017 / 11 / 30 339 0 1499   
4 형제의 비밀 - 그곳에 살던 너와 나 2017 / 11 / 22 339 0 2903   
3 그 여자 - 그토록 큰 캐리어 안에는 무엇이 들… 2017 / 11 / 21 354 0 1714   
2 라이프 스타일 - 기생충 2017 / 11 / 17 386 0 978   
1 프롤로그 - 신탁 2017 / 11 / 17 571 0 65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