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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나의 유치찬란했던 시절(1981~1987)
작가 : 레빈
작품등록일 : 2020.9.8

제가 요즘 여러가지 일이 겹쳐 심신이 말이 아닌데 며칠 전 잠자리에 누워 지난 일들을 생각해보니 그래도 고등학교 다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아 '이걸 글로 한 번 써 보면 어떨까?, 쓰다보면 기분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남들 앞에 내어놓기에 심히 부끄러운 글을 치기어린 고딩 때의 마음으로 낯짝에 철판을 깔고 한 번 써보려고 합니다. 본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니 재미없더라도 크게 나무라진 말아주세요.

 
제31화 : 훈련소에서 겪은 아찔했던 순간
작성일 : 22-05-01 11:57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2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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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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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건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지긴 한데 이런 건 정말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하는 차원에서 씁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입대했을 때만 해도 훈련소에서는 강제로 담배를 못 피우게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골초였던 놈들은 어떻게 해서든 꽁초라도 주워보려고 항상 땅바닥을 쳐다보고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운 좋게 하나라도 주우면 눈치껏 숨겨놓았다가 청소시간에 소각장으로 가지고 가서 피웠는데 우리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DI들이 이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그게 몇 번 성공하자 따라 하는 놈들도 생기게 되고, 그러자 마침내 칼을 빼들었는데 그날이 아마도 일요이었을 겁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총 병사 떠나'라는 구령과 함께 우리들을 중앙현관에 집합시키더니 변기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다며 담배 피운 놈은 자진해서 앞으로 나오라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웃기는 게 간이 배밖에 나오지 않고서야 어떻게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게다가 피우고 남은 꽁초를 변기에 버리겠습니까? 그게 다 트집 잡는 거지요.

 

 그러니 나갈 사람이 있겠습니까? 여러 번 닦달해도 아무도 나오지 않자 분위기가 험악해지는데, 그때 제 옆으로 누군가가 나가는 겁니다. 그래서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인가 하고 보니 바로 제 초등학교 동창이자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아무도 나오지 않자 자기가 총대 메겠다며 혼자 나온 겁니다.

 

  물론 이 친구 어릴 때부터 싸움도 잘 하고 운동도 잘하는 상남자라 이런 고약한 순간에 자기가 책임지겠다고 나온 건 대단한 용기이긴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닌 일에 이렇게 오버를 하는 바람에 이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 현장을 목격한 것도 아닌지라 어느 정도 선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던 일을 한층 더 키운 꼴이 되고 말았으니 이젠 범인이 누구인지 확정되어 그냥 넘어갈 수도 없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DI들은 이렇게 잘난? 놈들을 싫어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입대하는 자들 중에는 조폭을 비롯 별의별 놈들이 다 있을 텐데 저마다 다 지 잘났다고 나서면 어떻게 통제를 하겠습니까? 그래서 제 친구 녀석은 좋은 마음으로 나섰다지만 이런 행동을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 소대장은 제 친구이자 동기에게 가혹한 처벌을 가하는데...

 

  팬티만 남기고 홀딱 벗겨 옥상으로 올라가게 한 후 문을 잠궈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생각컨대 제 친구 녀석도 자존심에 금방 내려오지는 않을 생각이었을 겁니다. 추위를 이기려 혼자 별짓을 다 해 봤겠지요.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든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래도 아무런 기척이 없자 이 친구 용케도 기둥을 타고 내려와 창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그러자 가까이 있던 녀석들이 창문을 열어 그를 들어오게 했는데, 이에 더욱 화가 난 소대장은 추위에 온몸이 얼어붙어 부들부들 떠는 그를 다시 옥상으로 올려 보내고는 문을 잠그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이 친구 얼마 견디지 못하고 이번에는 살려달라면서 문을 두드리는데 그래도 열어주지 않자 다시 기둥을 타고 내려오더군요. 다시 안으로 들어온 그를 또다시 옥상으로 올려 보내려고 하자 이미 정신이 혼미해진 것 같은 이 녀석은 이젠 무릎까지 꿇고 제발 살려 달라고 하는데 그 소리가 얼마나 처절하던지... 그런데도 소대장은 자신의 다리를 붙잡고 옥상으로 올라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이 녀석을 질질 끌다시피 해 또다시 옥상으로 올려보냈는데...

 

  그러자 이 녀석 이번에는 문도 두드리지 않고 곧바로 기둥을 타고 내려오는데 아까 이 녀석의 몸 상태를 보고 이러다간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든 몇몇 녀석들이 미리 창문 옆에 대기하고 있다 손을 내밀어 이젠 힘조차 다 빠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대롱대롱 매달려만 있는, 자칫 잘못하다간 추락하고 말 것만 같은 이 녀석의 몸통을 붙잡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초긴장 상태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우리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나오려는 바로 그 순간 이 녀석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면서 사지를 뒤트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그렇게나 강경하던 소대장의 눈빛이 흔들리고, 그걸 확인한 우리들은 그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 온몸을 문지르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해서 간신히 위급한 상황을 넘긴 우리들은 그를 침상으로 옮겨 밤새도록 돌아가며 마사지를 해 주는데, 이때 우리들은 처음으로 동기애가 무엇인지, 악과 깡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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