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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형제
작성일 : 22-03-12 10:08     조회 : 60     추천 : 0     분량 : 7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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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 중 한두 명은 민석이 승강기에서 내릴 때부터 사장실로 갈 때까지 눈도 깜빡이지 않고 그를 노려봤다. 마치 살아있는 감시카메라처럼 초점을 민석에게 맞췄다. 민석이 허튼 짓을 했다간 곧장 호텔 바닥에 내리꽂을 것처럼 강렬한 눈빛을 뿜어냈다.

 

 "사장실이 703호니까."

 

 현재 아성 호텔의 7층과 8층 전체가 명장제약의 임시 사무실과 숙소로 쓰였다. 그 중 사장실은 703호에 위치했다. 민석이 703호실 문에 노크를 하자, 복도를 배회하던 10쌍의 눈동자가 그를 동시에 쳐다봤다. 민석은 당연한 업무임에도 그들의 눈총을 받으니 괜히 주눅이 들었다.

 

 "사장님, 성 비서입니다."

 "어, 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임시로 만들어진 사장실이 나왔다. 원래 있던 침대와 화장대 같은 가구들은 작은 방에 다 몰아넣었고, 거실이었던 공간에 커다란 책상과 사무기기들을 배치해 놓았다. 책상에는 새로 장만한 최신식 컴퓨터가 설치되어있었다. 명장제약의 사장은 그 컴퓨터를 통해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성 비서 왔구만. 장례식장을 다녀온 건가?"

 "그렇습니다."

 "그래. 많이 심란할 텐데, 괜찮나?"

 "아직까지는 괜찮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 사장님은 좀 회복하셨습니까?"

 "나야 뭐, 크게 다친 건 아니라서. 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성 비서야말로 충격이 클 텐데 오늘은 들어가서 푹 쉬지 그래? 오늘은 업무도 얼마 없어서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네."

 "아닙니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성민석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사장을 쳐다봤다. 그는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채 보고서를 빠르게 훑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병원에 있던 동안 쌓였던 업무가 그를 책상에 묶어 놓은 듯했다.

 

 "그래? 이거 미안한데. 그나저나 오늘 무슨 스케줄이 있지? 오전에는 특별한 일이 없던 걸로 아는데."

 

 민석은 수첩을 꺼내 스케줄을 확인했다.

 

 "네. 오전에는 회사스케줄 외에는 없으십니다. 오후에도 4시에 달구 공장부지에 가셔서 시찰하고 오시는 일정밖에 없습니다."

 "4시라. 그래, 알겠네."

 

 성민석은 수첩을 도로 접다가 멈칫했다. 그의 눈은 수첩의 찢긴 부분을 발견했다. 저번에 명장제약 1층에서 한 소녀에게 찢어줬던 그 부분이었다.

 

 “...사장님.”

 

 비서의 갑작스런 부름에 사장은 당황한 말투로 답했다.

 

 “어? 왜 그러지?”

 “제가 듣기로는 한 팀장님이 돌아가실 때 손에 안경을 쥐고 계셨다는데, 혹시 그 안경의 주인이 밝혀졌나요?”

 

 보고서를 따라 이동하던 사장의 눈동자가 멈췄다. 하지만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 과학수사대에서도 그 안경이 누구의 것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민석은 수첩의 찢긴 부분만 만지작거렸다.

 

 철컥.

 

 민석이 멍하니 수첩을 보고 있는 사이 703호실 문이 열렸다. 깜짝 놀라 뒤를 보니 우 박사가 서있었다.

 

 "어, 나 왔어. 비서도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우 박사님.”

 

 성민석이 수첩을 주머니에 넣는 동안 우 박사는 사장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사장은 그제야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우 박사와 민석을 바라봤다. 그는 다급하게 민석을 내보냈다.

 

 "성 비서, 잠시 우리끼리 얘기 좀 하겠네. 705호가 성 비서 방이니까 거기서 좀 쉬고 있어. 필요하면 부르겠네."

 "알겠습니다."

 

 민석은 사장의 말을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는 복도를 걸어 705호의 문을 열었다. 방은 전형적인 호텔방으로 여느 객실처럼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는 하얀 이불이 깔린 침대에 걸터앉았다. 민석은 무의식적으로 수첩을 다시 꺼냈다. 그는 수첩의 찢긴 부분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그 소녀를 떠올렸다.

 

 "그때 했던 경고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걸까? 그럼 그때 내가 사장님께 쪽지를 드린 일이 환기 형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건가? 혹시 내가 여고생의 쪽지를 받지 않았다면, 아니, 여고생을 무시하고 지나갔다면 환기 형은 살아있었을까?"

 

 여러 망상들이 민석의 뇌를 쿡쿡 찔러대는 동안 복도에서 사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 박사와 대화하는 소리였다. 민석은 화들짝 놀라 복도로 나갔다. 사장과 우 박사가 복도로 나와 있었다. 그들은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승강기로 걸어가고 있었다.

 

 "사장님, 어디 가십니까?"

 

 성 비서의 사장은 뒤를 돌아봤다.

 

 "잠깐 명장제약 좀 다녀오겠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아냐, 아냐. 힘들 텐데 쉬고 있어 나는 1시간 내로 돌아올게."

 

 사장은 그 말을 남기고 우 박사와 함께 내려갔다. 터덜터덜 방으로 돌아온 민석은 창밖을 봤다. 곧 백민관과 우 박사, 그리고 경호원들이 탄 자동차가 명장제약을 향해 달렸다.

 

 "또 이러시네."

 

 사장은 일주일에 두세 번 씩은 꼭 민석을 따로 두고 우 박사와 어딘가로 향했다. 화재가 나기 전에도 똑같았다. 그들은 30층 사장실에서 나가 어디론가 떠났다. 그리고는 30분 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왔다.

 

 보통은 사장이 어딜 가나 비서가 꼭 따라가도록 되어있었다. 비서는 사장의 손과 발이 되어야하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장실에 우 박사가 찾아오고, 우 박사와 함께 사장실을 나설 때는 언제나 민석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때만큼은 사장도 민석을 옷에 묻은 껌딱지마냥 억지로 떼어냈다.

 

 "말이 쉬라는 거지, 따라오지 말라고 명령하는 거잖아."

 

 민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한구석에 새로운 의심의 씨앗이 싹을 틔웠다. 그는 멀어지는 자동차를 멍하니 내려다봤다.

 

 

 ***

 

 

 “꺼억~.”

 “아 더러워. 트림은 좀 가려서 해라.”

 

 소구치는 견치를 나무랐다.

 

 “생리현상을 어떻게 참아. 그리고 어차피 가족끼리인데 뭘.”

 “가족끼리라도 가릴 건 가려야 하는 거야.”

 

 중절치는 거실에 앉아 현재까지의 점수를 계산해보고 있었다. 여태껏 가져온 작품들의 점수를 하나하나 더해보며 앞으로의 계획까지 짜보는 것이었다. 그는 막실라팀 뿐만이 아닌 다른 경쟁팀들의 예상점수도 헤아려보고 있었다.

 

 “좋아. 우리가 지금까지 확보한 작품들만 3개야. 총 42000점이고. 이대로만 간다면 최소 3등이야.”

 

 중절치의 말에 견치의 어깨가 들썩였다.

 

 “최소 3등이라는 건 2등도 노려볼 수 있다는 거잖아?”

 “실은, 이 추세라면 1등도 가능해. 우리가 지금 2등이거든. 지금 내 추측이 맞다면 제이에겐 7000점 뒤져있고, 게적그룹보다는 2000점 앞서고 있어. 남은 네 작품이 전부 높은 점수를 가지고 있어서 하나만 가져와도 최소 3등. 2개를 가져온다면 사실상 1등 확정이야.”

 

 중절치는 펜을 가볍게 내려놨다. 그는 측절치를 바라봤다.

 

 “추가로 소재 파악된 작품 있어?”

 “아니. 조사해봤는데 지금 남은 작품들은 전부 행방불명이야.”

 “그래? 그렇다면 오늘도 일정이 없는 셈이네. 그럼 오랜만에 휴식 시간을 가져볼까?”

 

 중절치의 제안에 나머지 형제들은 밝은 낯으로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휴식시간이라? 좋지!”

 

 중절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막실라팀은 바쁘게 움직였다. 소구치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오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측절치도 어디선가 음식과 과자를 챙겨왔다. 거실엔 곧 술판이 벌어졌다. 사이다를 든 측절치를 제외하고는 모든 형제들이 술잔을 들었다.

 

 “우리 형제가 전부 모여서 이렇게 술 마시는 게 얼마 만이냐?”

 

 술잔이 입술에 닿을 때마다 하나둘씩 얼굴이 벌게지며 형제들은 얼큰하게 취해갔다.

 

 “견치야. 좀 천천히 마셔.”

 “나 이제 시작이야. 아직 취하려면 멀었어.”

 “너 그 말만 10번째야.”

 

 술에 강하다고 자부하던 견치도 안 취했다는 말만 되풀이했고 소구치도 어느새 소파에 기대어 있었다. 카쟝이 막실라팀에 들어온 이후로 가장 단란한 시간이었다. 어느 누구도 이 화목한 분위기를 깰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시계바늘이 쉬지 않고 돌수록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다. 그 사이 형제들 간에는 술과 대화가 분주히 오갔다. 카쟝도 술기운을 빌려 그동안 궁금했던 점들을 입에 담았다.

 

 “근데 막실라팀은 처음에 어떻게 창단된 거예요?”

 

 대답은 카쟝의 왼편에서 나왔다.

 

 “창단? 창단이란 단어는 조금 거창하긴 한데. 우리가 모이고 싶어서 모인 게 아니라 아빠가 모았지.”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고 굉장히 낯선 목소리였다. 카쟝이 고개를 돌리자 대구치가 딸기처럼 붉은 얼굴로 카쟝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대구치 씨!”

 “대구치 씨라니! 대구치 형이라고 불러야지. 막내가 되어가지고 말이야!”

 

 대구치는 카쟝을 다그쳤다. 카쟝은 그런 대구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맨정신일 때는 하루 종일 무표정을 유지하던 대구치였다. 하루에 한마디 나눌까 말까 하던 대구치가 지금은 개구진 표정으로 카쟝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구치의 언행이었다.

 

 “어, 그럼... 대구치 형! 아빠는 어디 계시는데요? 그 분이 막실라팀의 실질적인 대장인가 보죠?”

 “아빠? 아, 맞다. 얘기 안 해줬구나. 너 저번에 여기 옆에 고아원 봤지?”

 “네. 봤죠.”

 “우리 형제들은 전부 그 고아원에서 자랐거든. 아빠는 그 고아원 원장이야. 우리는 아빠한테 선택 받은 아이들이었고. 우리의 기술도 대부분 아빠한테 배운 거지. 뭐, 나중엔 우리가 자체적으로 발전시켰지만.”

 “저는 여기 와서 아빠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요? 아빠는 지금 어디 계세요? 고아원에 가면 만날 수 있는 분인가요?”

 “지금 어디에 계시냐고?”

 

 그 순간 대구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술술 대답하던 그의 입도 꾹 닫혀 열리지 않았다. 카쟝은 대구치의 모습에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서로 술잔을 부딪히던 소구치와 견치도 움직임을 멈췄다. 화기애애하던 거실 분위기가 카쟝의 질문으로 순식간에 얼어버린 것이었다. 카쟝은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죄송해요. 실례되는 질문이었군요.”

 

 그때 카쟝의 어깨에 손이 올라왔다. 고개를 돌리니 중절치가 살짝 풀린 눈으로 카쟝을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아. 이제 알 거 모를 거 다 아는 사이가 됐는데 뭐.”

 

 중절치의 입에서는 술 냄새가 풍겼지만 그의 말투는 여느 때처럼 또렷했다.

 

 “아빠는 지금 병원에 계셔. 3개월 넘게 입원 중이시고.”

 

 중절치의 설명을 듣자 하니 막실라팀은 간간이 그에게 병문안을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말투로 보아 ‘아빠’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는 듯했다. 측절치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번에 상금을 타면 수술비로 쓸 거야.”

 

 어느새 거실 분위기는 비 오기 직전의 날씨처럼 무거워졌다. 벌겋게 달아올라 시시덕거리던 견치조차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측절치 말이 맞아. 우리가 지금은 잠시 쉴 뿐이지만 내일부터는 경기에 전념으로 임해야 해. 이제 목록에 몇 개나 남았지?”

 

 유일하게 맨정신을 유지하던 측절치가 대답했다.

 

 “4개 남았어. 전부 장소가 밝혀지지 않은 작품이고.”

 “따로 얻은 정보는 없어?”

 

 아까의 들뜬 분위기는 이미 지하까지 꺼져 버렸고 술자리는 작전 테이블로 바뀌어있었다.

 

 “죄다 모르겠어. 2개는 권성환 화백이 애초에 판매한 기록이 없는 작품이야. 그 사람이 개인 소장하고 있을 확률이 높지. 근데 권성환은 이미 죽었고, 그의 집에서 나온 유품에서도 그 작품이 발견되지 않았어.”

 “다른 2개는?”

 “1개는 비공식 경매에 나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그 뿐이야. 언제, 어디서, 누가 입찰을 받았는지 아무 기록도 없어. 나머지 1개는 마루시 명장제약회사 건물에 있었는데 작년 말에 흑사단이라는 도적단이 훔쳐간 걸로 알려져 있어.”

 “흑사단이면 그 달구에서 가장 크다는 도적단?”

 “응. 맞아. 그나마 소재가 분명한 작품이지만 아무도 선뜻 조사하지 못하는 이유지.”

 “그러게. 다 건드리기 어려운 작품들이네.”

 “맞아.”

 

 중절치는 카쟝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지치, 네 생각은 어때?”

 

 측절치도 거들었다.

 

 “맞아. 그동안 지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어. 지치의 생각은 어때요?”

 

 하지만 카쟝은 대답이 없었다.

 

 “지치?”

 

 그들이 카쟝을 쳐다봤을 때 카쟝의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카쟝의 시선을 따라가니 거실 TV의 화면이 보였다. 화면 하단 자막에는 [명장제약 사장실 화재 발생. 직원 1명 사망]이라고 쓰여있었다. 아나운서는 침착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사장실에 있었던 시신은 연구 1팀 한환기 팀장으로 밝혀졌습니다. 백민관 사장은 무사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카쟝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그 아나운서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지치!”

 

 측절치의 외침에 카쟝의 신경이 돌아왔다.

 

 “어, 측절치 씨. 왜요?”

 “갑자기 왜 그래요?”

 

 남은 술잔을 비우던 견치도 의심의 눈초리로 카쟝과 TV를 번갈아서 봤다. 카쟝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모습을 함께 지켜보던 중절치의 궁금증도 증폭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카쟝은 계속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그들과 시선을 맞췄다.

 

 “저, 이제 돌아가면 안 될까요?”

 

 예상치 못한 발언에 중절치는 측절치를 바라봤다. 하지만 당혹스럽기는 측절치도 마찬가지였다. 카쟝의 그 한마디는 소구치의 입까지 열게 만들었다.

 

 “돌아가? 어디로? 이제 네 집은 여기야.”

 “절대 안 되지.”

 

 그때 중절치가 다시 나섰다.

 

 “왜 가려는 거야? 어차피 넌 고향에 가더라도 쫓기는 신세야. 평생 경찰을 피해 다니며 사느니 우리랑 같이 있는 게 안전할 텐데.”

 

 그때 대구치가 카쟝의 옆에 섰다.

 

 “어차피 지치는 남을 대신해서 들어간 거니까 경찰들한테 얼굴을 들이밀어도 잡혀갈 일 없어. 그리고 우리가 지치를 계속 데리고 있기엔 지치도 가족이 보고 싶을 거야.”

 “그래? 그럼 지치는 가족을 보고 싶어서 가려는 거야?”

 

 카쟝은 막실라팀의 반발을 무릅쓰고 말을 이어갔다.

 

 “마루에 있는 제 친구들이 위험에 빠진 것 같아요. 흑사단이 불로 태웠다는 명장제약이 제 친구들이 있는 곳이거든요.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이대로 있다가는 더 큰 화를 입을 지도 몰라요. 제가 가서 도와줘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카쟝의 결연한 눈빛에 다른 형제들은 섣불리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제가 하던 일을 계속 하기 위해선 반드시 마루로 가야 해요."

 "밀수 말하는 거야?"

 "아니요. 밀수가 아니라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는 일'.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요."

 

 이번에도 나선 사람은 대구치였다.

 

 “보내주자. 이미 우리는 지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어. 이번 경기에서 3등을 확보해 놓은 것도 지치 덕분이고.”

 

 측절치도 천천히 카쟝의 곁으로 다가갔다.

 

 “맞아. 처음부터 지치가 우리랑 같이 있을 이유는 없었어. 지금까지 도망 안 가고 우리 곁을 지켜준 것도 신기할 정도야. 그리고 지치는 우리와 가치관이 달라서 경기 하기 힘들어했던 것도 사실이고. 나도 지치를 영원히 여기에 가둘 순 없을 거라 생각해. 지치가 우리의 가족이 되길 바랬지만 그건 우리의 욕심인 것 같아. 지치는 지치의 진짜 가족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주자. 괜한 억지 부리지 말고 이쯤에서 보내주는 게 서로에게 좋지 않을까 싶어.”

 

 이번엔 견치가 한 발짝 나섰다.

 

 “이 자식 마음이 변해서 우리를 신고하거나 우리의 정보를 경찰한테 넘기면 어떡해?”

 “절대 그럴 일 없어요!”

 

 카쟝은 팔을 크게 흔들었다.

 

 “저도 이미 몇 차례나 같이 경기에 참여했던 사람이잖아요. 제가 다시 교도소 들어가고 싶지 않은 이상 그런 이야기를 왜 경찰에게 말하겠어요?”

 

 언제나 그러했듯 토론이 길어질수록 모두의 시선은 서서히 중절치에게로 모였다. 그러나 이번엔 중절치도 함부로 결론을 꺼내지 못했다.

 

 “후우.”

 

 중절치는 형제들의 얼굴을 슬쩍 훑어보더니 마지막으로 카쟝을 바라봤다.

 

 “좋아. 지치. 내가 처음에 말했지. 우리에게 신뢰를 얻으면 언제든 떠나도 좋다고.”

 

 카쟝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막실라팀의 대다수가 널 신뢰하고 있어. 이전에 말했던 조건은 충족되었으니 이제 네 마음대로 해도 돼.”

 “그렇다는 건....”

 “원한다면 가도 좋아. 다만, 지금은 너무 늦었으니까, 오늘은 자고 내일 아침에 가.”

 

 중절치는 말을 마치고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거실은 갑자기 정적으로 덮였다. 대구치가 카쟝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측절치도 카쟝에게 미소지었다.

 

 “인연이 있다면 나중에 또 마주치겠죠.”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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