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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리브의 선택
작성일 : 22-03-08 00:25     조회 : 63     추천 : 0     분량 : 7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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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운동화, 너무 낡았네요."

 

 리브도 자신의 발을 내려다봤다. 장미의 말처럼 그의 신발은 꼬깃꼬깃 구겨지고 온통 얼룩투성이였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주름 하나 없던 신발이 지금은 100살 노인의 이마처럼 깊은 주름살이 패어있었다.

 

 "그러네요."

 "신발은 그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물건이라고도 해요. 그 사람의 직업, 습관, 위생관념, 그리고 성격까지도 알려주죠. 신발이 너무 후줄근하면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도 알 수 있어요. 그 모습, 그 힘든 모습을 숨기려고 일부러 신발을 깨끗하게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요."

 

 리브는 반사적으로 장미의 신발을 내려다봤다. 전체적으로 새까맣고 구두코는 날카로우며 갑피에서는 광이 나는 구두였다. 먼지가 내려앉다가 미끄러져 내릴 만큼 매끄러웠다. 관리가 잘 되는 신발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리브는 장미가 왜 자신에게 신발에 대한 연설을 하는 지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렇군요."

 "신발, 우리가 준 것도 있을 텐데요. 안 신는 거 보니 아직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것 같네요. 아니면 이전의 것에 큰 애착을 갖고 있든지."

 

 그녀의 말이 사실이었다. 리브가 지금 신은 신발은 카쟝이 선물해준 운동화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 중에서 유일하게 카쟝의 손길이 남아있는 물건이었다.

 

 "아직 신을 만해서요."

 

 리브는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들었다. 곧 그녀의 상반신이 시야에 들어왔다. 망사로 된 상의 안으로는 검은 문신들이 비쳤다. 멀리서 볼 땐 까만 타이즈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글자가 하나하나 똑바르게 새겨져 있었다. 리브는 자신도 모르게 문신을 따라 시선이 이동했다. 장미도 그 눈길을 느꼈다.

 

 "이 문신들, 제가 사랑하는 가족의 이름을 적은 거예요."

 

 이름이라고는 하지만 상반신 전체를 휘감고 있을 정도로 많은 문자가 쓰여 있었다. 리브는 괜히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장미는 아무렇지 않았다.

 

 "흑사님부터 시작해서 흑사단의 대장들, 그리고 수많은 단원들의 이름이 전부 적혀있죠."

 "다정다감하시네요."

 

 리브는 대답을 하면서도 '다정다감'이라는 표현이 적절한가 싶었다. 하지만 장미는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리브님, 리브님도 우리 가족이 된다면 리브님의 이름도 적을게요."

 

 장미는 왼팔을 들어 손목을 보였다. 그녀의 손목에 손가락 하나 만큼의 빈자리가 남아있었다.

 

 "여기, 이 자리에 말이죠."

 

 그들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 식당 문 앞에 다다랐다. 리브는 조용히 속삭였다.

 

 "흑사단을 사랑하시는군요."

 "사랑하죠. 어느 누구보다."

 

 장미는 문을 당겼다. 식당이 열리고 내부로 10여 명의 사람이 보였다. 오 교수와 청사, 여러 대장들, 그리고 그 중심엔 흑사가 위치해있었다.

 

 "어서 들어와."

 

 두 사람은 식당으로 발을 들였다. 리브는 눈으로 빈자리를 찾았으나 남은 자리는 단 두 곳, 흑사의 왼편과 흑사의 맞은편뿐이었다. 장미는 자연스럽게 흑사의 옆자리에 앉았다. 리브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자리로 갔다. 그의 앞에는 흑사가 앉아있었다.

 

 "앉지."

 

 리브가 자리에 앉자 모두가 식사를 준비했다. 리브도 조심스레 포크를 들었다. 곧 주방장이 요리를 식탁까지 직접 가져왔다. 음식은 소고기 스테이크부터 닭고기를 우려낸 국, 게다가 돼지고기구이까지 죄다 육류였다.

 

 식탁에 앉은 이들은 고기가 보이자마자 각자의 방식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늑대가 손을 쓸 줄 안다면 이렇게 먹지 않을까 싶을 만큼 게걸스럽게 먹는 이도 있었다. 반면에 리브는 오랜만의 성찬을 앞에 두고 식사를 망설였다. 현재 환경이 너무 낯설기 때문이었다. 리브는 나이프와 포크만 양손에 들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러나 식사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은 리브만이 아니었다. 그의 앞에 있던 흑사도 손을 멈추고 리브를 계속 응시했다.

 

 "왜 안 먹지?"

 

 옆에 있던 장미도 물었다.

 

 "고기를 싫어하시나?"

 "그건 아닙니다. 조금 긴장돼서."

 

 리브는 두 사람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서둘러 소고기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투박한 외형의 고기 덩어리였다. 하지만 고기를 한입 씹자마자 육즙이 흘러나오며 입안에서 치즈처럼 녹아내렸다. 마루에서도 맛보기 힘든 매우 부드러운 식감이었다. 리브가 지금껏 먹어본 소고기 중 단연코 최고 양질의 소고기였다.

 

 "맛있네요."

 

 리브가 고기를 목으로 넘기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흑사도 식사를 시작했다. 그는 나이프로 고기를 반듯하게 잘라서 입에 넣었다. 흑사는 고기를 몇 점 먹더니 주방장을 향해 오른손을 까딱거렸다. 주방장은 그의 손짓에 검은 술 한 병을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흑사님."

 

 흑사는 팔뚝만 한 술병을 한 손으로 받아 마개를 열었다. 그러고는 리브의 술잔에 그 내용물을 따랐다. 리브는 그 술병에서 나오는 액체를 바라봤다. 어둠이 섞인 푸르스름한 음료가 잔에 채워지고 있었다. 영롱한 색이 리브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하지만 그의 본능은 찬란한 빛깔을 보며 거부감을 일으켰다. 흑사는 잔의 1/3정도를 따른 후 리브를 바라봤다. 이윽고 그의 낮은 목소리가 리브의 고막을 울렸다.

 

 "한 잔 들지."

 

 흑사의 한마디에 주변 잡음이 싹 사라지며 음소거 됐다. 그의 중저음과 굵직한 눈빛. 리브는 흑사와 단둘이 대작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리브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다.

 

 "지금 마셔요?"

 

 하지만 흑사는 대꾸하지 않고 리브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리브는 그의 강압적인 눈빛에 거부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리브는 눈 딱 감고 잔을 들어 술을 한 모금 들이켰다.

 

 "켁, 켁."

 

 술맛이 너무 썼다. 석탄을 갈아 넣은 듯한 맛에 리브는 연달아 콜록거렸다.

 

 "정말 술을 못 마시나 보군."

 "켁, 죄송합니다."

 

 리브는 배꼽에서부터 무언가 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그저 술의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그런 것이라 여겼다.

 

 "술도 한 잔 걸쳤으니 부하들을 소개해주겠네. 리브 당신 오른편에 앉은 사람은 '알로'야. 2번대 대장이지. 힘 하나는 정말 둘째가라면 서럽지. 나무를 뿌리째 뽑는다니까? 장사야 장사."

 

 리브는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는 1000년 묵은 소나무처럼 두꺼운 몸통의 소유자 앉아있었다. 수박만 한 팔뚝을 보니 흑사의 표현이 과장 같지 않았다.

 

 "그리고 당신의 좌측에 앉은 사람이 'GAN'. 5번대 대장이지. 이 자리에 앉은 누구보다 무기를 잘 다루지. 특히 칼 말이야."

 

 리브는 반대편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엔 호리호리하고 눈 밑엔 다크서클이 짙게 얼룩져있는 남자가 있었다. GAN은 덩치는 크지 않았지만 충혈 된 눈빛으로 리브를 위축시켰다. 그는 금방이라도 리브의 눈을 찔러버릴 듯이 노려봤다. 리브는 눈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몰라 곧바로 자신 앞에 놓인 접시를 쳐다봤다.

 

 "리브 씨."

 

 리브는 고개를 들어 흑사의 말에 반응했다. 흑사는 리브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GAN의 무기, 알로의 힘. 물론 흑사단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하지만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할 기술은 이렇게 힘을 쓰고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 아니야."

 

 리브는 흑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 했지만 그냥 고개만 끄덕거렸다.

 

 "우선 리브 당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 특히 전자기기를 다루는 기술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야. 벌써 그 능력을 충분히 보여주기도 했고. 흑사단이 상당히 커졌지만 당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은 여태껏 없었어."

 

 그쯤 되자 리브는 흑사의 다음 말이 예상되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고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리브 당신 같은 사람이 흑사단에 필요해."

 

 리브의 예상대로였다. 흑사는 리브를 흑사단으로 영입할 생각이었다. 흑사는 지금이라도 자신의 도적단으로 활동하면 자유와 보상을 손에 쥐어주겠다고 장담했다. 이어서 흑사는 카쟝 이야기도 꺼냈다.

 

 "우리 입장에서도 카쟝이 연락을 취했으면 대화라도 해봤을 텐데 말이지. 당신이 여기 왔을 때부터 오늘까지 그쪽에선 우리에게 대화할 시도조차 하지 않았어. 이건 뭐 당신의 기술이라면 거짓 하나 없는 사실이라는 걸 잘 알 거야. 아무래도 카쟝은 회장 놀이에 맛이 들린 것 같아. 갑자기 막대한 재산이 생기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 사람의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이거든."

 

 흑사는 재차 권유했다.

 

 "당신은 좋은 인력이야. 썩기엔 너무나 아까운 인물이지. 흑사단으로 들어오면 달구시는 전부 당신의 땅이 되는 거야. 당신이 흑사단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면 마루시도 우리 것이 되는 건 시간문제지."

 

 리브는 차마 흑사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리브가 흑사의 일장연설에 동의하게 되면 흑사단에 입단하는 셈이었다. 지금껏 누리지 못했던 자유를 누리고 어마어마한 혜택을 받을 수도 있었다. 한 달 가까이 독방에 갇혀 죄수처럼 지냈던 리브에게는 천국 같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흑사단에 들어간다는 선택은 카쟝과는 더 멀어질 수도 있는 길이었다. 그 순간 리브의 머릿속으로 미네민의 조언이 떠올랐다.

 

 '흑사의 제안.'

 

 리브는 고개를 들었다.

 

 '혹시 이 제안도 목숨이 걸린 제안인가?'

 

 흑사는 여전히 리브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리브는 천천히 턱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흑사의 왼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그렇지. 그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흑사는 손을 들어 주방장을 호출했다. 주방장은 새 술잔과 빨간 병을 들고 왔다. 흑사는 깨끗한 술잔에 새로운 병을 기울였다. 그 빨간 병에서는 투명한 액체가 쏟아졌다. 이번엔 술을 술잔에 넘치기 직전까지 채웠다.

 

 "어서 마셔."

 "네?"

 "어서 마시라고. 좋은 인재를 잃기 싫으니."

 

 흑사는 리브가 마시기를 거절했다간 억지로 들이키게 할 것처럼 팔을 올렸다. 리브는 흑사의 날이 선 눈썹을 버티지 못하고 두 손으로 술잔을 들었다. 그는 우유를 마시듯 꿀꺽꿀꺽 흡입했다.

 

 '이 액체는 뭐지?'

 

 이번엔 술이 아닌 듯했다. 술 특유의 향도 없었고 맛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비릿한 향이 났고 맛없는 음료인 건 매한가지였다. 중간에 리브의 목젖이 멈추자 흑사는 손가락을 계속 흔들며 끝까지 마시라고 손짓했다.

 

 꼴깍 꼴깍

 

 리브는 이게 무슨 음료인지 묻고 싶었지만, 어느새 주위 사람들 모두 리브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흑사에게 싫은 소리를 했다간 어디서 비수가 날아올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리브는 끝까지 다 흡입하고 나서야 흑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흑사단에 입단한 걸 축하하네."

 "가, 감사합니다."

 

 모든 대장들이 리브를 향해 박수를 쳤다. 박수갈채가 끝난 뒤 식사가 이어졌다. 흑사와 대장들은 식사하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디.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쯤 흑사는 다른 대장들에게 현재 각 대대의 상태를 물었다.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흑사단으로 입단하길 희망하는 인원이 많아진 점도 한몫했다. 그러나 가장 큰 역할을 한 부분은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로 인한 인원 손실의 감소였다. 흑사는 흑사단의 상황이 호전된 것을 확인하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설명하려했다.

 

 "지금 마루시에서 학목강에 분리형 다리를 건설하고 있어. 도적단을 통제하기 위해서지."

 

 그때 2번대 대장 알로가 입을 열었다.

 

 "게다가 다리 주변에 경찰병력들이 쫙 깔려있습니다. 지난주부터 다리를 통해 진입하는 방법이 꽤나 까다로워졌고요."

 

 실제로 흑사단의 활동에 급제동이 걸린 것은 사실이었다. 경찰 병력이 학목강에 집중되어있어 뚫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단원들의 상당한 희생 없이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였다. 다리가 완공되기 전까지 참새 한 마리도 못 건너오게 하겠다는 오성한의 의지가 보였다.

 

 "걱정 마. 오 교수와 함께 분리형 다리와 그 다리를 지키는 경찰들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세우는 중이야."

 

 흑사가 오 교수를 쳐다보자 오 교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그 틈에 청사도 대화에 참여했다.

 

 "다리가 아니더라도 요즘 경찰의 대응이 꽤나 공격적이에요. 마루시로 잠입을 성공해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튀어나올 때가 많습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5개의 도적단이 경찰의 기습에 의해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우리 흑사단이 아닌 경우에는 마루에 잠입해 범죄까지 성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고요. 요새 경찰을 따돌리고 은행을 터는 건 비 오는 날 헤엄쳐서 학목강 건너는 것보다 어려울 정도라니까요."

 

 다른 대대장들도 청사에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요새 들어 경찰들은 오성한 청장의 지휘 하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의 대응은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고 거세졌다.

 

 스윽-

 

 그때 흑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당의 모든 이는 입을 닫았다. 오직 흑사만이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가 만들어진 거야."

 

 흑사는 식탁 둘레를 따라서 리브에게 걸어갔다.

 

 "리브가 우리 흑사단에 있는 이상 경찰들의 움직임은 모조리 파악할 수 있어. 경찰도, 오성한도, 우리 손바닥 안이라는 거지."

 

 흑사는 리브의 오른 어깨에 손을 올렸다.

 

 "리브, 당신의 능력이 이래서 필요한 거야. 흑사단의 성과는 최대로, 피해는 최소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제가...요?"

 "당신은 가능해. 난 내 안목을 믿어."

 "그럼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죠?"

 "어려울 건 없어. 당신이 전에 해왔던 일들을 그대로 하면 돼. 컴퓨터든 뭐든 전부 지원해주겠네. 예전에 하던 스케줄 해킹을 계속 해줘. 특히 금전 거래가 많은 인사들, 그들의 일정을 모두 파악해줘. 추가로 오성한과 경찰 간부들의 스케줄까지도. 일정이 비든 말든 상관하지 말고 하나도 남김없이 모조리 모아줘. 이제 우리는 한 집단이니까,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주면 난 그것보다 더 큰 보상을 줄 거야."

 "알겠습니다."

 "좋아. 이제 리브도 우리 흑사단의 일원이 됐으니 리브를 버린 카쟝을 어떻게 해야 할까?"

 

 GAN이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동료를 챙기지 않았던 작자는 천벌을 받아야죠."

 "그래. GAN의 말이 맞아. 이제 회장놀이도 슬슬 끝내도록 도와줘야겠어."

 

 흑사는 그 순간 리브를 쳐다봤다. 리브는 무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좋아. 이제 다들 마무리하지."

 

 식사시간은 곧 끝이 났고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흑사단원 한 명이 리브에게 다가왔다.

 

 "리브님, 방으로 돌아가시죠."

 

 리브는 그와 함께 왔던 길을 되돌아서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흑사단원은 문을 닫고 돌아갔다. 이번엔 자물쇠를 채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안 잠근 건가?"

 

 리브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문은 아주 부드럽게 열렸다. 흑사가 더 이상 리브의 방에 자물쇠를 채우지 말도록 지시한 것이었다.

 

 "이제 방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겠어."

 

 리브에게 일차적인 자유가 생겼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흑사단의 본거지를 빠져나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외부로 탈출하기까지 리브가 거쳐야 할 관문과 경비원이 한둘이 아니었다. 리브는 일단 문을 닫고 책상으로 돌아갔다.

 

 "잘한 걸까?"

 

 흑사는 리브가 입단한다고 하자마자 리브에게 자유를 주었다. 흑사는 자신이 뱉은 말은 그 자리에서 즉시 지켰다. 그것이 좋은 조건이든, 나쁜 조건이든. 리브는 흑사가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 성과에 따라 분명한 보상을 해줄 사람이라고 느꼈다. 말의 책임을 아는 사나이였다.

 

 똑. 똑. 똑.

 

 누군가 리브의 방문을 노크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세요."

 

 더 이상 자물쇠를 여는 과정은 필요 없었다. 곧바로 문이 열렸고 들어온 사람은 이 방에 몇 차례 방문했던 낯익은 손님이었다.

 

 "미네민 씨."

 

 미네민은 수첩을 들고 있었다.

 

 "흑사님의 지시로 왔습니다. 리브님께 컴퓨터를 사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원하는 기종이나 상품명이 있으면 말씀해주시겠어요?"

 "가격 제한은 있나요?"

 "없습니다. 가격은 일절 고민하지 마세요. 흑사님께서 아쉬울 게 없을 만큼 전부 사주라고 명령하셨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이 수첩에 직접 적어주시겠어요? 제가 전자기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서 들어도 뭔지 모르거든요."

 

 리브는 미네민에게서 수첩을 받아 필요한 사양에 맞는 장치들을 따로따로 적었다. 그는 제품마다 주문을 상세하게 적었다. 이내 수첩 한쪽이 빽빽하게 채워졌다.

 

 "일단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리브는 제품명들이 쓰인 수첩을 미네민에게 건넸다. 동시에 그녀를 올려다봤다.

 

 "미네민 씨."

 "네?"

 

 리브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어갔다.

 

 "저번에 언급하셨던 제안, 아직도 유효합니까?"

 

 리브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미네민의 눈동자가 초롱초롱해졌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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