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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조평환의 집
작성일 : 22-02-27 11:16     조회 : 69     추천 : 0     분량 : 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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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간에도 연구가 꾸준하게 진행 중이네요.”

 “소장님이 워낙 연구를 좋아하시니까요.”

 “부지런하시기도 하셔라.”

 

 직원은 원하는 답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씩 웃었다.

 

 "궁금하신 연구가 있으면 쭉 구경하셔도 됩니다."

 "아... 우선은 소장님부터 만나야겠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럼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30분에 가까운 견학을 마치자 직원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를 따라가니, 드디어 소장실이 보였다. 연구소 직원은 소장실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소장님, 손님들이 오셨습니다.”

 “들어오라고 해요.”

 

 소장실의 문이 열리고 카쟝과 우 박사는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 앞에 루베가 앉아있었다. 루베는 그들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쟝의 눈이 확대됐다.

 

 ‘와, 크다!’

 

 루베는 2m 가까이 되는 큰 키의 할머니였다. 그녀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걸어왔다. 카쟝은 자리에 멈춰 그녀를 바라봤다. 우 박사가 미리 말을 못 해줬기에 카쟝이 놀랄 만도 했다. 하지만 루베와 백민관은 몇 십 년간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놀라면 말이 안 됐기에 카쟝은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카쟝의 앞으로 걸어왔다.

 

 “오늘 운세에 불청객을 만나게 될 거라고 했는데, 그게 당신들이었나 보군요.”

 

 그녀는 과학자라는 직업에 안 어울리게 운세를 믿었다.

 

 크르르릉-

 

 어디선가 개가 튀어나와 카쟝을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개였다. 그 개는 다리도 후들거리는 주제에 카쟝을 향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카쟝도 이번엔 당황스러움을 숨기지 못하고 한 발짝 물러났다.

 

 “웬 개가...!”

 “백 사장님께 실례를 했네. 10년 전에 한 번 봤던 강아지죠? 그때는 주먹만 했는데. 간댕아, 옛날에 봤던 사람이잖아. 너무 오래돼서 기억을 못하나? 아니면 나처럼 못 알아보고 있는 건가? 우리 간댕이 심술 내지 말고 이리로 온.”

 

 개의 이름이 ‘간댕이’인 듯했다. 흰 바탕에 갈색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개였다. 우 박사가 간댕이를 가리켰다.

 

 “저 개는 금정 씨 개 아니에요?”

 “기억력이 좋군. 내가 잠깐 맡아주고 있지.”

 

 루베는 카쟝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카쟝은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루베 씨, 오랜만이네. 연구소 구경은 잘했어. 아주 시설이 깔끔하더군.”

 “고마워요. 연구소를 이렇게까지 만들려고 열과 성을 다 바쳤죠. 당신의 연구소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카쟝이 다음 할 말을 찾기도 전에 루베가 먼저 말했다.

 

 “백 사장님이 젊어졌다는 소문이 사실이군요.”

 

 외모만 봤을 때는 곧 쓰러질 고목나무 같았지만 목소리에서는 강직함이 묻어나왔다. 루베는 우 박사 쪽도 쓰윽 훑어봤다.

 

 "교도소는 좀 어땠어?"

 "죽지 못해 살았죠."

 "우 박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네. 백 사장님은 젊어지기까지 했고. 나이는 나만 먹나 보군."

 

 루베는 혼자 뱉은 말에 혼자 웃었다. 카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 지 고민하다가 반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우 박사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자 루베는 웃음을 멈췄다.

 

 “그래서, 갑자기 두 사람이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요?”

 

 카쟝이 답했다.

 

 “단도직입하지. DTS virus 치료제가 필요해.”

 “흠.”

 

 루베는 뒤돌아섰다.

 

 “실망이군요. 10년 동안 얼굴 한 번 안 비추더니. 이제 와서 한다는 소리가 그건가요?”

 “급히 사용해야 할 일이 생겼어.”

 “뭔가 오해하시고 있나본데요. 저한테 치료제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게 무슨 소리야?”

 “본인이 더 잘 아실 텐데 왜 자꾸 모르는 척을 하시는 거죠?”

 

 이번엔 우 박사가 나섰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 부작용이 있어서 백 사장님의 기억이 조금 상실되셨습니다.”

 “수술 중에 기억을 잃었다고?”

 “뇌를 직접 건드리는 수술이다 보니 부작용이 조금 생긴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 그런가. 어쩐지 예전 백 사장님과는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하고.”

 

 루베는 다시 카쟝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카쟝을 노려봤다.

 

 “아무튼 전 치료제가 없어요. 백 사장 당신이 전부 가져갔으니까요. 기억이 안 난다니 말해드리죠. 당신은 그 치료제를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맞도록 제도화시키려 했어요. 그래서 치료제로 돈을 왕창 벌려고 했죠. 우리에겐 치료제는커녕 치료제에 대한 권리도 전혀 주지 않았죠. 이런 기억까지 하나하나 상기시켜줘야 하나요?”

 

 카쟝은 슬슬 기억난다는 듯이 눈썹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근데 당장 내 수중에 치료제가 없어서 말이지. 지금이라도 만들 방법이 없을까?”

 

 루베는 잠시 뜸을 들였다.

 

 “백 사장님이 어디까지 기억하는 건지 모르겠지만요. 일단 전 바이러스 개발에만 직접 참여했지 치료제에 대해서는 잘 몰라요.”

 

 카쟝은 루베의 자신 없는 말투에서 헛걸음의 기운을 감지했다.

 

 “그럼 치료제에 대해서는 일절 아는 게 없어?”

 “해결해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알아요. 치료제 개발 전반에 참여했던 친구가 있으니까요.”

 

 희망의 불씨가 타올랐다.

 

 “그게 누구지?”

 “정말 기억을 잃으셨나보네요. 기억상실증 비슷한 건가요?”

 “기억상실증 맞아요.”

 

 우 박사가 카쟝의 뒤통수를 쳐다보며 답했다. 루베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우 박사와 카쟝을 번갈아봤다.

 

 “그 신기술이라는 거,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투자자들이 알았다가는 큰일이겠어요.”

 “이것저것 따지면 과학은 발전되지 않아.”

 “아, 그 정신은 안 잃으셨군요. 이제야 백 사장님 같네요.”

 

 루베는 드디어 백민관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눈치였다.

 

 “빨리 알려줘, 그 사람이 누군지. 바로 만나러 가야 하니까.”

 “금정이에요.”

 “금정? 그 사람도 과학자일 테니 이 근처에 있겠지?”

 “따지고 보면 과학자이기도 하죠.”

 

 카쟝은 갸우뚱거렸다.

 

 “그건 또 무슨 말이지?”

 “그 사람은 그냥 부업으로 과학자를 하고 있어요.”

 

 알쏭달쏭 대답이 카쟝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다.

 

 “알겠어. 그럼 그는 어디에 있지?”

 “새던 교도소요.”

 “새던 교도소?”

 “네. 실은 그 사람, 밀수 혐의로 잡혀서 교도소에 복역 중이에요. 5년형을 받았고 나오려면 아직 1년은 더 있어야 해요.”

 “새던 교도소가 어디지?”

 “위치는 쪽지에 적어서 알려드리죠. 일단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이만 쉬시고 내일 가시죠.”

 

 루베는 문밖을 향해 소리쳤다.

 

 “잔룡!”

 

 아까까지 카쟝과 우 박사를 연구소 구석구석으로 인도했던 직원이 달려왔다. 그가 루베 옆에 서니 무척이나 작아 보였다.

 

 “우리 연구소 직원인 잔룡이에요. 잔룡아, 이 손님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주고, 내일 아침에 새던 교도소까지 가이드 좀 해드리렴.”

 “금정 씨를 만나러 가시는군요.”

 “그래. 혹시 모르지. 이 분들이 금정에게 도움을 줄지도. 넌 괜한 소리하지 말고 이 분들한테 극진히 대접해드려.”

 “알겠습니다.”

 

 잔룡은 알았다며 카쟝, 우 박사를 데리고 연구소를 나왔다. 잔룡이 서두르는 바람에 두 사람은 루베와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다. 잔룡은 그들을 주차장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잠깐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잔룡은 조그마한 승용차를 끌고 왔다.

 

 “어서 타세요.”

 

 두 사람을 태운 자동차는 연구단지 밖으로 나갔다. 카쟝은 운전석에 앉은 잔룡을 쳐다봤다.

 

 “잔룡 씨는 연구소 직원인가?”

 “네. 연구소 인턴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루베님 밑에서 연구를 하고 싶었거든요.”

 “왜 루베 밑에서 연구를 하고 싶었지?”

 

 그 대답은 우 박사가 대신했다.

 

 “돈을 많이 주니까 그렇지.”

 

 잔룡도 말없이 웃을 뿐 딱히 다른 대답을 꺼내진 않았다. 루베는 유능한 과학자들에게 높은 월급을 주고 부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솔코라인에서는 과학자가 높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과학자들 사이에서 루베의 연구소는 인기가 상당히 많았다.

 

 “인턴이면 연구에 직접적으로 참여한 적은 없겠군.”

 “그렇죠. 아직까진 허드렛일 담당이죠.”

 

 카쟝은 운전대를 꺾듯 대화주제를 자연스레 바꿨다.

 

 “잔룡 씨, 근데 우리는 한시라도 빨리 새던 교도소로 가고 싶은데.”

 “이미 면회시간도 지났고요. 새던 교도소는 여기서 차를 타고 4시간은 달려야 나와요.”

 

 그의 설명에 의하면 새던 교도소는 북쪽 길로 4시간을 쉼 없이 운전해야 나오는 교도소였다. 면회시간도 정해져 있기에 가고 싶을 때 갈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잔룡은 예약한 숙소가 있다며 “먼 길 오느라 힘드셨을 텐데 우선 오늘은 푹 쉬세요.”라며 행선지로 직행했다. 몇 분 뒤 잔룡은 자동차를 세웠다. 차창 너머로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호텔이 보였다.

 

 “자, 도착했습니다. 계산은 미리 해놨으니까 간단히 체크인만 하시면 돼요. 새던 교도소는 내일 아침에 태워다 드리겠습니다. 그럼 좋은 밤 되세요.”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밤이라 그런지 알케일은 더욱 쌀쌀해졌다. 잔룡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굵은 눈이 그들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잔룡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왔던 방향으로 되돌아갔다.

 

 “성질도 급해라.”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봤다.

 

 “아까 연기 괜찮았나요?”

 “괜찮기는 무슨, 아슬아슬했어. 운 좋게 기억상실증으로 얼버무렸지만.”

 “그래도 눈치는 못 챈 것 같아 다행이네요. 그럼 오늘은 일단 쉬죠.”

 “4시간 거리라니. 왕복 8시간이야. 내일은 긴 하루가 되겠어.”

 

 두 사람은 지친 몸을 이끌고 호텔로 들어갔다.

 

 

 ***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요?”

 “원래 처리하던 방식대로 해야지.”

 

 흑사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단독주택으로 수 십 명의 도적들이 난입했다. 그 집은 법무부 장관 조평환의 개인 거주지였다. 도적이 개인 집을 습격하는 일은 굉장히 드문 일이었다. 위험도와 노동량에 비해 얻는 이득이 크지 않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은행이나 보석상을 도둑질하는 것보다 가성비가 떨어졌다.

 

 특히 흑사단처럼 대형 도적단의 경우, 개인 주택을 습격하는 일은 몇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사건이었다. 흑사단도 이런 소규모 도적질은 5년만이었다. 그들의 이번 목적은 돈이 아니었다.

 

 “샅샅이 뒤져서 학목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아내라.”

 

 평소 백민관과 조 장관은 친분이 있었다. 흑사는 작년 말에 조평환과 백민관의 연락이 부쩍 증가했다는 사실을 포착하자마자 출동명령을 내렸다. 집안에 치료제가 있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번 일을 맡은 1번 대대는 소수의 인원으로 정예 집단을 꾸려 사냥에 나섰다. 흑사가 조평환의 집에 도착하니 앞서 나갔던 정찰팀이 돌아왔다.

 

 "경비는 모두 제거했습니다."

 "조평환은 집에 있었나?"

 “아닙니다. 집안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외식이라도 나갔나 보지?”

 "그런 것 같습니다."

 "운도 좋군. 계획대로 진행해."

 

 1번 대대는 대장과 부대장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미네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너는 지하를 꼼꼼하게 조사해봐. 작은 상자 하나라도 허투루 보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그녀가 현관으로 들어가니 오 교수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가니 지하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나왔다. 이미 오 교수가 집의 구조를 모두 분석해 놓은 것이었다. 미네민은 그가 발견한 통로를 통해 지하실로 들어갔다. 지하실은 창고처럼 많은 선반이 설치되어있었다.

 

 미네민은 선반 하나씩 접근했다. 그녀는 상자 하나, 가방 하나도 놓치지 않고 깡그리 뒤졌다. 미네민은 목이 갑갑해질 정도로 지하 공기를 마신 뒤에야 1층으로 올라왔다. 그녀는 부대장에게 지하실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치료제로 보이는 물건은 없었습니다.”

 

 거실 수색을 마무리하던 오 교수가 갸웃거리더니 미네민에게 다가왔다.

 

 “나랑 같이 가보지.”

 

 오 교수는 무릎이 좋지 않아 절룩거리며 미네민의 뒤를 쫓았다. 두 사람은 지하실 입구로 접근했다.

 

 “계단은 질색이야.”

 

 오 교수는 투덜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벽을 짚어가며 계단을 내려온 그는 지하실로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한 바퀴 돌아봤다. 지하실 바닥에는 미네민이 흩뜨려놓은 상자들이 발 디딜 틈 없이 굴러다녔다. 오 교수는 마치 카메라가 스캔을 하듯이 고개를 움직였다. 그는 스캔을 마치고 지하실 왼편 구석으로 걸음을 옮겼다.

 

 “흠.”

 

 오 교수는 오른손을 들어 벽을 두드렸다.

 

 턱. 턱.

 

 그는 손을 내리고 미네민을 불렀다.

 

 “망치로 여기 좀 내려 찍어봐.”

 

 미네민은 밖에서 쇠망치를 들고 다시 내려왔다. 오 교수는 그녀에게 벽 한 쪽을 가리켰다. 미네민은 벽을 향해 망치를 휘둘렀다.

 

 콰직-

 

 벽돌이 깨지는 소리가 아니라 나무판자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미네민은 벽을 한 번 더 내리쳤다. 깨진 판자 사이로 반짝이는 물체가 보였다.

 

 “역시.”

 

 판자를 걷어내니 돈다발과 금괴들이 벽 뒤에 숨겨져 있었다.

 

 “금고가 따로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군.”

 

 오 교수는 오로지 시각 정보만으로 조평환의 비밀공간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는 벽 뒤 공간을 스윽 훑어봤다.

 

 “금괴는 일단 챙겨. 치료제는 여기에도 없는 거 보니... 허탕이네.”

 

 조 장관의 집 수색은 40분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돈과 금괴는 얻었지만 치료제는 어디에도 없었다.

 

 “인건비만 벌어가는 수준이군.”

 

 정원 중앙에 서있던 흑사는 오 교수와 그의 뒤에서 금괴를 들고 쫓아오는 부하들을 봤다.

 

 “그래도 오 교수와 일하면 빈손으로 돌아갈 일은 없는 것 같군.”

 “별 거 아닙니다. 치료제를 못 찾아내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있나. 아무튼 오늘 또 한 번 느꼈어. 집을 터는 건 정말 돈이 안 되는군.”

 

 흑사는 가볍게 혀를 찼다. 그때 미네민은 흑사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그의 쫙 뻗은 광배근이 맺혔다. 미네민의 오른손은 반사적으로 허리로 갔다. 그녀의 허리춤에 걸린 차가운 단도가 느껴졌다. 그녀는 단도를 천천히 꺼냈다.

 

 ‘저 광배근 사이에 칼을 꽂으면 제 아무리 흑사라도 죽음을 면치 못할 거야. 기적적으로 살더라도 평생 불구가 되겠지.’

 

 그 순간 흑사가 뒤돌아섰다. 미네민의 생각이라도 들은 것처럼 빠른 동작이었다. 그는 뭔가를 찾듯이 이리저리 보다가 미네민과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미처 눈을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얼었다. 흑사의 눈은 미네민을 찌를 것처럼 날카로웠다. 짧은 순간 그녀는 팔다리가 덜덜 진동했다.

 

 '제길!'

 

 미네민은 단도를 다시 집어넣으려 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실수.

 

 찰캉.

 

 주머니를 잘못 찾아 단도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흑사도 그 칼을 발견했다. 그때 미네민에 옆에서 팔이 뻗어 나와 단도를 주웠다.

 

 “흑사님이 근처에 계실 땐 칼을 들고 있지 마.”

 

 청사였다.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미네민에게 칼을 돌려주었다.

 

 “다음부턴 조심해.”

 

 미네민은 얼떨떨한 얼굴로 칼을 받아들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단도를 허리춤에 넣고 고개를 들었다. 다행히 흑사는 이미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긴 뒤였다. 청사는 1번 대대를 철수시켰다.

 

 “얘들아, 다음 집으로 가보자!”

 

 

 ***

 

 

 "저기 언덕 위에 보이시죠? 저기가 새던 교도소예요."

 

 운전석에 앉은 잔룡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우 박사와 카쟝이 탑승한 자동차는 언덕을 오르고 있었다. 카쟝은 고개를 들어 교도소를 찾았다. 교도소는 언덕 위에 커다랗게 지어져 있었다. 옛날 성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사방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네."

 

 교도소는 언덕 위에 지어져 있었고 그 주위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은 교도소의 동쪽, 북쪽, 서쪽을 휘둘러 달렸다. 강 너머로는 교도소 언덕보다 곱절은 더 놓은 절벽이 버티고 있었다.

 

 '수감자들이 탈옥하기 영 좋지 않은 구조겠어.'

 

 우 박사는 잔룡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잔룡 씨는 금정 씨에 대해 좀 아나?"

 "아뇨. 그 분은 제가 연구소에 들어오기 전부터 교도소에 계셨으니까 볼 일이 없었죠. 그냥 소장님이 종종 금정 씨에 대해 말씀하셔서 이름만 알고 있어요.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귀에는 익숙한 분이죠."

 

 잔룡은 이따금씩 하품을 길게 뿜었다. 아침부터 4시간 내내 운전을 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더욱이 언덕을 오르는 길이 구불구불거려서 상당한 집중력을 요했다. 우 박사는 카쟝을 바라봤다.

 

 "금정이라는 사람이 아무 대가 없이 도와줄 리는 없고."

 "그렇지."

 "특히나 지금은 교도소에 있는 상황이고."

 "흠."

 "혹시라도 자기를 교도소에서 꺼내달라고 하면 어쩌지?"

 "내가 어떻게 꺼내주겠어."

 "돈 많으니까 돈을 써서 어떻게든 꺼내 달라고 할 수도 있지."

 "그런 식으로 나온다면 골치가 아파지는 거지."

 

 우 박사는 교도소를 바라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뉴스에 나오는 도적단처럼 교도소를 폭파시켜서 꺼내주는 건 어때?"

 "그런 건 흑사나 하는 짓이고. 그리고 흑사도 그렇게까지 한 적은 없어. 그 정도면 군대가 출동할 걸?"

 

 자동차는 곧 교도소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도착입니다. 내리시죠."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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