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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악동 카쟝: 세상을 바꾸는 도둑들
작가 : 꾸마네
작품등록일 : 2022.2.18

부유 도시 '마루'와 빈곤 도시 '달구'.
고위인사들의 욕망과 탐욕으로 빈부격차는 점차 심해지고, 달구 시민들의 불만도 최고조에 이른다.
도둑계의 악동 '카쟝'과 그의 동료 '리브'. 그들이 원하는 것은 '부(富)의 재분배'다.
세계 최고 회사 '명장제약회사'의 사장 '백민관'. 그는 언제나 '젊음'을 갈구한다.
도적단 중 가장 악랄한 '흑사단'과 그들의 수장 '흑사'. 그의 목적은 언제나 '돈'.
진짜 도둑은 누구인가? 도둑을 뛰어넘는 도둑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ii858@naver.com

 
DTS 프로젝트
작성일 : 22-02-18 22:42     조회 : 86     추천 : 0     분량 : 7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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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싱거운 질문이었다. 강일호도, 장 비서도, 사장의 의중을 헤아릴 수 없었다.

 

 "네.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호가 사장실을 나간 뒤 사장의 눈빛은 다시 예리해졌다.

 

 "장 비서, 이따가 17일에 찍은 회사 CCTV 확인해봐. 강일호 집 주변 감시카메라도 구해오고."

 

 조심스럽게 "왜 구하시죠?"라고 묻고 싶었지만 역시 용기가 나지 않는 장 비서였다.

 

 "네. 알겠습니다."

 

 일호가 사장실을 나가기 무섭게 청소 아주머니가 다시 발을 들였다. 그녀는 사장실에 들어오더니 뭔가 발견한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아 참! 깜빡했네."

 

 청소부가 다다른 곳은 창가였다.

 

 "환기를 시켜야하는데."

 

 그녀는 자연스럽게 블라인드를 올렸다. 그와 동시에 장 비서의 동공이 최대로 확장됐다. 장 비서는 부리나케 뛰어가 그녀를 말리려 했지만, 어느새 그녀의 손은 창문까지 열어버렸다.

 

 "뭐하는 짓이야!"

 

 백 사장은 황급히 이불을 뒤집어썼다. 비서는 청소부를 밀쳐내고 창문을 다시 닫았다.

 

 "빨리 닫아!"

 

 민관은 아직도 온몸을 꽁꽁 숨긴 채 고함만 질러댔다. 청소 아주머니는 갑작스런 남자의 비명에 얼떨떨한 얼굴로 비서를 바라봤다.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비서는 창문 밑까지 블라인드를 내리고서야 대답했다.

 

 "잘못? 당신 말이야, 회장님이 계실 땐 블라인드 올리지 말랬지?"

 

 블라인드가 이유였다. 백민관이 구운 음식 못지않게 싫어했던 것이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었다. 그 중에서도 자외선을 극도로 혐오했다. 이유는 구운 음식과 일맥상통했다. 그는 자신의 젊음을 가장 중시했다. 젊음을 해치는 요소라면 치를 떨었다. 그런 연유로 채광의 경우엔 사장이 사장실을 비운 시간대에만 할 수 있었다. 비서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썼다.

 

 "당신 지금 큰 실수를 한 거야, 알아?"

 "죄송합니다."

 

 청소부는 허리를 반복해서 숙여 사과를 했다. 하지만 비서는 그녀의 사과를 무시한 채 사장에게 뛰어갔다. 마치 교통사고 현장의 피해자를 보러가는 듯한 긴급한 움직임이었다.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백민관은 여태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저 년 짤라!"

 "예?"

 "저 청소부, 다신 내 눈 앞에 안 보이게 하라고!"

 

 비서는 난감했다. 하지만 민관의 말투엔 아직도 분노가 서려있었다. 장 비서는 이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카쟝의 귀로 파르르 떨리는 음성이 들려왔다.

 

 "이리로 좀 와봐."

 

 리브의 목소리였다.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니 시침은 오후 11시를 갓 지나고 있었다. 두꺼운 커튼이 바깥 빛을 차단한 탓에 어둠보다 깊은 정적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카쟝, 얼른."

 

 리브는 귀신이라도 목격한 꼬마 아이마냥 카쟝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카쟝의 머리속엔 많은 생각이 드나들었다.

 

 "왜 이리 급한 거죠?"

 

 지금 시각에 리브가 카쟝을 서둘러 부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집 근처에 다른 도적단이 접근했거나, 고위층의 뒷거래를 포착했거나, 아니면 중요한 암호를 푼 경우였다.

 

 '암호를 푼 건가?'

 

 그런 경우라면 암호를 풀었다며 의기양양했을 리브였다. 하지만 흔들리는 목소리는 리브의 불안한 정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카쟝은 좋지 않은 예감을 따라 리브의 방으로 걸어갔다. 방 앞에 도착하니 리브는 자신의 방에서 넋을 놓은 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리브는 카쟝의 목소리에 반응했다. 리브의 고개는 고장 난 기계처럼 천천히 돌아갔다.

 

 "USB 암호, 풀었어."

 

 더 이상의 첨언은 없었다. 카쟝도 아무 말 없이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 테두리의 모니터는 환히 빛나고 있었다. 카쟝은 불나방처럼 화면의 빛을 쫓아갔다. 이윽고 그의 얼굴은 컴퓨터 화면에 다다랐고 그의 눈은 화면의 문서를 확인했다. 문서는 하얀 바탕에 깨알만 한 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DTS 프로젝트?"

 

 화면의 가장 상단에는 [DTS Project]라는 단어가 굵직하게 찍혀있었다. 제목이라고 생각되는 단어 밑에는 달구시 지도와 함께 긴 설명이 이어졌다. 대충 훑어봐도 그 문서 속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DTS virus]였다.

 

 "이게 뭐지?"

 

 문서의 첫 줄에는 DTS virus의 풀네임이 적혀있었다.

 

 [Dumping Trash Silently virus]

 

 "소리 없이 쓰레기를 처리한다."

 

 그 속뜻을 이해한 카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리브도 심정은 비슷했다.

 

 드르륵 드르륵.

 

 카쟝은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한 줄 한 줄 넘어갈 때마다 눈에 띄는 단어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17쪽이 되는 긴 문서였지만 모든 글이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쓰여 있었다.

 

 “DTS virus... 학목강... 달구시....”

 

 화면이 내려갈수록 카쟝의 동공도 사방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중간 정도부터는 눈꺼풀에 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치사율... 예상 기간....”

 

 리브도 카쟝의 옆에서 손톱만 깨물고 있었다.

 

 "아...."

 

 빠르게 눈을 굴리던 카쟝은 17쪽이나 되는 문서를 금세 읽었다. 문서의 주제는 확실했다.

 

 “...그러니까... 바이러스로 달구시 시민들을 죽인다는 거잖아요...?”

 

 리브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그의 눈썹은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들부들 떨렸다.

 

 “분리형 다리보다 더 한 걸 계획하고 있었네. 어떻게 이런 짓을....”

 

 문서에는 DTS 바이러스에 대한 설명과 그것이 입힐 피해가 상세하게 쓰여 있었다. 리브는 손톱을 빼고 입술을 열었다.

 

 "처음 개발한 날짜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나와."

 "그럼 10년 동안 준비했다는 거잖습니까."

 "응. 나도 당황스러워. 이건 아무리 봐도 신문에 나오는...."

 "학목 바이러스."

 

 두 사람의 생각이 일치했다.

 

 "학목 바이러스의 정체가 명장제약이 만든 바이러스라니."

 

 심지어 문서 초반에는 바이러스를 학목강 부근에 유포시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렇게 바이러스의 근원지, 전파 경로, 증상, 그리고 그 외의 세세한 모든 특징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소름 돋을 정도로 학목 바이러스와 일치하네요."

 

 카쟝도 어이가 없었는지 헛웃음을 지었다.

 

 “그렇지. 그 바이러스를 만든 장본인이 백민관이고.”

 “제약회사 사장이란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극도로 높은 치사율도 그 작자의 작품이겠지.”

 

 리브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카쟝을 바라보았다.

 

 “카쟝, 이제 어쩌냐?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어.”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일을 벌이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 문서를 통째로 신문사에 넘기는 게 어때?”

 “일단은 그래야죠. 그래 봤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하겠지만.”

 

 그 동안 카쟝의 범행으로 뒷거래를 폭로 당했던 고위 인사들도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몇 달 뒤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웃는 얼굴로 TV에 출연했다. 그 사람들이 바위만 한 죄를 저지르더라도 사법부는 모래알만 한 죗값을 지웠다.

 

 "어차피 다들 한패니까."

 

 밀수 혐의를 받았음에도 외교부 장관직을 유지하던 심은섭 장관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카쟝이 신문사에 이 문서를 넘긴다 할지라도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하고 묻힐 가능성이 농후했다.

 

 "게다가 백민관이라니."

 

 상대가 백민관인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수가 있었다.

 

 “이래서 그 작자가 이 문서를 찾으려고 그렇게 안달이었구나.”

 

 카쟝은 백민관의 문서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었다. 프로젝트 내용에는 달구시의 인구수가 감소하는 비율도 계산되어있었다. 심지어 그 계산은 현재 상황과 비교했을 때 오차를 무시할 정도로 흡사했다.

 

 "이대로 가다간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달구시 인구의 80%가 감염될 거에요."

 "카쟝, 그러면 그동안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것도 다 백민관의 계략이었겠지?"

 "아뇨,"

 

 카쟝은 리브의 말을 부인했다.

 

 "...이제 확실해졌어요. 치료제는 이미 개발돼있을 겁니다."

 "개발이 되어있다고?"

 "응. 문서를 보면 이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항체에 대한 설명도 덧붙어있어요."

 

 문서의 후반부에는 [DTS virus 항체]라는 소주제와 함께 난해한 그림과 도표가 나열되어 있었다. 도표 밑에는 설명도 첨부되어 있어 과학에 대한 문외한인 카쟝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실험 중에 항체 하나가 부작용 없이 DTS virus를 소멸시켰다고 나와있어요. 백민관 성격에 확실한 치료제 없이 바이러스를 퍼뜨리진 않았겠죠."

 "하긴 그 완벽주의자라면 대책 정도는 있었겠지. 그러면 왜 배포를 안 하는 거... 아!"

 

 그제야 리브도 백민관의 의도를 파악했다.

 

 "치료제로 돈을 벌려고 만든 바이러스였다면 약을 출시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돈이 목적이 아니라는 거네?"

 

 '분명 어딘가에 존재할 거야.'

 

 카쟝의 추측에, 백민관이 현재 바이러스 치료제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99.9%였다. 만약 바이러스가 마루시에 전파될 경우를 대비해서 치료제를 미리 만들어 놨을 게 당연지사였다. 그러나 달구시에서만 성행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 약을 배포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백민관에게 있어서 달구 시민들은 무가치한 존재였다.

 

 "물론 지금은 돈벌이도 안 될 뿐더러 그 사장의 입장에서는 치료제가 없는 게 좋겠죠.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소문이 나면 달구 도적단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고요. 그런 귀찮은 일까지 만들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냥 별 생각 없이 강 아래 사람들이 죽어나가길 바라고 있겠죠. 어쩌면 자신의 예측이 맞아 들어가는 걸 즐기고 있을지도."

 "그럼 치료제를 어떻게 구하지? 약이 개발되었다고 쳐도 대량생산까지는 안 했을 거잖아?"

 "그렇죠. 아직까진 공장을 돌려서 생산할 필요성은 없겠죠."

 "그러면 어쩌냐?"

 

 카쟝은 이를 꾹 깨물었다.

 

 "명분이 생겼어요."

 "명분? 뭘 어쩌려고?"

 "억지로라도 가져오는 수밖에. 강 씨 할머니 직장이 명장제약이라고 했죠?"

 

 그녀를 이용하면 명장제약회사에 잠입하기 훨씬 용이했다. 여차하면 그녀로 변장해서 들어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리브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저기, 카쟝."

 "왜, 불안합니까? 어차피 위험한 부분은 내가 맡을 겁니다. 리브는 걱정 마세요."

 "아니 그게 아니라, 강 씨 할머니. 회사에서 잘리셨어."

 "아... 네? 잘렸다고요? 명장제약에서?"

 "응. 아까 집에 돌아오셨길래, 의아해서 여쭤봤거든."

 

 카쟝은 코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진 않았다.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어요."

 

 겨우 한 가지 방법이 사라진 것 뿐이었다. 카쟝은 다시금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리브.”

 “응?”

 “학목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을까요?”

 “큰 길 건너 소망 병원에만 가도 넘쳐날 것 같은데? 그건 왜 물어?”

 “지금 당장 그 사람들을 만나야겠어요.”

 

 카쟝의 머리로 다른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반면 리브는 주머니 속에 있던 마스크를 꼬옥 쥐었다.

 

 

 ***

 

 

 "이덤한테서 연락 온 거 없어?"

 

 출근시간 직후, 순경 4명과 형사 2명이 강상일보사로 들이닥쳤다.

 

 쿵쾅 쿵쾅

 

 서점 앞에서 신간을 기다린 소년처럼 신문사가 열리자 다짜고짜 들어온 것이었다. 경찰들은 신문사에 발을 들이기 무섭게 편집장실로 직행했다. 자기 집 안방을 들어가는 것 마냥 거침 없는 발걸음이었다.

 

 "형사님들 어떤 용건으로 방문하셨는지 말씀해주셔야."

 

 형사들이 돌격하는 와중에 정문을 지키던 경비원과의 사소한 실랑이도 있었다.

 

 "비켜!"

 

 경비원이 진입을 저지하려 팔을 뻗자 앞서가던 순경이 벽으로 힘껏 밀쳤다.

 

 "어디 달구 놈이 손을 대?"

 

 그 소란 탓에 회사 내의 모든 이목이 그들에게 집중되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형사의 호통이었다.

 

 "무슨 구경 났어? 할 일들 하쇼!"

 

 직원들은 경찰의 심기를 건드릴까 빠르게 눈길을 피했다. 강상일보의 편집장 오효인은 발소리만 듣고도 걸음의 주인이 누구인지 파악했다.

 

 ‘예전에 이덤에 대해 캐러 왔던 형사구나.’

 

 그는 갑작스런 불청객의 방문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빨리 대답해. 이덤이 연락 했어?"

 

 어느새 형사는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서있었다.

 

 "네. 뭐, 최근이라면 저번 밀수 사건 껀을 제외하고는 딱히 연락은 없었는데요? 그것 때문에 오신 건가요?"

 

 효인은 밀수사건에 관한 문서를 줘야 하나 고민했다. 그런 와중에 그를 바라보는 경찰의 표정은 난감 그 자체였다. 예고치 않은 만남에도 안절부절 못하는 쪽은 오히려 경찰 측이었다.

 

 “하룻밤 사이에 23명이나 없어졌어.”

 “네?”

 “20명이 넘는 달구 애들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달구 애들이요?”

 

 오효인의 눈썹이 올라갔다. 일차적으로는 수 십 명의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상황에 놀란 것이었다. 하지만 효인의 커진 동공은 ‘아이들이 실종되었다’는 사실보다는 ‘달구 애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었다. 경찰이 달구아이들의 실종을 신경 쓸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마루 시민의 애완견이 사라졌다면 모를까.

 

 “어차피 달구 애들이면, 허구한 날 가출도 하고 그러지 않나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한두 명 사라지는 사건은 다반사니까. 그런 껀은 우리도 무시하고 말지.”

 

 형사는 설명 자체를 귀찮아하는 말투였다. 어서 이덤에 대해서나 밝히라는 어조였다.

 

 “근데 공원에서 같이 놀던 10명이 동시에 사라졌다고 하니까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거지.”

 

 편집장의 목구멍을 타고 “1명 씩 10번 사라지나 10명이 1번에 사라지나 당신들은 달구 사람에게 관심도 없지 않나요?”라는 말이 올라왔다. 그러나 다행히 그에 대한 답변을 그 전에 들을 수 있었다.

 

 “목격자가 있었어.”

 “목격자요?”

 

 도대체 목격자가 누구길래 경찰들이 이렇게 야단법석인가 궁금했다.

 

 “실종한 아이 중에 ‘총아’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어. 그 아이의 엄마가 목격자야.”

 “총아의 엄마?”

 

 ‘총아’라는 이름이 생소했지만 지금 그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실종한 아이의 어머니라면 경찰에게 신고를 한 것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경찰이 달구 시민의 제보를 받고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한다? 효인에겐 여전히 의문이었다.

 

 “엄마면 걱정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아니, 당신이 생각하는 정도가 아니야.”

 “네?”

 “총아의 엄마라는 사람...."

 

 형사는 잠시 입을 닫고 주위를 살폈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열었다.

 

 "...흑사의 아내야.”

 “흑사요?”

 

 그 동안 신문을 발행하면서 얼마나 자주 봤던 이름인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갑작스레 듣자 너무나도 낯설었다.

 

 “흑사의 아이가 실종되었다는 소리인가요?”

 “그래.”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경찰이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경찰들이 왜 편집장에게 찾아온 건지도 유추할 수 있었다. 경찰들은 그 사건의 범인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카쟝을 의심하는 건가요?”

 

 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흑사단에게 대들 수 있는 사람은 카쟝 밖에 없어. 그 녀석은 사람을 가리지 않으니까.”

 

 현재 마루시나 달구시에서 흑사에게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배짱과 능력이 있는 자는 카쟝 뿐이었다. 그 외의 다른 용감한 도둑들은 이미 흑사에게 대들었다가 무자비하게 정리된 상황이었다.

 

 "이덤은 아무 연락 없었고?"

 

 경찰의 입장에서는 이번 일이 카쟝의 소행이고 이덤이 이 사건에 대한 글을 써주길 바랄 뿐이었다.

 

 “총아의 엄마가 목격한 건 추리닝 차림의 남자 5명 정도가 공원 근처에서 어슬렁거린 모습이야. 우리도 그 남자들을 추적하고 있는 중이고.”

 

 그 목격담에 편집장은 반기를 들었다.

 

 “하지만 카쟝은 혼자 활동하지 않나요?”

 “아니야.”

 

 경찰의 단답이 표창처럼 빠르게 돌아왔다.

 

 “저번 밀수 사건에서 중국 밀수꾼을 심문한 결과, 카쟝을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는 걸로 밝혀졌어. 이덤이 쓴 [카쟝 Inside]에선 모든 걸 카쟝 혼자 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란 거지. 한 마디로, 그 녀석에겐 분명 조력자가 있어. 그게 4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편집장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형사는 답답했는지 그를 독촉했다.

 

 "당신이 이덤과 개인적으로 연락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야. 애써 숨기려고 하지마."

 "연락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어제 저녁에도 남마루역 사물함에서 봉투를 가지고 온 걸 알고 있어."

 

 ‘역시 날 따라다니고 있었구나.’

 

 이덤과의 거래가 시작된 이후부터 자신에게 미행이 붙을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미행했다는 사실을 경찰의 입을 통해 듣자니 상당히 불쾌했다.

 

 "아무튼 저는 이덤에게서 받은 연락도 없을 뿐더러, 단지 아이들이 없어졌고 그 아이가 흑사의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카쟝을 의심하는 건 옳지 못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집장은 본의 아니게 카쟝의 변호인이 되었다. 형사는 그런 그가 거슬린 눈치였다. 형사가 드러낸 뻐드렁니는 "그래, 너도 결국 한통속이구나."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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