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무협물
방사(方士)
작가 : 짬짬
작품등록일 : 2022.1.12

천민으로 태어난 몽. 우연한 기회에 태라신선이 가둬놓은 오천년 이무기의 여의주를 삼키게 되고, 우연히 신선의 세계에 빠져 들어가게 된다. 신선의 세계에서 다시 인간의 세계로 돌아오게 된 몽. 장생(長生)을 얻게 된 몽은 춘추전국시대의 말기 진시황(秦始皇)에서부터 한무제(漢武帝)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친다. 오행,천문,역법,관상,점술 등의 방술(方術)에 통달한 방사(方士)들. 교활한 마각신선으로부터 엄청난 방술을 얻은 악랄한 방사 사마혼과 주인공 몽 그리고 수많은 방사들의 치열한 방술전(方術戰)과, 춘추전국시대 수많은 영웅들의 뜨거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56화 혼례.
작성일 : 22-02-03 11:26     조회 : 79     추천 : 0     분량 : 732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56화 혼례.

 

 “아버지!!”

 

 혼례를 올리라는 말에 여희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으면 책임을 져야할 것 아니오!”

 

 

 당시 감항은 남부녹림과의 다툼을 중재하고 총단으로 돌아갔다가 기절초풍했다. 총단은 엉망이 되어있었고, 응천은 사경을 헤매고, 여희의 발목이 부러져 있는 것을 보고선 눈이 뒤집어져서 흑영단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려고 하다가 장로들과 녹림의 사람들로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선 마음을 고쳐먹었다. 모든 원인이 바로 자신의 못난 아들 응천에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항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모두 물러가게 한 후 아들의 방으로 갔다. 아들은 심각한 내상을 입은 채 자리에 누워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곁에는 수발을 드는 녹림인 하나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차피 망나니 응천이 죽건 말건 그 녹림인에게는 크게 신경 쓰일 일이 아니었다. 단지 그에게는 응천의 곁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귀찮을 따름이었다. 감항은 그런 사실조차 못내 안타까웠다. 자신의 아들이 녹림의 그 누구로부터도 사랑을 받지 못하다는 사실이. 감항을 따라다니는 무리들조차도 단지 감항으로부터 술을 얻어 마시고, 오입질을 할 수 있는 그런 콩고물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감항은 졸고 있는 사내를 깨워서 밖으로 내보냈다. 사내는 졸다가 감항이 깨우자 얼른 머리를 조아렸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라는 듯 손짓하는 감항의 행동에 도망치듯 방에서 나갔다.

 

 감항은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는 아들의 곁에 앉았다. 감항은 손을 들어 아들의 얼굴을 가만히 쓸었다. 아주 어린 시절 색색거리며 잠든 아들의 얼굴을 만져본 이후, 아들의 얼굴을 만져본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더구나 장성하고 난 이후론 아들의 얼굴을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었다. 일찍 아내가 죽어, 아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제대로 받아볼 기회도 없이 외롭게 자랐다. 물론 아비인 자신이 있었지만, 한 무리의 수장으로서 언제나 바쁘게 지냈고, 자신이 아무리 자식들에게 잘한다고 한들, 아버지의 정과 어머니의 정은 분명히 다른 것이었다.

 

 응천이 어릴 적, 사람들은 응천이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며 귀여워했다. 사람들은 응천이 아버지를 닮아 위풍당당한 녹림의 영웅호걸이 될 것이라 이야기들을 했다. 감항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몰랐다. 그런 날은 술을 마시고 늦은 시간 들어가더라도 꼭 아들의 방에 들렀다. 그래서 자고 있는 응천을 안아서 볼에 뽀뽀를 하고, 수염이 덥수룩한 자신의 턱으로 응천의 볼을 부비기도 했다. 자다가 일어난 응천이 빽 소리를 지르며 울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감항은 좋아서 껄껄 웃으며 응천을 꼭 껴안곤 했었다.

 

 응천과 여희는 비록 엄마가 없었지만 아주 밝고 씩씩하게 자랐다. 둘의 성격은 마치 남녀가 뒤바뀐 듯 여희는 하는 행동이 똑 부러지고, 남들보다 앞장서서 맡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 말아서 믿음직스러웠고, 응천은 하는 일이 덤벙거렸지만, 애교가 많아 언제나 사람들을 웃게 했다. 딸 여희는 듬직했고, 아들 응천은 너무나 귀여웠다. 하지만 그것이, 아들이 귀엽다고 오냐오냐 넘어갔던 일들이 아들을 망나니로 만들고, 결국 이 지경으로 몰고 온 것이었다.

 

 그 시절의 일들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젠 다 커버린 아들이 자신보다 먼저 죽음을 가까이 두고 누워있는 것이었다. 이제는 안아들어도, 꼭 껴안아도, 소리를 빽 지르며 울어버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들은 더 이상 없었다. 응천의 얼굴을 쓰다듬는 감항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 응천의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크흑.....어쩌다......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것이냐....아들아....크윽..흑....”

 

 감항은 아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눈물콧물 범벅이 된 얼굴을 서서히 들었다. 감항은 얼굴을 들고 안타까움이 가득 묻어나는 눈길로 아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냥.....그냥 이렇게 가거라.... 아들아.... 조금이라도 더..... 너에 대한 소중했던 추억을 스스로 망쳐버리지 말고....”

 

 감항은 더 이상 아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게 하기위해 자신의 손으로 겨우 숨을 쉬고있는 아들의 숨통을 끊어버리려 했지만, 자꾸만 어린 시절 천진하게 웃고 재롱을 떨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차마 손을 내려치지 못하고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눈물만 흘렸다.

 

 그때, 응천의 방문이 열리며 여희가 들어왔다.

 

 “아버지. 오빠 방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던 여희는 누워있는 응천의 곁에서 아버지가 손을 치켜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선 놀라서 소리 지르며 달려갔다.

 

 “꺄악! 아버지!!”

 

 -쿠당탕!

 

 다리를 쩔뚝거리며 달려가던 여희는 아직 통증이 심한데다 제대로 균형도 잡지 못했기에 넘어지고 말았다. 여희가 넘어지자 감항은 손을 올린채로 힐긋 여희를 돌아보았다. 여희는 잠시 돌아본 아버지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태어나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눈물에, 여희의 가슴도 뭉클해지며 눈물이 솟았다. 감항은 다시 아들의 얼굴로 시선을 옮겼다.

 

 “안돼요!! 아버지!!”

 

 여희는 아버지의 뒷모습만이 보였지만, 부들부들 흔들리는 치켜든 손과 미세하게 들썩이는 어깨를 보고서 아버지가 숨죽여 흐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북부녹림의 우두머리. 사람들로부터 패력대제 감항이라고 불리는 언제나 강하고 냉철한 모습의 소유자였던 아버지가 한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는 순간을 목격한 여희는 바닥에 엎어진 채로 소리 내어 울며 아버지를 말렸다.

 

 “끄윽....흑....아버지! 안돼요! 제발...... 혹시..... 오빠가 깨어날지도 모르잖아요.....흑... 그리고 깨어난다면.....정말.... 새롭게.....더 이상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그렇게 살수도 있잖아요.....제발! 제발요..... 아버지..... 아버지는 평생을 어떻게 살아가시려고....흑흑... 도대체 어떻게 살아가시려고 그러시려는 거예요.....흑...”

 

 여희의 말을 들으며 부들부들 몸을 떨던 감항은 올렸던 팔을 축 아래로 늘어뜨렸다. 여희는 그런 감항의 모습을 보고선 울면서 바닥을 기어가 감항의 어깨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렇게 부녀는 한참을 흐느꼈다.

 

 

 감항은 다시 몽을 향해 다그쳤다.

 

 “대답을 해 보시오!!”

 

 “그만! 제발 좀 그만하세요! 아버지! 저에게 따라가자고 한 게 이따위로 사랑을 구걸하기 위해서였나요?”

 

 “어허! 구걸하다니! 이건 당연히 천 위사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야!”

 

 감항이 여희를 향해 말하자, 황욱은 딸의 마음도 모르고 곁에서 거들고 나섰다.

 

 “몽이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당연히 감항 두목의 말대로 저 여인의 평생을 책임져야 한다고 나도 생각하오. 몽이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아버지!!”

 

 “단주님.....”

 

 보옥이 황욱을 향해 소리를 질렀고, 몽은 황욱을 보며 말을 얼버무렸다. 황욱이 몽에게 물어본 것은 정말 몽의 의사를 물어본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답을 몽에게서 받자고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몽은 황욱의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입을 꽉 다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보옥의 아버지인 황욱의 입에서 여희와 혼례를 올리라는 말이 나온 것이었다. 고개를 숙인 몽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여희는 아버지 감항의 재촉에도, 흑영단의 단주 황욱의 물음에도 고개를 숙인 채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몽을 보며 몽의 마음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희는 전혀 이럴 의도로 오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너무나 당황스러웠고, 아버지의 막무가내 행동과 몽의 반응은 그런 여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됐어요!! 혼례는 내가 안 해요!! 알겠어요?!!”

 

 여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쩔뚝거리며 누각을 내려갔다. 다른 누군가가 누각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을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 멀리 사람들을 물렸던 터라, 아무도 여희를 부축해줄 사람은 없었다. 여희는 쩔뚝거리며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이런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참담해, 비를 맞으며 걸어가는 여희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다.

 

 “여희야!”

 

 감항이 여희를 불렀지만 여희는 쩔뚝거리며 비를 맞고서 계속 걸어갈 뿐이었다. 몽은 비를 맞고 걸어가는 여희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녀가 비를 맞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몽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자신 때문에 쩔뚝쩔뚝 걸어가는 저 여인이 평생을 저렇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자 몽의 마음이 아려왔다.

 

 그때 갑자기 녹림의 무사 하나가 정원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여희를 보고서 잠시 고개를 숙일 뿐 부축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곧장 감항을 향해 뛰어왔다.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두목님!!”

 

 “어허! 내가 이야기가 끝나는 동안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일렀거늘!”

 

 “그게....”

 

 감항은 근심 가득한 얼굴의 무사가 망설이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선 뭔가 짚이는 것이 있어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급하게 물었다.

 

 “총단에서의 연락이냐!”

 

 무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항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입술로 물었다.

 

 “자.....잘.... 갔느냐.....”

 

 무사는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용히.....잠이 들 듯..... 갔습니다.”

 

 무사의 말에 감항은 뒤로 돌아 누각의 밖을 향해 바라보았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눈을 크게 뜨고서 비가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직까진 짙은 어둠이 깔리지 않아, 흐린 하늘에서 방울방울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감항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의 아들이 까르륵 웃으며 풀밭을 뛰어다니는 화창한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 아버지, 그런데 왜 우리는 산에 살아요?

 

 얼마 전,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큰 마을에 아들을 데려갔다 와서 아들이 처음으로 한 질문이었다. 아들은 그곳에서 많은 아이들이 모여 함께 노는 모습이 무척 부러운 모양이었다.

 

 - 왜? 산에 사는 것이 싫으냐?

 

 감항의 말에 아들 응천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잠시 머뭇거리던 응천이 감항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아니에요. 아버지. 저는 이렇게 산에 있는 게 좋아요. 큰 마을에서는 이렇게 풀 냄새도 마음껏 맡을 수가 없잖아요. 저는 풀 냄새가 정말 좋거든요.

 

 이렇게 말하곤 풀밭을 향해 뛰어가는 아들의 모습이 감항의 마음속에는 깊게 각인되어있었다. 아마, 감항이 눈을 감는 순간까지 그때의 그 아들의 모습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었다.

 

 ‘잘 갔느냐..... 그래.... 그곳에서 네 어미를 만나 그동안 부리지 못했던 응석도 마음껏 부리고, 받지 못했던 사랑도 실컷 받으려무나.... 다시 이 세상에 올 때에는..... 한줄기 비가 되고, 한줌의 바람이 되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말고, 마음껏 천하를 누비고 다니거라.... 응천아.....나의 아들아..... 부디... 잘 가거라......’

 

 억지로 부릅뜬 감항의 두 눈엔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꽉 깨문 입술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여희는 걸어가다 말고 그 이야기를 듣고선 다리에 힘이 빠져 빗물이 고인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흑....흑....”

 

 여희는 주저앉은 채 내리는 비를 맞으며 흐느꼈다.

 

 곁에서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던 방웅이 갑자기 분연히 일어나더니 보옥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들었느냐! 네가 응천이를 죽였으니, 마땅히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방웅이 소리를 지르며 보옥을 향해 쌍장을 내질렀다.

 

 “흐아아압!!”

 

 - 퍼어엉!

 

 - 콰지직!

 

 하지만, 보옥은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고, 두 사람의 충돌로 탁자가 부서지고, 누각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방웅도 보옥과 한번 겨뤄봤기에 그 공격이 보옥에게 먹힐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방웅은 얼른 기를 보아 다음 공격을 펼치려고 하는데, 곁에서 감항이 방웅의 어깨를 잡았다.

 

 “이보게 방웅!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감항이 말리자 방웅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보면 몰라?! 자네의 아들, 응천이의 복수를 하는 거다!”

 

 방웅의 말에 감항이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이 갑갑한 사람아! 아직도 내 마음을 그렇게 모르겠나?! 자네가 이럴수록 더욱 내 마음이 괴로워진다는 것을 도대체 왜 모르나!!”

 

 “그럼, 응천이는!! 복수를 하지 않으면 응천이가 마음 편히 저세상으로 갈수 있겠어?!”

 

 누각의 지붕이 무너져 내려 내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눈물이 그렁거리고, 꽉 깨문 입술에서 피를 흘리는 감항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방웅을 향해 나직이 말했다.

 

 “이보게 방웅. 이 모든 건 내 아들 응천이가 저지른 잘못에서 비롯된 일이네. 이젠 그 잘못을 거둬들여야만 해. 그것이 죽음이 되었더라도..... 누구를 탓할 것도 없으이. 이 모든 게 다...... 나와 그 아이의 업이네.”

 

 방웅은 친구의 간절한 말에 몸에 잔뜩 모았던 기를 서서히 가라앉혔다.

 

 “쳇!”

 

 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려오자 녹림과 흑영단의 사람들이 몰려왔다.

 

 “별일 아니니 모두 물러가 있거라!!”

 

 흑영단과 녹림의 사람들은 엉망이 되어버린 누각을 보며 웅성거리면서도 단주와 두목의 명령이었기에 곧 모두 다시 물러갔다. 다만 녹림의 한 여인만이 뛰어와 비를 맞으며 주저앉아 흐느끼고 있는 여희를 부축해 일으켰다. 방웅이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몽을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

 

 “야! 너!”

 

 몽이 방웅을 쳐다봤다.

 

 “그래서! 너는 여희와 혼례를 할 생각이냐 말 생각이냐!”

 

 몽과 여희의 혼례는 감항도 이야기를 했었고, 황욱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몽이라는 녀석은 아까부터 계속 쭈뼛거리는 모습이 혼례에는 전혀 생각이 없는듯했다. 방웅은 감응천의 일에 대한 분풀이를 몽에게라도 하려고 마음먹고 따지고 들었다.

 

 “할 생각이냐고 이놈아!”

 

 “흥! 다짜고짜 이런 식으로 떼를 쓰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보옥이 화를 내며 따지는데, 곁에서 몽이 황욱을 향해 말했다.

 

 “단주님!”

 

 “음?”

 

 “단주님께서는 제가 저 여인을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몽의 말에 보옥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꼈다.

 

 “야...야! 그게 말이 돼? 분명히 쟤들이 잘못한 건....”

 

 보옥의 말을 자르며 황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이다! 내 딸을 구하기 위해서 몽이 네가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저 여인의 의도를 네가 오해하고 한 행동이니 그에 대한 책임은 반드시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황욱의 말에 보옥의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아니.... 아버지. 무슨 그런 말씀을..... 몽과 저는 그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구요! 누구라도 그런 오해를 할 수 있는 그런....”

 

 보옥이 불안한 마음으로 아버지 황욱을 설득하려 하는데, 몽의 말 한마디가 보옥의 귀를 아프게 찔렀다.

 

 “하겠어요.”

 

 “뭐..?”

 

 보옥이 눈을 치켜뜨며 몽을 향해 물었다. 여인의 부축을 받으며 비를 맞고 쩔뚝쩔뚝 걸어가던 여희의 걸음이 순간 멈췄다.

 

 몽은 자신의 오해로 인해 비를 맞으며 쩔뚝이며 걸어가는 여희의 모습과, 보옥의 아버지 황욱의 단호한 말에 결심을 하게 되었다.

 

 “혼례.... 하겠다구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67 67화. 손강과 몽의 대결 2022 / 2 / 9 73 0 7332   
66 66화 적신(赤神) 2022 / 2 / 8 71 0 5872   
65 65화 한단을 향해 떠나다. 2022 / 2 / 8 71 0 6525   
64 64화 생(生)과 사(死)의 갈림길. 2022 / 2 / 7 70 0 7901   
63 63화 결심. 2022 / 2 / 6 78 0 6754   
62 62화 복수. 2022 / 2 / 6 80 0 5252   
61 61화 천둔창법(天遁槍法) 2022 / 2 / 5 75 0 6701   
60 60화 사마혼. 2022 / 2 / 5 76 0 6139   
59 59화 만남. 2022 / 2 / 4 74 0 5267   
58 58화 이상한 소년. 2022 / 2 / 4 83 0 5688   
57 57화 이별. 2022 / 2 / 3 84 0 4909   
56 56화 혼례. 2022 / 2 / 3 80 0 7322   
55 55화 흑영단과 녹림의 술자리. 2022 / 2 / 3 87 0 6510   
54 54화 약속. 2022 / 2 / 2 76 0 5182   
53 53화 야수왕(野獸王) 방웅. 2022 / 2 / 1 81 0 6651   
52 52화 다시 한(韓)나라로. 2022 / 2 / 1 81 0 7297   
51 51화 성성이 2022 / 1 / 31 80 0 5560   
50 50화 야명주 바위. 2022 / 1 / 31 78 0 5918   
49 49화 박요삭(縛妖索) 2022 / 1 / 30 77 0 5953   
48 48화 대결. 2022 / 1 / 29 78 0 6660   
47 47화 무영권(無影拳) 맹곤 2022 / 1 / 29 76 0 6638   
46 46화 비무 2022 / 1 / 28 75 0 7935   
45 45화 역할 2022 / 1 / 28 79 0 6046   
44 44화. 백강. 모습을 드러내다. 2022 / 1 / 27 74 0 5265   
43 43화. 힘을 얻다. 2022 / 1 / 27 77 0 5475   
42 42화 보옥과 몽의 재회. 2022 / 1 / 27 80 0 6271   
41 41화. 취선루(醉仙樓) 2022 / 1 / 26 88 0 5897   
40 40화. 설국궁주(雪國宮主) 2022 / 1 / 26 82 0 6165   
39 39화. 변방의 객잔. 2022 / 1 / 25 86 0 7883   
38 38화 한(韓)나라로 향하다. 2022 / 1 / 25 92 0 6157   
 1  2  3  4  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