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2 화요일
정적속의 식사가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재빨리 설거지를 한 뒤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얼굴 보면서 밥 먹었는데, 더 있다가 가지 않고…”
“죄송해요. 지금 바로 경찰서로 들어가봐야 해서요. 얼른 증거 찾아야죠.”
나는 며칠새에 얼굴이 많이 야위어진 원장님을 보며 싱긋 웃었다.
“그래…나 때문에 너가 고생이 많네.”
“아니에요, 아, 원장님, 그리고 되도록이면 집 밖으로 나가시지는 마시고요. 아직 혐의가 풀리지 않아서… 제가 죄송해요.”
그에게 주의점을 말해주다 당장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설아, 너가 나에게 왜 미안해. 알겠으니까. 내 걱정말아. 갈 때 운전 조심하고, 알지?”
그는 내가 그를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을 안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말에 내 짐들이 조금은 덜어진 기분이 들었다.
“네, 그럼 전 가볼게요. 현아, 형 갈게.”
현이가 내 얼굴을 쳐다보기만 하고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현재로서는 나도 그를 보며 미소를 보여주기 어려워 그에게는 대충 인사만 한 뒤 다시 한번 더 원장님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빠르게 그의 집에서 나왔다.
가슴이 복잡하다. 경찰서에 도착한 나는 바로 숙직실로 향했다. 그대로 소파에 내 지친 몸을 맡겼다. (소파에 누운 나는 그의 집에서 보았던 현이의 표정이 떠올랐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현이가 했던 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원장님을 믿지 말라는 그 의미 자체가 나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범인일수도 있다는 상상은 전혀 하지 않는다. 나는 내 스스로가 경험한 진실을 믿는다. 만약
그렇다 할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를 위해서 없던 증거도 만들어낼 각오도 하고 있다.
(그의 진실된 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조작은 내가 그를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즉 완전무결한
사람으로 보기 때문이다.)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며칠 동안이나 쌓인 피로로 인해 몸이 일어
나지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