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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사가 최종보스인 세계
작가 : 일월달
작품등록일 : 2022.1.4

용사가 지배해버린 세상
악인 들은 전부 처단당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건만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선과 악의 수치에 따라 애꿎은 사람들조차 용사에 의해 처단당하는 절망적인 세상 거기에 노예처럼 살아가는 거지 카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1화 불행한 아이
작성일 : 22-01-07 21:28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7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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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산을 오르는 태양의 강렬한 존재감이 빛이 되어 아래로 퍼져나갔다.

 빛이 다가오자 그림자는 질겁하며 물러났고

 어둠이 벗겨진 건물들은 점점 자신의 색을 찾아갔다.

 

 문이 열리며 태양만큼 부지런한 사람들이 집을 나선다.

 하나, 둘, 발걸음 소리가 모이고 가게 문을 여는 분주한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등이 더해져 도시는 이내 활기차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성벽에 머리를 기대어 졸고 있던 카르는 주변의 소란스러움에 눈을 떴다.

 몸을 일으키려던 카르는 미끄러지며 다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머리는 지끈거렸고 세상은 빙빙 돌고 있었다.

 초가을 날씨에 서늘하게 식어버린 몸은 물먹은

 솜이 얼어버린 것처럼 무겁고 뻣뻣했다.

 

 벽에 기댄 카르는 햇살을 받으며

 몸이 온기를 되찾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두통과 몽한 느낌에 혼란한 상태로

 카르는 계속해서 시간을 보냈다.

 

 "꼬르륵"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주인의 사정도 모르는 철없는 배가

 먹을 걸 내놓으라고 아우성쳤다.

 조금 더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던 카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성문 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나갈 시간이 지나서인지 성문 쪽은 한가했다.

 긴장이 풀어진 경비병들은 몰래 잡담을 떨다

 갑자기 카르가 다가오자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넌 누구냐?"

 

 "저... 전 이 도시에 사는 카르라고 합니다."

 

 긴장한 카르는 뒤늦게야 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경비병에게 내밀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신분증을 살핀 경비병은

 이내 옆에 있는 명부를 펼쳐서 대조하기 시작했다.

 

 "이상은 없군 흠..."

 

 한참 신분증을 살펴보던 경비병이 돌려주며 말을 이어갔다.

 

 "근데 어딜 갔다가 이 시간에 오는 거야?

 출입 명부를 보니 어제저녁에 급한 용무로 나갔다고 되어있는데

 아침도 아니고 점심이 다 돼가는 시간에 돌아오고 말이야"

 

 "그 그게 제가"

 

 당황한 카르는 손으로 투몬산 쪽을 가리켰다.

 

 "저기 투몬산에 사는 친척이 아파서

 갔다가 오는 바람에 지금 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뭐 허락을 받았으니 나갔겠지

 아무튼 통과해도 좋아"

 

 카르는 몸을 잔뜩 웅크린 채 경비들의 눈치를 살피며 성문을 지나갔다.

 

 "아 맞다. 며칠 후엔 선발의 날이 다가오니까

 당분간 수상한 행동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네 넵 감사합니다."

 

 카르는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도시 안쪽으로 향했다.

 도시 내에 사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신관이 한 달에 한 번 악행이 높은 자를 뽑는 날을 선발의 날이라 불렀다.

 탄이 투몬 산으로 도망친 이유 역시

 악행이 높아 선발의 날에 뽑히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카르는 선발의 날에 뽑히는 게 왜 두려운 일인지 몰랐지만

 탄이 도망친 걸로 봐서는

 그저 도시에서 쫓겨나는 게 무서운 거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발걸음을 재촉해 성문에서 멀어진 카르는 우선 주머니를 뒤져

 자신이 땡전 한 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손에 잡힌 먼지 뭉치를 씁쓸히 바라보던 카르는 손을 털고는

 구걸할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카르는 엎드려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직 점심때가 되지 않아서인지 돌아다니는 사람은 적었고

 카르는 느긋하게 반쯤 졸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주위가 소란스러워지자 카르는 고개를 들어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 걸 확인하고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한 닢만 주세요 며칠 동안 굶었더니 배가 고파요"

 

 효과가 있었는지 동정심에 못 이긴 행인이

 카르에게 동전을 던져주었다.

 누가 볼세라 빠르게 동전을 주머니에 넣은 카르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구걸을 시작했다.

 

 해가 지며 그림자에 건물들이 삼켜지기 시작했다.

 구걸을 하고 있던 카르도

 어느새 주변이 어두워진 걸 깨닫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노을이 강렬하게 세상을 태워버리고 사라지자

 재가 돼버린 그림자가 세상을 덮고 있었다.

 

 더 이상 구걸은 소용없겠다 생각한 카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확인했다.

 하루 종일 구걸한 대가로 카르의 손에는 2쿠퍼가 들려 있었다.

 

 "헤헤 2 쿠퍼라니"

 

 카르는 웃으며 자신의 손에 놓인 몇 개 되지 않는 동전을

 계속해서 헤아려보았다.

 2쿠퍼면 빵 하나는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었고

 이제 매일 먹던 귀리죽과는 안녕이었다.

 

 "나쁜 짓을 하면 용사가..."

 

 노래를 부르던 카르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어젯밤 산채에서 사람들을 잔인하게 베어내던

 용사의 모습이 떠오른 것이다.

 흥겹던 기분이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우물쭈물 거리던 카르는 그냥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뭘 먹어야 하지"

 

 카르의 시선은 빵 가게 이곳저곳을 훑으며 헤매기 바빴다.

 마음 같아서는 모두 다 먹어보고 싶었지만

 가진 게 2쿠퍼뿐이라 골라야 했는데

 카르는 이태까지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선택해 본 적이 없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주인은 고르지도 않은 채

 계속 구경만 하는 카르를 쫓아내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손에는 빵을 반죽할 때 쓰는 밀대를 무기처럼 쥐고

 얼굴은 최대한 험상궂게 찡그린 상태였다.

 다급해진 카르는 최대한 큰 빵을 가리키며 2쿠퍼를 내밀었다.

 

 "이 빵을 주세요 이거 2쿠퍼 맞죠?"

 

 "어... 그래"

 

 머쓱해진 주인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동전을 받은 다음 떠나는 카르에게 인사했다.

 

 "고맙다. 다음에 또 오거라"

 

 "감사합니다."

 

 가게를 나온 카르는 누가 뺏을까 경계하듯 주위를 두리번 거린 다음

 가까운 골목으로 숨어 쭈그려 앉아 빵을 먹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질 못해서인지 빵은 입에 넣자마자 설탕처럼

 순식간에 녹아버렸고 계속해서 입에 넣다 보니

 어느새 카르의 손은 비어있었다.

 

 "아 아쉽다."

 

 완전히 어두워진 도시에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그마저도 집에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거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이었다.

 

 입맛을 다시며 자신의 빈손을 보고 있던 카르는

 이제 잘 곳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바닥과 서늘한 바람 때문에

 맨바닥에서 자는 것은 무리였다.

 최소한 바람이라도 피할 곳이 필요했다.

 

 카르가 처음으로 향한 곳은 마을의 여관이었다.

 물론 숙박비가 있을 리는 없었고

 그저 마구간에 들어가서 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이미 주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 거기 옆에서 자면 안 될까?"

 

 카르의 말에 말은 맹렬히 노려보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눈치를 보던 카르가 조심스레 마구간 안으로 다리를 들이밀자

 말은 투레질을 시작했다.

 

 "투루루!"

 

 "아이쿠!"

 

 겁을 먹은 카르는 황급히 물러나다 뒤로 넘어졌다.

 뒤통수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화끈거렸다.

 한참 뒤통수를 문지르던 카르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노려보다

 이내 시무룩해졌다.

 

 "알았어 다른 데로 갈게"

 

 카르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어떤 곳은 다른 사람이 선점하고 있었고

 어떤 곳은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는지

 집주인이 눈에 불을 켜고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의 거절 끝에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던

 카르는 외곽에 낡은 헛간 하나를 발견했다.

 

 "혹시 누구 있어요?"

 

 안으로 들어가자 관리되지 않은 헛간에선 자욱이 먼지가 피어올랐다.

 

 "콜록콜록"

 

 손을 휘저은 카르는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안쪽을 살펴보았다.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잠자리로 괜찮겠다는 판단이 서자

 카르는 바닥을 대충 턴 다음 두 팔을 베고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손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기에

 천장은 마치 별도 달도 없는 밤하늘처럼 보였다.

 

 잊고 있던 감정이 카르를 찾아왔다.

 이제 누군가에게 맞을 걱정도

 돈을 벌지 못했다고 안절부절 할 일도 없었다.

 자신은 이제 무엇을 하든 자유로운 것이다.

 미소를 지은 카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다음날도 카르의 생활은 똑같았다.

 저녁까지 구걸을 한 다음 사람들이 던져준 동전으로

 빵을 사 먹고 헛간에 가 잠을 청했다.

 그렇게 카르의 하루하루는 무난하게 흘러갔지만

 그것도 3일째가 되자 끝나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익숙해져 버렸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구걸하는 카르에게

 불쌍하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져 버린 것이다.

 거기다 용사가 세상을 지배하고 나서부터 극심해진 빈부격차로 인해

 가난함에 비례하듯 사람들의 인심은 갈수록 야박해져 가고 있었다.

 

 용사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에서 왕의 권력이란 하찮은 것이었다.

 귀족들이 왕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갖은 명목과 편법을 붙여 세금을 뜯어내기 시작하자

 평민들의 삶은 점점 힘들어져 갔다.

 

 그러니 여유가 생겨 어쩌다 적선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매일 선행을 베풀 정도로 넉넉하지는 않은 것이다.

 

 결국 카르는 점심이 지나도록 수중에는 단 한 푼도 얻을 수 없었다.

 

 "소매치기라도 할까..."

 

 나쁜 생각으로 빠지던 카르는 소매치기를 하다 걸려

 두들겨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기다 자신을 노려보며 선하게 살라고 말했던

 용사의 모습이 떠오르자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다른 자리를 찾아야겠다."

 

 사람이 더 많이 다니는 도시 안쪽을 향해 걸어간 카르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다시 구걸을 시작했다.

 

 "한 닢만 주세요 배가 너무 고파요."

 

 "누구 허락을 받고 여기서 구걸을 하는 거야"

 

 두 명의 소년이 카르 쪽을 향해 다가오며 소리쳤다.

 한 명은 덩치가 컸고 한 명은 그에 비해 왜소한 소년이었는데

 둘 다 카르랑 비슷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를 하지 못한 카르는

 둘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누구 마음대로 여기서 구걸하는 거야?"

 

 "하 하면 안 되는 건가요?"

 

 소심해진 카르의 목소리가 뒤로 갈수록 작아졌다.

 

 "허!"

 

 왜소한 소년이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헛바람을 내뱉었다.

 뒤에서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하던 덩치 큰 소년은

 주머니에서 은색 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맡는 것만으로도 아찔할 정도로 독한 알코올 향이

 주변으로 확 퍼져나갔다.

 아무렇지 않은 듯 그것을 들이킨 남자는

 다시 뚜껑을 닫아 주머니에 넣었다.

 

 "너 이름이 뭐냐?"

 

 "제 이름은 카르예요"

 

 "그래? 내 이름은 베스야 여기 덩치 큰 얘는 자르고,

 왜 여기서 구걸하면 안 되는지 모르나 본데

 여기 안쪽은 전부 우리 칸들 패거리가 관리하는 구역이야

 알겠어?"

 

 "미안해요 몰랐네요 다른 데로 갈게요"

 

 패거리에 속해 있던 카르는 거리의 생태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원래 이곳은 탄의 영역이었는데

 탄이 도망가고 나자 다른 패거리가 먹어버린 것이었다.

 해코지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카르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났다.

 

 "야 근데 너 낯이 익은데 말이야"

 

 카르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저는 탄 패거리예요"

 

 지금은 용사로 인해 사라져 버렸지만

 최근까지 속해있던 것은 사실이었다.

 

 "탄? 그 도시에서 도망친 놈을 말하는 거야?

 그 패거리의 아이라니 불쌍하네"

 

 잠시 생각하던 베스는 카르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입을 열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칸들로 들어오는 게 어때?

 어차피 좋은 대우를 받는 거 같지도 않는데

 탄의 남은 패거리들 역시 대부분 우리 쪽으로 들어왔어"

 

 "하 하지만..."

 

 카르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의리 때문은 아니었다.

 자신을 학대하고 용사에 의해 전멸해버린 탄 패거리에

 좋은 감정이 남아있을 리 없었다.

 

 "우리 칸들에 들어오면 안쪽에서 구걸할 수도 있어

 너도 봤지? 안쪽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

 

 "이 안쪽 전부를 칸들 패거리가 장악했나요?"

 

 베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뭐... 오른쪽은 벤틀 놈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아무튼 우리 칸들에 들어오면 안쪽에서 구걸할 수도 있고

 구걸에 실패한 날은 먹을 것을 나눠줘"

 

 카르가 흥미를 보이자 베스는 계속 이어갔다.

 

 "탄의 보복도 걱정하지 마

 우리 칸들 패거리에 들어오며 함부로 건들지 못할 테니까

 어차피 탄은 이제 도시에 들어오지도 못하잖아"

 

 제안이 너무 달콤하자 카르는 갑자기 의심이 들었다.

 

 "저 정말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렇게 해주는 건가요?"

 

 "아 물론 대가는 있지 일정 금액을 상납금으로 바친다던가

 실적이 너무 안 좋으며 소매치기를 해서라도 채워야 한다든가 말이야

 그런 건 뭐 당연한 거 아니야?"

 

 카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용사가 벌이는 참혹극을 눈앞에서 똑똑히 본 데다

 선하게 살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나쁜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미안해요 저는 들어갈 수 없어요"

 

 카르를 보던 베스는 쉽게 마음을 접었다.

 어차피 자신한테는 아쉬울 게 없었다.

 

 "그래 뭐... 의리를 지키겠다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단 이제 도시 안쪽으로 들어올 생각은 하지 마

 다음에 걸리면 좋게 끝내지 않을 테니까"

 

 베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르는 불끈 쥔 주먹을 들이밀며

 험상궂은 표정으로 카르를 노려보았다.

 뒷걸음질 치던 카르는 힘없이 돌아서 터벅터벅 걷기 시작했다.

 

 "흠...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카르를 보고있던 자르가 베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쟤가 오늘 아침 외곽 헛간에서 나오는 걸 본거 같은데 말이야

 원래 탄이 쓰던 곳이지만 쫓겨나고 나서는 항상 비어있지 않았나?"

 

 자르가 모르겠다는 듯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분명 탄은 투몬산에 있다고 들었는데..."

 

 어차피 자르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베스는 혼자서 내뱉은 말들을 추스르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혹시 탄 패거리가 다시 도시로 돌아왔을지도 몰라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니까 한번 몰래 따라가보자"

 

 둘은 카르의 뒤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외곽으로 돌아온 카르는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아이들만이 활발히

 뛰어놀고 있어서 열심히 구걸한다 한들 한 푼도 얻기 힘들어 보였다.

 

 "꼬르륵"

 

 배고픔은 부지런히 찾아왔다.

 괜스레 자신의 빈 주머니를 뒤지던

 카르는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이 저물며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더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 해도 한 푼도 얻기 힘들어 보였다.

 오늘은 운이 없다 생각하며

 카르는 터벅터벅 자신의 보금자리인 낡은 헛간으로 향했다.

 

 카르가 헛간으로 들어가자 몰래 미행하던

 베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기로 들어가는 거지?

 탄의 패거리라면 투몬산으로 가야 할 텐데

 정말 탄이 돌아온 건가?"

 

 베스의 말에 자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탄이 도망가고 그 구역을 차지한 칸들 패거리로서는

 탄의 행방은 중요한 일이었다.

 

 "만약 돌아왔다면 정말 큰일인데

 이제 겨우 흡수한 탄 패거리들이 돌아서기라도 한다면 골치 아파

 거기다 탄이 보복하겠다고 덤벼들기라도 하면

 벤틀 패거리한테만 좋은 일 시키는 거고"

 

 자르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위스키를 꺼내 들이켰다.

 자르가 말을 못 한다는 걸 아는

 베스는 혼자 주저리주저리 떠들며

 추측의 근거들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도시 내에 비밀통로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어떻게 들어온 거지? 경비병에게 뇌물을 준 건가?"

 

 고개를 흔든 베스는 혼잣말을 계속했다.

 누가 보면 미친 사람으로 보일만한 행동이었지만

 말 못 하는 자르랑 다니면서 생긴 베스의 습관이었다.

 

 "아니야 그건 불가능해 그놈들은 악행이 너무 높아서

 신관이 더 이상 감싸줄 수 없다고 한 놈들인데

 경비병들이 받아 줄리가 없어

 아무리 뇌물을 받았다 해도 정신이 나가지 않는 이상

 잠깐 도시로 들어오는 건 몰라도 살게 해줄 리가 없지"

 

 자르는 조용히 듣고 있었고 베스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하긴 오늘 하루 종일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탄 패거리는 못 본 거 같은데 자르 넌 어때?"

 

 베스가 쳐다보자 자르는 고개를 흔들었다.

 

 "너도 못 봤구나 우선 늦게라도 누군가 여기로 올 수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자 내일 낮에는 헛간 안쪽을 조사해 보고

 그럼 뭐라도 알 수 있겠지"

 

 둘은 다시 헛간 쪽을 고개를 돌렸다.

 
작가의 말
 

 월요일에 꼭 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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