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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흑백의 세계
작가 : 새벽빛
작품등록일 : 2022.1.2

이 세상에는 오로지 흑과 백만 존재한다.
흑과 백으로만 보이는 세계, 흑과 백으로만 이루어진 세계.
이 세계에서 악을 물리치기 위한 전쟁과 그 전쟁 가운데에서 선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사정.
이 전쟁의 끝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빛 혹은 어둠? 선 혹은 악?

 
5. 꽃도 잎새도(2)
작성일 : 22-01-02 13:04     조회 : 66     추천 : 0     분량 : 4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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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으냐고?”

 

 “그래. 괜찮은 척 하는 건지 정말 괜찮은 건지 궁금해서.”

 

 계속해서 묻고 싶었지만 따로 물을 겨를도 없었거니와, 혹여나 내가 다시 안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게 만드는 일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조심스레 말했다.

 나의 말에 카야는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다행히 지금은 괜찮아졌어. 정말로.”

 

 하지만 이내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자신을 믿으라는 듯…….

 

 “다행이다. 걱정했어.”

 “왜 걱정했는데?”

 “그냥……. 그때 네 모습은 곧 부숴 질 것처럼 위태로웠거든.”

 “맞아. 하지만 지금은 아냐.”

 “정말이야?”

 

 카야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옆에 핀 작은 나무의 새로 돋아난 잎을 만지작거렸다.

 

 “추운 겨울에는 잠시 죽은 듯 보이지만, 봄이 되면 다시 움트는 이 새싹처럼, 꽃처럼 다시 새롭게 살아가는 중이야. 그러니까 걱정 마.”

 “혹시라도 내가 도움이 될 일이 있다면 이야기해. 우리 친구잖아?”

 “그래. 고마워.”

 

 카야가 대답을 하며 빙긋 웃으며 바라보는데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속마음들이 튀어나왔다.

 

 “난 네가 웃는 게 좋아.”

 “웃는 모습이 더 별로인 사람도 있어?”

 “아니~ 그게 아니고, 너 웃을 때 엄청 밝게 웃거든. 그래서 주변 사람까지 기분을 좋게 만든다고나 할까?”

 “뭐야, 너 나 계속 쳐다봤구나?”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뭐가 아냐! 귀 색깔 어둡게 변한 거 봐.”

 “아니라고~”

 

 장난스럽게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카야가 웃음기를 빼고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야, 너 나 좋아하냐?”

 

 너무 담담하게 툭 던진 말에 온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를 지경이었다.

 

 ‘좋아하냐고? 내가 좋아하나? 아, 친구로서는 당연히 좋아하지? 그 이상은 아닐걸?’

 

 나 자신도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가 없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친구, 친구로서 하는 말이지! 친구도 서로 관심을 가져야 되는 거라고.”

 “야, 장난이야~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네.”

 “장난? 그런 장난 하지 마~”

 

 집요하게 답을 들을 것 같았는데 너무나도 쉽게 인정을 해버리는 바람에 뜨거워진 얼굴이 더 부끄럽게 느껴졌다.

 햇살에 비치는 카야의 눈동자가 반짝거려서 달빛처럼 빛이 났다.

 

 “너 눈 진짜 밝다. 거의 흰색이야.”

 “너도 그래.”

 “나? 난 어두운 회색인데?”

 “넌 잘 모르겠지만……, 네 눈동자는 숲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숲? 왜 숲이야?”

 “느낌이~”

 

 카야가 계속 알 수 없는 알쏭달쏭한 말을 해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카야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넌 몰라. 음, 우리 꽤 쉬었으니까 이제 가볼까?”

 “어? 그럴까?”

 

 카야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탁탁 털고는 앉아있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앞장서야 가지. 일어나.”

 “어? 어.”

 

 삐걱거리는 나의 모습이 웃겼는지 카야가 환하게 웃었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발을 옮겼다.

 

 “다 왔어. 저기야.”

 

 내가 가리킨 곳에는 언덕 위에 큰 느티나무가 있었다.

 

 “우와. 진짜 좋네?”

 “그치?”

 

 느티나무로 다가가니 이미 아서와 가비가 자리를 펴고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야! 왜 이제 와!”

 

 우리를 발견한 가비가 찡찡 거리며 나에게 달려왔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우리보다 먼저 갔으면서! 한참 기다렸다고!”

 “야, 가비, 나랑 있어서 싫었어? 섭섭하네.”

 “아니! 아서랑 있는 것도 좋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니까 그랬지!”

 “미안, 미안. 내가 샛길로 빠져야 하는데 지나가버려서 늦었어.”

 “어휴! 정말 나 너무 배고파.”

 “자, 이거 먹어.”

 

 카야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냈다.

 

 “뭐야? 언제 이렇게 준비했어?”

 “그러게~ 시간이 없었을 텐데?”

 “이런 건 금방 해.”

 “평소에도 이렇게 만들어 먹어?”

 “응. 기숙사에 주방이 있잖아. 거기서도 해먹고.”

 “우와.”

 “예전부터 엄마랑 계속 만들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냥 취미?”

 “오, 멋있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얼른 먹어~”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시작했다.

 

 “와, 뭐야?”

 “진짜 맛있어.”

 “솜씨 좋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식사를 하면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오는 길이 힘들더니 보람이 있네?”“그치?”

 “응. 여기는 진짜 다른 세계 같다. 저기 호수랑 사람들이 보이기는 하는데 소리도 안 들려서 조용하고 진짜 좋네?”

 

 저 멀리 보이는 호수가 바람에 일렁이고 햇빛을 받아 물결이 반짝이고 있었고, 호수 주변에 피어난 다양한 꽃들과 나무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을 연출했다.

 

 “다행이다. 안 그래도 딱 여기가 생각났어. 정말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이랑 아서네랑 항상 같이 놀러왔거든.”

 “맞아. 샛길을 쉽게 발견할 수 없어서 그냥 숲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긴 거의 비밀 장소인 셈이지.”

 “풍경도 좋고 밥도 맛있고 완전 최고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식사를 마치고 나니 졸음이 몰려왔다.

 

 “와, 이제 진짜 졸려.”

 “그러게. 딱 잠 오는 시간이지.”

 “우리 잠깐 누워있을까?”

 “그러자!”

 

 우리 넷은 누워서 느티나무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누워있으니까 진짜 평화롭다.”

 “그러게.”

 “매일 이런 날들만 있으면 좋겠다.”

 “…….”

 

 쿨쿨 코고는 소리가 들려 옆을 돌아보니 가비가 잠을 자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잘 수 가 있어?”

 “원래 저래.”

 “쟤 자는 거 보니까 나도 졸린다.”

 

 그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감겨왔고 살랑 거리는 바람, 큰 나무의 그림자가 만들어주는 그늘 막이 주는 편안함에 스르륵 잠이 들어버렸다.

 

 ***

 

 한 숨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다른 친구들도 비슷하게 일어났다.

 

 “아휴~ 잘 잤다.”

 “이제 꽃구경 좀 해볼까?”

 “그래!”

 

 풍경과 언덕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작은 꽃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졌다.

 

 “이 꽃 진짜 예쁘다.”

 

 카야의 혼잣말이 귓가에 들려와서 돌아보았을 때 그저 회색빛의 잎사귀들만 나부끼는 것 같아 다가갔다.

 

 “꽃이 어디에 있는데?”

 “여기 이 작은 꽃.”

 “잎이랑 색이 똑같아서 있는 줄도 몰랐네? 어떻게 발견 했대~”

 “잘 보면 미묘하게 색도 다를걸? 또 색이 같아도 잎이랑 꽃은 엄연히 다르게 생겼다고.”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보이긴 하네. 근데 내 눈에는 꽃이나 잎이나 같은 연한 회색이라고.”

 “그래, 그렇겠지.”

 “네가 눈썰미가 좋아.”

 “주안, 너도 볼 수 있어. 내가 보는 이 모든 것들을 너도 보게 해줄게.”

 “네가 보는 것……. 좋아. 내가 못 보면 네가 알려줘.”

 “그래. 그럴게.”

 

 꽃들은 밝기가 다른 다양한 회색빛으로 물들어 흔들리고 있었고 달콤한 꽃향기가 퍼져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얘들아~ 내가 뭐 들고 왔게?”

 

 가비가 우리를 불러 모아 다가가자 어느 때보다 신나는 것 같은 목소리로 가방을 열었다.

 

 “뭔데?”

 

 “바로바로……. 짠!!!”

 

 가비가 꺼낸 것은 작은 카메라였다.

 

 “카메라잖아?”

 “네 거야?”

 “이렇게 작은 카메라 처음 봐.”

 “음, 하나 빌려왔지!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내가 사진 찍는 거 배워왔거든? 우리 사진 찍어보자. 그리고 이 카메라는 찍으면 바로 사진이 나온다?”

 

 카메라가 보급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서 마냥 신기해보였다.

 마력을 이용하여 필름에 현재의 모습을 남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으로 일반적으로는 사진관에서만 찍고 인화를 해주곤 했기에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자, 나무 밑에서 찍을까? 꽃? 아냐, 아냐, 다 찍으면 돼.”

 “가비, 일단 나무에서 네 명 같이 찍을까?”

 “그래그래!”

 

 가비가 마력을 이용해 카메라를 공중에 띄워보고는 우리 옆에 섰다.

 

 “자, 하나 둘 셋 하면 찍는다! 하나, 둘, 셋!”

 

 찰칵-

 

 “어때? 어떻게 나왔어?”

 

 모두가 카메라를 향해 모여들었고 사진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와!”

 “잘 나왔다!”

 

 이후로 이곳, 저곳에서 사진을 찍었고 가비의 넘치는 열정에 지칠 때 쯤 내가 말을 꺼냈다.

 

 “얘들아, 우리 타임캡슐 만들어서 아까 그 단체 사진 넣어둘까?”

 “타임캡슐?”

 “넣을 게 없잖아.”

 

 뜬금없는 말을 꺼내자 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보았다.

 

 “나한테 물병 있어.”

 “뭐야, 계획적이네?”

 “에이~ 그런 건 아니고 그냥 해보고 싶어서.”

 “우린 아무것도 안가지고 왔는데?”

 “걱정 마, 나한테 종이랑 펜이랑 다 있다고.”

 

 항상 메모할 것을 들고 다니는 나는 가지고 있던 종이와 펜을 꺼내 나눠주었다.

 

 “여기다가 뭐 적는데?”

 “음, 자기한테 적는 편지도 좋고, 모두에게 쓰는 것도 좋고, 너희 마음대로?”

 “언제 찾아 볼 거야?”

 “그러게. 우리 졸업할 때? 너무 빠른가?”

 “좀 빠르기는 하네. 아니면 한 5년 뒤?”

 “그래. 그러자.”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던 아이들도 열심히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상 나는 무엇을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뭘 써야 할까? 5년 후…….’

 

 -친애하는 나의 친구들

 5년 후에 우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아마 잘 지내고 있을 것 같다.

 너희들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우리들의 사이는 지금이나 그때나 변할 이유가 없겠지만,

 그때의 세계는 지금과 달라져 있을까?

 달라져 있다면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때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을 거라 믿어.

 마치 오늘의 날씨, 오늘의 하늘, 오늘 보았던 꽃과 풀과 나무처럼 완벽하게 평화로운 나날들이 이어 질 거야.

 그런 세계를 우리가 만들어갔을 거라고도 믿어 의심치 않아.

 

 저 수많은 꽃도 잎새도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기는 하지만 그 속에서 더 꿋꿋하게 피어나고 아름다워지는 것처럼, 지금의 우리는 미완성일지라도 그 날의 우리는 더욱 단단해져 있을 거야.

 그때까지 건강히 잘 지내.

 -주안 에르시

 

 각자 글을 다 적은 종이를 접어 투명한 병에 넣었고, 뚜껑을 꽉 닫은 후에 느티나무 아래에 잘 묻어두었다.

 

 “우리 꼭 다시 오자.”

 “5년 뒤에 다 같이 볼 거지?”

 “야, 안 돼~ 난 나한테 썼단 말이야~”

 

 가비의 우는 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무슨 말 해놨을지 궁금해서라도 꼭 와야겠네.”

 “그러니까.”

 

 “얘들아, 오늘 고맙다.”

 “주안, 너 또 쑥스럽게 그런 이야기하지 마~”

 “알겠어. 이번이 마지막이야. 어차피 내일이면 학교에 치여서 원래대로 돌아갈 걸?”

 “맞아.”

 “오늘처럼 특별한 하루는 잘 없겠지만, 잘 지내보자.”

 

 자라나던 새싹과 잎들은 점점 짙은 색으로 물들어갔고, 우리의 아무 일 없을 일상도 그에 맞추어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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