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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회의(懷疑)
작가 : 관내위
작품등록일 : 2019.10.16

실현해야할 이상이며, 목표라는 것들이 욕망을 위한 한낱 허위나 겉치레로 전락 되었을 때, 자신이 이제껏 배워온 이념과 상식들이 무너진 자리에 회의감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자신의 노력으로 그 고결한 각자의 이상이 실현될 그날은 올것인가. 그 역시도 오지 않는 세상에대한 무의미한 무한의 대기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몸부림 쳐도 바뀌어지지 않은 세상에 앉아서 오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인지 회한과 의심을 지니며 살아지는 자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 조선 연산군 시대에서 명종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의 틀을 빌린 무협 소설입니다. 무협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기공이나 장풍 등등의 모습은 자제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글에는 역사 사실과 작가 상상이 섞여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2. 승하(3)
작성일 : 21-02-16 20:09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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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삽살개 요마가 몸을 웅크리더니 치솟아 오르면서 앞발로 인종의 가슴을 후려쳐서 인종을 쓰러뜨리는 동시에 인종의 목을 물었다. 목덜미에서 고통이 전해졌다.

 “크윽...으아아악!”

 인종이 비명을 내지르는 순간에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전하.”

 “전하 괜찮으시옵니까? 전하?”

 

 옆을 보니 내시와 자신의 후궁인 귀인 정씨가 자신을 부르며 자신의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아아..꿈이었구나..꿈이었어..그러면 그렇지...”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정 귀인이 물었다. 인종이 허탈한 듯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악몽이라고 해봐야 결국 한바탕 꿈 아니오. 어차피 헛것이니 걱정할 것 없소.”

 “어찌 걱정이 아니 되겠습니까. 악몽을 꾸시며 식은땀을 가득 흘리시고 비명까지 지르실 정도로 옥체가 허해지셨는데 소첩이 어찌 걱정을 안 하리까.”

 “어허 걱정 마시오. 내 이제부터 건강에 신경 쓰리다. 그렇지 않아도 몸이 많이 허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소.”

 “명심 하소서 전하의 옥체는 이 나라 조선과 만백성의 것이 옵니다.”

 “거 알았소. 알았어. 내 늘 새기고 있소 ”

 인종은 귀인 정씨를 보면서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인종은 귀인 정씨를 귀하게 생각했다. 귀인 정씨는 영민했기 때문이다. 또한 성격이 침착하여 웬만한 큰일가지고 흥분하는 일이 없었고, 아주 경황이 없는 상황이 와서 잠시 당황하더라도 곧 냉정을 찾는 성품이었다. 일전에 세자의 거처에 불이 났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안전하게 당시 세자였던 인종은 모시고 대피한 것이 귀인 정씨였다. 민간에서 문정왕후가 인종을 살해하기위해서 쥐꼬리에 불씨를 매달아 세자의 거처로 풀어놓았다고 일컫는 바로 그 문제의 화재 때 일어난 일이었다. 원래부터도 귀인 정씨를 마음에 들어 했던 인종은 화재 사건 이후로 더더욱 귀인 정씨를 믿었다.

 

 그 때 내시가 꿀물을 한 사발 떠와서 인종에게 바쳤다. 정 귀인이 사발을 받아다가 인종에게 내미니 인종이 사발을 받아 단 번에 들이켰다. 몸이 허해진데다 악몽을 꾸느라 식은땀을 많이 흘린 나머지 갈증이 심했다. 꿀물 한 사발 가지고는 그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인종은 내시에게 한 사발 더 떠오라고 지시 한 뒤에 다시 자리에 누웠다. 다시 한 사발 더 떠오고, 아울러 땀을 많이 흘렸으니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꿀물 한 사발을 더 마시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인종은 정좌하고 책을 열었다.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책을 읽는 것이 인종의 몸에 붙은 습관이었다.

 

 이것이 6월 초순 초여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인종은 그 이후로 건강을 인종의 다짐과는 다르게, 인종의 건강은 나아지지 않았다. 건강을 회복시키려면 일단 잘 먹고, 잘 쉬어야 한다. 특히 인종같이 쇠약한 상태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인종은 원칙주의자였다. 3년 상을 예법대로 행했다. 예법대로 하자면 3년 상을 치르는 자는 부모의 묘소 옆에 짚으로 된 움막을 짓고 그곳에서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입지도 않고 지내야 했다. 고기, 생선 반찬은 엄금이었고, 오직 나물과 물, 그리고 쌀죽 같은 부실한 음식만이 허락되었다. 부모를 죽인 죄인이라는 뜻에서, 3살 때 까지는 부모의 품에서 걷지도 못하고 지낸 그 은혜를 갚는 다는 의미에서, 그런 혹독한 상례를 지낼 것을 성현의 예법은 정하고 있었다.

 

 그로인해서, 부모의 초상을 치르다가 이것이 자식의 초상으로 이어지는 일도 왕왕 생겼다. 그래서 임금의 경우 이 상례를 고수하지 말 것을 역대 선왕들은 권고했다. 그러나 원칙주의자이자 효자인 인종은 이 예법을 고수하려 들었다. 임금이란 지위 때문에 중종의 능 옆에 시묘살이를 하지 못할 뿐이지, 그것만 아니면 지금이라도 당장 하고 싶다는 것이 인종의 진심이었다. 그러므로 인종은 고기와 생선을 먹지 않았고, 늘 상복을 벗지 않았다.

 

 이는 대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압박도 한몫했다. 문정왕후 윤 씨가 인종을 냉대하면 할수록, 인종은 그 효성을 증명해야한다는 강박에, 더더욱 상례를 고수하고 문정왕후에 대한 예를 지켰다. 인종의 정성에도 대비의 냉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비는 야심만만한 여자였다. 대비는 자신의 소생인 경원대군을 보위에 올리고 싶었다. 인종의 병약함과, 슬하에 후사가 없음이 그 야심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이 반드시 야심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생각할 수도 없었다. 인종이 병약하고 나이 서른이 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었으므로, 인종이 자식 없이 승하한다면 보위는 자연히 경원대군에게 돌아가게 된다. 기회는 곧 위험이기도 한 것이다. 인종이 자식 없이 오래 산다면 경원대군은 역모를 수반한 정치 투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제거 대상 1순위가 된다. 아무리 인종이 인자하고 우애가 깊다고 해도, 혹여 역모 음모에 경원대군이 휘말린다면 이는 국법으로 용서할 수 없는 대죄를 저지른 죄인이 되기 때문에, 아무리 인종이 임금이라도 감싸고 용서해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죽음만은 면한다 해도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고, 경원대군의 외가인 문정왕후 윤 씨의 집안은 쑥대밭이 될 것이다. 문정왕후 개인의 야심과 사악성과는 별개로 정치 구조가 만들어낸 환경이었다. 문정왕후와 소윤 일파 입장에서는 살기위해서라도 인종의 빠른 승하를 바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친아들인 경원대군을 낳기 전만해도 문정왕후는 인종에게 매우 자애롭고 친절 했었으나, 영리한 사람이었던 그는 곧 인종과 자신의 친아들이 양립할 수 없는 처지임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양립할 수 없는 처지라면 소극적으로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제거 당하느니, 먼저 적극적으로 공세를 취하자는 것이 문정왕후의 생각이었고, 또한 그것이 성미에도 맞았다.

 

 이는 인종과 윤임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인종이 설령 오래 산다고 해도, 후사를 보지 못한다면, 결국 보위는 경원대군에게 돌아가게 되어있다. 경원대군이 국왕이 되면 필연적으로 경원대군의 인척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인종의 측근들은 자연히 도태되고 제거 당하게 되는 것이다. 당대의 정치 상황은 결국 문정왕후와 윤임 개인의 선악 여부와는 상관없이 둘 중 하나가 쓰러져야만 끝나는 살벌한 결투로 치닫게 될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구조 앞에서 인종과 경원대군은 나약한 개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단지 인종은 자신의 성심과 왕도 정치의 실현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 그러나 이를 낙관하지 않는 문정왕후와 그 형제인 윤원로, 윤원형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인종의 죽음을 원해야만 했다. 더구나 문정왕후는 야심만만하고 머리가 명석하고 냉철한 여자였다. 이상주의자 인종과는 세상을 보는 잣대 자체가 달랐다.

 

 문정황후는 자신과 경원대군, 그리고 친정의 안위를 보장해 줄 것인지 지속적으로 캐물었고, 심지어는 언제 자신과 경원대군을 죽이고 자신의 박살낼 것 인지 따지듯이 물었다. 인종은 그 때마다 강력한 부정으로 응답했으나, 문정왕후의 물음을 가장한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누가보아도 이것은 시위였고 강짜였다. 그러나 이는 달리 말하자면 문정왕후가 느끼는 위협감의 반영일 수도 있었다. 물론 문정왕후도 인종이 자신과 아들인 경원대군을 죽이고 친정을 박살 낼 위인으로 보지 않았다.

 

 문정왕후가 걱정하는 것은 인종의 사람됨이 아니었다. 사람됨이 어찌하든 간에 인간은 구조의 지배 하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인 것이다. 남편 중종이 사악한 위인이어서 사화를 일으키고, 경빈 박씨 모자를 제거하고, 남곤과 심정 일파를 이용하다 김안로를 이용해서 제거하고, 다시 김안로를 제거하는 냉혹한 행보를 보였던가. 또한 지금은 인종이 인자해도 살벌한 정치판의 한 가운데에 선 임금이란 자리로 인해서 성격자체가 변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공격이 곧 방어인 것이다. 짐승들은 위협감을 느끼면 선제공격부터 가한다. 인간 역시 야생의 본능을 무의식 속에 간직한 짐승의 일종이다. 단지 다른 짐승들보다 지능이 높아서 문명을 이루고 살고 있을 뿐이다. 문정왕후도 마찬가지였다. 강짜를 부려대며 인종이 자신을 물렁하게 보지 못하도록 하는 동시에, 효성이 깊고 유교 원칙에 철저한 인종의 성품을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심리적 압박감을 주어서 피로하게 하여 지치게 만들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그 목표였다. 인종의 조속한 죽음까지 원하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인종의 빠른 승하로 인해서 결과적으로 문정왕후는 인종의 죽음 원했고, 그래서 인종의 죽음을 촉진시켰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6월 18일, 인종은 주다례(晝茶禮)를 올렸다. 주다례란 상중(喪中)에 임금이 선왕의 빈전이나 능으로 나아가서 낮에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전날 영의정과 좌의정, 우의정이 인종의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고 날씨가 더우니 주다례를 거행하지 말자고 건의했으나 인종은 예법대로 기어코 강행했고, 주다례가 끝난 후에 대비 문정왕후에게 문안을 올렸다.

 

 계모에게 절을 올리려고 무릎을 꿇을 때 인종의 다리가 후들거렸고, 엎드린 후에 바로 일어서지 못 했으며, 일어서면서 비틀거렸다. 인종은 위태로워 보였다. 문정왕후 윤씨는 미소를 지으면서 인종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보러온 아들에 대한 기특함으로 지은 웃음인지, 자신의 친아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의붓아들의 악화된 건강을 보며 짓는 기쁨의 미소인지는 문정왕후 본인만이 알 것이나, 그 미소를 바라보는 제 3자와 후대에 사는 사람들은 후자, 즉 기쁨의 미소라고 대부분 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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