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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작가 : 강이안
작품등록일 : 2020.8.31

문 여는 자는, 영계에서 넘어오지 않아야 할 영들이 넘어오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두 남녀 주인공이 선택되고 모험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현대판타지물입니다.
두 남녀 주인공, 민호와 은지는 로마로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인데, 한국에 돌아와 둘이 같이 해결해야 일을 떠맡게 됩니다.
건너편 세상에서 온 108개의 영혼을 다시 되돌려 보내거나 소멸시키도록 임무를 부여받고 그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여러 어려움을 무릅씁니다. 그 여정 재미나게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 여는 자 1 -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37
작성일 : 20-10-19 07:21     조회 : 277     추천 : 0     분량 :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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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

 

  아이고, 엄마. 여기 또 나와 계시네. 좁지만 차가 지나갈 정도의 폭은 되는 골목길 한쪽에 쭈그리고 앉은 노인을 발견한 여자가 종종 걸음으로 다가선다. 앞으로 삐져나온 몇 가닥의 흰 머리카락을 제외하곤 뒤로 단정히 모아져 하나로 묶인 머리의 노인은 자신의 발 아래 뭔가 신기한 것이 있는지 거기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엄마, 집에 가자. 노인을 일으켜 세우려는 여자가 팔을 잡아끌어도 노인은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여자가 다시 힘을 줘서 허리를 들어 올리자 노인은 별다른 저항 없이 일어선다. 고개는 그저 밑으로 향한 채 들지 않고 여자가 이끄는 대로 걷는다.

  “아줌마, 배고파.”

  여자는 노인의 허리에 얹은 손에 힘을 줘가며 대답한다.

  “안 그래도 밥시간이 되서 내가 찾았잖우. 여기는 차가 다니니까 이리로 나오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나오네.”

  노인을 이끄는 여자의 얼굴은 피로해 보이고 눈 아래 기미가 촘촘히 끼어 있다. 머리는 노인처럼 뒤로 묶어서 하나로 모았고 입술 끝에는 조그만 부스러기가 올라왔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벽을 지나 장석재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조그마한 낡은 대문을 열고 단층으로 된 집 안으로 들어서자 마당에 펼쳐져서 말라가는 고추가 보인다. 세숫대야와 바가지가 붉은 대야와 한 조를 이루어 구석에 자리하고 그 위에 땅에서 기어 나온 덩굴이 성글게 위로 뻗치는 중이다. 여자는 노인을 마루에 앉히고 부엌으로 들어서며 계속 말을 건다.

  “엄마, 오늘 내가 육교를 건너다가 나물 파는 할머니 만났거든. 그 할머니 자기가 직접 기르니까 나물이 싱싱하더라고. 맛나게 참기름에 무쳐줄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알았지?”

  부산하게 손을 놀리면서도 여러 번 확인하듯 노인을 쳐다보던 여자는 불을 지펴서 요리를 하느라 잠시 정신을 빼앗긴다. 밥을 퍼서 공기에 담고 상을 차린 후 내오는 사이 윗도리를 벗어서 옆으로 개켜놓은 노인을 발견한다.

  “아따, 그 사이 또 이러고 계시네. 뭐하는 거여. 누가 보면 남사스럽게.”

  “더워. 땀 나.”

  노인의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보고 여자는 상을 바닥으로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하얀 수건을 찾아내서 노인의 목 주위를 훔친다.

  “더위 탈 게 뭐가 있다고.”

  손사래를 치는 노인을 어떻게든 달래서 옷을 입혀주려 하지만 여의치 않자 포기하고 상을 돌려 노인 앞으로 밀어준다. 수저를 노인과 자신 앞으로 두더니 식사기도를 한 후 노인에게 밥을 뜨도록 재촉한다.

  “이거 나물 한 번 떠 봐. 막 무쳐서 맛날겨. 옷은 나중에 입던가 하고. 하이고, 할마시. 한씨름 했더니 나도 덥네. 땀나는 거 봐라.”

  노인의 땀을 닦아준 수건으로 자신의 땀을 닦더니 숟가락을 들어 밥을 퍼서 입으로 넣고 나물을 집는다. 여자가 밥을 먹는 것을 보던 노인은 따라서 밥과 나물을 입에 넣고 씹는다. 여자는 밥을 먹는 노인을 많이 먹으라고 어르면서 다시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

  “다시 여름이 오는 감. 왜 이렇게 더워.”

  손에 든 수건으로 부채질을 해가며 밖을 보는데 담 위로 솟아나 있는 얼굴을 발견한다. 머리 꼭대기에서 턱 바로 밑까지 담 위에 올라있는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벌건 살덩어리가 드문드문 보인다. 부채질하던 손이 멈추고 눈과 입이 위아래로 벌어진다. 입에 남아있던 밥알들이 후두둑 밑으로 떨어져 내려 바닥으로 흩어진다. 노인은 밥 먹는데 집중해서 계속 꾸역꾸역 씹는다. 여자는 손에 든 수건을 떨어뜨리더니 조금 더 가까이 보기 위해 상체를 내민다.

  “설마, 오……빠?”

  남자의 얼굴은 시선을 안으로 고정한 채 아무 말도 않는다. 잠시 애틋한 표정이 얼굴 위를 스치더니 주위로 노란 빛이 연하게 일렁인다.

  “그렇게 갔으면서 어떻게, ……, 여길, 여길 왔어?”

  남자가 뭔가 말하려 입을 움직이려다 멈춘다. 음식을 씹고 있던 노인이 고개를 돌려 남자를 쳐다본다. 남자가 노인과 눈을 마주친 후 얼마를 그러고 있었을까. 그 얼굴 주위로 가스를 태우면 맨 처음 일어나는 노란 불이 잔털을 날리듯 훌렁거린다. 조금씩 그 기세가 세지며 눈에 띄게 뻗치자 여자가 기겁하는 소리를 낸다.

  “맙소사! 저 불길! 그때, 성당에서도 오빠였어? 내 몸에 불나게 한 거, 오빠였어?”

  남자는 여자의 말에 인상을 찡그리고 그에 따라 불길이 더 거세진다. 여자는 마당으로 내려가더니 손에 잡히는 대로 바가지를 들고 남자를 향해 휘젓기 시작한다.

  “불이랑 같이 세상 버렸으면 그렇게 갈 것이지 이제와 뭘 어쩌겠다고 그 불을 끌고 온 것이여! 그 불로 우리 가족 다 태워죽이게!”

  여자가 소리를 지르며 바가지를 들이대자 남자의 얼굴이 담 밑으로 사라져버린다. 여자는 휘두르는 손을 멈추지 않고 악을 쓰는데 뒤이어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대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선다. 여자는 방향을 바꾸느라 잠시 틈을 보이더니 다시 기세를 올린다.

  “어딜 들어와! 어딜!”

  여자가 바가지 든 손으로 앞으로 나서려는 찰나 안으로 들어서는 남자가 방금 전 보았던 얼굴이 아니자 급하게 멈춘다.

  “아이구야. 충이 아빠.”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여자가 황망한 얼굴로 들었던 손을 내려놓은 채 충이 아빠라고 불린 남자를 따라 시선을 돌린다. 남자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마당으로 들어서다 볼이 불룩하게 입을 채운 노인을 발견한다.

  “우리 장모님 식사 하시네. 많이 드시요.”

  남자가 신발을 털어버리듯 벗어던지고 방 안으로 들어서자 여자가 뒤에 대고 소리친다.

  “호, 혹시, 들어오다 누구 못 봤는 감?”

  “보긴 누굴 봐? 골목에 쥐새끼 한 마리 없던데.”

  방 안으로 들어선 남자는 술 냄새를 풍기며 아무것도 깔려있지 않은 맨 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여자는 꺼림칙한 낌새로 남자에게 다가간다.

  “정말 아무도 없었어?”

  “아, 없었다니까 서방 말을 코로 듣나?”

  “밥만 푸면 되는데 같이 한 숟갈 뜨지?”

  “밥은 배고플 때 먹어야지. 있다가.”

  “아유, 또 술이야. 술 좀 작작 마셔!”

  여자가 비난하는 투로 말하는 사이 남자는 이미 곯아떨어져서 코를 골기 시작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다가가 베개를 머리맡에 넣어주더니 방문을 닫고 밖으로 나온다. 밖에는 열심히 음식을 씹어대는 노인만 보이고 담 위나 마당 근처 어디에도 사람의 자취는 없다. 여자는 바닥 한가운데 엎어져있는 바가지에 시선을 뒀다가 다시 노인을 보더니 철퍼덕하는 소리가 나게 상 앞에 주저앉는다.

  “오빠가 왔네. 오빠가 왔어. 지 몸을 태웠던 불까지 거느리고 이리로 왔네. 엄마! 우리는 어쩌면 좋아?”

  노인은 그 말이 들리지 않는다는 듯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입 안에 들어있는 음식을 삼키더니 다시 입 안으로 밥과 나물, 이번에는 김치도 함께 넣고 씹어댄다. 씹고 또 씹는다. 씹는 사이사이 그 운율을 정교하게 나눠가며 씹는다. 마치 리듬이라도 타듯이.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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