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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붓을 들 것이다.
작가 : 번트엄버
작품등록일 : 2020.9.29

평범했던 주인공이 한여자를 만나 화가를 꿈꾸며 겪는 인생 스토리 입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한민국에서 화가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기 입니다.

 
3화. 장마시작.
작성일 : 20-09-29 13:18     조회 : 83     추천 : 2     분량 : 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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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장마 시작.

 

  셋째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어제와 달리 약간 우중충한 날씨.

  “ 다녀오겠습니다!”

  씩씩하게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섰다.

  '어제의 성공을 주춧돌 삼아 뛰어 오르자.'

  다짐하며 버스를 잡아탔다. 버스 안에는 졸고 있는 아주 머니가 우산을 턱에 괴고 있었다.

  ‘오늘 비가 오려나?’

  버스는 버스 나름대로 기사님의 개인 취향에 따른 라디오 방송을 엿 들을 수 있어 좋다.

  기상 캐스터가 말했다.

  “제주도 남쪽 해상에 머물던 장마 전선은 오늘 오후부터 북상해 오며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중서부 지방, 영동지방 까지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게 되겠습니다. 이번 장마전선 북상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예상됩니다....저지대 침수가 예상되는...”

  아니. 비가 얼마나 온다는 말인가? 우산도 안 챙겨가지고 왔는데...

  세종이에게 전화를 건다.

  “ 야 세종아. 우산 하나만 더 챙겨가지고 나와. 오후 늦게부터 비 오게 생겼다.”

  “ 오케이. 특별히 찢어진 우산으로 챙겨 주겠어.”

  이 썰렁한 농담은 당최 적응이 안 된다. 비가 오기 전이라 그런가? 높아질 때로 높아진 습도는 불쾌지수도 끌어 올리고 있었다.

  “ 야. 오늘 장사는 틀린 거 아냐?”

  세종이가 말을 잇는다.

  “ 그래도 나가는 봐야지.”

  내 대답에는 힘이 없다.

  예상과 다르게 오후 즈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장마 전선이 올라온다는 뉴스를 모두 들은 탓인가? 내부 세차는커녕 외부 세차 손님도 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녁때 부터 장마 비 가 쏟아진다 하니 그 누가 세차를 하겠는가?

  ‘ 근데 비가 계속 오면 어쩌지?’

  우리는 시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내부세차 영업만으로 돈을 챙기다 보니 세차손님이 아예 없으면 그냥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될 형편이었다. 이런 저런 상념으로 몇 손님 받지도 못하고 하릴없이 하루가 가고 있었다.

  “ 야 주민아. 내일도 이러면 어쩌지?”

  세종이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 있었다.

  “ 그러게. 이거 큰일이네.”

  “ 나야 그렇다 치지만 너는 차비까지 들여가며 하는 건데. 처음부터 생각을 잘못 한 거 아닌지 모르겠다.”

  “ 김새는 소리 하지 마. 잘 될 때도 있으면 잘 안 될 때도 있는 거지.”

  “ 내일까지 좀 지켜보자.”

  이 녀석 농담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려 우산을 폈는데 진짜로 찢어진 우산이었다. 다행히 비가 많이 오지는 않고 있어서 그럭저럭 집까지 쓰고 갈 만 했다. 집에 가는 길에 엄마가 있는 미용실에 들렸다.

  “ 엄마.”

  “ 아이고 우산 안 가지고 가서 걱정했는데.”

  “ 어. 가는 길에 세종이에게 전화해서 우산 남는 거 하나 가지고 오라고 했어.”

  “ 다행히 세종이가 챙겨줬구나.”

  “ 어. 비만 안 맞으면 됐지 뭐.”

  세종이 녀석이 찢어진 우산을 줬다는 말을 굳이 엄마에게 하지 않았다. 장난기 많고 다소 이기적인 성격인 녀석인지라 찢어진 우산을 줬다고 말하면 엄마에게 미운털이 박힌 세종이는 우리 엄마 앞에서 더 작아질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동창인 녀석은 전교 석차 4등 까지 해본 공부 꽤나 하던 녀석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농구하는 걸 좋아했던 나는 승부를 할 때는 승부를 하는 승부사 기질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목표하는 지점이 생기면 반드시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투지가 생기는 특징이 있었는데 중3때 같은 반에 짝꿍까지 된 세종이가 내 최종 목표가 되었다. 3학년 동안 이 녀석을 성적으로 한 번 만 이겨보자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단 기간에 성공 할 수 없던 목표였기에 차근차근 해야 했다. 안양지역은 당시에 시험을 보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구조였다. 그래서 중3들은 누구랄 것 없이 미친 듯이 공부를 해야했다. 나 역시 마찬 가지였다.

  기말고사 즈음 세종이는 학력고자 준비한다고 내신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반면, 나는 암기과목 위주로 달달 외우고 있었다. 이번 기말고사에서 세종이를 이기지 못한다면 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했던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고 그 시험에서 나는 세종이를 반석차로 이겼다. 나는 반에서 7등. 세종이는 9등. 세종이는 입학시험을 준비한다고 기말시험 소홀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암기과목 달달 외운 나는 모든 암기과목을 거의 만점 가깝게 맞은 것이 승부수였다.

 

  “ 집에 들어가는 길에 라면이랑 계란, 아빠 좋아하시는 삼포만두 하나 사가지고 들어 가.”

  집에 도착한 나에게 엄마는 심부름을 시켰다.

  “ 남은 돈은 내 용돈.”

  “ 그래. 그렇게 해.”

  오늘은 아버지가 술을 한 잔 하시고 조금 늦으시는 모양이다. 엄마는 아버지가 현장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술을 한 잔 드시고 조금 늦게 오시는 날이면 저녁 때 꼭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국물에 삼포만두를 하나 가득 끓여 내드리곤 했는데 아버지는 그 많은 걸 다 드셨다.

  어렸을 때 우리는 시간이 늦어서 자고 있을 무렵, 엄마가 정성스럽게 끓여 내온 만둣국 냄새에 잠이 깨곤 했는데 군침은 돌았지만 아버지한테 한 입만 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뭔가 약속한대로 누나들도 잠만 자고 있었다. 아버지한테만 허락된 그 만둣국. 그 것은 마치 성역 같았다.

  내가 중학교 갈 무렵까지 우리 집은 미용실 단 칸 방에서 다섯 식구가 살았다. 누나들이 커가면서 부모님은 미용실 가까운 곳에 빌라를 사서 이사를 계획했는데 모든 식구가 다 이사를 할 수는 없었다. 빛을 내서 집을 급하게 산거라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부모님은 집 일부를 전세로 놨었다. 누나들이 방 하나를 쓰고 전세 세입자가 다른 방 두 개랑 주방 거실을 쓰게 됐는데 넓은 면적을 세입자들이 쓰게 되는 구조다 보니 누가 세입자고 누가 집주인인지 헷갈렸다. 심지어 세입자가 더 잘 살았다. 캐나다에서 일하시는 세입자의 남편이 때때로 사오는 값비싸 보였던 물건들. 양주. 뭔지 모르게 고급스러워 보였던 가구와 집기들. 그 물건들이 우리보다 세입자가 부자임을 증명했다.

 우리 가족은 내가 중학교 2학년이 될 때 쯤 돼서야 다 같이 살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아...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중, 서부 지방에 자리 잡은 장마 전선은 그간 잔뜩 머금고 있던 비를 세차게 퍼붓고 있었다.

  “ 주민아.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세차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침 식사를 하는 중에 큰 누나가 묻는다.

  “ 그러게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문제는 시급을 받지 않는 조건으로 들어간 거라 손님이 없으면 무료봉사라는 거지.”

  작은 누나가 한 마디 덧붙인다.

  “ 네가 하는 게 다 그렇지. 조건이 안 좋았으면 하질 말았어야지.”

 뼈를 때리는 소리다. 맞다. 조건이 안 맞으면 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작은 누나는 종종 맞는 말을 하는데 지금이 그때인거 같다.

  “ 한말이 있으니까 책임 있게 행동해야지.”

  말이 책임이지 이런 부당한 처사에 처음부터 휘말리지 말았어야 했다.

  출근 시간에 맞게 길을 나섰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오니까 지하철이나 타고 가야겠다.

  탑승구 맨 끝으로 가서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인다. 담배가 비에 살짝 젖어서 불이 잘 붙질 않는다. 싸구려 라이타는 오랜 시간 불을 붙이고 있으면 그 열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지기 때문에 망가지지 않게 살 살 달래며 불을 붙여야 한다. 드디어 담배에 불이 붙었다. 빗물에 젖은지라 약간 쩐 맛이 난다. 아. 커피를 한 잔 마셔야겠다. 그래야 이 쩐 맛이 희석 되리라. 커피와 담배를 즐기고 전철에 몸을 싣는다. 장마 기간이라 습해서 인지 뭔지 모를 냄새가 난다. 몸이 살짝 움츠려 든다.

  비오는 날이면 내 신발은 언제나 안쪽까지 젖어든다. 그래서 비가 오면 나는 전투력이 약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나는 농구하기를 참 좋아했었다. 그래서 나의 신발들은 3개월 정도면 바닥이 다 떨어져 나갔다. 농구 선수들처럼 코트에서 농구를 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지 금방 바닥이 떨어졌다. 여러 켤레를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에 하나밖에 없는 신발이 었기에 발 냄새 또한 경악할 수준이었다. 나에게서 나는 냄새였지만 나도 적응이 안되는 냄새였다. 신발바닥이 다 떨어진 터라 조금 걷기만 해도 바로 다 빗물에 젖어 버린다. 오늘 또한 마찬가지. 나는 다 젖은 신발을 신고 주유소에 도착을 했다. 비가 와서 추워서 그런지 주유소직원들은 평소에 입던 조끼가 아닌 점퍼를 입고 있었다.

  “ 저 점퍼 왠지 따뜻해 보이지 않냐?”

  어느새 세종이가 옆에 와 있었다.

  “ 뭔가 방수도 되는 거 아니야?”

  이런 농담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장님한테 갔다.

  “ 사장님. 저희는 점퍼 안 주시나요? 다들 입고 있는데 통일성 있게 저희도 입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어. 너희 거는 미처 시키지 못했어. 며칠 기다려봐. 시켜줄 테니까.”

  옆에서 듣고 있던 부장님이 거든다.

  “ 소량으로 시키면 비싸요. 사장님. 나중에 디자인 새로 해서 할 때 그때 줄게.”

  ‘ 이게 무슨 개소린가? 우리도 춥다고요, 다들 따뜻하게 입고서 우리만 그냥 우리 옷 입고 일하라고?’

  뭔가 모를 소외감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신발도 젖었고 마음도 울적해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새로운 유니폼을 만들 때까지 우리가 여기서 일하고 있을까?

  “ 알았어요. 방수 되는 거 아닌 이상 우린 필요 없어요.”

  “ 나가서 담배나 한 대 피우고 오자. 세종아.”

  우산을 받쳐 들고 주유소 밖으로 나와 담배를 문다.

  “ 뭔가 우리 차별 하는 거 느껴지지 않냐?”

  담배에 불을 붙이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역시 기분이 안 좋다.

  “ 맞아. 유니폼이 여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냐?”

  “ 그치. 근데 왜? 우리를 차별하지?”

  “ 맞아. 우리같이 고급 인력을 말이야. 나중에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다.”

  “ 근데 참, 너 일기 예보 봤냐?”

  “ 아니. 난 요즘 집에서 기타 치느라 아무것도 못한다. 학교는 자퇴했으니까 새로운 밴드에 들어가려고.”

  “ 뭔가 하긴 할 건가 보네. 아니 좆 된 거 같아서. 일주일 넘게 비 온대.”

  “ 뭐? 그럼 우리 계속 공치고 있어야 되는 거야?”

  “ 비가 오다말다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내린다니까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야.”

  “ 일기 예보가 다 맞는 거는 아니니까 일단 지켜보자.”

  말을 하다 보니 언제 피웠는지 담배한대를 다 피워가고 있었다.

  빗줄기는 더 굵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작은 경비 초소 같은 알루미늄으로 이루어진 좁은 공간에 구겨져 앉아 있었다. 휴학을 한지 열흘 남짓 흘렀을 때였다. 그 사이 학교일은 까맣게 잊고 여기서 고군분투 하며 나흘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며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그럼. 밴드 오디션 같은 거 보는 거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 어. 술집에서 만난 형이 있는데 그 형이 알고 보니까 우리 고등학교 선배더라고. 밴드 선배기도 하고 세 곡 정도 연습해서 오라고 했어.”

  “ 아. 그래? 열심히 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 빨리 돈 벌어서 장비도 사야하고, 기타도 좋은 걸로 사야하고.”

  “ 그러게 돈 벌어야 하는데 지금 이게 뭐냐?”

  “ 다음번에 그 술집 같이 가자. 내가 그 형 소개 시켜줄게. 기타 졸라 잘 쳐.”

  “ 그나저나 학원은 잘 있나 모르겠다. 애들이랑”

  “ 너 자른 학원인데 뭐가 그리 궁금하냐?”

  “ 그래도 우리가 나온 학원이고 입시도 치열하게하고 추억도 많잖아. 배샘, 우샘도 다 계시고.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

  “ 야 가지마. 그냥 샘들은 밖에서 보면 되지. 그리고 지금 여름 방학 특강 들어간다고 바빠서 정신없을 거야.”

  “ 음. 그렇긴 하겠다. 여름 특강 때 학생들 많이는다고 했는데.”

  촤아악.

  빗물이 들어차 우리가 있는 곳 앞에 아스팔트 바닥에 움푹 페인 곳을 차가 지나가면서 나는 소리다. 촤아악. 촤아악.

  배고파 들린 밥집에서 든든하게 밥을 먹은 차들은 왠지 엔진소리도 달라지는 거 같았다. 힘이 바짝 들은 차들은 저마다의 다른 소리를 내며 주유소를 빠져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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