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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그녀는 독신주의
작가 : 서도
작품등록일 : 2020.8.26

N포시대에 많은걸 포기하고 살아가는 요즘, 지담은 악바리 근성으로 다행히 취업에는 성공...그러나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 건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안하는 그녀다. '그래, 사랑따위만 하지 않는다면 연애니 결혼이니 하는건 평생 없을 일이야'라고 다짐하며 일에만 집중하는 지담에게 두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한명은 오랜친구 다른한명은 새로운 남자! 과연 지담의 다짐은 지켜질 수 있을까?

 
14. 난 네꺼고 넌 내꺼야
작성일 : 20-09-16 21:05     조회 : 27     추천 : 0     분량 : 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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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난 네꺼고 넌 내꺼야

 

  스펙 타클한 주말을 보낸 지담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수훈의 어머니가 만나자는 연락도 모자라, 난생처음 남자친구까지 생겼다.

 

 “하~”

 

 짧은 한숨을 내뱉은 지담은 3개월 동안 막무가내인 이 남자가 어떻게 나올 지 걱정이 되었다.

 

 -그래, 3개월만 버티자-

 

 그렇게 다짐하면서도, 왠지 이 남자에게 휘둘린 느낌은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귀찮은 남자 하나 떼어내기 위해서 너무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한편으로 들기도 했다.

 

 그러나 어제 그 남자의 행동으로 봐선,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신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세윤이 한몫을 했다.

 

 지금까지 남자들이 지담에게 다가와도 가만히 지켜만 보던 세윤이었다.

 

 그래서 어제 세윤의 행동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지담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다음 달 때문에 그래?”

 

 김 선배가 지담의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넸다.

 

 “네,네~에?”

 

 “뭐야~다음 달이 5월 가정의 달이라 프로그램 때문에 고민하는 거 아니었어?”

 

 “맞아요...프로그램... 때문에...행사가 한 두 개도 아니고...”

 

 지담은 선배의 말에 뜨끔해서 거짓말을 했다.

 

 -으~악 내가 지금 뭐 하는 거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정신 차리자 -

 

 그렇게 속으로 경악을 하면서, 당분간 야근을 생각하는 그녀였다.

 

 한편, 강현은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지담과, 어제 3개월 계약 연애를 체결(?)하고는, 잘 들어갔냐는 문자를 남겼지만, 답장도 없었고, 퇴근 후, 지금까지 전화 연락을 해도 받지 않는 그녀 때문에....

 

 “오호~ 이렇게 나오시겠다? 3개월만 버틸 생각인 것 같은데, 그렇게는 안되지...”

 

 그러고는 핸드폰을 집어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네~이 선생님... 어쩐일이세요?”

 

 “아~세윤씨, 지담씨가 전화를 안 받아서요... 혹시 어디에 있는지 세윤씨는 알고 있을 것 같아서 연락 드렸습니다”

 

 “큭큭... 지담이가 좀 쉽지 않죠? 지담이 지금 복지관에 있어요. 다음 달이 5월이라 행사가 많거든요, 야근할 거라고 아까 저랑 통화했어요””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오늘처럼 저 도와주실 수 있나요? ”

 

 “그럼요...제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도와드릴게요”

 

 “아~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우리 지담이 잘 부탁드려요”

 

 통화 후, 강현은 든든한 지원군이 생겨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적진을 향하는 비장은 얼굴로 차에 몸을 실었다.

 

 ----

 

 복지관 앞, 강현은 차를 주차하고 2층 사무실로 곧장 올라갔다.

 

 그의 손에는 초밥집 종이가방이 들려져 있었다.

 

 야근할 때는 저녁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다는 세윤의 말을 듣고 야근하는 그녀를 위해서 오는 길에 포장을 해왔다.

 

 사무실에는 지담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노크를 할까 하다가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에 조용히 들어온 강현은, 지담의 뒤로 살며시 다가가서 초밥을 지담의 자리에 내려놓았다.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던 지담은 자신의 눈앞에 종이가방이 놓인 것을 보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이 강현...그 남자가 해사하게 웃으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루종일 그의 연락을 무시한 그녀이기에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리둥절한 지담이었다.

 

 “야근 한다기에... 저녁... 안 먹었을 것 같아서...”

 

 강현은 뭐가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흐렸다.

 

 “내가 야근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아~다 아는 수가 있지... 배고픈데 일단 먹고 하는 건 어때?”

 

 “저녁 안 먹었어?”

 

 “어... 당신이랑 같이 먹으려고 2인분 사왔어”

 

 못 말린다는 듯 지담은 종이가방을 들고 상담실로 향했다.

 

 “세윤이 작품이네...”

 

 무슨 말인가 하고 강현은 지담을 바라보면서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내가 야근 한다는 거 세윤이만 알거든?”

 

 그제야 강현은 말뜻을 이해하고,

 

 “당신, 친구 하나는 잘뒀어”

 

 그러고는 초밥 하나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전화는 좀 받지?”

 

 하루종일 전전긍긍한 강현이, 툭 내뱉 듯 말했다.

 

 “내가 왜? 3개월 계약과 내 마음만 조건을 단 건 당신이야”

 

 “그래 내 발등 내가 찍었지”

 

 라고 말하는 강현이었다. 그 말을 듣는 지담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건 고맙네”

 

 지담은 배가 엄청 고팠던 차에 잘 됐다 싶어 허겁지겁 초밥을 입안에 쑤셔 넣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녀의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입 안 가득 초밥을 넣은 그녀의 양 볼이 다람쥐의 먹이 주머니처럼 볼록해졌다.

 

 그 모습마저 귀엽게 바라보는 강현은 검지 손가락으로 그녀의 볼을 톡톡 건드렸다.

 

 지난번부터 이 귀여운 볼을 만져보고 싶었던 그였다.

 

 깜짝 놀란 지담은, 물을 단숨에 들이켜 꿀꺽 삼키고는,

 

 “뭐, 뭐 하는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뭘?” 하고 시치미를 떼는 그였다.

 

 “아~씨, 지금 내 뺨을 건드렸잖아”

 

 “당신도 내 전화 안 받았잖아? 하루종일 애태운 벌 이야...”

 

 강현은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전화를 받게 할 작정이었다.

 

 “내가 당신 전화 안 받으면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올 거란 말이네”

 

 “이럴 땐, 눈치가 빠르단 말이지~”

 

 “이러려고 계약서 안 쓴 거지”

 

 “이런~ 너무 빨리 들켜 버렸네...”

 

 강현은 생글생글 웃고 있는 반면, 지담은 강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안 잡아 먹을 테니까 밥이나 마저 먹어”

 

 강현은 웃으며 말했지만, 지담은 자리를 옮겨 맞은편에 앉았다.

 

 그 모습에 강현은 큭큭 거리며 웃었지만, 지담은 아랑 곳 하지 않고 남은 초밥을 마저 먹었다.

 

 

 “야근을 자주 해?”

 

 저녁도 못 챙겨 먹는 지담이 걱정돼서 그가 물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행사가 많거나 새로운 프로그램이 생기면 종종해... 그건 왜?”

 

 지담은 상담실을 정리하고 커피를 강현에게 건네며 그에게 물었다.

 

 “저녁도 못 챙겨 먹을 정도로 일이 많나?”

 

 “지금 나 걱정해주는 거야?”

 

 “그~럼, 이제 내가 당신 남자친구잖아”

 

 “3개월 후면 끝날 사인데, 나한테 너무 빠지면 곤란한데?”

 

 그녀의 말에 그는 이제 대수롭지도 않은 듯,

 

 “끝날 사이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가봐야 아는 거고... 이제부터는 당신이 나한테 빠질 차례지.... 난 이미 당신한테 빠져있으니까...”

 

 그러고는 지담에게 다가가 뺨에 붙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정리해주며 말을 했다.

 

 그의 손길에 지담은 움찔했다.

 

 “자꾸 허락 없이 내 몸에 손대지 마. 알았어?”

 

 “허락은 해줄 건가?”

 

 “무,무슨.. 내 말뜻은 그게 아니잖아”

 

 그녀가 당황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 강현은, 점점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한 걸음 다가가면, 그녀는 한걸음 물러서길 여러 번... 결국, 그녀의 등은 벽을 등지게 되었고, 강현은 두 손을 벽에 짚어 그녀를 가두었다.

 

 그녀는 벗어나기 위해 그의 가슴을 밀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적어도 3개월 동안은 난 네꺼고, 넌 내꺼야”

 

 라고 나지막하게 말하고는 씨익 웃으며 그녀에게서 서서히 물러났다.

 

 지담은 얼굴이 붉게 물들었으며, 그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아서,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라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

 -두근두근두근-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걸 느낀 지담은 물을 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별말도 아닌데, 가슴이 왜 이렇게 뛰지? 미친 거 아냐? 진정해 서지담-

 

 그리고 그녀는 3개월의 시간이 그냥 흘러가지는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고, 머릿속에서는 이제야 후회를 하고 있었다.

 

 무모한 짓을 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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