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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사님~ 제발 그것만은...
작가 : 라미루이
작품등록일 : 2020.8.1

일년전 사별한 남편이 꿈속에 나타나기만 하면 분위기가 요상해져..이를 어쩌지..잠을 안 잘 수도 없고..남보다 생생한 꿈을 꾸는 시아 엄마
"정이수"의 꿈과 현실을 오가는 처절한 생존 육아 분투기. 얼마 전부터.. 귀가 간질간질.. 아이들 속마음까지 들리는데. 과거 계약연애를 했던 이사님은 늘찬 아빠가 되어 나타나고. 이사님과의 좌충우돌 티키타카는 현실이라네~
#꿈환상공포호러판타지 #여주히어로 #여주사이다 #이사님은엉뚱찌질집착파트너 #무궁무진스토리 #로코물 #재회물 #육아물 #이세계모험물
ramilui5058@gmail.com

 
18. 구멍에 그걸 넣으면 어떡해?
작성일 : 20-08-14 21:11     조회 : 44     추천 : 0     분량 : 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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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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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멀리서 시아가 달려온다.

 

 무슨 일이 벌어진 듯한데...

 

 "늘찬 아빠! 느, 늘찬이가.."

 "시아야! 무슨 일 있어?"

 

 "저기, 늘찬이 아픈 거 같아요..."

 

 톡! 건드리면 울음보가 터질 듯한 얼굴로 걸어오는 늘찬...

 

 "잘 놀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대답을 피하고 애써 눈길도 피해버리는 아이.

 

 "아빠가 야단 안 칠 테니 솔직히 말해봐.. 괜찮아."

 

 늘찬이 발끝만 내려다보고 입을 안 열자, 보다 못한 시아가 한 마디 한다.

 

 "늘찬이... 땅에 떨어진 열매를..."

 

 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뒷짐을 진 채 신발 끝으로 운동장 모래를 찍어댄다.

 

 "열매? 열매로 뭘 했길래?"

 

 "저어기.. 나무 아래 열매가 많은데... 그걸..."

 

 "하늘찬, 이제부터 네가 말해봐."

 

 울그락불그락 울상이 된 아이가 힘겹게 입을 여는데...

 

 "태준이가.. 자기는 한 개 넣을 수 있다고 해서..."

 "태준이? 뭘? 어디에 넣어?"

 

 "걔가 "콧구멍"에 열매를... 누가 많이 넣나 대결하자 해서..."

 "뭐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허리를 잔뜩 구부린 이사님의 손등을 톡톡 두드리는 시아...

 

 "제가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요..."

 "그래?"

 

 "태준이는 열매 하나 넣고는 "흥" 하고 뱉어냈는데, 늘찬이는요..."

 

 모두가 궁금한 표정으로 늘찬을 바라본다.

 

 이사님: "넌 그걸 몇 개 넣었는데?"

 

 고개를 떨군 채 손가락 셋을 천천히 들어 보인다.

 

 "세 개? 어휴..."

 

 아이의 왼쪽 콧구멍 위쪽이 살짝 부어오른 게 눈에 띄고...

 

 그 와중에 이사님은 구름사다리 근처에서 놀고 있는 태준이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다.

 

 "어디 한번 콧속 좀 봐도 될까?"

 

 이수는 늘찬의 얼굴을 뒤로 젖히고 폰 플래시를 켜서 콧구멍을 들여다보니,

 잔뜩 긴장해 동그래진 콧구멍 저 안에 조그만 열매들이 틀어막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런 황당한 상황이... 벌어질 줄이야...)

 

 난감한 그녀의 표정을 보자 아이의 맑은 눈동자에 차오르는 눈물...

 "... 괜찮아...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아이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

 

 [... 어, 엄마가 옆에 있으면... 무섭지 않을 텐데...]

 

 "응?"

 

 이수의 귓가에 희미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곧 사라진다.

 

 (.. 뭐지? 방금 목소리는...)

 

 

 멀리 쭈그려 앉아 흙을 쑤시는 태준이와 대화를 마치고 곁으로 다가온 이사님.

 

 "늘찬아, 아빠가 오른쪽 콧구멍을 막을 테니까 "흥!" 하고 코로 숨을 내뿜어봐."

 

 "숨을 들이 삼키면 안된다잉.."

 

 아이 얼굴에 대고 "흥, 흥, 흥" 센 콧김을 내뿜어 보이는 아빠의 시연...

 

 그 바람에 피식 웃음이 터지는 이수...

 

 "아니, 이 위급한 상황에 웃음이 나와! 남의 일이라고 지금 방관하는 거지?"

 

 "웃긴 걸 어떡해요? 절대 수수방관 아니거든요.

 자, 늘찬아. 이모 한번 따라 해 봐.."

 

 "이모? 당신... 고모 아닌가?"

 "...이모든 고모든... 뭔 상관... 늘찬아, 그냥 이모라고 불러!"

 

 다 큰 어른들의 속알머리 없는 티격태격을 보다 못한 시아가 대신 나선다.

 

 "하늘찬, 나 따라 해 봐.."

 

 한쪽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킁 하고 콧김을 내뿜는 시아...

 마주 선 아이가 그대로 따라해 보지만 소용이 없다.

 

 어째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열매가 더 깊이 들어가는 듯 숨쉬기 힘들어하는데...

 

 멀리서 이 상황을 바라보다 궁금증을 못 참고 다가온 태준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아, 태준 엄마... 글쎄 늘찬이 태준이랑 놀다가.. 열매를 콧구멍 속에...넣었어요!"

 

 곧바로 태준이는 사태를 파악한 엄마에게 팔을 잡혀 끌려오고...

 

 "태준이 너!! 늘찬이랑 "열매 집어넣기 대결" 왜 한 거야?"

 

 "그, 그냥.. 잼있을 줄 알고..."

 

 쭈삣쭈삣대며 나오는 대답

 

 "어이구.. 잼 있으면 아무거나 다 해도 돼? 콧구녕에 그건 왜 넣는 거야?"

 

 다짜고짜 꿀밤을 쥐어박는 태준 엄마의 우악스런 돌주먹...

 

 결국 참고 참던 울음이 터져버린다.

 

 "으아앙! 꺼억.. 꺽.."

 

 보다 못한 이수가 태준 엄마를 말린다.

 

 "언니.. 애 잡지 말아.. 진정해.. 진정"

 

 "그래요. 서로 자기들 콧구멍에 넣어버렸으니.. 참나..

 다행히 태준이는 깊이 넣진 않은 듯한데..."

 

 자신의 손바닥을 펼쳐 방금 전 나무 아래에서 주워온 열매 두엇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이거 맞니? 너희들이 가지고 놀았다는 게?"

 

 운동장을 둘러싼 화단 어딘가에 빨간 열매가 열리는 개동청나무가 심어져 있는 걸까?

 

 애끼 손톱만 한 크기의 말라비틀어진 동그란 열매에 모두의 시선이 꽂히고..

 한바탕 불어닥친 울음 바람을 겨우 잠재운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태준 엄마가 기가 막히다는 듯 한 소리 한다.

 

 "애들이 갖고 놀기 딱 좋게 생겼네... 쯧쯧"

 "이걸 콧구멍 속에 넣을 줄이야.."

 

 "늘찬 아빠.. 죄송해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아뇨.. 태준 엄마.. 같이 놀다 그런 건데요.. 허허~"

 

 서로 미안하다며 머리를 조아리는 가운데..

 

 ".. 여, 열매가 안 빠져... 언니야, 이거 어떡하지?"

 

 "어떡하긴? 바로 병원 가봐야지."

 

 "응급실로 가야 하나?"

 

 "이 시간에 웬 응급실? 가까운 이비인후과 가면 돼요.."

 

 "거기 가면 되겠네.. 강 이비인후과... 여기서 가깝고 친절하게 잘 봐줘."

 

 "강 이비인후과?? 거기 위치가 어디예요?"

 

 "거기가 어디냐면... 동사무소에서 우회전해서~ $@$#"

 

 "차 타고 가면 5분 거리예요..."

 

 "그럼 차 가져올 테니 교문 앞에서 늘찬이랑 기다려 줄래?"

 

 대답을 재촉하는 그의 시선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는 이수...

 

 "가까운 골목에 주차했으니 금방 와요.."

 

 늘찬의 가방을 챙기더니 교문으로 달려가는 이사님의 뒷모습을

 

 태준 엄마가 유심히 쳐다보더니..

 

 "이런 얘기 꺼내기 뭣하지만.. 달려가는 뒤태도 어쩜 저리 멋질까."

 

 "아유... 언니도 뜬금없이.. 지금 그게 눈에 들어와??"

 

 "뭐... 탄탄한 히프하며, 쭉 뻗은 다리도 시원시원하네... 멋진 걸 어떻하냐구."

 

 "언니도 참...(주책이여, 주책...)"

 

 "벌써부터 이 동네 "원탑"이라고 엄마들이 수군수군..."

 

 뼈가 있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하고 아이들을 챙기는 이수...

 

 "얘들아... 교문 앞으로 가자! 어서..."

 

 그녀의 뒤를 졸졸 따르는 시아와 늘찬.

 

 교문 앞에 다다르자 오래지 않아 깨끗하게 세차된 검은색 벤츠 세단이 멈춰 선다.

 

 짙게 썬팅된 운전석 차창이 지잉 내려간다.

 

 "어서 타!!"

 

 늘찬이 먼저 뒷좌석에 타고... 잽싸게 시아가 뒤따라 차에 올라탄다.

 

 "시아야.. 우린 여기서 기다려... 굳이 같이 갈 필요는..."

 

 "엄마, 나도 같이 갈래.. 늘찬은 내 짝꿍인 걸.."

 

 시아는 단짝 옆에 딱 붙어 나올 생각을 안 한다.

 

 (... 벌써부터 짝꿍 챙기고 도는 거니? 어휴... 눈치도 없이...)

 

 "뭐해... 나도 그 병원 어딘지 정확히 모른다구... 네비 역할 좀 해줘"

 

 (아까 병원 위치 설명할 때는 고개를 끄덕대더니... 아는 척한 거란 말야?

 

 하아~ 할 수 없지...)

 

 재빨리 차 앞을 뱅 돌아 조수석에 올라타는 이수...

 

 "여기 이사 온 지 얼마 안 돼서 말이지.."

 

 조수석에 앉은 그녀와 백미러, 사이드미러를 들여다보며 두리번댄다.

 

 "그럼 정면을 보고 운전에 집중하세요!"

 

 그녀는 경주마 훈련 조교가 매서운 채찍을 휘두르듯이 말한다.

 

 "아유~ 무서버라.."

 

 핸들을 잡은 채 벌벌 떠는 척하는 이사님...

 

 "저 사거리 지나서... 여기서 우회전!"

 "오케이!"

 

 "이 건물 뒤로 돌면 주차장 있어요."

 ...

 

 "도착했다... 얘들아, 내려..."

 

 뒷좌석의 늘찬을 돌아보고 찡끗, 윙크하는 그녀...

 

 [휴우... 엄마라고 부를 뻔했네...]

 

 "뭐어??"

 

 하지만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리는 아이들. 이사님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

 

 (뭐지? 아까부터... 분명히 늘찬이 목소리였는데...??)

 

 의아한 표정으로 병원 건물로 들어가는 그들을 쫓아간다.

 

 

 <잠시 후, 강 이비인후과>

 

 "저 안에 보이네요? 하나.. 둘... 많이도 넣었네."

 

 "아빠가 아이 뒤로 와서 꽉 껴안아요.. 몸부림치지 않게..."

 

 의사는 기겁하는 아이를 사람 좋은 웃음으로 다독인다.

 

 아빠는 아이의 겨드랑이 아래 두 손을 넣어 가슴팍에서 마주잡고는 단단히 붙잡는데...

 

 "겁나면 눈 감아도 돼."

 

 이마에 밝게 빛나는 플래시가 달린 밴드를 둘러매고,

 

 끝이 날카로운 침과 같은 도구를 서서히 콧구멍으로 밀어 넣는 섬세한 손놀림.

 

 아이는 눈을 감으면 더 겁이 나는지 두 눈을 부릅뜬 채 천장을 바라본다.

 

 톡.. 가볍게 찌르는 느낌이 들더니...

 

 "하나 꺼냈고.. 이름이 뭐지?"

 

 "... 늘찬.. 하늘찬이에요.."

 "늘찬... 좋은 이름이네."

 

 "두 번째... 안에 하나 더 있어.. 마지막!"

 

 코가 뻥 뚫리는 느낌과 함께 자연스럽게 숨이 드나드는 시원함.

 

 아이는 숨이 가빠 벌리고 있던 입을 다물고 콧구멍을 벌렁거린다.

 

 "종종 이런 일로 찾아오는 애들이 있어요.. 별 걱정 안 해도 됩니다."

 

 "그런가요? 전 깜짝 놀라서 응급실 가야 되나 했네요.. 대낮부터.. 허허허"

 

 멋쩍게 웃으며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뒤통수를 쓰다듬는다.

 

 "앞으로 콧구녕에 뭐 쑤셔 넣고 그러지 마라. 알았지?"

 

 넉넉한 웃음을 던지는 의사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아빠와 아들...

 

 대기실에 앉아 벽걸이 TV에서 재생되는 애니를 보고 있던 시아가 다가온다.

 

 "몇 개 나왔어?"

 

 "셋!"

 

 늘찬은 씩씩하게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고..

 

 "어이구.. 자랑이다 자랑이야!"

 

 이사님은 어이없다는 듯 절레절레 도리질을 한다.

 

 "괜찮대요?"

 

 그녀는 푹신한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는데..

 

 "응.. 의사가 경험이 많네..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는군.."

 

 "다행이네요.."

 

 그는 갑자기 아이들을 바라보며 눈매를 찌그러뜨리며 우스꽝스런 웃음을 짓는다.

 

 "얘들아!! 우리 맥도날드 갈까?"

 "우와... 맥도날드 완전 좋은데.."

 "가요!!"

 

 "이 건물 옆에 맥도널드 있더라... 내가 쏠 테니 가자구!"

 

 아이들을 우루루~ 몰고 신나게 걸어가는 이사님.

 

 (하여간 타고난 저 넉살은... 거부할 수 없는 뭔가 있다니깐..)

 

 

 ***

 

 한참동안 메뉴판을 바라보던 시아가 말문을 연다.

 

 "전 쪼코 아이스크림이요.."

 

 "시아야, 더! 더! 과감하게 골라도 된다."

 

 그의 말투가 우스운지 피식 웃는 시아...

 

 "아빠, 난 감튀에 맥플러리 신상으로.."

 

 "감튀 같이 먹어도 되지?"

 

 같이 먹는 게 당연하다는 듯 짝꿍을 바라본다.

 

 "응"

 

 "당신은 뭐 먹을래?"

 "음... 전 아이스커피 한 잔이요.."

 "좋아.. 탁월한 메뉴 선택!"

 

 1층 빈 테이블에 앉아 주문한 메뉴가 나오길 기다리는데...

 가까운 중학교 교복을 입은 한 무리 아이들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온다.

 

 "맥날 진짜 간만이다!"

 "우와, 시원해!"

 "오늘 누가 쏜다 그랬지?"

 

 "니 아니야?"

 "아닌데?"

 

 "뭐야... 여기 왜 온 거야? 깔깔깔"

 

 

 한바탕 웃음이 터지고... 이수는 그들 중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다.

 

 [뭐야.. 저 아줌마는... 재수 없게 꼴아보고 지랄이야!]

 

 "뭐라고??"

 

 이수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서 말대꾸를 해버렸다.

 

 모두들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마치 눈 앞에서 욕지거리를 들은 것처럼 생생한 목소리라니...

 

 

 

 

 

 - 18회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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