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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이,보라색
작가 : Riley
작품등록일 : 2020.8.1

이 소설은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어요.
여러 '처음'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건 역시 '첫 소설'인 것 같네요.

이 글을 쓰면서 제가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어요.
그건 바로 '운명'인데요, 아마 이 후로도 계속 글을 쓰게 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형태의 '운명'에 대해 쓰지 않을까 싶어요.
[이,보라색]은 '운명'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를 궁금해하며
써 내려갔던 저의 첫 중편소설입니다.

너무너무 부족하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연히, 또는 운명처럼, 읽어주실 분들께도 미리 인사 전할게요.
감.사.합.니.다.

 
#3.1
작성일 : 20-08-04 20:11     조회 : 222     추천 : 1     분량 : 2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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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라, 이보라, 이보라, 이보라, 이보라. 다섯 번만 빨리 말해 봐.”

 눈을 가늘게 만들자 태영은 변명하듯 말했다.

 “한 번 해보라니까. 그럼 내가 널 이렇게 부르는 게 자연스럽다는 걸 알거야. 이건 그냥 애칭이라고.”

 “참 듣기 좋네. 옛날에도 그랬었지? 그 때도 내가 싫다 하지 않았어? 그리고 다섯 번 빨리 부른다고 ‘이봐’가 되진 않아.”

 “해 보긴 해 봤네.”

 다시 한 번 눈을 흘겼지만, 태영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태영의 빨간색은 그의 머리 위에서 매우 경쾌하다. 아주 오랜만에 만났지만 전혀 어색하게 대하지 않는 게 편안하면서도 묘하게 긴장되었다. 게다가 이 녀석의 색은 변덕스러웠다. 회사 근처에서 몇 번 마주쳤을 때는 분명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다 우산공원에서 태영을 발견하고 호텔까지 따라갔을 때는 안개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또 선명하다. 태영의 색은 검정이 섞인 어두운 붉은 색이다. 날씨는 아직 덥지만 그래도 이제 가을이다 생각해서인지 립스틱이 연상됐다. 그러고 보니 형태도 다른 사람에 비해 좀 길쭉한 것 같았다.

 “어디로 전학 갔었지? 아주 먼 곳이었던 것 같은데.”

 “야, 너는 내 짝이었으면서 그것도 기억 못 하냐.”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거의 20년 전이야.”

 “완도.”

 태영은 한 입 크기로 잘라 조리한 양고기를 입에 넣으면서 말했다. 메뉴판에 ‘라바쉬’라고 적혀 있던 납작하고 길쭉한 빵을 찢던 손을 멈췄다. 멀리 이사 간다고 들었었지만, 그렇게 먼 곳인 줄은 몰랐다.

 “‘김’이 특산물인 섬?”

 “어. 김보다는 전복이 더 유명해.”

 “그렇게 멀리 간 줄은 몰랐어. 근데, 전학은 왜 간 거야?”

 “우리 아버지가 IMF시대의 주인공이었거든.”

 “아, 그랬구나. 미안.”

 “내가 어디로 전학 간지도 기억 못 하면서 난 어떻게 알아봤냐?”

 이번엔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아까 찢어 놓은 빵 조각을 소스에 찍다가 다시 손을 멈췄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일단 음식을 입에 넣고 시간을 끌었다. 최대한 오래 씹다가 슬쩍 화제를 돌렸다.

 “이게 ‘할랄푸드’라고? 이 근처에도 이런 식당도 있었구나.”

 “나도 얼마 전에 알았어. 최근 무슬림 투숙객이 좀 있어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여기로 오자고한거야. 음식 괜찮지?”

 며칠 전 태영에게 메시지를 받았을 때, 약속 시간만 정하고 장소는 정하지 않았었다. 우산공원에서 만나면 되겠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젯밤 이곳 주소와 지도를 보내왔다. 어떤 곳이라는 설명은 없었다. 약속장소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다. 위치에 대해서만 친절히 설명했을 뿐이다. 퇴근 후 7시에 만나기로 했으니까 저녁 먹을 만한 곳이려니 하고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낯선 음식을 파는 곳일 거란 생각은 못 했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취급하는 카페형 레스토랑을 기대했었나 보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음식을 먹고 있어서 그런지, 편하다고 생각했던 옛 친구도 낯설어지고 있었다. 더 이상 불편해지기 전에 뭔가 해야 했다.

 “아직 연락하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있어?”

 “응, 한두 명.”

 “누군데? 나도 아는 애들일까?”

 “아니, 6학년 때 만난 친구들.”

 “뭐야. 전학 간 후잖아.”

 “너밖에 없어.”

 “나랑 연락한지 며칠 안 됐거든?”

 “앞으로도 쭉 할 거니까.”

 “네, 고맙습니다.”

 “너는? 살 던 데 계속 살았으니까 많지?”

 “다들 이사해서 몇 명 없어. 나도 대부분 6학년 때 친구들. 아! 지혜는 5학년 때도 같은 반이었는데, 기억나? 신지혜?”

 “아니, 전혀.”

 “같이 찍은 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

 손에 들고 있던 포크를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친구들 사진을 모아 둔 폴더에서 지혜 사진을 찾았다. 내가 20년이란 시간의 거리를 좁히려고 손가락을 움직이는 사이, 양고기 몇 조각이 올려 진 태영의 접시 옆에 놓인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진동 알림이 어찌나 강한지 전화기가 움직여 접시에 바짝 붙더니, 고기 조각들을 흔들었다. 그제야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태영은 이내 전화기를 뒤집어 내려놓았다.

 “전화 온 거 아니야?”

 “스팸.”

 “금요일 저녁에도 그런 전화가 오는구나. 그 분들도 참 열심히 사신다. 얘가 지혜야. 기억나?”

 “잘 모르겠어. 너처럼 하나도 안 변해야 금방 기억날 텐데.”

 “나 안 변했어?”

 “어, 거의.”

 “넌 변했는데. 이름도 그렇고.”

 “알아, 네가 한 눈에 반할만큼 더 멋있어진 거.”

 “하, 너 병 있지?”

 “아니, 건강한데.”

 “다시 한 번 정밀하게 검사해 봐. 너 담배도 피잖아.”

 “그건 어떻게 알았어? 나 담배 거의 안 피는데.”

 실수한 것 같았다. 공원에서 만나기 이전부터 태영을 알고 있었다는 걸 숨기고 싶어 얼른 얼버무렸다.

 “지나가다 봤어.”

 “이번 주에 담배 폈던가?”

 태영이 이번 주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해내기 전에 다행히 다시 전화가 움직였다. 얼핏 본 화면에 ‘♡’ 이모티콘이 있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전화기를 뒤집어 놓았다.

 “또야?”

 “응, 같은 번호네, 그만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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