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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멸망하는 세계에 히어로는 없었다.
작가 : 제이라잇
작품등록일 : 2020.7.14
멸망하는 세계에 히어로는 없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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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세상이 뒤집혔다.
사탄의 공격. 인류의 존망. 구원을 위한 천사와 악마의 등장.
인류는 과연 멸망의 기로에서 구원받을 수 있을까?

 
6. 계약 (2)
작성일 : 20-07-14 10:36     조회 : 38     추천 : 0     분량 : 8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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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탄이 신의 금제를 깨고 이 땅에 내려와 신의 권능에 도전하니, 신은 너희와 함께 그들을 멸할 것임을 허락하사. 존재하지 않음을 존재하라 하셨다. 이것이 신의 뜻이니라.]

 

 이수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일방적인 천사의 말. 초월적인 존재와의 독대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죽음으로 향해 가던 자신을 찾아온 천사가 저승사자가 아님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신의 뜻이 뭔지 모르겠지만 저는 잘 모르겠네요. 굳이 이렇게 제 앞에 나타난 이유도, 왜 인간들과 계약을 하려는지도… 직접 사탄들을 처리하면 더 편할 텐데… 우리 엄마가 죽을 일도 없었을 텐데…”

 

 천사는 이수의 머리 위로 천천히 나아갔다.

 

 [백문이 불여일견.]

 

 천사는 이수의 이마위에 검지를 펼치며 가져다 댔다. 이수는 아무런 저항 없이 천사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거부하거나 저항 할 수 없는 손길이었다.

 이수의 검은 눈동자는 우주를 품은 듯 더욱 짙은 어둠이 깔렸고, 그 위로 수많은 별빛이 무수히 반짝였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암흑의 공간에 빛이 일었다.

 그 빛을 태양이 품었다. 수많은 행성들이 싸늘히 식어가며 별이 되었다. 오직 지구만이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 크고 작은 운석들이 심폐 소생술 하듯 지구로 떨어졌다.

 투명한 백색의 빛이 지구의 위를, 투명한 검은 빛이 지구의 아래를 감싸 안았다.

 흑백의 빛은 점차 확장되어가며 지구를 중심으로 멀찍이 떨어져 나갔다. 오직 실낱같은 빛줄기만을 묵어둔 채.

 그 모습은 흡사 모래시계와 같았다.

 백색의 빛에서 그 빛을 닮은 날개를 펄럭이는 천사들이 만들어졌다.

 흑색의 빛에서 그 빛을 닮은 날개를 펄럭이는 악마들이 만들어졌다. 그 두 진영은 지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악마들은 지구에 땅을 만들고 바다를 만들었다.

 천사들은 악마들이 만든 땅과 바다를 산으로, 들로, 계곡으로, 호수로, 강으로 만들어 조화와 균형을 이루었다.

 실로 아름다운 조화였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황홀할 지경이었다. 고요함의 풍경 속에 시간만이 흐르는 공간이었다.

 천사들은 만족했지만 악마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신이 악마들에게 내려준 사명은 ‘자유와 발전’ 천사들에게 내려준 사명은 ‘조화와 균형’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상반된 사명에 의해 천사와 악마는 서로 삐걱대기 시작하였다.

 악마들이 만들어낸 공룡들이 지구의 불균형을 초래하자, 천사들은 운석을 떨어뜨려 공룡들을 멸망시키려 했다.

 악마가 만들어낸 피조물들 대부분이 천사들에 의해 멸망을 맞이했다.

 천사와 악마는 자신들의 사명을 지켜내기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그들의 싸움에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고, 폭풍우가 쏟아져 내렸다.

 이상 기온과 전쟁 같은 자연환경을 버티지 못한 생명의 불씨들이 서서히 꺼져갔다.

 지구가 위태로워짐에 천사와 악마는 더 이상 자신들이 지구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하였다.

 그 선언은 신에 의해 금제되었다. 이를 어길 경우 영원히 나올 수 없는 무의 세계로 갇히게 된다는 조항과 함께…

 

 천사와 악마는 그렇게 지구에서 자신들의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들이 개입하지 않는 지구는 혼돈 그 자체였다.

 자신들을 대체할 피조물이 필요했다.

 그렇게 최초의 인류가 탄생했다. 하지만 그 모습은 흡사 원숭이와 같았고 행동 또한 여느 동물들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지구에 생존하는 동물들 중의 정점에 서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으며 약했다.

 천사와 악마는 인간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자신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영혼의 형태로 인간의 몸에 깃들기 위해 시도함에 이르렀다. 허나 잠시나마 몸을 빌려 행동할 수 있었지만 영원히 지속할 순 없었다. 그러던 중 단 한 순간. 자신들이 인간의 몸에 깃들 수 있는 단 한순간을 찾아냈다.

 그것은 인간의 잉태의 순간 자신들이 그 안에 머무는 것이었다.

 단 하나의 몸에 단 하나의 영혼이 깃들어야만 온전한 인간으로 태어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렇게 천사와 악마는 인간의 잉태와 함께 스며들며 분만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다.

 진화가 거듭될수록 원숭이의 모습은 사라져갔다.

 인간으로 태어난 천사와 악마들은 살아있는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이뤄내야 했다.

 지구의 최 정점에 서기 위해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며 자유를 통한 발전을 이룩해 나갔다.

 무리를 지어 자신들 보다 강한 동물들에게 대항하였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기를 생산해 냈다.

 생존력이 약한 이들은 도태되었고 진화의 흐름에 발맞춘 인간들은 점점 더 강대해 졌다.

 

 하지만 천사와 악마는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과 같은 존재였음에, 그들의 영혼 속 무의식이 인간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싸워 이겨야할 대상이 사라지자 자신들끼리 싸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조화와 균형을 위해, 자유와 발전을 위해, 서로의 사명을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국가를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서로 싸움을 시작했다.

 전쟁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었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몸속에 깃든 영혼들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전쟁 앞에 절대 선, 절대 악은 없었다.

 그렇게 전쟁의 역사 속에 진화와 발전을 거듭한 인간들 속에서 사탄이 자라났다.

 

 사탄은 인간의 영혼에 기생하며 천사와 악마의 영혼을 좀먹으며 성장해나갔다.

 그렇게 성장한 사탄은 죽음과 동시에 신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의 공간으로 숨어들었다.

 

 사탄은 그렇게 세력을 넓혀갔고 현재에 이르러서 자신들이 머무는 세계와 현 세계의 연결점을 찾아내어 출몰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사탄이 뒤덮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천사와 악마는 무수히 많은 백색의 빛과 흑색의 빛이 떨어져 내려왔다.

 그들은 현 세계에 존재하는 사탄들과 부딪히며 그들을 소멸케 했다.

 사탄과 충돌이 없던 빛들은 세상의 사물에 깃들어 인간들과 계약을 맺게 되었고 멸망 직전의 인간은 극적인 승리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수의 머릿속에 우주의 빅뱅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인간의 몸속에 두 개의 영혼이 깃들 수 없기에 천사와 악마는 사물에 깃들며 계약을 통해 자신들의 힘을 빌려주게 된 것이었다.

 

 이수는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역사수업을 들은 것 같았다. 방대한 양의 영상이 빠르게 스쳐지나감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수는 이미 죽음을 결심했기에 과거의 역사는 무의미 했다.

 

 “이제 와서 이런 역사수업 따위 뭘 어쩌자는 겁니까? 전 이미 삶을 포기한 상태… 계약 따위 저한텐 필요 없어요.”

 [나를 불러낸 건 그대. 나는 익숙한 피의 부름에 이끌려 이곳으로 왔다.]

 “익숙한 피의 부름?”

 

 천사는 이수에게 좀 더 다가갔다. 그를 둘러보던 중 손목에 묻어있던 검은 피를 발견했다.

 그곳에 다가가 유심히 바라보더니 다시 이수의 시선과 마주하며 말을 이어갔다.

 

 [신의 뜻은 그 어떤 존재라도 헤아릴 수 없는 법이로구나. 나는 포니엘(Poeniel). 전투를 관장하는 능천사 중 하나. 그대의 부름에 답하노니 그대도 나의 부름에 답하라.]

 

 포니엘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꺼내 이수의 코끝을 향해 날을 세웠다.

 이수의 눈에는 그저 피규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눈빛은 근엄했고 움직임은 고결했다.

 

 “오해가 있었나본데… 전 부르지 않았어요. 전 그저 엄마 곁으로 가려고 했을 뿐이라고요…”

 

 이수는 손을 가로저으며 한 발짝 물러났다. 포니엘은 이수에게 향하고 있던 칼을 내려놓았다.

 

 [그대의 어머니는 그 어디에도 존재 하지 않는다.]

 “네?!”

 [그대의 어머니는 내 직속부관의 영혼 속에 갇혀 사탄들이 머무는 무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그런…”

 

 이수는 뭐라 말할지 생각나질 않았다. 살아생전 자신을 위한 희생, 인류를 위한 희생만 하던 엄마가 사탄들의 소굴로 잡혀갔다는 사실이 허망하고 한스러웠다. 한탄에 빠져 있기에 담겨져 있는 물이 점점 식어가고 있었다.

 

 “엄마를 구할 수 있을까요?”

 

 포니엘은 물끄러미 이수를 바라보았다.

 

 [구할 수 있다.]

 “다시 제 엄마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없다.]

 “삶의 의미가 없는 건 변하지 않겠네요.”

 

 이수는 낙담했다. 포니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영혼의 구원만이 행복을 누릴 수 있으며 다시 삶을 살 수 있는 선택이 주어진다. 그대가 진정 어머니를 위한다면 영혼의 구원만이 어머니를 위한 길이며 그대를 위한 것임을 헤아리길…]

 

 이수는 그간 시영에게 해왔던 불효를 떠올렸다. 사탄을 멸하기 위해 희생하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녀에게 주어진 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국가 연금과 세금혜택, 자녀 학비 무료라는 보상뿐이었다.

 

 포니엘은 이수의 작은 변화를 감지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칼을 치켜세웠다.

 [이수. 그대는 내 부름에 답하라.]

 

 “네.”

 

 포니엘은 굳건한 표정으로 이수의 심장이 뛰는 곳으로 다가갔다.

 자신이 들고 있는 검으로 이수의 심장을 십자의 형태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나 포니엘 눈앞에 선 자와 계약 하노니 내 힘을 그에게 허락하노라. 그대는 나의 믿음에 답하라.]

 

 “네.”

 

 짧고 단호한 이수의 답에 힘이 실려 있었다.

 

 [그대의 죽음은 곧 나의 죽음이오. 죽음으로써 계약은 해방된다. 목적을 이루기 전까지 죽지 않아야 할 것이 원칙이오. 죽기로써 사탄을 멸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포니엘은 자신의 검을 자신의 눈빛의 시선과 함께 날을 세웠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이수의 심장을 향해 돌진하였다.

 이수의 심장으로부터 광명이 쏟아져 나왔다. 그 찬란함이 순식간에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그 눈부심에 이수는 눈을 뗄 수 없었다. 이수의 의식이 아득해져갔다.

 

 **

 

 “음…”

 

 이수는 꿈에서 깨어나듯 잃었던 정신을 되찾았다. 이수는 다 식어빠진 욕조 물 안에 팅팅 불고 쭈글해진 자신과 마주했다. 뒤이어 온 몸을 휘감는 오한을 느꼈다.

 

 “으… 춥다…”

 

 이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욕조에서 빠져나왔다.

 바닥에 나뒹구는 성경책을 밟는 바람에 하마터면 의도치 않은 죽음을 맞이할 뻔했다.

 짓밟힌 성경책이 순백의 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니 꿈이 아님을 실감했다.

 욕조를 나오기 전까진 몽롱한 정신 때문에 꿈과 현실이 구분되질 않았는데… 현실이었다.

 이수는 포니엘과 신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음은 사실이었다.

 

 순백의 책에는 ‘읽는 대로 될 지어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이수는 거실로 나와 옷을 입고 순백의 책을 펼쳐보았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책의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책의 중심부에 작은 글씨로 써 있는 ‘읽는 대로 될 지어다.’라는 견고한 문구만이 책의 전부이자 모든 것이었다.

 

 “어떻게 사용하라는 거지? 포니엘?! 포니엘 님?”

 

 이수는 책을 향해 귓속말 하듯 천사를 불렀다. 응답은 없었다. 펜을 들어 글씨를 써보기도 했다.

 순백의 책에는 그 어떤 색도 스며들지 않았다. 불에 타지도 물에 젖지도 않았다.

 과거 엄마의 글러브를 태우기 위해 자신이 했던 행위들을 떠올렸다.

 신의 무기에 삶을 빼앗긴 엄마를 되찾고 싶었다.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여도 사라지지 않았던 엄마의 글러브처럼 순백의 책 또한 그러했다.

 

 “읽는 대로 될 지어다라…”

 

 이수는 책의 겉표지에 쓰여 있는 문구를 되뇌었다. 그러다 문득 무엇인가 떠올렸는지 소파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수는 다짜고짜 책을 펼치며 공백의 공간을 주시하였다.

 

 “TV야 켜져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포니엘 나와라!”

 “책상아 움직여라!”

 “사탄아 나타나라!”

 

 침묵만이 공간을 지배했다. 입 밖에 나온 사탄을 부르는 말에 살짝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띠리리리링!]

 

 갑작스런 휴대전화 벨소리에 이수는 화들짝 놀랐다. 입으로 I.C를 마임처럼 내뱉고 식탁 위의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담임이었다. 그제야 자신이 학교에서 저지른 일들이 떠올랐다.

 자신이 제정신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자연스럽게 거절 버튼을 눌렀다.

 부재중 전화가 20통이 넘었다. 모르는 번호와 담임의 번호로 도배가 되어있었다.

 

 [띵동! 띵동!]

 

 현관문 벨소리가 울렸다. 이수는 화들짝 놀랐다. 또다시 입에서 I.C를 마임처럼 내뱉은 뒤 월 패드를 확인했다. 담임이었다.

 담임뿐만이 아니었다. 건장한 남자 둘이 경찰복을 입고 담임의 뒤에 병풍처럼 서 있었다.

 

 이수는 자신이 학교에서 저지른 행위가 범죄이자 살인에 가까운 행동이었음을 깨달았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천사와 계약하자마자 범죄자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이 꿈이길 바랐다.

 월 패드의 모니터에 불이 꺼졌다.

 

 [띵동! 띵동!]

 

 모니터의 화면이 다시 켜졌다. 담임과 경찰은 그대로 서 있었다.

 

 ‘꿈이 아니구나…’이수는 절망했다. 엄마의 말 대로 인내하고 참아낼 걸…이라는 후회를 해보지만 이미 늦었다.

 

 [띠리리리링!]

 

 담임이 이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임은 현관문에 귀를 대고 벨소리를 확인한다.

 

 “수야! 문 좀 열어봐! 선생님이야!! 숨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 문 좀 열어봐!”

 

 이수는 주저앉았다. 들고 있던 책을 감싸않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제발 어떻게 좀 해줘!!’

 

 이수는 마음속으로 있는 힘껏 아우성 쳤다.

 

 그때였다.

 

 [에에에에엥!]

 

 [공습경보! 공습경보! 안산 12 구역 2326호 부근에 사탄의 눈이 감지되었습니다. 인근에 계신 시민 여러분은 신속히 안전 구역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공습경보! 공습경보! 안산 12구역 2326호 부근에 사탄의 눈이 감지되었습니다. 인근에 계신 시민 여러분은 신속히 안전 구역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경보음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이수의 귀엔 천사의 나팔 소리처럼 들려왔다.

 문 앞에 서 있던 담임과 경찰들은 신속히 자리를 피했다.

 이수는 간절한 기도가 책의 사용법이 아닐까라는 발상을 해 보았다. 그러기엔 엄마의 글러브처럼 빛을 뿜어내질 않았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었다.

 

 ‘뭔들… 구사일생했음 된 거지.’ 이수는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천사의 나팔 소리는 사탄의 출몰을 알리는 경고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 좆됐다.”

 

 안산 12 구역 2326호 이수의 집 근처였다. 이수의 아파트 주민들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인도와 차도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르릉! 그르릉!]

 

 이수의 귀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수는 창문 밖 하늘을 확인했다.

 저녁놀 붉게 피어난 하늘엔 서서히 먹구름이 몰아닥치고 있었다.

 먹구름은 이수의 아파트 건물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르릉! 그르릉!]

 

 이수는 현관문을 열어 바깥 복도 난간에 몸을 붙여 주변을 살폈다. 집 앞 놀이터였다. 집 앞 놀이터 하늘 위로 구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안팎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버려진 차들과 도망가는 사람들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이수는 그대로 몸을 피해야 할 지 망설였다.

 아파트의 위 아래로 미처 피하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곡소리가 들려왔다.

 비상계단은 여전히 우당탕탕 긴박함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수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책을 바라보았다.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상황을 중계하기 위한 드론 여러 대가 아파트 상공에 도착했다. 이수는 황급히 집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범죄자의 본능일까?

 이수는 이미 자신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이수는 자신의 방구석에 몸을 웅크려 응답 없는 백색의 책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두두두두두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좌절감에 잠식당한 이수의 머리 위로 헬기의 프로펠러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는 이내 소음이 되었고, 소음은 이내 서서히 그 숨소리를 죽였다.

 

 ‘팔라딘이다!’

 

 이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몸을 일으켜 문을 나섰다.

 몸을 최대한 숙인 채 그르렁 거리는 놀이터를 바라보았다.

 어느 지역에서 지원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형태만 보일 뿐 군복에 적혀있는 글씨를 읽을 수 없었다.

 

 그르렁 거리던 하늘이 회오리처럼 휘감았다. 점점 검은 점이 확장되어 갔다.. 보랏빛 연기가 스멀스멀 새어나오며 툭. 툭. 보랏빛 빗줄기가 하늘 아래 떨어지고 있었다.

 

 

 ‘사탄을 눈앞에서 보게 될 줄이야…’

 

 이수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공존한 눈빛으로 상황을 주시했다. 엄마가 어떻게 사탄들과 싸워왔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키아아아악!]

 

 금세 모인 물웅덩이 아래에서 사탄이 기어 나왔다.

 

 “작전 개시!!”

 

 리더로 보이는 사내의 호령에 맞춰 팔라딘들은 흑백의 빛을 내뿜으며 눈앞에 나타난 사탄을 향해 달려 나갔다.

 

 [쿵! 쿵! 쿵! 쿵!]

 

 작전개시를 외친 리더가 커다란 북을 울렸다. 북이 울릴 때마다 빛의 파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몸을 일으키려는 사탄이 빛의 파동을 맞은 뒤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졌다.

 그 사이 장대를 들고 달려간 사람이 검은 빛을 장대 끝에 모으더니 사탄의 머리를 관통했다.

 다른 한 명은 백색 빛 뿜어내는 신발로 뛰어 다니며 사탄들을 타격했다. 흡사 마샬아츠를 보는 것 같이 그 기술이 현란했다.

 

 [깡!]

 

 북을 울리는 리더 옆으로 누군가 야구 방망이로 주변의 돌을 주워 타격했다. 날아가는 돌은 백색 빛을 뿜어대며 빠르게 사탄들의 몸을 관통했다. 팔라딘은 속전속결로 사탄들을 제거하였다. 모두가 전투 경력이 많은 베테랑 같았다.

 이수는 그들의 몸짓 하나 하나에 경외감을 느꼈다. 자신이 퉁명스럽게 대하던 엄마의 모습이 투영되었다.

 감탄을 금치 못하는 이수의 눈에 또 한 명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의 노인은 조원들의 뒤에 앉아 한가로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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