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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사사받은 목숨(2)
작성일 : 19-11-10 21:14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7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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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해는 지하수로를 질주했다.

 그의 뒤에선 문어 모양을 한 이종족 크록이 맹렬한 기세로 그를 뒤쫓고 있었다.

 에스카를 찾아왔건만 어쩌면 에스카보다 먼저 크록들을 찾아내버린 걸까.

 크록들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문어의 몸통에 달린 눈을 보건대 도저히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눈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잠깐! 잠깐! 잠깐! 잠깐! 난 당신들을 도와주러 왔습니다!”

 

 공격해오는 촉수를 피해내며 시해가 소리쳤다.

 그러나 크록들에게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크록들은 거대한 몸에 비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통로를 기어서 시해를 뒤쫓아 왔다.

 코너를 돌았다.

 총수가 등을 스쳐서 바로 앞의 벽을 쳤다.

 쾅-!

 정통으로 맞았다면 뼈가 부서지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위력이었다.

 코너를 돌며 발을 헛디딘 시해가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뉴타히티에서 베트남어가 공용어에 가깝다고 했으니 베트남어가 통할 가능성이 있었다.

 

 “에스카! 에스카를 찾아왔습니다!”

 

 이번에도 크록들은 대답하지 않은 채 코너를 돌아 시해에게로 분노한 시선을 겨누었다.

 에스카를 만나지 못했던 걸까 하고 생각했다가 시해는 이 크록들이 에스카를 그렇게 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멍청할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그 개구리 같이 생긴 크록이 에스카를 뭐라고 불렀더라?

 워낙 급박한 상황이라서인지 바로바로 들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았다.

 그보다도 먼저 다리가 움직였다.

 동시에 크록의 촉수가 시해가 있던 자리를 덮쳤다.

 쾅-!

 

 “우왓!”

 

 시해는 도망치며 생각했다.

 그 두꺼비가 에스카를 뭐라고 불렀었지?

 공포에 질려 도망가며 머릿속에서 방금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러나 심장 소리와 떨려오는 손발 탓에 머릿속이 멍해져 버리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먼저 다리가, 그리고 헐떡이는 목울대가 악에 바친 목소리를 토해냈다.

 

 “잠깐 기다려보라니까!”

 

 

 + + +

 

 

 에스카는 멍하니 하수구에 머리를 내밀었다.

 그러나 그곳에 시해는 없었다.

 기다리라고 말했는데.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혹시 방으로 돌아갔나?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새를 참지 못하고 가버리다니.

 에스카가 고뇌의 울음소리를 냈다.

 

 “꾸옹······”

 

 시해가 동족이었다면, 어느 정도 떨어져 있더라도 대략적인 위치는 곧바로 알아낼 수도 있을 테지만, 아직 시해의 채널은 개설되기 이전이었다.

 조금 이르더라도 채널을 개설해둘 것을 그랬나 하고 에스카는 후회했다.

 혹시 아직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담아 에스카가 다시 한 번 낮게 울부짖었다.

 

 “꾸오오오오······!”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시발···시해, 어디?”

 

 

 + + +

 

 

 에스카가 시해를 찾고 있을 즈음, 시해는 여전히 문어 모양을 한 크록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덩치에 비해 재빠르기는 해도 사람이 달리는 속도보다 아주 조금 느리지 않았다면 진즉에 촉수에 뭉개져 버렸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에스카아아! 어디 있어!”

 

 시해가 도망 다니며 에스카를 찾아다녔다.

 에스카의 동족들이 에스카를 뭐라고 불렀었는지 좀처럼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에스카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니는 것뿐이었다.

 잘못하면 네오 트라이앵글의 주의를 끌지도 모르는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지금 그걸 신경 쓰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네오 트라이앵글에게 발각되기 전에 크록들의 촉수에 뭉개져 버리기 직전이었으니까.

 오히려 네오 트라이앵글이 시해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네오 트라이앵글이 자신의 뒤를 쫒아오는 크록들에게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도망갈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네오 트라이앵글의 소탕 작전 개시까지는 아직 1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더 남아있었고, 어지간한 이상 징조가 아니라면 계획이 바뀔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쿠아아아아-!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뒤를 돌아보자 크록이 휘두르는 촉수가 기괴하게 소용돌이치며 시해를 향해 쏟아져오는 것이 보였다.

 

 “저건 또 뭐야!”

 

 반사적으로 구석으로 몸을 날려 웅크렸다.

 시해에게로 날아온 크록들은 도중에 방향전환을 할 수 없었던 것인지 그대로 시해가 달려가던 방향으로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쿠우우우우웅!

 지하수로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어서 후폭풍이 일었다.

 충격으로 인해 먼지로 자욱한 지하수로의 구석에서 시해가 중얼거렸다.

 

 “나, 날았어? 저 거체로?”

 

 지구의 생명체로 비교하자면 코끼리만큼 거대한 동물이 날아온 것처럼 진귀한 장면이었다.

 이세계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지구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물리력이었다.

 

 “설마 이세계의 중력은 지구의 절반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 정도로 큰 차이가 있었다면 시해가 느끼지 못 했을 리 없었지만, 저 정도의 거체가 하늘을 날아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것을 본다면 인간의 오감을 의심하는 것이 타당할 지도 몰랐다.

 

 “아니, 지금은 그것보다 생각해내야 될 게 있잖아!”

 

 시해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꾸오오오-!

 자욱한 먼지 탓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앞쪽에서 크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빨리 저들이 에스카를 어떻게 불렀었는지 기억해내야 했다.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정면을 응시한 채 시해가 떠오르는 단어들을 차례차례 주워섬겼다.

 

 “대명율···눈깔···촉수···두꺼비···민주주의···투표···조직······그래, 조직! 무슨 조직이라고 했었지?”

 

 시해가 거의 정답에 가까워졌을 때 그렇게 자욱했던 먼지가 생각보다 빨리 걷혀갔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시해는 곧 지하수로에 흐르는 물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 챘다.

 흐르는 물에 먼지가 빨려들어 갔던 것이다.

 슈르르르르륵!

 정면에서 크록들이 태세를 정비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틀리는 법이 없었기 때문에 시해는 의심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벌떡 일어나 뒤돌아 달렸다.

 시해가 도망가기 시작하자 크록들도 다시 시해를 쫓아왔다.

 그 모습에서 조금의 피로감이나 피해도 느껴지지 않았다.

 

 “벽에 처박고도 멀쩡하냐!”

 

 하기야 슬라임같은 몸을 하고 있으니 물리충격에 피해를 덜 받아도 이상할 것은 없었지만, 쫒기는 입장에서는 그 특성이 억울하기까지 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잖아! 그런 거!”

 

 얼마안가 촉수가 뻗어왔다.

 콰앙-!

 

 “잠깐 가다려 보라니까! 당신들 조직 중에 아는 조직이 있다고!”

 

 촉수는 여전히 시해의 목숨을 노리고 날아왔지만, ‘조직’이라는 말에 반응한 것인지 베트남어가 들려왔다.

 

 “그 이름을 입에 담고도 네 녀석이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면 우리 종족에 대한 모욕이다!”

 

 아무래도 크록들을 더 화나게 한 모양이었다.

 시해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그게 아니라고!”

 

 

 + + +

 

 

 “시해?”

 

 에스카는 시해가 방으로 돌아갔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방향에서 시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바로 에스카가 조금 전에 돌아왔던 지하수로였다.

 그리고 동족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분노에 찬 목소리를.

 에스카는 무언가가 아주 잘못되었음을 직감 했다.

 

 “시해···시발?”

 

 불길한 예감이 맞지 않기를 바라며 에스카가 다시 하수구로 몸을 날렸다.

 

 “간다! 시해! 곧!”

 

 

 + + +

 

 

 여전히 촉수를 피해 달아나며 시해가 스스로의 기억력을 원망하고 있었다.

 왜 간단한 단어 하나가 기억이 나지 않는지 언제부터 자신의 기억력이 이렇게 좋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었다.

 

 “당신들을 도와주러 온 거라고, 크록! 조직! 아니, 문어!”

 

 생각나는 단어들을 있는 대로 외쳐대며 달아났다.

 그런 시해에게로 질리지도 않고 촉수가 날아왔다.

 그것도 연속으로.

 쾅! 쾅! 쾅!

 있는 힘을 쥐어짜서 속력을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잡혔을 터였다.

 시해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렇게 오랫동안 달리기를 할 수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숨이 차오르기는 해도 고통스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억력을 희생해 체력을 얻은 기분이다.

 전혀 바꿀 필요 없는 요소가 아닌가 하고 또 다시 스스로를 책망했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자 웅크리고 있는 크록들의 모습이 보였다.

 시해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그리고 직감했다.

 

 ‘온다······!’

 

 구석으로 몸을 날리려다가 크록들이 같은 방법에 두 번 이나 당하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로를 쳐다보았다.

 더러운 수로였다.

 죽음에 비하면 깨끗해보였다.

 시해는 망설임 없이 수로로 뛰어들었다.

 이어서 시해가 벽 쪽으로 달려들 거라고 예상한 크록들이 벽을 향해 돌진했다.

 콰-아아앙!

 다시 수로에 먼지가 자욱하게 꼈다.

 수로의 반대쪽 길로 올라온 시해가 헛구역질을 내뱉었다.

 

 “우에에에엑!”

 

 옷깃으로 얼굴을 닦았지만 온몸이 구정물 덩어리여서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으엑!”

 

 그래도 눈에 오물이 들어가는 것은 막아야했다.

 예비 방편으로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후두둑!

 머리에서 오물들이 떨어져 나왔다.

 

 “헉! 허억!”

 

 숨을 몰아쉰 뒤 먼지가 자신을 가려주는 동안 가능한 멀리까지 기어서 벽에 등을 기댔다.

 시해는 이번에는 크록들이 날아드는 순간을 분명히 목격했다.

 크록들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자 희미하게 검은 연기가 남은 것이 보였다.

 크록들은 시해에게 날아오기 전에 뒤쪽으로 저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그래, 마치 오징어 먹물 같은 연기였다.

 

 “갈수록 이세계 생물인지 지구 생명체의 돌연변이인지 알 수가 없잖아.”

 

 이렇게 되면 문어가 아니라 오징어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꾸오오오오!

 

 “이번에도 왠지 멀쩡할 것 같은데.”

 

 불길한 예감은 늘 들어맞는다.

 시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통로의 반대쪽으로 내달렸다.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지 솔직히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지만 그렇다고 멈춰서면 죽음뿐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물에 젖은 몸이 갑작스럽게 무거워진 몸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인지 후들후들 떨려왔다.

 저절로 무릎이 꿀려졌다.

 

 “안 돼······!”

 

 시해의 목소리에 절망이 어렸다.

 뒤쪽을 돌아보자 어느새 먼지가 수로에 의해 걷혀가며 크록들의 모습이 드러나 보였다.

 거대한 눈동자가 붉은 안광을 내며 시해를 응시했다.

 만월과도 같은 눈동자가 그렇게 기괴해 보일 수가 없었다.

 

 

 + + +

 

 

 잭은 작전 실행 전에 만전을 기하기 위하여 작전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그에게로 감시자 하나가 다가왔다.

 

 “지하수로에서 무언가 큰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소리?”

 

 잭이 되물었다.

 

 “네, 안에서 그 괴물 놈들이 뭔가 부수는 소리 같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들의 작전을 눈치 채고 지하수로를 부수고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

 

 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래봤자 소용없는 일이지. 놈들이 그곳에서 지낸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는 몰라도 만든 우리들보다 지하수로를 더 잘 알지는 못해. 통로 몇 개를 부숴놓으면 자신들이 유리해질 거라고 착각하는 중이겠지.”

 

 그러나 부하는 우려를 표했다.

 

 “도망을 치려는 수작은 아닐까요? 도시 쪽으로 이어진 통로라면 지키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째서 그쪽엔 사람들을 보내시지 않은 겁니까?”

 

 이쪽이 본래 하고 싶었던 얘기라는 것을 잭은 듣자마자 파악했다.

 잭이 부하를 다독이듯 천천히 자신의 추측을 피로했다.

 

 “그 괴물들은 도망치지 않을 거야. 그럴 생각이었다면 지금처럼 통로를 파괴하는 것보다 몰래 빠져나가는 것을 선택했겠지. 놈들은 지금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이어서 숨을 고르고 말했다.

 

 “그리고 본래 사냥을 할 때는 사냥감이 도망칠 구멍을 만들어두는 게 좋아. 그래야 사기가 떨어지니까.”

 “그러다 진짜 도주해버리면요?”

 

 불복할 듯 자신을 향해 변론을 내뱉는 부하를 향해 잭이 천천히 허리를 피며 답했다.

 

 “이보게, 해럴드. 바로 조금 전에 경고를 하지 않았었나? 복수에 눈이 멀어서 명령체계를 무시하면 안 되지. 내 책무는 이번 작전에서 사망자가 없게 하는 것이네. 그런데 독 안의 쥐를 한계까지 몰아붙이면 독이 오른 쥐새끼가 죽을 각오로 덤벼 올 거야.”

 “······”

 “복수······좋지. 할 수 있으면 하면 되는 거고. 하지만 굳이 이번 작전에 목숨까지 걸 필요 없어. 적이 도주해버린다면 그것도 나름의 성공한 작전이야. 대국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게, 알겠나?”

 “···하지만······”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표정을 짓는 부하가 변론을 하려고하자 잭이 재빠르게 말을 끊었다.

 

 “뉴타히티는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도시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지금보다 사람이 줄면 곤란해! 이해해주게. 적이 도망한다면 부하들에겐 내 작전 미스라고 말해두고. 그 원망은 내가 받도록 하지, 이제 됐나?”

 

 해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이어서 잭이 그를 안심시키듯 이렇게 말했다.

 

 “너무 걱정 말게. 도망치지 않을 거야. 우린 독 안의 쥐를 사냥하기만 하면 돼.”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밑 빠진 독이지만 말이죠.”

 

 잭이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해럴드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후, 뒤에서 자신의 무장을 점검하고 있던 B.C.가 말을 걸어왔다.

 

 “눈물 나는 부하 사랑이군. 원래 그런 성격이었던가? 처음 보는 모습인데.”

 

 잭이 대답했다.

 

 “원래의 성격이란 건 능력 없는 놈들이나 하는 소리고. 상황에 따라 다른 가면을 꺼내드는 건 현명한 사람의 필수 능력이야. 지금은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그걸 위한 가면을 쓰는 것뿐이지.”

 “흐음······그럼 지금 내게 그런 말을 해주는 것도 사실은 가면이라는 거야?”

 

 B.C.의 반문에 잭이 미묘하게 웃었다.

 

 “그럴지도 모르지. 너라면 이미 다 알고 있을 얘기니까. 당신은 영리한 여자잖아? 굳이 숨겨서 뭐하겠어? 숨길만한 얘기는 숨겨지는 상대에게 해야 하는 거야.”

 “나한테 하면 뭔가 다르다는 건가?”

 “삐지겠지? 한 번 보고 싶은 모습이긴 하지만 무서울 것 같군.”

 “······.”

 

 B.C.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등을 돌려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잭이 물었다.

 

 “어디가지?”

 “당신이 질투하는 모습이 조금 보고 싶어서. 산책할 겸······다른 남자도 좀 구경하고 오려고. 어때? 신경 쓰여?”

 

 B.C.의 과장된 언사에 잭이 흐름에 따라 손을 들었다.

 

 “무섭군.”

 

 잭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B.C.가 모습을 감췄다.

 

 

 + + +

 

 

 “비싼 조직!”

 

 신기할 정도로 넘치던 체력이 한순간에 사라지자마자 정말로 그 체력이 기억력을 대가로 사용하기라도 한 것처럼 신기하게도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단어는 마법의 주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크록들의 촉수를 멈춰 세웠다.

 이번에는 흥미가 돋았는지 크록들이 태세를 전환해왔다.

 

 “그 단어를 누구에게 들었지?”

 

 시해가 영어로 말했었기 때문에 크록들도 영어로 대답을 했다.

 혹시라도 크록들이 영어를 몰랐다면 목숨이 날아갈 정도의 실수였지만 아무래도 시해에게 악운이 함께하는 것 같았다.

 시해는 결코 기쁘지 않았다.

 이어서 시해의 머릿속으로 두꺼비 크록들과의 대화가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억울할 정도로 선명하게.

 

 “채, 채널이 닫힌 비싼 조직을 보셨나요?”

 

 문어 모양의 크록들은 시해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대화가 이어졌다.

 

 “그대가 비싼 조직의 숙주인가? 어째서 비싼 조직과 함께 있지 않지?”

 

 시해가 억울함을 토해내듯 외쳤다.

 

 “지금 찾고 있으니까요!”

 

 고개를 들어 크록의 거대한 눈동자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아무래도 길이 엇갈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크록들은 여전히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는 건 그대는 비싼 조직의 부탁을 받고 우리, 여든 아홉 개의 조직을 찾아온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그 말을 듣고 시해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부탁? 무슨 부탁이요?”

 “보아하니 비싼 조직으로부터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 한 모양이지? 신기하군.”

 

 두꺼비 모양의 크록들과 대화 할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이 문맥을 건너뛰는 것 같은 대화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

 

 “뭐가 신기하다는 말입니까?”

 “자네가 비싼 조직을 찾아 이만한 위험을 감수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나와 대화를 하려 했다는 것.”

 “그게 뭐가 신기하다는 겁니까, 그렇게 무서운 기세로 공격을 해오는데 그럼 대화를 하지, 뭘 할 수 있겠어요!”

 “······”

 

 그러자 자신을 여든 아홉 조직이라고 밝힌 문어 모양의 크록들이 거대한 눈을 게슴츠레 떴다.

 

 “왜요?”

 

 눈동자의 시선을 따라 시해가 시선을 내리자 그곳에는 자신의 몸에 여태 매달려 있던 IDA-48이 보였다.

 그것도 실탄이 장전된 채로 자신의 손에 들려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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