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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모이라이(7)
작성일 : 19-10-25 08:05     조회 : 237     추천 : 2     분량 : 8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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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사실 여기서 태어났거든. 그러니까······자기한테 있어서 난 이세계인이라는 얘기야."

 

 그 말에 시해가 눈동자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그 모습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마이는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후후후, 당황하는 모습도 귀엽네, 자기.”

 

 그리고는 뭐가 자랑스러운지 허리를 쫙 펴고 이렇게 말했다.

 

 “뭐, 다들 내가 여기서 태어났다는 얘기를 처음 들으면 다 비슷하게 반응하더라고. 깜짝 놀랐지? 후후후!”

 

 그 모습에 시해가 말했다.

 

 “그, 그거 참 놀랍네요, 정말······”

 

 그녀의 나이가 실제로 어떤지는 물어보지 않아서 아직 모르지만, 시해가 자신의 보는 눈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못해도 그녀는 20대 후반으로 보였다.

 잭에 의해 이미 이 도시가 지구의 어떤 세력에 의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정착민이 존재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었지만, 영 믿을 만한 구석이 없었기 때문에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말로 인해 한 가지는 확실해진 셈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는 근거를 들어 신뢰한다면, 이 도시의 역사가 적어도 20년은 넘는다는 소리였다. 아니, 사람들이 마을을 세우고 정착하는 시간까지 고려한다면 그녀가 이 도시에 정착한 1세대의 바로 다음 세대라고 치더라도, 40년은 족히 넘는 시간이 지났다는 소리였다.

 그러니 시해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만큼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세계의 존재가 철저하게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그러든지 말든지, 마이는 시해의 반응에 즐거워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여기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왜 그렇게 놀라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볼 때는 자기가 왔다는 지구라는 곳의 모습이 더 관심이 가거든. 아~나도 이런 촌구석 말고 야경 예쁘고, 화려한 도시를 걸어보고 싶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곤 두 손을 서로 부여잡고 꿈을 꾸는 소녀처럼 쿠션에 몸을 묻었다.

 도시의 모습에서 현대적인 모습을 느꼈던 시해였지만, 그녀의 말대로라면 어쩜 겉모습만 그런 것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것은 퍽 안쓰러운 이야기였다.

 그러다가 돌연 휙 하고 시해의 몸이 앞으로 숙여지며 급히 말문이 열렸다.

 

 “갈 수 있나요!?”

 “응?”

 “···지구요! 돌아갈 수 있어요!?”

 

 이제껏 내심 이세계로 데려올 수 있다면 다시 돌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왔던 시해였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때문에 무심코 그 가능성에 대해 확답을 줄 수 있는 그녀의 말에 시해의 가슴속에서 희망이 피어났던 것이다.

 눈을 빛내며 묻는 시해에게 마이가 답했다.

 

 “으응···갈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어딘가 어중간한 대답에 시해가 고개를 갸웃했다.

 갈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난 가본 적 없는 걸~그러니까 가보고 싶은 거 아니겠어?”

 “아.”

 

 그제야 시해는 마이라는 이 여성이 이 도시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눈치를 챌 수 있었다.

 그리고 리벳의 말도. 지구에 갈 수 있냐는 질문에 그녀가 어딘가 씁쓸하게 웃고 있었다.

 

 “팔은 우리가 지구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래서 계속 여기 있을 수밖에 없거든.”

 “팔?”

 

 몇 번인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고, 시해는 생각했다.

 

 “뉴타히티 시의 시장이야. 자기를 납치해 온 네오 트라이앵글의 창립자기도 하고. 팔 마르코폴로. 6년 전에 뉴타히티로 찾아와서 이곳에 도시를 지었어. 그 전엔 논이나 밭밖에 없는 진짜 촌구석이었는데······정말 많이 변했다고 나도 생각하고, 마을 사람들도 좋아했지. 이제야 사람답게 살 수 있게 됐다면서.”

 

 잠시 말을 끊은 마이가 시해를 물끄러미 보았다.

 

 “더 듣고 싶어?”

 

 시해는 자세를 바로 했다.

 

 “듣고 싶어요.”

 “그래? 그럼 자기가 듣고 싶다니까 들려줄게.”

 

 이어서 그녀는 손에 쥔 카드를 내려놓고는 목을 가다듬었다.

 

 “이 도시···아니, 전에는 마을이었으니까, 이 마을은 타히티라는 섬에 살던 사람들이 세운 마을이었어. 거의 50년 전 일이니까 난 잘 모르지만. 처음엔 모르는 곳에 와서 하늘도 이상해서 엄청 당황하고 막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랬다고 하더라. 근데 정신 차리고 보니까 그땐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도 몰랐고, 먹고 살기는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마을을 세운 거지.”

 

 마이가 숨을 고르며 두 손으로 다리를 감쌌다.

 

 “마을을 세우는 데도 엄청 고생했다고 하더라. 자기도 알다시피 여긴 사람 말고도 주민들이 있었거든. 괴물들 말이야. 변변한 무기도 없어서 죽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고. 하지만 어떻게든 노력해서 마을을 세우고, 여기 뉴타히티에 하나둘 정착했고, 그러다가 수십 년 전쯤에 다시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대. 그리고 자기들 말고도 이세계에 넘어온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요?”

 “응. 타히티 말고도 다른 몇몇 섬들도 피해를 당했던 거지. 난 알지도 못하는 섬이지만.”

 

 타히티 말고도 다른 섬도 피해를 당했다니, 시해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은 이세계로 넘어오는 방법이 여러 가지라는 건가요?”

 

 마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알기로는 이세계로 넘어오는 방법은 하나야. 게이트를 타고 넘어오는 거지.”

 “게이트······”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그 게이트라는 게 문자 그대로 문을 의미하는 건지 다른 무언가인 건지. 확실한 건 지구와 이세계를 오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거하고 게이트가 바다에 열린다는 거야.”

 

 그것은 시해도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었다.

 시해는 분명 배를 탄 채로 이세계로 넘어왔다.

 그렇다면 이세계로 넘어오는 방법이 바다 어딘가에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추측 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리고 게이트는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한다는 거야. 언제 열리고 언제 닫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아.”

 

 시해가 물었다.

 

 “그건 어떻게 알죠?”

 “팔의 부하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가 그냥 돌아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거든. 몇 개월을 바다를 떠돌다가 그냥 돌아온 적도 많은가 봐.”

 “그래요······.”

 

 시해가 이어서 질문했다.

 

 “그런데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는데도 왜 돌아가려고 하지 않은 거죠? 여긴 괴물들도 많고 살기도 힘들었다고 했잖아요.”

 

 마이가 자신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대답했다.

 

 “그건······지구와 오가는 방법을 알게 되긴 했지만, 그걸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마을에 정착한 사람이 대부분이어서 돌아가겠다는 것보다는 무기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더라고. 내가 어렸을 때 그런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 마을을 지키려면 본격적으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웃기는 일이지. 여기서 안전하게 사는 것보다 지구인지 뭔지 하는 곳이 더 안전하다는데 말이야.”

 “······”

 

 시해는 마이의 말에 다소 동의하지 않았지만 굳이 그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그렇게 어느 정도 마을이 무기도 갖게 되고 전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살 수 있게 됐을 즈음에 팔이 찾아왔어. 그게 6년 전이지. 팔은 마을 사람들에게 지구에서 쓰레기인가 뭔가를 가져와서 이세계에 버리는 일을 하자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했어. 그걸 버릴 곳만 찾아주면 된다면서. 그러면 무기도 잔뜩 받을 수 있고, 투자인지 뭔지도 받아서 마을에 큰 건물도 세울 수 있다면서 말이야.”

 

 알 만한 일이었다.

 잘살고 싶은 욕망만큼 사람의 두 눈을 가리는 일은 없었다.

 어쩌면 팔의 말에 동조한 마을 사람들이 현명한 것인지도 모른다. 50년이면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 지구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이 되었을 것이고(어쩌면 죽었거나)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은 쓰레기가 뭔지 알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뭔지 모를 것을 직접 가져와야 되는 것도 아니고, 버릴 장소만 찾아주면, 무기도 주고, 건물도 세워준다고 하니, 누가 그것을 거절할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팔은 1년 만에 마을의 시장이 됐고, 정말 무기를 잔뜩 가져왔어. 엄청 큰 배에 실어서. 다들 그때 눈을 의심했었지. 그리고······”

 

 마오가 말을 흐렸다.

 

 “그리고?”

 

 시해가 재촉하듯 묻자, 그녀가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에 와서는 팔이 하는 말이면 다들 껌뻑 죽어. 구세주라고 찬양하는 사람도 있고, 팔 밑에서 일하는 게 꿈인 사람도 생겼어.”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등을 편 마오가 다시 말을 이었다.

 

 “팔은 시장이 된 뒤에 규칙을 정했어. 뉴타히티의 주민은 도시의 번영을 위해 일한다. 이세계의 주민과는 결코 친하게 지내서는 안 된다. 그동안의 당한 설움을 그대로 돌려주자.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뭐, 그런 거.”

 

 조심스레 시해가 물었다.

 

 “아무도 거기에 반대하지 않았나요?”

 

 마이가 반문했다.

 

 “반대한 사람이 어떻게 됐을 거 같아?”

 “······”

 

 대답하지 않는 시해를 뒤로하고 마이의 말은 끝나지 않고 이어졌다.

 

 “뭐, 그 규칙들이 다 이유가 있다는 건 이해해. 다들 잘살고 싶은 거지. 그리고 마을이 엄청 발전해서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살게 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사람이 엄청 부족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구로 가고 싶다고 말하면 마을에선 배신자니, 염치가 없다느니, 그래.”

 

 “······”

 

 “그래서 이런 얘기 할 수 있는 건 자기 같은 사람들뿐이야. 좀 지나면 팔한테 부림당하느라 나랑은 얘기할 시간도 없을 테니까, 지금 아니면 이렇게 억지도 못 부리거든. 후후후.”

 

 작게 웃음 짓던 마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끝냈는지 손뼉을 쳤다.

 

 “자, 내 얘기는 이걸로 끝! 이제 자기가 나한테 얘기해줄래? 지구 얘기는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거든! 그거 들으려고 여기 부른 것도 있고! 후후후!”

 

 활기차게 그렇게 이야기하는 마이의 얼굴이 살짝 슬퍼 보이는 것이 착각만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며 시해는 고개를 끄덕였다.

 

 

 + + +

 

 

 시해와 마이의 담소는 그 뒤에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다행히, 시해에겐 그녀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았다.

 진짜 이름도, 진짜 출신도, 진짜 직업도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그 외의 것이라면 들려줘도 되리라고 생각했기에.

 시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그녀에게 들려주었다.

 물론, 시해에게 있어서 지구의 이야기가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즐겁게 나눌만한 이야기는 충분히 많았다.

 동시에 머리카락 속에서 에스카를 내보내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게다가 사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오자 이때다 싶어서 노래를 불렀고 말이다.

 

 “지구! 갈수! 있나! 시해! 시발! 갈수! 있나!”

 

 이쯤되면 들키지 않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자신이 위기에 처했었다는 것을 알기는 아는 걸까.

 심지어 시해의 이마에서 삐질삐질 땀이 흐르자, 축축한 땀이 기분나쁘다는 듯이 두피를 두들겼다.

 

 “하지마! 하지마! 물! 시해! 하지마!”

 

 에스카를 강제로 두피에서 떼어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시해가 이를 갈았다.

 

 ‘방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아주 그냥······’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마이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어느새 다른 여성들이 커튼을 들추고 얼굴을 내민 것이다.

 

 “뭐야, 뭐야? 무슨 얘기하는데 그렇게 웃어? 나도 들어도 돼?”

 “나도! 빠트리면 섭섭해, 마이?”

 

 그녀들의 모습에 마이는 처음에 짜증을 냈지만, 이내 마음대로 하라며 허락했다.

 시해가 지구에 대해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거의 전부 얘기했을 땐 약 대여섯 명이 더 모여들어 있었다.

 그들은 시해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해줘서 고맙다고 보답을 해주겠다고 했다.

 시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보답?”

 “응~보답! 우리가 예쁘게 화장해 줄게! 너 처음 봤을 때부터 화장발 잘 받게 생겨서 해보고 싶었거든!”

 

 얼토당토않은 소리에 시해가 고개를 휙 돌려서 마이를 쳐다보았다.

 마이는 웃고 있었다.

 

 “어머, 정말이네?”

 

 귓가에서 에스카가 마치 메아리처럼 마이의 말을 따라했다.

 주변에 여성이 몰리자 한층 시끄러워져서 에스카도 신이 난 것 같았다.

 

 “어머! 정말! 이네!”

 ‘넌 입 다물어! 제발!’

 

 벽면을 쳐다보자 화장대에는 남자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하리도.

 하리가 인사했다.

 

 “하, 하하. 안녕하세요.”

 “······”

 

 그러기도 잠시, 돌연 방문이 부서지듯 열리며 굉음을 냈다.

 쾅!

 이어서 노란 방독면을 쓴 감시자 서넛이 방안으로 들이닥쳤다.

 

 “한 놈도 움직이지 마! 개자식들! 네놈들 때문에 이게 지금 뭔 개고생이야?”

 

 시해는 반사적으로 두손을 들고 항복 의사를 표했으나, 그들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

 재빠르게 손을 든 것이 오히려 눈에 띠었는지 감시자 중 하나가 시해에게로 곧장 달려왔다.

 그러고는 개머리판으로 시해를 냅다 후려쳤다.

 퍽!

 

 

 + + +

 

 

 이후에 시해는 방 안으로 들이닥친 감시자들에 의해 2시간 만에 방을 나와야 했다.

 감시자들은 화장으로 범벅이 된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는 물대포를 뿌렸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용서 없다, 알겠어!”

 

 그리고 그중에는 시해를 몸수색하려던 감시자도 포함해 있었다.

 방독면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있었음에도 시해는 곧바로 감시자의 목소리로부터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봐, 너. 잠깐 일어서 봐.”

 

 그가 물에 젖어 비틀거리는 시해에게 다가왔다.

 이에 당황한 시해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왜 그러시죠? 전······!”

 퍽!

 “일어서라면 일어서!”

 

 갑작스런 행동에 의아해는지 또다른 감시자들이 그에게 물었다.

 

 “뭐 해?”

 “감염 여부 확인.”

 “뭐? 됐어. 살충제도 뿌려뒀으니까, 죽었을 거야. 굳이 몸수색까지 할 필요 없어. 빨리빨리 해치우고 가자고.”

 

 그러나 감시자는 아랑곳않고 시해의 몸을 이곳저곳 주무르기 시작했다.

 다리에서 허리로, 허리에서 어깨로.

 옆에 있던 하리를 포함해 여러 시선들이 쏠리는 가운데, 시해는 눈을 찔끔 감았다.

 그 순간, 그 손길을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바트! 내 말 안 들려?”

 

 순간 몸수색을 하는 손길이 멈칫했지만 바트라 불린 감시자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려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무시당한 감시자의 목소리에 노기가 섞였다.

 

 “이제 됐어! 지금 내 말 무시해!?”

 

 가까이 다가온 인영이 몸수색을 하는 바트의 손을 붙잡았다.

 그제서야 뒤를 돌아본 바트가 갑자기 냉소를 날렸다.

 

 “흥!”

 

 그러자 바트의 손을 붙잡은 인영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니, 근데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지금 뭐하자는······.”

 

 한바탕 투닥거리가 벌어지려는 찰나, 두 사람의 대화를 가로막으며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텅! 텅! 텅!

 <무장실>이라고 팻말이 박힌 문을 열고 나온 한 남자가 문을 두드린 것이었다.

 꽤 세게 두들긴 것인지 철문이 크게 울렸다.

 두 사람의 이목이 동시에 그쪽으로 쏠렸다.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마스크를 손으로 내리며 말했다.

 

 “들여보내. 바쁘니까.”

 

 어느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는지 이번에는 바트도 무시하지 못하고 혀를 찼다.

 짜증이 났는지 바트가 무장실 쪽으로 시해를 내동댕이치듯 거칠게 밀었다.

 그 반동으로 넘어질뻔한 시해가 간신히 균형을 잡고 일어서며 뒤를 돌아보자, 바트의 손을 잡고 있던 감시자가 다른 감시자들을 향해 턱짓을 했다.

 

 “끌고 가.”

 

 명령에 따라 다른 감시자들이 시해를 양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감시자들에 의해 힘없이 질질 무장실 안으로 향했다.

 뒤에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두 사람의 말다툼이 들려왔다.

 

 “넌 나 좀 보자.”

 “난 내가 해야할 일을······”

 “됐으니까, 좀 오라고!”

 

 멀어져가는 투닥거림을 뒤로하고, 무장실로 들어서자 보이는 시술대가 있고 수술에나 쓰일 법한 메스나 집게 등이 진열대 위에 늘어져 놓여 있었다.

 팻말만보면 무기창고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싶었다.

 <무장실>이라기보다는 <수술실>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잡생각도 잠시, 새하얀 수술복을 입고 일회용 고무장갑을 낀 사람들이 시해를 시술대 위에 묶었다.

 한 고비 넘어 또 한 고비라고 몸수색에서 벗어난 것에 아주 잠깐 안도했던 것이 후회가되는 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시해의 머리칼 속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

 시해가 겁에 질려서 물었다.

 

 “뭐, 뭘 하는 겁니까?”

 

 시해의 물음에 새하얀 사람들 중 무언가를 준비 중이던 한 사람이 시해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어깻죽지를 짚었다.

 

 “여기에 GPS랑 폭약을 심을 거야.”

 “폭···약?”

 “그래, 무슨 말인지 알지?”

 

 말해 무엇 할까. 그들은 딱 그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다시 하는 것에 불과했다.

 한 가지 예상 못 한 것은 시술이 부분 마취, 그것도 약한 마취 상태에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메스가 어깨살을 가르는 느낌을 고스란히 느끼며 시해가 신음을 삼켰다.

 

 “끄으으으윽! 허억!”

 “힘주지 마. 어깨 근육 잘린다. 흐흐흐.”

 

 기분 나쁘게 웃는 그 얼굴에 한 방 날려주고 싶었지만, 온몸이 시술대 위에 묶여있는 시해에겐 요원한 일이었다.

 

 

 + + +

 

 

 시술이 끝나고 깨끗한 붕대를 감은 시해는 곧바로 방으로 이동되었다.

 마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엉성하게 봉합된 상처의 쓰라림을 간신히 참으며 방으로 들어서자, 감시자들이 무심하게 방문을 닫아 잠그는 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온몸에서 힘이 빠진 시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부드러운 침대였지만, 무심결에 쓰러진 탓인지 상처가 화끈하고 타올랐다.

 

 “끄악-!”어깨를 감싸며 몸을 웅크린다.

 

 그렇게 아픔에 괴로워하는데, 까먹고 있던 감각이 다시금 시해의 뒤통수에서 느껴졌다.

 

 “시해?”

 

 에스카였다.

 그 목소리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손 하나 까딱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던 시해는 그저 숨을 몰아쉬었다.

 

 “너, 이씨···발······”

 

 에스카가 시해의 머릿속에서 기어 나와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갔다.

 천장에 눌러 붙은 그 모습을 향해 시해가 자포자기를 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하아···하아···말만 통하면 넌 아주 그냥······하아···하아···죽는···다······.”

 “시해! 시발! 갈 수 있나요? 나도! 나도!”

 

 그러든지 말든지 에스카는 새롭게 배운 말들이 많은지 자랑하듯 떠벌렸다.

 시해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너 잘났다.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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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쓰레기 전쟁(5) 2019 / 10 / 23 222 5 4663   
5 쓰레기 전쟁(4) 2019 / 10 / 23 221 5 6078   
4 쓰레기 전쟁(3) 2019 / 10 / 23 237 5 5228   
3 쓰레기 전쟁(2) 2019 / 10 / 23 261 5 5212   
2 쓰레기 전쟁(1) 2019 / 10 / 22 237 5 4355   
1 세계의 껍질 2019 / 10 / 22 444 6 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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