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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가면의 기사들
작가 : 스와디아
작품등록일 : 2019.9.2

가면을 쓴 두명의 소년 이야기

 
48.결전(6) 完
작성일 : 19-11-09 21:43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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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

 

 

 “강철의 기사단은 들어라. 이건 오직 나의 싸움이다. 절대 싸움에 간섭하지 마라. 물론 란슬롯과 밴디 너도.”

 

 

 기사단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무언의 대답이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발트하임은 나보다도 더 확실하게 그것을 들었을 것이다.

 

 

 준비가 끝났음에도 나는 쉽사리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지금의 긴장감을 이겨내고 선공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리였다. 그러니 발트하임이 선공을 해왔다. 공격은 빠르고 판단은 정확했다. 노출된 급소를 노리고 들어오면서도 검의 궤도를 통해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줄여나갔다. 공간을 자르는 듯한 공격. 본적이 있다. 스틸이라는 녀석의 검술과 같았으니까.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그 때는 인챈트의 차이 때문에 검을 마주할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급소를 노리는 공격은 피하고 공간을 자르는 공격은 막거나 흘려낸다. 그러면서 나는 여명의 기사단 검술의 기본인 회전력을 점점 더해갔다. 나의 검은 점점 빨라지고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극한에 다다랐을 때 발트하임의 검을 쳐내고 그 빈틈을 이용해 검을 찔러넣을 생각을 하였다. 스틸과의 대결이 지금의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었다.

 

 

 상상 속에서의 나는 그 과정을 멋지게 해냈다. 나의 검은 정확히 발트하임의 목을 찔러 들어갔고 검을 비틀어 녀석의 머리를 몸과 분리시켰다.

 

 

 깡!

 

 

 나는 적절한 타이밍에 검을 질렀다. 얇은 두 검이 마주하며 생긴 청명하고 투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발트하임이 공격했고 나는 그것을 쳐냈다. 그렇게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만은 현실이 아니었다.

 

 

 어라?

 

 

 자세가 무너진 것은 오히려 나였다. 나의 공격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최고의 공격이었다. 그러나 발트하임의 공격은 그런 나의 힘보다 더 강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파고들어 발트하임은 내 몸을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자세가 무너진 상태에서 그 녀석의 공격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나는 갑옷을 이용해서라도 녀석의 공격을 끊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였다. 단 한 번의 일격. 나는 그것을 막을 수 없음을 직감하였다. 지금은 뼈를 주고라도 살울 취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녀석의 검격을 맞으면서 다리로 녀석의 복부를 차서 밀어냈다. 거리를 벌리기 위함이었다.

 

 

 “허억...허억...”

 

 

 가슴에 손을 얹었더니 새빨간 피가 보였다. 왼쪽 어깨부터 오른쪽 옆구리까지 이어지는 커다란 상처가 눈에 보였다.

 

 

 “겨우 이 정도인가. 한 평생 검만 갈고 닦은 녀석이 마법사 나부랭이한테 밀리다니 부끄럽지 않나?”

 

 

 “여기서 당신을 마법사 나부랭이라고 부를 수 있을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요. 더구나 당신의 검술. 저기 있는 스틸이라는 녀석의 검과 비슷했습니다. 정식으로 검술도 배우신 것 아닙니까?”

 

 

 “하하. 눈썰미 하나는 예술이군. 그러나 하나 틀린 것이 있군. 이 검술은 배운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것이니까. 어쨌든 내가 검을 들어봤다는 사실이 너의 패배마저 정당화할 수는 없어. 아직 너는 나에게 증명하지 못했으니까.”

 

 

 “증명이라. 아뇨, 그건 제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왕좌에 앉은 그 순간 당신이 직접 깨달았을 것이니까요.”

 

 

 “여전히 입만 살았군. 자신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녀석이 말이야.”

 

 

 무슨 말이지?

 

 

 내가 증명해야 하는 것? 이 전쟁이 무의미함을 증명하는 것이 아닌건가?

 

 

 고민할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시한번 발트하임이 내게 다가왔으니까. 부상을 입으니 정신이 계속 아득해져 갔다. 나의 몸은 인간이었으니까. 정신을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 팔과 다리에 힘이 들어갈 리가 없었다. 발트하임이 검으로 후려치면 후려치는 방향으로 내 몸은 비틀거렸다.

 

 

 뭐를 증명하라는 거지? 이 때까지 해왔던 전쟁이 무의미했다는 것을 말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아니 애초에 내가 그딴 것을 왜 증명해야 되는 거야. 나는 전쟁이 계속되길 바라는데.

 

 

 수많은 잡념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곳에 정답은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발트하임은 끝없이 나를 몰아붙였다. 그리고 나는 결국 피해서는 안되는 공격을 피해버렸다.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벽이었다. 이제 발트하임의 다음 공격을 나는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었다.

 

 

 검으로 증명하라고? 그건 그냥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얘긴가?

 

 

 나는 마나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발트하임의 뒤에서 대기중이던 강철의 기사단 단원 하나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 단원의 몸은 마치 누가 당기는 것처럼 나에게 끌려왔다. 그리고 나는 그를 방패처럼 내 앞에 세웠다. 순간적으로 발트하임의 행동이 멈췄다.

 

 

  빈틈.

 

 

 나는 그 순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방패로 삼았던 그 기사를 발트하임에게 밀어서 자세를 무너뜨리고 그 녀석과 함께 발트하임을 베었다. 인챈트가 남아 있는 검은 그 두덩이의 적을 간단하고 깔끔하게 두동강을 내었다. 상반식과 하반신이 나누어진 발트하임과 그 기사는 벌레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크하하.. 역시. 로크가 너를 선택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그래. 그 검은 가면은 로크가 아니라 너에게 어울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바닥에 웃기는 모양으로 잘려 있는 이 녀석이 그 이유인 것 같았다. 그것을 밟았다. 소리가 안날 때까지 계속.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소리가 멈추었다. 이제야 조금 편안해졌다.

 

 

 “이제야, 이제야 이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었구나, 라그나. 고맙다.”

 

 

 나는 끝난 줄 알았던 그 소리가 다시 들리 길래 한번더 발을 들어올렸다. 더 확실하게 입을 막기 위해서. 그러나 갑자기 솟아 오르는 힘에 몸을 약간 뒤로 뺐다. 느껴본 적 있는 느낌이었다. 이것은 로크가 나에게 마력을 건내주었던 그 때와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그러나 훨씬 더 강하고 복잡한 감정이 느껴지는 힘이었다. 마력이 전해지며 상처도 치료되었는지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강철의 기사단과 발트하임의 몸이 모래로 변해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들리기 시작하였다. 귀를 통해 전달 받는 것이 아니라 뇌에 대고 바로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

 

 

 ‘카셀 놈들. 하나도 빠짐없이 사지를 찢어주마.’

 

 

 ‘내 아이를 죽인 놈들. 똑같이 죽여주겠어.’

 

 

 ‘내가 이놈들한테 어떻게 죽었더라.’

 

 

 ‘히힉! 하하하하하’

 

 

 귀를 막아도 그 소리는 멎지 않았다. 막힌 귓구멍에서 공명이나 되듯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만! 그만!”

 

 

 공허한 성에 수많은 시체들 위에서 나는 그렇게 혼자 울부짖었다.

 

 

 -------------------------------------------------------------------

 

 

 전쟁은 끝났다. 최초로 드래곤과 삼국이 연합하여 이루어진 사상 최대 규모의 연합군.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싸워 발트하임과 그 군을 섬멸하였다. 역사는 그 전쟁을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인간 사회는 발전을 거듭하였다. 마법의 유용함이 입증되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마법을 배웠다. 이제는 공간 이동 마법도 더 발전하여 소모되는 마나의 양이 현저히 줄었다. 그만큼 외국과의 교류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제는 교역을 공간 이동 마법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정도나 되었으니까. 발트하임 군의 잔당들이 때때로 도시를 공격해왔지만 그것은 오히려 삼국간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만드는 역할밖에 하지 못하였다. 어둠이 강해질수록 빛도 강해진 것이다. 라그나의 바람은 이루어진 것이다.

 

 

 -----------------------------------------------------------

 

 

 건장한 두 청년 앞에는 무덤이 있었다. 조촐한 무덤이었으나 공을 들여 만든 것이 티가 나는 무덤이었다. 두 청년은 한 없이 무덤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다.

 

 

 “주군. 저는 아직도 당신의 생각을 모르겠습니다. 정말 이것이 당신께서 그렇게 바라시던 복수이고, 결말이었습니까.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하는 것입니까. 주군을 잃은 기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저의 바람을 들어주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왜. 저와 밴디만 이 영겁의 세월 속에 가둬둔 채로 먼저 가신건가요.”

 

 

 물론 그의 물음에도 무덤은 오직 침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으니까. 죽음은 그런 것이다. 오직 가을 하늘에 부는 바람과 백색 가면만이 그곳에 있었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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