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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에밀
작가 : 어이비
작품등록일 : 2016.8.22

어머니의 첫사랑과 만난 나는
그에게서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독특함을 느꼈다.
이제 나와 그, 어머니는 어떤 선택을 하게될까?

 
제15부 그들의 현재(1)
작성일 : 16-10-12 10:53     조회 : 446     추천 : 0     분량 : 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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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을 인위적으로 제공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마.

  교육은 삶 그자체야.”

 

 

  추석이 다가오고 있었다. 준우를 포함한 아이들은 자유롭게 명절에 학교에 남을지 말지를 결정했다. 남게 되면 남는 아이들끼리 끼니 준비를 위한 식사 당번을 짜고 연휴 동안 할 일들을 함께 계획했다. 준우는 사랑마을학교에서 맞는 첫 명절이었고 학교에 남고 싶었다. 그러나 학교에 남는 아이는 나영이 뿐이었다.

  - 나도 함께 보내고 싶은데 이번 명절에는 부모님과 형이랑 같이 보내야할 것 같아. 내년에는 꼭 함께 보내자.

  지운이는 준우에게 미안해 했다.

  - 괜찮아. 나영이랑 같이 남아서 정말 다행이야. 내가 잘 돌봐줄거고. 또 도 선생님도 같이 있으니까 괜찮아.

  나영은 부모님들이 연휴 마지막 날에 다녀간다고 했다. 준우는 승희에게 연락했다.

  - 이번 명절을 사랑마을학교에서 보내기로 했어요. 이번에는 나영이랑 저랑 둘이 남고요. 도봉구 선생님도 계시고요.

  - 준우야. 이번 명절에 내가 갈게. 함께 보내자. 내가 선생님이랑 통화할게.

  준우는 즐거워하며 전화를 끊었다.

 

  추석은 금요일이었다. 아이들은 화요일 오후부터 하나 둘 씩 집으로 떠났다. 목요일 오전이 되자 준우와 나영만 남께 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일요일부터 학교로 돌아올 것이다.

  - 준우야, 선생님 없는 동안 나영이 잘 돌봐줘. 어머니께 인사드리고 싶은데 예매한 기차표 때문에 나가봐야할 것 같아.

  - 네, 선생님. 댁에 잘 다녀오세요.

  목요일 점심이 되기 전 나수진은 준우와 나영의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준우와 나영은 봉구가 있는 사무실로 갔다.

  - 선생님은 명절인데 어디 안가세요? 항상 이렇게 아이들과 계셨던 거에요?

  - 지금 떠올려보니 거의 그랬던 것 같아. 몇 번은 남는 아이들이 한명도 없어서 선생님도 문을 닫고 선생님 집에 갔다 온적도 있긴 해. 이번에는 지난 주 주말에 이미 집에 다녀왔기 때문에 괜찮아.

  - 죄송해요. 괜히 저희 때문에.

  - 아니야. 선생님도 너희와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좋아. 마침 너희가 작성한 계획표 보고 있었어. 함께 서로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캣 타워와 기타 받침대를 만들겠다고?

  - 네. 이미 구상도는 그려놨어요.

  - 그래, 너희가 하고 싶은 것은 자유롭게 하면 되고. 선생님이 내는 과제는 밤에 별 관찰하기야. 할 수 있지? 융합과학강의실 가보면 별자리 관련한 키트 찾아서 만들어보고 밤에 별자리 관찰해서 하루나눔에 적는거야. 할 수 있지? 준우는 나영이 도와주고.

  - 네. 궁금한 건 여쭤봐도 되죠?

  - 물론이야. 나영이 부모님은 토요일 오전에 오셔서 함께 점심 드시고 가실거고, 준우 어머님은 오늘 오후에 오실거래. 연휴 함께 보내시고 일요일 아침에 가신다고 하더구나. 나영이가 잘 도와드려.

  - 다행이에요. 혼자 자면 너무 쓸쓸할 것 같았는데.

  나영이는 진심을 담아 환하게 웃었다.

 

  승희는 자동차를 운동장 구석 주차장에 대어놓고 내리기 전에 크게 한번 호흡했다. 그 동안 준우를 만나러 사랑마을학교에 온 적은 있었지만 준우와 밖에서 만났기 때문에 사랑마을학교를 제대로 돌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준우의 고집이 아니었다면 대안학교에 대해서 관심조차 없던 승희였다. 준우가 만족해하니 호기심이 생겼고, 봉구 덕분에 믿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려 챙겨온 짐을 트렁크에서 꺼내는 동안 준우와 나영이 뛰어왔다.

  - 어머니, 오셨어요? 얘는 나영이에요. 제가 얘기한 적 있죠?

  - 안녕하세요? 아줌마가 준우 엄마에요? 아줌마 예쁘네요.

  나영은 스스럼없이 얘기했다. 승희는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그 동안 준우에게 나영에 대해 전해들은 터라 밝게 웃으며 나영의 손을 맞잡았다. 장애가 있다고 했지만 겉모습만으로는 밝고 사랑스러웠다.

  - 여기 우리 준우랑 너랑 남았다며? 아줌마도 같이 명절 보내러 왔어. 너랑 같이 잘 건데. 잘 부탁해.

  - 네. 저기 같이 가봐요, 아줌마. 준우랑 농사 지은 밭이 있어요. 지운이도 같이 했는데 지운이는 집에 갔어요. 도봉구 선생님이 아줌마한테 여기 소개해주랬어요.

  나영은 승희의 팔목을 잡고 끌었다. 준우가 트렁크를 받으며 눈짓을 했다. 승희는 나영에 이끌려 건물사이로 사라졌다. 준우는 승희의 트렁크를 여학생 기숙사에 가져다 놨다.

 

  나영은 쉬지않고 수다를 떨었다. 열 살 전후의 아이의 말투였다. 순수하고 맑았다. 사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사랑마을학교에 준우와 함께 있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승희와 나영은 학교를 한바퀴 둘러보고 함께 여학생 기숙사로 들어왔다. 승희에게 나영은 방긋 웃으며 빈 침대를 가리켰다.

  - 아줌마, 저기 사용하시면 되요. 저기는 비어있는 데거든요. 그리고 그 옆에는 나수진 선생님이 사용하는 침대에요.

  - 고맙다. 나영이 부모님은 언제 너보러 오시니?

  - 아마 토요일에 오실거에요.

 

  승희는 연휴에 준우와 어떻게 보낼 것인지 잠시 고민했었던 자신을 한심해 했다. 실제로 준우와 나영은 계획대로 캣타워와 기타 받침대를 만들고 별자리 관찰을 하느라 바빴다. 승희는 자진해서 연휴 동안 세끼 식사 준비를 맡았다. 함께 식사 준비를 하던 봉구가 얘기를 꺼냈다.

  - 승희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준우가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 많은 연봉을 받고 그래서 비슷한 스펙의 배우자를 만나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이를 다시 대물림하고. 그런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는거지?

  -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어. 어느 부모라면 누구나 그걸 바라지 않아?

  - 승희야. 너는 지금 너무 많이 지쳐있고, 누군가에게 위로 받아야해. 그래야 너도 준우를 위로할 수 있어. 지금 네가 준우에게 베푸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투자야.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불행한거야. 많은 부모들이 그 지점을 착각하는 것 같아. 우리는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것이 아니야.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닫기 위해 다니는거야.

  - 선배는 사무관 그만둔 것, 후회하지 않아?

  - 그럼, 나는 제일 잘한 것 같아. 내가 무슨 생각으로 행정고시 준비를 하고 시험을 봤는지도 이제는 까마득하다. 운이 좋았을 뿐이고 나는 항상 그 부분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너무 지겨운 공부를 아주 오래 하지는 않게 하늘이 행운을 내게 준 것.

  - 아냐. 그건 선배가 열심히 했고, 실력이 있기 때문인거야. 너무 겸손해 하진 마.

  - 나는 세상의 모든 시험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 아주 일부만을 볼 뿐이지. 승희야, 준우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고 또 그게 교육의 존재 이유야. 남보다 더 잘살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야. 물론, 돈은 많으면 좋은 점들이 꽤 있어. 행복할 가능성도 분명히 높아. 하지만 돈을 많이 번다고 모두 행복하지는 않아. 나는 아이들에게 돈을 많이 벌게 하는 것 보다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 주고 싶어. 우리 세대가 받았던 교육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 알아. 지금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최악이지. 내가 교육부를 왜 그만 뒀겠어. 내 양심의 소리를 모른 척 할 수는 없었어.

  - 선배. 여전하다. 그나저나, 이혼은 왜 한거야?

  - 그러는 너는 왜 했니?

  승희는 말문이 막혔다. 보통 때였으면 경호 탓을 했을 것이다.

  - 지난 주에 전 와이프의 결혼식도 다녀왔어.

  - 선배, 진짜 대단하다. 여전히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살고 있는거야?

  - 너 덕분에 행정고시도 시작한거잖아. 그런 점은 너한테 감사하고 있어.

  승희와 봉구는 함께 웃었다. 승희와 봉구는 세월을 넘어 솔직한 대화를 이어갔다.

  - 사실 좀 놀랐어. 뭐랄까. 이건 선배 능력인거야? 아님, 우연인거야? 이렇게 학교 운영이 가능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선배가 교육부까지 그만 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제도권에서 가능할까?

  - 나는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 물론 교육과 학교에 대한 우리의 이기심과 오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너무 걱정하지마. 준우는 네 생각보다 훨씬 잘 클거야. 그리고 너까지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야.

  승희와 봉구는 대화를 나누며 식사 준비를 마무리 했다. 아이들을 데리러갔던 봉구가 돌아왔다.

  - 하던 것을 마무리 지어야 해서 삼십분만 기다려 달래. 준우는 집중력이 참 좋아. 이거 볼래?

  봉구는 출력물을 내밀었다.

  - 평소에 준우에 대해서 내가 적은거야. 나중에 사랑마을학교를 나가게 되면 부모님들이나 본인에게 제공하기도 하고 평소에도 원하시면 드리기도 하고. 꾸준히 작성하고 있으니까.

  승희는 말없이 집어서 찬찬히 읽어보았다. 한 동안 말이 없던 승희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봉구는 아무말 없이 티슈를 집어 건넸다.

  - ...... 준우가 좀 활발하거나 리더쉽이 탁월하거나 그렇지 않은 건 사실이야. 그리고 낯도 엄청 가리고. 내 아들이지만 나는 언제부턴가 쟤가 부담돼. 가끔 내가 엄마로써 잘하고 있는 건지 자책감이 들 때가 있었어. 일단은 이혼을 한 것 자체가......

  승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

  - 경호 형이랑 연락하니?

  - 안 해. 그 사람한테 이미 나와 준우는 가족이 아니야. 내 탓인가 싶기도 하고.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내가 좀 더 노력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마흔이 돼서야 깨달았어. 차라리 다른 애들 처럼 아빠가 왜 없냐고 나한테 물어보기나 하면 좋을텐데.

  승희는 고개를 숙인 채 그 동안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얘기를 털어놨다.

  - 경호 형한테 메일을 보냈었대. 사랑마을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갑자기 승희가 얼굴을 들어 봉구를 올려다 봤다.

  - 나는 처음 듣는 얘기야.

  - 그런데 경호 형이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모양이야. 무슨 사정이 있는건지.

  - 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야. 나와 준우를 자신의 결점으로 생각할거니까. 사실, 나도 그 때는 어려서 준우 생각은 전혀 안하고 완전히 인연 끊는 것으로 얘기를 해서 할 말은 없어. 정말 너무 미안해.

  승희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그때는 이기적인 경호가 너무 싫었다. 자신도 그만큼 이기적이었던 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다. 그때는 경호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준우에게 좋은 아버지를 만들어 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마저도 좋은 어머니가 되어주지 못했다.

  - 그래도 준우 정말 잘 컸다. 뭐, 사람의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난 보면 알 수 있잖아. 다행으로 생각해. 너랑은 달라. 엄마 안닮아서 천만 다행이야.

 

  사랑마을학교에 들어오기 전 나의 명절은 일상과 같았다. 주로 어머니와 여행을 가거나 외할머니 댁을 방문하는 정도였다. 가족이나 친척이 많은 아이들을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나는 나와 공감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번 명절에 나는 어머니의 첫사랑이 도봉구 선생님임을 확신했다. 그들은 분명히 다시 좋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는 나라는 연결고리가 생겼으니 더욱 가능성이 높아졌다. 나와 도봉구 선생님으로 인해 어머니가 변화하기를 기대한다. 어머니가 세상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경쟁적인 삶보다 더불어 함께 하는 삶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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