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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아티스트로 살아남기 위한 기막힌 방법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11.5

화가, 소설가, 웹툰작가 등 세상의 모든 창작자들의 꿈을 그려봅니다.

 
제13화
작성일 : 19-11-06 07:16     조회 : 4     추천 : 0     분량 :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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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평일이라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페어 첫 날과 둘째 날에는 일반인들이 몰리는 주말을 피해 업계 전문가들이 주로 방문한다는 말을 사무국 관계자로부터 들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옷차림이 남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하지만 대부분 통로를 지나가다가 슬쩍 쳐다보기만 할 뿐 부스 안으로 들어와서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예준은 멀쩡히 잘 걸려있는 캔버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다시 바르게 고정시키기도 하고, 노트에 정리해 둔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묵독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애써 바쁜 척 반복하던 행동은 식상해졌고 다리도 아팠다. 예준은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을 꺼내어 스케줄을 확인했다. 예술원 합격자 발표가 내일이었다.

 아트페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예술원 입주까지 결정된다면 정말 인생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도 가장 흥분된 주말을 보내게 될 것이다. 예준은 포기하고 있던 전시회에 참가할 기회가 생긴 것이 어쩌면 예술원으로부터 좋은 소식을 들을 징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스마트폰에 빠져 있던 예준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길고 가느다란 팔이 드러나는 보라색 원피스를 입은 미모의 여성이 부스 앞에 서 있었다. 굵은 펄이 들어간 머리가닥이 가슴 부위까지 길게 내려와 있었고 왼쪽 허리에 묶은 리본은 치마 주름 위에 자연스럽게 걸쳐 있었다. 여성은 뒷목을 가로지르는 보라색 끈 아래 깊게 패인 등을 예준에게 보이며 천천히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옷 색깔 때문인지 왼손에 든 하얀색 핸드백이 유난히 돋보였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예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천천히 자리를 옮겨가는 여성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진 촬영해도 되나요?”

 “아, 예. 됩니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목소리도 정말 고왔다. 그녀는 스마트폰으로 부스 제일 가운데에 있는 50호짜리 ‘로봇 올랭피아’의 사진을 몇 장 찍은 후에 그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올랭피아의 이곳저곳 살펴보고 있었다. 예준은 벌렁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느라 몇 번이나 숨을 크게 내쉬고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로봇 올랭피아라고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인데 인간애를 상실한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그린 그림입니다.”

 그녀는 예준의 말을 잘 알아들었다는 듯 오른손 검지를 입술에 대고 고개를 끄덕였다. 예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넋이 빠져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예준은 자신의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름다운 여성과 나란히 서서 감상하고 있는 그림 때문이었다. 그림 속의 누드 앞에서 엉덩이를 변태처럼 흔들어대던 병수의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렸다. 예준은 꼼짝도 하지 못하고 그림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고 빨리 이 상황이 지나가기만을 바랐다. 다행히 그녀가 다른 그림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준은 발자국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조심 테이블로 돌아와서는 애써 그녀가 없는 쪽으로 시선을 두고 서 있었다. ‘로봇 올랭피아’ 작업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성적인 상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민망한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명함 있으세요?”

 “아, 예, 여기.”

 예준은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작업실 주소가 새겨진 명함을 여성에게 건넸다.

 “그림 좋네요. 잘 봤습니다.”

 그녀는 친절하고 예의바르기까지 했다. 그녀가 떠난 이후로도 한 참 동안 설레는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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