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이익!! - 부아아아앙!! - 빵!! - 빵!!”
8차선 도로를 간신히 벗어났지만,
사방에서 추적자들이 득실득실 몰려든다.
“으... 으...”
살며시 가물거리는 뷰띠크의 눈.
똠양꿍이 호들갑을 떤다.
“임 마! 정신이 좀 나나!”
와이구 할배요! 인자 정신이 좀 드나, 으뜬노?
힘겹게 눈을 뜬다.
“아... 야...”
“어 야 그래, 내 여 있다!”
“아야 ... 여거가 ... 어디다냐?”
“임 마 ... 니 ... 인자 살았다 ...
나도 여가 어딘지는 모르겠고...
하튼 아직도 도망가는 중이다...”
“...!! 아고 워메~ 나 주거 부러~
아야! 요기 악~! 워메 징한그~!”
돌아온 의식과 더불어
어깨에 박힌 총탄의 고통도 함께 찾아온다.
“쫌만 참아 바라... 짐 도리가 없다...
아째, 쫌만 참아바레이.
여 멈출 수도 없고, 병원도 못 갈기고...
우야믄 좋노~”
운전대를 잡고부터 줄곧
거칠게 고삐를 움켜지고 있는 발렌타인.
세차게 채찍을 휘두른 탓에
차체는 부서질 듯 심하게 요동친다.
“쉐에에에에엥!!! - 푸휴우우우우우웅!!!”
다가오는 헬기를 향해
산 속에서 시뻘건 포탄이 날아온다.
본능적으로 피하는 동시에
산 속의 목표지점을 향해
시퍼런 포격을 가하는
헬기의 30m기관포.
“츄라라라라라라랏!!!”
1000여발이 순식간에 뻗어나간다.
곧이어, 뒤따르는 헬 파이어 미사일 16기가
화려한 불꽃쇼를 벌인다.
“퓨슈우웅!!! - 퓨슈슈슝!!!”
그 모습은 마치
신화 속에서 현세로 소환된 듯한
흑 주작의 모습처럼 웅장하고 섬뜩하다.
불순분자들이 포진한 땅바닥은
한 마디로 쑥대밭, 아니 쑥대머리가 되고 있다.
한동안
흑 주작의 입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기둥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산 속은 불바다로 번져간다.
...
더 이상
저항의 깃발은 올라오지 않는다.
작열하는 분노의 눈을
씩씩거리며 참아내던 흑 주작은
서둘러 또 다른 먹잇감인
도주 차량을 향해
단말마의 비명을 하늘 높이 부르짖으며
불타오르는 날개를 하늘 위로 펼쳐 올린다.
“슈우우우우우웅!!! - 바바바바바바바바!!!”
도주하는 일행의 귓전으로
멀리서부터 흑 주작의 매서운 날갯짓 소리가
빠르게 다가온다.
그러나 ...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는
종적을 감춘 듯 멀리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운전하던 발렌타인이 슬쩍 뒤를 돌아본다.
“야! 썅 년!”
“그렇게 부르지 마!!”
힘들어하는 황 비서를 돌보던 소라가
버럭 대고 눈을 흘긴다.
“꿰엑!!! - 꿰에에에에에엑!!! - 쿵!!!”
부서질 듯 밟히는 브레이크 페달.
차 안은 아수라장으로 뒤엉킨다.
어느새 발렌타인의 손에는
M4A1 소총이 들려 있고...
옵션으로 장착된 조준경과 유탄 발사기가 멋 뜨러진다.
아무렇게나 쳐 박혀 있는 소라의 뚝배기에
정 조준하여 겨냥하고 있다.
황 비서를 노려본다.
“어이! 썅 년! 정신 차려!!”
정신을 차린 소라가 다시 버럭 댄다.
“그렇게! 부르지 ... ??!!”
“빠빠바바바바밧!! - 투루루루루룻!!”
열려 있는 차 뒷문 밖을 향해
거칠게 뛰쳐나가는 총탄.
그 덕분에
차 주위로 몰려들던 구경꾼들이
혼비백산하여 온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달아난다.
소라의 어깨를 군화발로 무섭게 누른다.
대박사건~! 언제 또 바꿔 신었지?
“아아아아아악!!”
자지러지는 비명이 차안에 가득 찬다.
그 순간
황 비서의 눈이 번쩍 떠진다.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도 말 하지도 못하는 일행.
두려움이 가득 찬 눈으로
발렌타인의 독 끼 어린 눈만 바라볼 뿐이다.
“아아아아아악!”
황 비서의 눈도 독 끼 충만 이다.
살기 어린 눈빛으로 끝끝내 일어난다.
독 끼가 서로 마주본다.
눈알 핏대가 벌겋게 부풀어 오른다.
발렌타인을 향해 힘겹게 발을 옮긴다.
“아아아아아악!”
“이씨! ... 그 ... 그만”
악 다문 입으로 간신히 몇 마디 나온다.
헉헉대던 끝에 결국 발렌타인의 어깨를 잡아챈다.
핏대가 선 눈알에서 흐르는 한 줄기 눈물.
힘겹게 이죽거리던 입에서 마침내 일성을 토한다.
“그, 그, 그만해!! 이 ... 버러지 같은 년아!!”
황비서의 눈알을 응시하며,
기분 나쁜 미소를 씨~익 하고 머금는 발렌타인.
“여어~ 썅 년! 일어났구나!
그래야지 ㅋㅋㅋ ... 개가 주인을 모른 척 하면 쓰나~
...
운전대 잡아. 난 운전체질이 아니라서”
“...”
더 세게 소라의 어깨를 짓누른다.
“아아아아아아아아!!”
황 비서의 뺨을 타고 흐르는 한 줄기 눈물
“알았어!! ... 그만 ... 그만해~!!”
운전석에 앉기 전에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무언의 눈빛.
황 비서는 운전석을 향해
힘겹게 한 발 한 발 발걸음을 옮겨간다.
“아아아아아악!”
비틀거리면서 운전석에
겨우 털썩 주저앉는 황 비서.
“아아아아아악!”
비열한 눈빛과 묘한 미소를 흘리는 입 꼬리.
충분히 즐길 만큼 즐기고는
그 제서야 소라에게서 군화 발을 거둔다.
“출발해 ... 후후후”
황 비서는 쉴 새 없이 얼굴이 찡그려지지만
말없이 시동을 걸고 핸들을 휘감는다.
뷰띠크와 똠양꿍은
여전히 두려운 눈빛을 쉽사리 거두지 못한다.
“아야? 니 괜찮냐? ... 니 쫌 ... 무서버야!”
“하하하하하! 나도 이제 니들이랑 같은 신세거든.”
“뭐시 ... 같다는 기고?”
“좀 전에 거기서...
우리, 아니 나를 도와 준 것이 아냐...”
“그럼?... 아, 그 덕분에 탈출한 거잖여~”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
초가삼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빈대를 죽이는 거지~ 누군가 잡기 전에 말야...
내가... 그 빈대야...”
소총을 점검하며 쓴웃음을 짓는다.
뒷문 너머로
점점 커져가며 다가오는 헬기
힘찬 날개바람을 불어내며
바싹 다가오고 있다.
발렌타인이 소총 조준경 안에 헬기를 살포시 담는다.
“후우~ 아가야~ 이제 정말 붙어볼까!”
“투투투투투투투!!! - 파파파파파파팟!!!”
갑자기 날아온 총탄에
헬기가 잠깐 날아오를 뿐
별 타격은 없어 보인다.
다시 제자리를 찾아 가기도 전에
이번엔 유탄 발사기가 불을 뿜는다.
“푸슈우웅!!! - 푸슈슈슝!!! - 포호오옹!!!”
이번에도
헬기는 잠깐 날아올랐다가 내려온다.
역시
별 이상 없이 정상 궤도에 오른다.
“아야!! 저, 저건 뭔, 뭔 놈의 헬기가
아따, 징해 부러야!!!”
웅장한 모습에 기가 질려버리는 뷰띠크다.
“롱 보우 아파치야.
후우~ 이대로는 어림없어.
야, 똠양꿍~”
“왜? 뭐, 뭐, 뭐 땀시 그려!”
“여긴 네가 맡아!”
소총 한 자루를 던져준다.
“뭐, 뭐, 뭐?”
어렵사리 총을 받아 들고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엔 ...
발렌타인은 이미 차 밖으로 사라지고 난 다음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