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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판타지/SF
패왕마검사
작가 : 인기영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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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드래곤 시엘.
그가 지키지 못했던 플로렐 공작가와의 언약이 오랜 세월을 흘러
그 후손에게 이어지게 되는 순간 잠들어 있떤 패왕의 피가 다시금 들끓는다.

 
제 11 화
작성일 : 16-07-12 13:46     조회 : 553     추천 : 0     분량 : 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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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아, 그게 그렇게 듣고 싶으십니까? 말해드리지요. 플로렐 공작님이 카를로스 남작님의 돈 5골드를 석 달 전에 빌려 갔거든요. 그런데 제때 갚아주시지 않는 바람에 이자가 붙어 이제 10골드가 되었다, 이겁니다. 그 돈을 받아가야겠는데, 도련님이 해결해주시렵니까?”

 5골드가 석 달 만에 10골드로 불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행태를 보아하니 이 녀석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일에 도가 튼 녀석들이다.

 우리 아버지뿐만 아니라 카를로스 남작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이들에게는 이런 식으로 돈을 뜯어냈을 것이다.

 그리고 로나스 마을은 카를로스 남작의 영지다.

 영지민들은 풍요로운 대지 위에 살고 있으면서도 삶에 찌들어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제 대충 그림이 그려지는군.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이율로 불어난 돈을 고스란히 내놓을 생각은 없다. 5골드와 그에 따른 합당한 이율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가 직접 갚아주겠다. 물론 그것은 너희가 내 가문을 모욕한 것에 대해 사과를 했을 때의 이야기다.”

 “이거 영 말이 안 통하는 도련님이시네.”

 세 녀석은 공작가의 자제인 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검을 꺼내들었다.

 “그렇게 무게 잡아봤자 전혀 무섭지 않거든요. 지나가던 똥개가 더 무섭겠네.”

 “으하하하하하!”

 대머리 사내의 말에 나머지 두 녀석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녀석들의 행동이 옳다.

 아무 힘도 없는 공작가를 밟아버렸다고 해도 그보다 큰 힘을 가진 카를로스 남작이 변호해주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건 2년 전의 이야기다.

 ‘아직 어설퍼.’

 녀석들이 검을 뽑아드는 모습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들은 제대로 검을 다룰 줄 모른다. 기본기도 없이 닥치는 대로 휘둘렀거나 무력시위용이었다.

 소드마스터 하라드의 밑에서 2년간 지옥 같은 수련을 견뎌 낸 나는 검을 뽑는 자세 하나만으로도 이런 걸 간파해낼 수 있었다.

 “우리를 원망하지 마쇼.”

 

 ***

 

 대머리 녀석이 눈을 크게 뜨며 검을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르젠의 몸이 움직였다.

 서걱!

 “커억!”

 녀석의 검을 든 손목이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

 “뭐, 뭐야!”

 당황하는 두 녀석에게 달려간 아르젠! 그의 발이 오른쪽 사내의 복부를 걷어차는가 싶더니, 검이 번쩍 휘둘러지며 왼쪽 사내의 허벅지를 베어버렸다.

 콰당탕!

 “으아악!”

 왼쪽 사내는 몸서리쳐지는 고통에 검을 놓치고서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아르젠은 발을 뒤로 쭉 뺐다가 사내의 턱을 차올렸다.

 곧이어 머리가 뒤로 크게 넘어가며 그대로 기절하는 사내를 뒤로하고 넘어져 있던 사내에게 다가가 어깨를 찔러버렸다.

 “아악!”

 그 사내 역시 검을 놓치며 어깨를 쥐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순식간에 세 남자를 제압한 아르젠이 대머리에게 다가가 목에다 검을 겨누었다.

 “지나가던 똥개가 더 무섭겠다고?”

 “아, 아니요! 그, 그게 저……!”

 아르젠은 검을 집어넣고 녀석의 멱을 틀어잡은 뒤 주먹으로 안면을 후려쳤다.

 “캑!”

 대머리의 입에서 피와 함께 이 2대가 튀어나왔다.

 오랜 시간 동안 억눌려 살아야만 했던 자의 가슴속엔 엄청난 분노가 잠들어 있는 법이다.

 아르젠에겐 이제 분노를 삭여야만 할 이유가 없었다. 그에게는 그만한 힘이 있고 눈앞에 있는 인간들은 첫 번째 희생자일 뿐이다.

 “지나가던 똥개가 더 무섭겠다고!”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흐윽! 제,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대머리의 잘린 손목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녀석은 다른 손으로 그 손목을 쥐고 고통에 허덕이면서도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아르젠에게서 자비를 바라기란 늦어버렸다.

 퍼억! 퍽!

 아르젠의 주먹이 녀석의 얼굴을 2대 더 후려쳤다.

 대머리의 코와 입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아르젠은 공포에 질린 대머리의 눈을 보며 씹어 뱉듯이 말했다.

 “가서 카를로스 남작에게 전해라. 플로렐 공작 가문과 해결할 일이 있다면 직접 찾아오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제, 제발 살려만 주십……!”

 퍼억!

 아르젠의 주먹이 있는 대로 턱을 후려쳤다.

 호수와 하라드의 도움을 받아 2년간 지옥 훈련으로 단련 된 아르젠의 몸은 엄청난 근력과 민첩성을 자랑했다.

 힘을 가득 담아 차올렸으니 대머리가 멀쩡할 재간이 없었다.

 털썩.

 대머리는 그대로 뻗어서 미동조차 없었다. 그 광경에 대머리보단 상황이 나은 두 사내가 쓰러진 대머리를 수습해서 후다닥 달아났다.

 3필의 말이 먼지를 흩날리며 저택에서 멀어져 갔다.

 

 ***

 

 난 검을 집어넣고 손을 탁탁 털었다.

 “아니… 도련님, 대체 언제 그런 검술을 익힌 것입니까?”

 집사 달란트가 놀란 얼굴로 물어왔다. 그의 곁에 서 있던 시종장 마훌은 훨씬 더 놀란 모양이었다.

 “내가 산에 올라가서 시간만 때우다 내려왔을 거라 생각한 거야?”

 “그건 아니지만 이 년 만에 이토록 놀라운 성장을 보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진짜 내 실력을 보게 되면 기절초풍하겠구만.

 달란트는 현실적이고 냉정하면서도 한 성깔 하는 인물이다.

 조금 전, 스스로 당해낼 수도 없는 3명의 사내들 앞에서도 기죽기는커녕 혼구멍을 내준다며 눈을 부라리지 않았는가?

 우리 가족한테는 충성스러운 사람이지만, 우리 가족을 핍박하는 이들에겐 목이 잘려 나가도 욕과 저주를 퍼부을 인물이 그다.

 난 믿음직스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다가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아무튼 고생했어. 그리고 두 사람 다, 오늘 일은 부모님께 비밀이야. 알았지?”

 한 번 더 함구하겠다는 대답을 받아낸 후에야 난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 지켜보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본능적으로 시선을 2층의 창문으로 옮겼다.

 하녀 노라가 창문 너머 복도에 서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며 모습을 숨겼다.

 뭐지? 꼭 뭔가 잘못한 거라도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네.

 

 ***

 

 집사 달란트가 부모님이 돌아오셨다고 내게 전했다. 나는 돌아왔다는 보고를 하기 위해 아버지의 방으로 향했다.

 뚜벅뚜벅.

 복도를 거닐고 있는데 마침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던 하녀 노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내 시선을 피했다.

 왜 그러지? 좀 전에도 그렇고 근 몇 달간 노라는 항상 이런 식이다. 무언가 죄지은 사람처럼 나와 시선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할 말이 있는데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쪽에서 먼저 말할 의사가 없다면 굳이 캐낼 생각 또한 없었다.

 난 그녀를 모른 척 지나친 후 아버지의 방문 앞에 서서 똑똑,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나들이는 잘 갔다 오셨습니까? 저는 정오쯤 돌아왔습니다.”

 아버지는 내가 들어오거나 말거나 창밖에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정오? 네가 온 이후에 누가 찾아오지 않았었나?”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만.”

 “이상하군. 오지 않을 생각인가?”

 “누가 오기로 했습니까?”

 “아니다. 어쩐지 어제 하늘이 청정하더라니, 좋은 일이 생기려 그랬던 모양이구나.”

 “아버지. 어제는 하늘을 보니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면서요.”

 “반어법이라는 것도 모르느냐?”

 “…….”

 이제야 알겠다.

 아버지는 카를로스 남작의 사채업자 패거리가 오늘 온다는 걸 알고 나더러 밖에 나가지 말라 했던 것이다.

 아마 자신은 어딘가로 숨어버리고 날 앞에 내세울 생각이었겠지.

 “아버지,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직도 안 갔었느냐? 난 이 기쁜 날 보르네주라도 마셔야겠…….”

 “조속히 술 끊지 않으면 내가 당신을 끊어버린다고 누누이 말했을 텐데요.”

 “레, 레잔느.”

 갑자기 방문이 열리며 어머니가 등장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 말은 술을 마시고 싶을 만큼 기분 좋은 밤이라는 뜻이었소. 은유법이오, 은유법.”

 참, 평소에 책 한 번 들여다보지 않는 분의 입에서 반어법에, 은유법에 여러 가지가 튀어나왔다.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자, 잘못했소, 레잔느.”

 “오늘은 나랑 이야기 좀 해요.”

 아버지에게 다가가던 어머니는 내게 예의 그 무서운 미소가 아닌, 진정 포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너희 아버지도 젊었을 땐 여러 방면으로 유명하셨단다. 결코 지금 같지는 않으셨어요.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면 안 돼요, 아르젠.”

 여러 방면? 어떤 방면을 말씀하시는 걸까.

 다시 아버지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레, 레잔느! 내가 사과했잖소.”

 “제가 언제 사과하지 않았다고 하던가요?”

 난 심상찮은 분위기를 느끼며 이럴 때 가장 합리적인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그럼 두 분 즐거운 밤 되십시오.”

 바로 내빼는 것이다.

 아버지 명복을 빌어드리겠습니다.

 

 ***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부터 산으로 올라가 검술 수련과 마나 사이펀을 수련했다.

 마법 같은 경우야 스스로 의문이 일지 않는 이상 루스펠이 내게 가르칠 만한 건 더 없었다.

 한데 검술은 아직도 하라드에게 배워야만 했다. 그러나 하라드는 보름 전부터 내가 내린 다른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산에 있지 않았다.

 결국 모든 수련을 혼자서 마쳤다.

 지친 육신을 호수에 담근 뒤 루스펠에게 물었다.

 “여전히 소식 없어?”

 “총 일곱 번 알람 마법이 울렸지만 확인된 것은 모두 근처를 지나가는 몬스터나 동물들이었습니다.”

 “흠… 슬슬 올 때가 됐는데 말이지. 카오스 나이트들은 맡은 일 제대로 하고 있겠지?”

 “알람 마법이 울리고 카를로스 남작이라는 것이 확인되는 즉시 일을 실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았습니다.”

 “그래, 조금만 더 수고해줘.”

 카를로스 남작의 졸개들이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간 지 보름 정도가 흘렀다.

 우리 가문을 우습게 알고, 자기 땅의 영지민들이야 굶어 죽든 말든 악착같이 돈을 끌어모으는 그 돈벌레가 이번 일을 그냥 넘길 리 없었다.

 더불어 난 그를 충분히 도발했다.

 패거리들에게 일이 있으면 남작이 직접 찾아오란 말을 전하라고 했으니까.

 난 카를로스 남작이 다시 찾아올 것을 대비해 루스펠을 시켜 플로렐 영지와 카를로스 남작의 경계 근처에 광범위 알람 마법을 설치해놓게 했다.

 어떤 생명체든 플로렐 영지에 들어서게 되면 루스펠의 머릿속으로 알람이 울리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그 주변에 카오스 나이트들을 배치시켜 놓았다. 지금 그들은 신체 변형 마법인 폴리모프로 몬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폴리모프 마법은 루스펠이 시전해주었다.

 “그만 내려가 봐야겠군.”

 난 호수에서 나와 벗어놓았던 옷을 걸쳤다.

 허리춤에는 검 한 자루 외에도 붉은색의 물이 담긴 병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그것은 루스펠에게 부탁해서 사오라고 한 힐링 포션이었다.

 플로렐 영지의 알람 마법.

 몬스터로 폴리모프시켜 영지에 배치시켜 놓은 카오스 나이트들.

 마지막으로 내 허리에 매달린 힐링 포션.

 이 모든 것들이 카를로스 남작을 위해 마련한 멋진 소품들이었다. 이제 덫에 걸려들기만 하면 되는데 소식이 영 오지 않는다.

 결국 내일을 기약하며 산 아래로 내려가려 하는 그때였다.

 “알람이 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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