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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마녀의 빗자루(4)
작성일 : 19-10-29 07:05     조회 : 227     추천 : 2     분량 : 6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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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로도 한동안 시해와 하리의 대화는 이어졌다.

 사람과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생각했던 것보다 둘은 술술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러다가 하리가 얼굴색 어둡게 이야기를 꺼냈다.

 

 “돌아갈 수 있을까요, 지구.”

 “돌아가야지, 지구.”

 

 시해의 굳은 결심에 하리가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이번에는 눈을 빛냈다.

 

 “방법 있어요?”

 “글쎄다······어렵지 않을까······”

 

 그러고는 목을 가다듬고 이어 말했다.

 

 “사람들은 무관심하고, 진실이란 건 엿가락보다 쉽게 왜곡되어 가려지기 쉬우니까. 마녀의 빗자루 같은 거지.”

 “빗자루요?”

 

 하리가 되물었다.

 그 되물음에 시해는 잠시 이 얘기를 해도 될까 고민이 되었다.

 지루하고 재미도 없는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왕 생각이 난 거 그냥 편하게 말하자는 심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녀의 빗자루하면 뭐가 생각나?”

 

 하리가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의외의 발언을 했다.

 

 “해X포X?”

 “······잘도 알고 있네, 그런 옛날 소설. 근데 그거 주인공 남자잖아. 마녀도 아니고. 하지만 뭐, 비슷한 얘기니까 상관은 없나.”

 “맞아요?”

 

 하리의 얼굴을 잠시 쳐다본 시해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다고 봐야겠지. 빗자루를 타고 다니니까 마녀의 빗자루라는 소리를 듣고 그걸 떠올린 거지?”

 “네, 뭐······그렇죠. 근데 저한테는 알고 있는 게 신기하다는 것처럼 말해놓고 이우씨는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이 말하시네요.”

 

 의외로 정곡을 찌르는 하리였다.

 그러나 시해는 무시하고 말을 이어 나갔다.

 시해가 목을 가다듬었다.

 

 “크흠! 그러니까 내 말은 사람들은 진실 같은 건 관심도 없다는 거야. 사실 마녀의 빗자루가 뭘 의미하는지 따윈 신경도 안 쓰거든. 그냥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대로 마녀의 이미지를 소비할 뿐이지.”

 

 사람들은 마녀라는 존재를 상상할 때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유쾌한 마법사 같은 이미지를 보통 떠올릴 것이다.

 소설 <해X포X>나, 애니메이션 <마녀 X달X 키X>같은 이미지 말이다.

 

 “사실 마녀의 빗자루라는 건 부정적인 의미에서 출발한 건데, 그 사실은 아무도 신경을 안 써.”

 “부정적인 이미지요?”

 

 시해가 긍정했다.

 

 “그래. 부정적인 이미지. 뭘 것 같아?”

 

 또다시 수수께끼였다.

 고민하는 하리를 두고 이번에는 시해가 하리의 흉내를 내듯 손가락을 꼽았다.

 

 “중세···기독교···도덕-윤리···여자···”

 

 그러나 하리는 시해와는 달리 답을 맞히지는 못했다.

 

 “그게 뭔데요?”

 

 아무래도 이 녀석이 똑똑한 건지 아닌 건지 감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시해는 한숨을 쉬었다.

 

 “거의 다 말해줬는데. 중세 기독교 도덕-윤리에 반한 여성들을 말하는 거야.”

 “······더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시해는 그냥 직접적으로 말해주기로 했다.

 

 “여자가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할 만한 일이 뭐가 있을 것 같아?”

 

 하리가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하늘을 나나요?”

 “······아니, 마녀 말고. 판타지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봐.”

 

 그러자 더더욱 알 수 없게 되었는지 하리가 얼굴을 찌푸렸다.

 

 “보통 빗자루를 다리 사이에 끼우지는 않죠?”

 “그래, 근데 그런 상황이 있으면 뭐일 것 같으냐는 거야. 내말은.”

 “그걸 다리 사이에 왜······”

 

 도저히 알 수 없는 난제를 마주한 것처럼 고뇌하던 하리가 돌연 돌처럼 굳어버리며 하던 말을 멈춰 버릴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깊은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으으으음······”

 

 그 모습에 시해는 굳이 입으로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어차피 피차 부담스러울 테니 말로는 안 하는 게 최선이다.

 

 "왜 하필 예시를 들어도 그런 예시를 드시는 거죠."

 

 하리가 의문점을 제시했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비유를 그대로 말해버린 거라서 어쩔 수 없다.

 다시 목을 가다듬는다.

 

 “뭐, 그런 거야. 알고 있는 사람도 있겠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거고.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알든 모르든 사람들은 굳이 그 사실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아. 마녀라는 이미지가 누굴 핍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따위. 관심 밖일 테니까.”

 

 사람들은 <마녀사냥>이라고 불리는 행위가 부자로부터 돈을 갈취하기 위한 종교계의 부정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알아도 그러한 부정한 행위가 어떻게 정당화되고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받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것이 도덕적 부정을 저지른 여성에 대한 탄압으로부터 합리화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역사적인 일이기는 했지만, 현재에도 자행되는 것이기도 했다.

 시간과 거짓과 무관심과 공포.

 진실을 가리는 방법은 너무나도 많고, 그것을 알고자하는 사람들의 의지는 너무나도 약하다.

 역사적 진실이 파헤쳐질 때가 되면, 이미 마녀들은 죽어 없어진 뒤다.

 그러니 이세계의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은 보다 죽어 없어지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구할 방법을 고뇌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적어도 시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시해의 그런 말에 하리가 의외의 말을 내뱉었다.

 

 “그럼······이우씨는 직접 할 생각인가요?”

 

 하리의 말이 잠시 이해되지 않았던 시해가 물음표를 띄웠다.

 

 “뭐? 뭐를?”

 

 하리가 답했다.

 

 “진실을 알리는 거요.”

 “내가?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왜?”

 “음? 아니에요? 전 그렇게 들렸는데. 사람들은 진실이 뭔지 진짜가 뭔지 관심도 없으니까 내가 직접 알려줘서 지구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말한 거 아니었어요?”

 

 하리의 말에 시해가 벙찐 얼굴이 되었다.

 어처구니없는 이해력에 시해는 잠시 일부러 이런 식으로 자신을 부추기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합리적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게 왜 그렇게 돼? 다른 방법을 찾겠다는 말이지.”

 “저는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시는 이유가 뭔가 했죠. 어떻게 지구로 돌아갈 건지를 얘기하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시해는 하리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지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사람들은 관심 가져주지 않을 거다'라고 말하셨잖아요. 그 말은 '지구로 돌아가려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라는 말 아니에요?"

 "..."

 "다른 방법을 찾는다고 하셨지만, 사실은 그 방법을 가장 먼저 고려하고 계신건가 싶었는데...요?"

 

 의외로 정곡을 찔린 시해가 우두커니 마른침을 삼켰다.

 어쩌면 자신은 무의식적으로 그 부분을 가장 크게 놓고 고민하고 있는 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위험이 너무나 컸다.

 시해는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수단에 구애하고 싶지는 않았다.

 머쓱, 해진 분위기를 외면하듯 하리의 의문점을 일축했다.

 

 “그 방법 외에 돌아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 지는 아직 모르지만, 찾을 거야.”

 “그래요······”

 

 하리도 짧게 대답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하리가 말했다.

 

 “기회가 온다면 해볼 생각은 있어요?”

 

 시해가 반문했다.

 

 “기회?”

 

 그러고는 낯선 사람 보듯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을 마주하고 하리가 시해에게 무언가를 주먹에 쥐어 건넸다.

 

 “가능할지도 모르잖아요.”

 

 능글맞게 웃으며 하리가 건넨 것은 놀랍게도 카드키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자신의 방문은 카드키로 열리는 구조로 되어있었으니, 그 카드키가 무엇을 여는 카드키인지 말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었다.

 시해가 당황한 표정으로 하리를 보았다.

 

 “너, 이거···어떻게······”

 “해달라는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저보다는 이우씨한테 필요한 물건인 것 같네요. 이거.”

 

 하리의 말이 끝나고, 시해는 뭐라 말하기도 전에 그 카드키를 받아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모순적이게도, 시해는 카드키에서 두려움이나 거부감보다는 마치 매혹적인 반지를 받은 어느 키 작은 소인처럼 신비로운 매혹을 느끼고 있었다.

 심지어 이제껏 턱 밑에서 끓어오르던 무언가가 이제는 입안을 맹렬히 돌아다니는 느낌도 들었다.

 시해는 조용히 카드키를 받아들어 자신의 주머니에 그것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떨려오는 목소리로 하리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아무것도 기대 안 하는 게 좋아. 기대하면······실망도 커지니까.”

 

 하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 + +

 

 

 그날 밤, 시해는 하리가 건네준 카드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악마의 유혹을 받는 기분이었다.

 고작 카드키 하나였지만, 이제 자신은 들키면 목숨을 잃게 될 정도의 위험 요소를 두 가지나 가지고 있게 되었다.

 하나는 에스카의 존재,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리가 건네준 카드키였다.

 카드키가 있다면 몰래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다.

 아니, 시해는 재빨리 머릿속에 떠오른 망상을 지워냈다.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자신을 구속하는 것은 하나가 더 있다.

 시해는 자신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은 상처가 쓰라려 왔다.

 강제로 뽑아내려고 한다면 분명히 사망에 이를 터였다.

 그러니 사실상 두 가지의 위험 요소를 가지고도 절대적인 위치에서 조직은 자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었다.

 자신의 몸 안에 심어진 이 GPS와 폭탄만큼은 결코 운이나 요령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난제이니까.

 어깨 안쪽에서 서늘하게 자리 잡은 죽음이 느껴질 리가 없는데도 느껴져 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시해는 자신의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억눌러야 했다.

 그래야 했다.

 침대 위에 앉아 고뇌에 빠진 시해에게 에스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해 뭐해?”

 

 마이의 모습을 하고, 수 주일 동안 인간의 언어(영어)에 대해 어느 정도 익히게 된 그녀(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으므로)는 이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

 두살배기 갓난아이 수준의 영어였지만, 볼 때 마다 놀랍기만 했다.

 

 “아니야. 아무것도.”

 

 시해는 그렇게 말한 뒤,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시해가 다시금 입을 열었을 때 에스카는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은 한국어였다.

 이어서 그는 담담히 에스카가 알아듣지 못할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스읍, 후우. 난···난 한국에 빚을 갚아줘야 할 부모님이 있어.”

 

 어깨를 쓰다듬었다.

 

 “난 종군 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어. 거기서 전쟁을 봤지.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었어.”

 

 다시 어깨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난 단 한 번도 그들을 돕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어깨를 두드렸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만큼 불행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내 인생도 불행한데 남들 인생까지 생각할 겨를 따윈 없었어.”

 

 움켜쥐듯 어깨를 두드렸다.

 

 “아버지는 사업으로 진 빚을 갚지 못하고 도망갔고, 그 후로 어머니는 집에 들어가는 일을 두려워해. 맨발로 집 밖에서 날 기다리는 어머니를 너무나 많이 봤어.”

 

 계속해서 두드렸다.

 

 “난 불의에 눈 감았고, 베트남 정부의 자국민 학살에 대한 리포트는 쓰지 않았어. 그 당시 한국은 베트남 원조 국가였고, 그런 기사는 한국에선 원하지 않았으니까.”

 

 계속해서 두드린다.

 

 “브라질에서······”

 

 두드리고 두드렸다.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브라질에서 부하가 브라질 군에게 잡혀갔을 때, 나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부하가 사고로 죽었다고 보고 했어.”

 

 담담히 그저 두드렸다.

 

 “만약 사실대로 브라질 군에 잡혀갔다고 말했다면, 난 자국민 보호법에 따라 청문회에 불려갔을 거고, 사고사라고 말하면 청문회는 피할 수 있어서 그렇게 했어. 난 그 시간에 빚을 갚는 게 더 급했으니까.”

 

 또 두드린다. 언제까지고.

 

 “그런데 이제 와서, 이제껏 참아온 걸 이제 와서 용서받을 자격 같은 건 나한테 없어.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원래 하던 대로, 내 한 몸 돌아갈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싶어······그런데······”

 

 두드림이 멎었다.

 

 “그런데 어째선지 그날 삼켰다고 생각했던 울렁거림이 사라지지를 않아. 사람도 아니었는데. 사람이 죽는 건 지구에서 질리도록 봐왔는데, 여기서 사람도 아닌 너희들이 죽어간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살아나.”

 

 두드림을 멈췄다.

 

 “사람끼리 죽고 죽이는 것도 역겨워 미칠 것 같은데, 그보다 더 추악한 걸 본 기분이야.”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손의 두근거림이 계속해서 어깨를 두드렸다.

 멈추지 말라는 듯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멈춰야 한다고.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버려.”

 

 사람에 대한 연민은 닳아 없어졌어도 그럼에도 연민이 남아 사람 아닌 의외의 대상에게 손을 두드렸다.

 시해는 결코 이러한 상황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안 돼. 난 이런데서 내 목숨을 땅바닥에 버려버리는 짓은 할 수 없어. 아직 난······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몸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차가운 사신의 낫이 그를 구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에게는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공교롭게도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가능케 하는 두 가지 퍼즐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그건 마치, 두 다리가 있는데도 바닥이 없어서 뛸 수 없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에 목소리가 들렸다.

 에스카가 시해를 향해 말을 걸고 있었다.

 

 “그거. 꺼내?”

 

 시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자 그전보다 더 단호하게 에스카가 말했다.

 

 “시발. 그거. 꺼내?”

 

 에스카가 손을 뻗자 촉수가 늘어지듯 순식간에 시해의 어깨로 뻗어 나왔다.

 

 “잠깐, 뭐라고?”

 

 그리고 시해의 어깨에 접착되듯 달라붙은 그 촉수는 매끄럽게 어깨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살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보다는 피부에 흡수되고 있다는 느낌에 더 가까웠다.

 차가울 것처럼 보였던 에스카의 촉수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그리고 촉수가 피부를 파고들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해는 어깨 안쪽에서 무언가가 뽑혀 나오는 통증을 느꼈다.

 

 “으윽! 끄악!”

 

 에스카의 촉수를 강제로 뜯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시해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다.

 통증이 멎음과 동시에 시해의 눈에 놓은 것은 작은 폭약 캡슐과 GPS칩으로 보이는 반도체 하나였다.

 그 두 가지가 에스카의 촉수 안에서 두둥실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어서 어깨에 손을 갖다 댔다.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나 상처는 나있지 않았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황망한 눈으로 에스카를 바라보는 시해에게 그녀가 당당히 기세를 올렸다.

 

 “시발! 그거, 꺼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시해는 허탈하게 웃음을 흘렸다.

 

 “하, 하하하. 그래, 시발. 내가 시발이다. 시발, 해라. 하하하.”

 

 너털웃음을 짓던 시해는 곧이어 뒤늦게 몰려온 열기에 현기증을 느끼며 침대를 향해 쓰러졌다.

 

 “이게···무슨···말···도 안 돼는···시발···”

 “시해! 시발, 이다!”

 

 에스카는 그런 시해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성과물을 과시하듯 치켜들었다.

 폭탄과 GPS.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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