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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15화 대가 없는 도움(4)
작성일 : 19-10-25 04:05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2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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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엘이 에녹스를 반겼다. 에녹스의 상태를 살피는 그녀는 그를 걱정하는 것 처럼 보였다. 안에서 그 소란이 일어났으니 당연했다. 에녹스는 입가에 묻었던 피를 한번 더 쓱 문질렀다. 그리고 그는 검을 들어보이며 지티스의 검은 되찾았다고 말했다. 또한 그의 행방까지.

 

 엘의 표정이 울상이 되었다. 지티스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았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몰랐다. 도리가 없었다.

 

 그들은 펍의 사람들의 눈을 피해 펍에서 멀어졌다. 엘은 에녹스의 옆을 보았다.

 

 그녀는 옆의 처음보는 사람에게 눈짓하며 에녹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도련님, 그런데 이분은?"

 

 별 다른 대답을 할 것은 없었다.

 

 "나도... 몰라."

 

 그러면서 그는 옆에 조용히 서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옮겼다.

 

 마법사는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 그제야 입을 열었다. 에녹스는 그가 왜 자신을 도와주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해 페넨스의 말문을 트이게 한 것까지는 짐작이 갔다. 그런데 그는 왜 그런 짓을 했을까. 처음 본 사람한테 이토록 도움의 손길을 주다니.

 

 "네가 찾던 자의 생김새와 이름을 알려줘."

 

 에녹스는 망설였지만 오래 그러진 않았다. 그에게 도움을 주었다면 그도 그렇게 할 셈이었다.

 

 "검푸른 머리에 노란 눈을 가졌습니다. 지티스 홀란입니다."

 

 홀란은 지티스의 성이었다. 평상 시엔 잘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마법사는 예상치 못한 질문도 해왔다.

 

 "혹시 그의 마나 속성을 알아?"

 

 에녹스는 뭐라 대답하지 못했다. 애초에 지티스는 마법사가 아니었으니 마법을 사용할 줄 몰랐다. 마법의 가장 기초적인 것은 자신이 가진 속성의 마나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에녹스는 그가 그런 기초적인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보지 못했기때문에 그의 마나가 뭔지 몰랐다. 기껏 해야 그가 가진 마법검의 속성이 속박이란 것만을 알 뿐이었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에녹스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마법검의 속성과 쓰는 사람의 속성이 일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그가 지티스의 검을 들며 말했다.

 

 "그가 가진 속성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마법검의 속성이 속박이란 것은 압니다."

 "마법무구는 사용자의 마나와 같은 속성이어야만 발동하지. 숙련된 마법사는 그런 것 상관없이 쓸 수 있지만. 어쨌든 그의 마나는 속박이란 것이군."

 

 그는 에녹스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그가 다시 말했다.

 

 "지도 있어?"

 

 엘이 말에 묶은 짐들 중에서 지도를 꺼내 마법사에게 건네주었다. 처음보는 사람이었지만 순순히 그렇게 했다. 지티스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때문인 걸까. 평소에는 에녹스의 지시가 없는 이상 그러지 않았을 엘이다.

 

 마법사는 지도를 땅에 폈다. 앉아서 그 위에 손을 올렸다. 잠시 손이 푸른 빛으로 빛나더니 이내 사라졌다. 마법사가 말했다.

 

 "찾았어."

 

 에녹스는 눈을 크게 떴다. 이렇게 빠른 시간안에 찾을 수 있단 말인가?

 

 마법사가 이어 말했다.

 

 "델루비아 시로 가고 있군."

 "델루비아요?"

 "북쪽으로 가면 나오지. 번성한 도시이고, 영주가 거처하는 곳이기도 해."

 

 그렇게 말하면서 그는 지도를 접어 엘에게 다시 건냈다. 엘은 지도를 받아들었다. 그러고도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마법사는 뒤돌아 작게 인사를 하고 떠나려했다.

 

 그러나 에녹스의 말이 가로막았다.

 

 "잠깐만요. 당신,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준 것이 아닙니까?"

 

 마법사의 두 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몰랐다.

 

 "대가? 그런 것, 생각하고 행동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저는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 지금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뭔가 다른 계략이 있을 지도 모르지요. 이 대륙에 대가를 원하지 않고 남을 도와주는 사람 따위,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사람들이 오고가는 여관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자신이 소중히 하는 사람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실제로 지금의 대륙, 적어도 레이나히베이지 안은 험한 세상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함부로 사람을 믿기란 힘들었다. 아무런 대가없이 친절하게 구는 사람들을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생각하는 에녹스는 이 자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가식으로 점철되어 접근하는 것일지 모르는대도. 그 안에 칼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대도.

 

 "너는 호의와 악의를 구분하지 못하는구나."

 

 미소를 지은 것일까. 그것은 과연 진실된 것일까.

 

 에녹스는 그 말을 잠자코 들었지만 속뜻은 이해하지 못했다. 이어진 마법사의 말에 그 생각이 묻혔다.

 

 "좋아. 대가라... 그럼 네 이름을 묻지."

 

 순간 망설였지만 말했다.

 

 "에녹스 프라이넨스입니다."

 

 어느 가문의 귀족인지 말하는 꼴이 되고 말았지만 대가라면 상관없었다. 대가로 치더라도 가벼운 것이었다.

 

 마법사가 다시 작게 미소짓는 것이 보였다. 이내 사라졌다. 그는 뒤돌아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에녹스가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죠?"

 

 마법사가 고개를 조금 돌렸다. 콧날은 오똑했다.

 

 "...루빈."

 

 그 말을 끝으로 그는 천천히 사라졌다. 에녹스는 그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런 생각이 났다. 저 사람의 이름을 물어본다면 결국 대가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래도 그는 알고 싶었다. 저 푸른 마법사의 이름을.

 

 가만히 에녹스가 돌아볼 때까지 기다리던 엘에게 말했다.

 

 "엘, 에그누스 독립 지역이 목적지라고 했었지?"

 "네."

 

 그녀가 지도를 펼쳐들었다.

 

 "다행히 델루비아와 같은 방향이예요."

 "그래..."

 

 에녹스는 루빈을 완전히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신비로운 마법사에겐 마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어쨌든 지금 단서는 그것뿐이었다. 지티스가 델루비아에 있을 것이라는 것. 그렇담 지금 목적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출발하자. 어차피 이곳엔 더 있을 수 없으니까."

 

 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마리의 말에 각각 올라탔다. 천천히 걷던 말들이 이내 달리기시작했다.

 

 에녹스는 고삐를 꽉 잡았다. 앞으로의 일을 전혀 예상치 못하고 박차를 가했다.

 

 그들은 델루비아로 향했다.

 

 

 

 

 에피소드 2 - 대가 없는 도움

 끝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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