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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쓰레기 전쟁(2)
작성일 : 19-10-23 13:26     조회 : 247     추천 : 5     분량 : 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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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그에게 무슨 일을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기자 일을 한다고 답할 것이기에, 그는 기자였다.

 그러나 시해는 보통의 기자와는 조금 달랐다. 우선, 해외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잦았다. 가난하고 유명하지도 않은 작은 방송사에서 일하는 한낱 저널리스트였지만 그는 입사 이래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해외로 출장을 5번이나 갔다 왔을 정도로 출장이 잦았다.

 그리고 그가 출장을 가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국내에서 여행 금지로 지정한 국가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가서는 안 되는 나라로 출장을 가서 취재를 하는 기자. 흔히들 그런 기자를 종군기자라고 불렀다.

 그는 종군기자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원해서 하는 일은 아니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결코 자신의 목숨을 내던지면서까지 취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고, 그는 두말할 것 없는 보통의 사람이었다.

 

 “시해 씨, 장현철 부장님이 부르세요.”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시해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익숙하지 않은 얼굴의 여성 직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신입 사원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해외 출장이 잦은 그에게는 당연히 익숙하지 않은 얼굴이 더 자연스러웠다.

 심지어 평소에 방송사 사무실에 있을 때도 시해는 언제나 겉도는 존재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무슨 일로 부르시던가요? 딱히 보고할 일도 없는데요.”

 “글쎄요. 자세한 얘기는 못 들었어요. 저는 그냥 시해 씨 좀 불러오라는 얘기만 들어서……”

 “그래요? 알았어요. 곧 갈게요.”

 

 시해는 마시던 커피를 마저 마셔버리고는 휴게실을 나왔다. 그리고 걸음을 옮겨 사무실 안쪽에 있는 부장실로 향했다.

 작은 방송사였기 때문에 휴게실의 정반대 쪽에 있는 부장실까지 가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말은 다시 말해, 사원을 부장실로 부를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부탁할 일이 있어도 화장실 잠깐 갔다 오는 중에도 마주치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을 부장실로 불러낸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자신을 부른 이유를 따로 추측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의심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문 앞에 잠깐 멈춰 숨을 고른 뒤,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는 장현철 부장이 자리에 앉아 무언가 바쁜 척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쁜 일 따윈 없다는 걸 자신이 모를 리가 없는데도 그런 척을 하는 부장의 모습에 시해는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어, 왔어?”

 

 그는 시해가 온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눈앞의 자료로 시선을 돌렸다.

 시해는 문을 닫고 그를 바라보았다.

 

 “부르셨다고 해서 왔습니다.”

 “거기 앉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불렀으니까.”

 

 시해가 자리에 앉자 바쁜 척을 하던 장현철 부장은 얼마 안 가 자료를 내려놓고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리곤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자네가 취재해 온 브라질 내전 취재 내용이 반응이 아주 좋다는 얘기를 해주려고 불렀네. 대형 방송사에서도 내용이 아주 좋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란 말이야. 우리 방송사 조회수도 아주 잘 뽑혔고, 언론에서도 띄워주고 아주 난리도 아니야.”

 “아, 네. 별말씀을요.”

 

 시해는 기분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애써 표정관리를 했다.

 이미 귀국해서 보고서 제출한 지가 두 달도 족히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칭찬받는다는 부분에서 그 의도가 너무 뻔했기 때문이었다.

 

 “원래는 자네가 귀국하자마자 해주고 싶은 얘기였네만, 자네가 가져온 취재 내용이 너무 반응이 좋아서 일이 바빴단 말이지. 이해해 줄 거라 생각하네.”

 “아닙니다. 그럴 수도 있죠. 여기 바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들 바쁘죠.”

 

 ‘우라까이(다른 사람의 기사를 베껴서 기사 내용을 돌리거나 바꿔서 쓴다는 뜻의 은어)하느라 바빴겠지.’

 

 안 봐도 비디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라고, 시해는 역겨움에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러자 장현철 부장은 시해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갑자기 얼굴에 그늘을 드리웠다.

 시해는 그 모습에 그저 당연히 올 것이 온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죽였다.

 

 “그렇지, 그렇지. 다들 바빠 죽으려고 하는데 말이야. 중요한 건 도꾸다니(특종)가 없어, 도꾸다니가. 바쁘게만 일한다고 돈이 벌리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세상이 참 호락호락하지가 않아. 시해, 자네처럼 이 투철한 기자 정신, 응? 자네가 도꾸다니 잡겠다고, 나와바리(전문 영역) 신경 안 쓰고 여기저기 사쓰마와리(경찰 기자)도 찔러보고, 하리꼬미(잠입 취재)도 서슴치 않는 이, 투철한 기자 정신을 발휘하는 동안 다른 놈들은 뭐 하나 건져오질 못 하더란 말이지. 게다가 그뿐인가?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방송사가 요즘 많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네. 자네가 취재해 온 도꾸다니 덕을 많이 보았는데도 여전히 힘드네.”

 “네…”

 

 장현철 부장은 그렇게 방송사가 힘들다느니, 방송사에 기자 정신이 없는 사람이 많다느니, 다른 방송사들엔 얌생이들밖에 없다느니 하는 얘기를 늘어놓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돌연 안광을 빛내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는 듯 자세를 잡고 시해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지. 이 희망은 시해, 자네 덕분에 우리 방송사에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거네.”

 

 새로운 희망이라…시해는 너무 뻔한 바람잡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입 밖으로 내비칠 수는 없었다.

 

 “브라질 내전 건으로 대형 방송사에서도 우리 방송사를 눈여겨보기 시작했어. 고정 시청자층도 눈에 띄게 늘었지.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이 추세를 밀고 가서 파도만 잘 타면 한 번에 스타 방송사로 뜰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어.”

 

 한마디로 또 다른 특종 거리를 찾아오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그는 마치 달콤한 막대사탕이라도 쥐고 흔드는 것 같은 말투로 입술을 적셨다.

 

 “이번 성과금으로 이제 겨우 급한 불을 껐다고 들었네.”

 

 시해는 자신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그 시선에 순간 얼굴을 확 구길 뻔했지만 간신히 표정을 관리했다.

 그러나 떨려오는 폐부까지는 통제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목소리에서 분기가 섞여 나왔다.

 

 “…네, 어머니 빚은 이제 거의 다 갚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해외 출장은……”

 

 부장이 시해의 말을 끊고 나오며 책상 위로 서류철을 내려놓았다.

 

 “잘 생각해보게. 이번 건만 잘 끝나면 자네도 팀장급이고 방송사의 미래는 창창하네. 언제까지 어머니와 둘이서 반지하 생활을 할 생각인가? 그건 자네 삶을 위해서도 좋지 않고. 어머니를 위해서도 좋지 않을 거네.”

 

 부장이 책상 위에 내려놓은 서류철에는 <동남아 한국인 실종사건>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네가 브라질에서 겪은 사고는 안타깝게 생각하네. 그래서 더는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해하네.”

 

 시해는 연이어 가슴을 파고드는 비수에 주먹이 바르르 떨렸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부장이 언급한 일은 자신도 변명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약점을 잡고 흔드는 부장의 행태에 당장이라도 그 얼굴에 서류철을 집어던져 주고 싶었지만 변변한 대학도 나오지 못한 자신을 거둬준 사람에게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었다.

 비록 비겁한 짓거리이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사람처럼이라도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시해는 침묵을 지켰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운 희생이 마음을 좀먹고 있다고 해서 자네 삶에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라네. 풀(팀원)은 내 알아서 잘 챙겨주도록 하지. 혹시 아나?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걸 하나 물을 수 있을 지 말이네.”

 말을 마친 부장은 마지막으로 시해에게 서류철을 건넸다.

 

 시해는 서류철을 집어 들고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 + +

 

 

 조금이라도 빠져나갈 구석이 있다면 더 이상은 위험한 곳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시해였지만, 그 고민은 채 하루도 안 가 고통스러운 결말로 끝날 수밖에 없었다.

 장현철 부장으로부터 또 다른 해외출장을 제안받은 바로 그날, 밤늦게 퇴근한 시해를 어머니가 골목에서 맨발로 기다리고 있는 광경을 도저히 앞으로 더 볼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시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또 얼마간 집에 못들어 올 것 같아요.”

 

 꼴사나운 현실도피라고, 시해는 생각했다.

 

 

 + + +

 

 

 시해가 <동남아 한국인 실종사건>의 취재를 위해 베트남 행에 오른 것은 약 세 달이 지난 10월 초가 되어서였다. 확실한 사전 조사를 위해 준비 기간이 주어졌던 것이다.

 실종사건을 취재하기 위한 출장치고는 늦어도 한참 늦은 출발이었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었다. 베트남은 2086년 현재, 2075년 초에 발발한 남중국해 전쟁이 휴전된 지 아직 5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따라서 치안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고, 기자라는 직업을 드러내놓고 취재를 할 수 없는 국가가 되어 있었다. 할 수 없는 취재를 하기 위해선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었고, 조금이라도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선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세 달이라는 준비기간은 그에게도 준비 기간치고는 너무 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전처럼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 상태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장현철 부장으로부터 풀(같이 갈 팀원)을 꾸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던 시해였지만,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젠 죽는다면 혼자서 죽는 것이 차라리 마음이 편하리라고,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결심했으니까.

 베트남 입국은 소형 어선을 통해 밀입국했다. 베트남은 전쟁을 통해 강력한 독재 국가로 거듭났기 때문에 일반인에 대한 취재 및 여행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었으므로 자유로운 취재를 위해서는 다른 입국 루트를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주변국가로부터 국경을 넘는 선택지도 있었지만, 발각될 위험은 비등비등했다.

 위험성이 비슷하다면 더 편한 쪽을 고르는 것이 시간도 단축되고 여러모로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필요 최소한의 기재를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몸 곳곳에 두르고 구석진 곳에서 몰래 항구에 발을 디딘 시해가 등을 돌려 선장을 마주 보았다.

 

 “신세졌습니다. 약속대로 다음에 또 뵙도록 하죠.”

 “약속한 돈이나 그때 잘 간수해서 가져오쇼. 쓸데없는 말하다 어디 가서 공안한테 잡히지나 말고.”

 “그러죠. 저도 여기서 뼈 묻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선장이 시해를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냥 어서 가라는 뜻이었다. 항구를 몰래 빠져나온 시해는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띄워 가장 가까운 도심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위성 GPS가 느리긴 했지만, 덕분에 시해는 길 잃을 걱정 없이 발을 옮길 수 있었다.

 걷고 또 걷기를 약 8시간, 도심지의 불빛이 시해의 시야에 비쳤다. 아직 날이 밝기 전이어서 눈부신 도시의 야경을 지그시 바라보는 시해의 얼굴에서는 미묘한 표정이 떠올랐다.

 

 “여길 또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새 정말 많이 달라졌네. 후우···제발, 다음번에 올 때는 여행 기분으로 왔으면 좋겠는데······아니면, 아예 오질 않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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