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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회의(懷疑)
작가 : 관내위
작품등록일 : 2019.10.16

실현해야할 이상이며, 목표라는 것들이 욕망을 위한 한낱 허위나 겉치레로 전락 되었을 때, 자신이 이제껏 배워온 이념과 상식들이 무너진 자리에 회의감이 밀려온다. 언젠가는 자신의 노력으로 그 고결한 각자의 이상이 실현될 그날은 올것인가. 그 역시도 오지 않는 세상에대한 무의미한 무한의 대기일까.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몸부림 쳐도 바뀌어지지 않은 세상에 앉아서 오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인지 회한과 의심을 지니며 살아지는 자들의 이야기.

작가의 말- 조선 연산군 시대에서 명종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하는 대하소설의 틀을 빌린 무협 소설입니다. 무협 소설에서 묘사되는 비현실적인 기공이나 장풍 등등의 모습은 자제하고 현실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글에는 역사 사실과 작가 상상이 섞여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1.명나라 사신의 예언(1)
작성일 : 19-10-23 10:46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3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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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1544년은 조선 인종 즉위 원년이었다. 그해 음력 4월 말에 전 임금인 중종의 죽음을 조상하는 동시에, 새 임금의 즉위를 축하고, 조선의 새 임금을 정식으로 인정한다는 황제의 칙서를 든 명의 사신 일행이 조선의 도성인 한양에 도착했다. 명의 정사(正使) 곽방과 부사(副使) 장승헌은 모화관에서 조선의 새 임금과 첫 대면한 그 다음 날 태평관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다. 조선의 새 임금 인종은 오지 않았고 대신에 좌의정 유관과 도승지 이명규가 사신들을 접대했다. 연회는 극진했고, 임금은 여기에 더해서 선물들까지 보내왔다. 연회가 파한 그날 부사 장승헌은 정사 곽방의 탐욕을 경멸하며 한숨을 쉬었다. 곽방의 직위는 사례감태감(司禮監太監), 즉 환관이었다. 태감은 명대에 환관들이 받는 관직었고, 자연히 태감은 곧 환관이란 말과 동일한 의미였다.

 

 ‘아무리 본국의 정치가 난장판이라 하나, 명색이 황상의 명을 받고 외번국에 온 사신일진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 많은 선물을 다 받고도 모자란다면서 더 달라고 하다니, 저런 파렴치한 자가 정사라니. 하여튼 환관 놈들이란.“

 

  그랬다. 그 날 연회가 끝나고 조선 측은 많은 온갖 진귀한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부사 장승헌은 황제를 욕되게 할 수 없다면서 한사코 받지 않으려 했으나, 정작 정사 곽방은 그 선물들을 모두 받아 챙긴 것도 모자라서, 본국에 돌아가서 명의 조정에 골고루 선물하여 조선에게 더 유리하게 만들어 줄 테니 물건을 더 요구했다. 반은 거짓이었고 반은 진실이었다. 곽방은 자신의 욕심을 더 채우고 싶은 동시에 황제의 총애를 받는 환관과, 도사들 그리고, 황제 그 본인에게 바칠 재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명의 황제인 가정제(嘉靖帝) 주후총(朱厚熜)은 말 그대로 암군이었다. 도교에 미쳐서 정사는 팽개치고 불로장생의 환약 만들기와 도교식 제사로 소일하거나 향락과 놀이, 그리고 여색에만 빠져들었으며 도사들과 환관을 총애했다. 특히 도교 제사에 쓰이는 제문을 잘 짓는 다는 이유로 특별히 가정제의 눈에 띄어 권력을 휘어잡은 예부상서(禮部尙書) 엄숭(嚴嵩)과 그 무리들이 각종 전횡과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었고, 황제 곁의 환관들 역시 동창이라는 특무기관에 도사리고 앉아, 황제의 배경을 빌려서 대신들을 감시하고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고국의 암울한 현실을 떠올리니 연회에서 달아오른 흥은 한 순간에 깨져버렸다. 술을 청해서 거푸 들이켰다.

 

 ‘나라가 어찌 되려는가...’

 

  좋지 않은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 애써서 다른 생각을 해보려는 와중에, 생각은 조선의 새 임금 인종에게 미쳤다. 압록강을 건너면서부터 조선의 새 임금에 대한 정보들을 캐들었다. 종합적으로, 조선의 새 임금은 군자였다. 몸이 다소 허약하다는 단점을 빼고는 어린 시절부터 학문을 좋아하고 영특하며, 부모에게 효성스럽고, 대소신료들은 물론이고, 환관들과 궁녀들에게조차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선의 새 임금에 대한 말들을 들을 때마다 장승헌의 마음은 미어졌다. 황제라면 천하에서 가장 높은 사람일진대, 명의 번국을 칭하는 조선의 임금과 천자라는 가정제는 비교 대상조차 될 수가 없었다. 조선에는 그런 성군을 내려주고 자국에는 희대의 암군을 내려준 하늘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

 

  모화관에서 처음 본 인종은 듣던 대로 반듯하고 모범적이었다.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예의에 어긋남이 없었고, 겸손했다. 서로 배례를 나눌 때부터 상대에 대한 배려와 따스함이 몸 깊숙이까지 전해졌다. 결코 황제의 명을 받아서 온 칙사라고 해서 가식적으로 차리는 예의가 아니었다. 장승헌이 보기에 조선 임금은 누구를 대하든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 좋은 사람에게 그 많은 선물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명색이 정사란 작자가 그런 것도 느끼지 못하고, 탐욕만 차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주먹을 한 대 날리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그는 정사였고 자신은 어디까지나 부사였다. 그저 연회가 끝나고 조선 측 인사들이 돌아간 뒤에

 

 “정사 대인 그만 좀 하시지 그랬습니까? 너무 하시다는 생각은 좀 안 해보셨습니까? 정사께서 이러시면 조선 사람들이 우리 대명(大明)과 황상을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라고 점잖게 따지는 수밖에 없었다. 점잖은 항의에도 곽방은 뻔뻔스러운 핀잔만줄 뿐이었다.

 “이보시오. 부사, 내가 어디 나 한 사람 배 속에 채우려고 이러는 것이오? 엄대인께도 예를 다해야할 것이 아니오? 그리고 어차피 조선은 우리 대명의 번속국이오, 번속국. 황제를 대리한 칙사가 번속국에 이 정도 정성도 요구하지 못 한대서야 말이 된단 말이오?”

 ‘쩌거 훈딴!’ (이 멍청한 자식!)

 장승헌은 속으로 곽방을 향해서 욕을 퍼부었다.

 ‘사내도 계집도 아닌 병신 주제에 욕심만 하늘같아서 대국의 망신을 다 시키고 다니는 구나!’

 

  이 기억을 다시 떠올리자, 장승헌의 가슴 속에서 다시 불길이 치밀었고 화는 곧 술을 불렀다. 술 기운이 다소 올라오자, 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비록 술이 취하기는 했지만 다른 환경의, 그것도 다른 나라의 침소가 낯설어서 잠이 오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울분에 가득한 마음에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느라 전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술을 더 마실까 생각했지만, 술에 만취해서 뻗어 버리게 되면 다음 날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숙취에 절어있는 상태로 조선의 임금과 신료들을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서 부싯돌을 찾아 등잔에 불을 붙이고, 공무 서유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하들이 모아온 조선에 관한 정보들을 정리한 서류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 것이 새로 즉위한 조선 임금의 신상에 관한 부분이었다. 아마도 이 정보를 모아온 수하들 중에는 금의위(錦衣衛)나 동창(東廠)소속의 밀정들도 있을 것이었다. 그 밀정들이 자신과 곽방의 일거수일투족을 사찰하고 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자, 술이 취한 가운데서도 오싹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어쨌거나 새로 즉위한 조선 국왕의 신상을 적은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성은 이(李), 휘(諱)는 호(岵), 자(字)는 천윤(天胤). 초명은 억(億). 출생 직후에 모후를 잃었으며 6세까지 재상가에 맡겨져 양육되다가 세자로 봉해졌음, 3세 때부터 문장을 이해하여 그 명석함을 조야에서 칭찬함...‘

 

  읽는 중에 특이 사상이 눈에 들어왔다.

 

 ‘...금년 30세, 슬하에 자녀가 없음.’

 ‘자녀가 없다고?’

 ‘왕비와 혼인 한 지가 21년째인데 후사가 없다? 후궁도 네 명이 더 있는데도 자식이 없다고?’

 

  그 당시 나이 서른이면 이미 자식이 2명, 3명은 두고도 남을 나이였음을 비추어 볼 때, 서른이 되도록 자식을 보지 못한 인종을 장승헌은 특이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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